한 줄 감상: 아일랜드에 대해 가진 꿈과 환상을 모아 자아낸 것 같은 소설. 그러나 올이 몇 줄 튕겼다.



장르문학 외의 소설은 드물게 봅니다. 가끔 찾아보는 건 소재가 제 취향인 경우인데, 이 책이 그랬습니다. 새책으로 알라딘 메인에 떠 있던데다 알라딘 사은품 대상이라, 이걸 끼워서 책을 살까 고민하며 내용을 훑어보니 은근히 취향인데다 도서관에 들어와 있더군요. 그리하여 일단 도서관에서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자면서 빌려왔습니다.


지난 주말, 미친듯이 책을 읽어제끼면서 이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주말 동안 읽은 책이 『타르틴북 No.3』, 『타샤의 식탁』, 『퍼펙트 이디어츠 외전』 (전자책), 『그 겨울의 일주일』, 『별의 계승자』, 『레무리안』(전자책), 『최초의 온기』(전자책)의 7권입니다. 물론 전자책 3종은 권보다는 종에 가깝지만, 그리고 『레무리안』은 매우 길고 『퍼펙트 이디어츠 외전』은 아주 짧으며 『최초의 온기』도 아주 긴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셋을 합하면 그럭저럭 책 세 권은 될 겁니다. 아니, 그럭저럭은 넘겠네요.



감상 쓰기를 가장 먼저 읽은 책이 아니라 이 책을 고른 것은 감상 쓰기 편한 순서로 집어 들어 그렇습니다.

원제인 a week in winter는 겨울의 어느 날, 호텔에 모인 사람들이 보낸 일주일을 의미합니다. 책 소개글에도 그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더 앞을 다룹니다.

장의 제목은 각 장의 중심인물 이름이고, 첫 번째 장의 제목인 치키는 호텔의 주인이 된 인물입니다. 즉, 이야기의 시작은 어떻게 호텔이 생겼는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 설명이 치키의 삶을 다루면서 흔하지만 또 흔하지 않은 치키의 이야기는 옛날이라 가능한 겁니다. 지금은 불가능한 트릭입니다. 왜 그런지는 보면 아실테고요. 치키는 고향을 떠난 뒤에도 가끔 돌아왔고, 그래서 가깝게 지냈던 시디 자매의 저택을 호텔로 개조하겠다는 크나큰 계획을 세웁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 되고 그 다음 장으로 넘어갑니다.


리거와 올라, 위니, 존, 헨리와 니콜라, 안데르스, 월 부부, 넬 하우, 프리다는 치키의 이야기를 뒤이어 엮는 사람들입니다. 리거는 얼결에 호텔에 들어와 일하고, 올라는 원래 참여할 생각이 없었으나 도시에서 학을 떼고 고향으로 돌아와 치키의 일을 돕게 됩니다. 그리고 위니부터 프리다까지는 이 호텔의 개업 손님들입니다. 아일랜드의 호텔은 다 이런가 싶을 정도의 멋진 서비스입니다. 실제 존재한다면 머물러보고 싶을 정도로요. 가격이 얼마가 되었든, 이런 호텔이라면 가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호텔은 호텔이라, 막무가내 손님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손님들이 앞서 설명한 '튕긴 올'입니다. 잔잔하고 담담하며,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손님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길 바랬나봅니다. 어딘가 문제를 하나씩 가진 손님들이지만 호텔에 와서 지내는 동안 일이 잘 풀려서 뿌듯한 마음으로 읽는 사람 역시 일이 풀리는 것 같다는 마음을 얻길 바랬지만 딱 두 팀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읽는 동안 예의바른척 하지만 속물인 여행객을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과, 반창고로 대강 덮어 두었던 깊은 상처에 과산화수소 한 통을 들이 붓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읽다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리고 불륜이나 미혼모, 미성년자 임신도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자는 그렇다 쳐도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신은 아일랜드의 실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톨릭 국가다보니 피임은 장려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러니 임신중절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2012년 기사가 오늘 타임라인에 흘러들어왔던데, 유산으로 추정되는 하혈이 있어 수술을 요구했음에도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산모가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태아 살해는 성인 살해보다 더 독한 벌인가보군요.(먼산)



그러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 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치키의 모습이나 리거의 모습, 그리고 올라의 이야기와 의사들의 이야기는 읽다보면 따뜻한 난롯가에서 소근거리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과도 닮아 있습니다.


달달한 이야기 때문에 구입할까 하다가도 몇몇 걸리는 부분 때문에 고민은 됩니다. 그러나 추천하는데는 거리낌 없습니다. 읽으세요.



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2018,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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