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빌리기는 작년에 빌렸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장바구니에 책 담아 놓고 결제 시점만 눈치 보는 중입니다. 그도 그런 게 이달치 책 구입비는 『검을 든 꽃』 세트 구입에 홀랑 날아가서 말입니다. 아냐, 조만간 할 겁니다. 이번에 나온 스누피 수프머그에 살짝 홀려서 이리저리 맞춰 재 주문 들어갈 것 같군요.



책의 부제는 '북유럽 스타일로 장작을 패고 쌓고 말리는 법'입니다. 본제만 보면 최근 몇 년 간 한창 유행했던 노르딕이라든지 북유럽 생활 같은 걸 떠올리기 쉽지만 본격적인 나무 책입니다. 오해해서 집어 들었다가는 신나게 장작을 이용한 화력난방 지식을 쌓고 물러나게 될 겁니다.


임업과 관련해 난방을 위한 목재 생산 이야기를 볼 때마다 가장 걸렸던 부분은 장작 소비가 목재생산을 추월하는 문제였습니다. 쉽게 말해, 불 피우는데 들어가는 장작이 한 해 생산되는 나무보다 더 많다면 언젠가는 자원이 다 떨어질 겁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나무를 심고 가꿔야 하는데 땅 부족 문제와 생장 문제가 발목을 잡지요. 한데 이 책을 읽어보면 장작 난방이 의외로 꽤 효율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르웨이 여러 지역에서도 장작 난방을 많이 하고, 그렇다보니 장작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해결 방법은 크게 1.좋은 장작 난로 및 보일러의 개발, 2.장작용 수종 연구, 3.완전연소를 위한 장작 관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나무를 베고, 그걸 토막 내 장작으로 만들고 나서는 수분이 일정 퍼센트가 되도록 잘 말려야 합니다. 만약 베고 난 뒤에 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균류가 번식하면서 나무가 마르지 않을 수 있으며, 마르지 않은 나무들은 불완전 연소로 인한 난방 효율 문제, 그을음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러니 나무는 바싹 잘 말려야 하는데, 펼쳐 놓고 말리는 건 공간이 많이 필요하니 보통은 사이에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쌓아 말린다는군요. 햇볕보다는 바람이 더 영향을 많이 준답니다. 그러니 적당히 바람이 통하도록 성기게 쌓아서 내내 말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는 처마 밑의 공간에 둔다든지 장작 창고에 빡빡하게 쌓는다든지 하여 겨울을 대비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소설인가에서 겨울을 대비해 잘 말린 좋은 장작을 쌓아 놓은 것을 보고 여주인공이 감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디였을까요. 몽고메리 소설이었던 것 같긴 한데..?


하여간 이 책은 노르웨이에서 장작으로 적절한 수종, 그리고 각각의 나무가 가지는 연료로서의 특질, 그리고 나무를 베고 관리하고 장작으로 자르고, 거기에 사용되는 전기톱을 포함한 여러 도구들의 이야기까지 다룹니다. 또한 장작을 어떻게 쌓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며, 장작 쌓기를 이용한 예술작품(...)까지도 언급합니다.

재미있습니다. 물론 취향에 맞는 사람의 이야기겠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노르웨이는 나무를 열심히 심고 잘 관리하다보니 이런 난방용 나무도 모자라지 않게 생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더군요. 추운 지방이라 나무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고만 할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나무의 자라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오히려 연료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니까요. 무게당 열량을 다루는 것 보고도 감탄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제가 쓰는 소설에서의 에너지 방향을 임업활성화를 통한 목재 난방(....)으로 잡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율적이고, 거기에 마법과 기타 등등의 설정을 덧붙이면 분명 재생가능한 수준으로 나올 겁니다. 흠흠흠.



라르스 뮈팅. 『노르웨이의 나무』,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2017, 15800원.


하드커버에, 책 디자인도 좋습니다. 하기야 열린책들이니까요. 출판사를 믿고 고른 책이었는데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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