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3년. 12년하고 몇 개월. 정확하게는 이번달과 다음달만 넣으면 끊기지 않고 내내 13년 후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5년 1월 5일부터 후원 시작이었고요. 중간에 잠시 일을 쉬는 동안에도 후원 금액을 줄였을뿐 내내 후원은 계속했습니다. 그랬던 유니세프 후원을 오늘부로 멈췄습니다.


이걸 끊었다고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육두문자가 절로 튀어나오는 어떤 사람의 건만 아니었다면, 저는 내내 후원을 계속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 터진 두 번째의 사건 때문에 도저히 후원을 끊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중역으로 근무하는 기관에는 후원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낮. 트위터에서 기사를 보았습니다. 유니세프에서 성희롱 발언을 지속한 관리자가 있었으며, 피해자는 휴직을 할 정도 였답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조사위가 열렸지만 별 것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는 심지어 내부고발자가 퇴직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차마 그 성희롱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적을 수는 없었습니다. 기사를 보시면 더 자세히 나올 겁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 소리를 두고 성희롱이 아니라는 말은 못할 겁니다. 진짜, 쓰는 내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꾹 눌러참고 있으니까요.



제가 분노하는 것은,

저런 인간을 관리자로 그대로 두고, 그 사실을 묵인한 유니세프의 주요 관리자들에게 제 후원금을 포함한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저는 유니세프가 다른 기관들에 비해 높은 직원 복지를 제공하는 걸 나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장려합니다. 좋은 직원 복지와 높은 임금은 유능한 직원들이 해당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동기와 기회를 제공합니다. 유능한 인력은 더 많은 아이들이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도록 기구를 잘 이끌어 나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직원 복지와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옹호합니다. 하지만 조직체계를 무너뜨리는 저런 사람을 그대로 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합니다.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보고요. “그 사람은 막말은 좀 하지만 일은 잘해”라는 말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덜된 인간이 인권보호 단체의 중간 관리자라고요? 인권을 무시하는 인간이?


그런 점에서 제 분노는 12년 넘게 지속한 후원을 끊어 버릴 정도로 하늘을 치솟았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뉴스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후원금을 0으로 설정하는 것이 안되더군요. 그리하여 전화를 걸었고, 후원을 철회하려 한다 말했습니다. 실례되지 않으면 후원 철회 사유를 물어도 될까요라고 말씀하시기에, 뉴스를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바로 알았다고 하시며 지금 내부적으로 보도자료를 준비중이라고 하더니, 지금 올라왔나 어쩌나 모르겠네요.


그 덕에 유니세프 후원금을 대신 국경없는 의사회로 돌리는 걸 고려 중입니다. 원래 후원하고 있던 기관이니 이번 기회에 유니세프 몫까지 주는 것도 생각중입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유니세프의 대응에 따라 다시 후원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국경없는 의사회로 몰 것인가 결정하렵니다.




이번 사태로 유니세프는 연말의 후원 요청 광고 효과를 싸그리 날렸습니다. 그간 여러 유명인들이 나서서 해준 홍보 효과도 싹 날렸습니다. 이번에 후원 끊은 것이 저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대처 잘해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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