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두 마리가 놓여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설. 일본어로 제루부의 언덕이라고 적혀있는데 지난 번 여행에도 들렀던 곳입니다. 솔직히 도로변을 지나다가 꽃이 많이 핀 것을 보고 중간에 들어가 구경하고 나왔지요. 여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입니다. 아마 한국인도 많을 겁니다.

작은 매점과 전망대가 있고, 여기저기 꽃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참 공간은 넓은데 그나마 8월 중순에 라벤더나 해바라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여기인걸 알아서 들렀습니다. 이번 여행은 지난 여행보다 한 주 이르게 갔지만 올해 계절이 평년보다 빨라 그리 효과는 못 봤습니다. 올해 추석이 빠른 걸 보니 참. 게다가 아직 8월인데 벌써 아침 바람이 선선하잖아요!


살짝 검색해보니 근처 마을 청년들이 조성한 꽃밭이랍니다. 근데 이거 면적도 엄청난데다가 가꾸는데 손도 엄청 많이 갔겠다 싶더군요. 대신 꽃 구경은 실컷 했습니다.'ㅂ'




제루부의 언덕 오른쪽 편에는 저렇게 해바라기밭이 가득합니다. 기름용인가라며 아버지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

하지만 전 해바라기를 아주 좋아하진 않습니다. 『버드보이』에서도 해바라기 밭이 꽤 무서운 이미지로 등장하죠. 게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얽힌 어떤 괴담도 하나 있습니다.

아마도 80-90년대 어드메. 시기로 추정컨데 90년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기고하는 어떤 사진작가는 동유럽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넓은 들판을 달리던 도중, 아주 화사하게 해바라기가 핀 것을 보고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드넓은 해바라기 밭을 잔뜩 찍어 필름을 편집부로 보냅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편집장이 묻습니다. 해바라기밭은 참 좋았다. 거기에 소년이 서 있는 것도 포인트를 줬다라고.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오직 해바라기만 있었을 뿐, 사람은 찍는 사람 외에는 없었습니다.

라는 심령 이야기. 알고 보니 거기에서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던가. 그 이야기를 보고 나니 해바라기밭이 은근 무섭습니다. 무엇보다 해바라기는 대개 키가 크죠. 여기 있는 것은 그래도 작은 편인데, 키큰 해바라기 옆에 서 있으면 주눅이 듭니다. 게다가 숲과는 달리 빽빽해서 안에 들어갔다가는 나오기 어렵 ...
(실제 러시아의 밭이나 습지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그런 것이 있습니다.ㄱ-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나오지 못해서 결국 굶어 죽었다능..;)


공포특집을 꺼내는 건 오늘 아침에 북스피어 들어갔다가 괴담 이야기를 보아서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잊지 말고 『피리술사』 사야지요.




해바라기밭에서 뒤로 돌면 저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주차장은 오른쪽 길로 내려가 언덕 아래에 있습니다. 즉, 사진찍은 곳은 언덕 위라는 이야기입니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것도 다 꽃밭. 그리고 11시 방향에는 잔디밭이 펼쳐집니다.




뜬금없는 나무 사진.




이 나무 잎인데, 홋카이도 여행 내내 아버지께 저게 무슨 나무, 무슨 나무라고 이름을 들었는데 그 새 홀랑 잊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딱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이는군요. 이게 뭐더라.=ㅁ=

왼쪽편은 연못인데 개구리밥이 잔뜩 깔려서 마치 잔디처럼 보입니다. 오른쪽의 노란 꽃은 해바라기. 키가 이렇게 작으면 덜 부담스럽습니다.




드넓은 초지인데 날이 흐리다보니 사진도 어둡습니다. 길가에 있어 찾기도 쉽고 한 번 둘러보기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피크닉 기분은 내지 맙시다. 여기는 야생지. 언제 렙토스피라와 쓰쓰가무시병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어머니가 부르십니다. 열매가 달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거 올리브 아니냐고요. 엉?




이런 열매.
올리브는 절임으로만 보아서 이게 정말 올리브인지는 모릅니다. 어머니도 같은 모양이라 올리브가 아니냐 추측하는 것뿐이고요. 진실은 저 너머. 근데 이렇게 추운 곳에서도 올리브가 자라나요?




나무 줄기를 봐도 이게 올리브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옆의 출입금지는 이 안쪽에 있는 궤도(...)에 들어가지 말란 겁니다. 이쪽도 작은 4륜구동 오토바이가 달리는 길이 있거든요. 이 당시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주차장 가까이 보이는 한 나무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두 나무로군요.




설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아니라.

해석하자면 주목 안에 마가목이 자라서, 마치 주목이 마가목을 품어 키워낸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는 겁니다. 마가목은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는다는데, 덕분에 주목에 빨간 열매가 달린 것 같이 보이더군요. 날이 흐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매가 달려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으로 다시 돌아가 보시면 나무 두 그루가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 것이 보이죠? 굵은 것이 주목, 얇은 것이 마가목입니다.




솔직히 여기가 제루부의 언덕이라는 것도 지금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꽃밭.(...) 차를 타고 근처를 지난다면 한 번 들러보아도 좋을 겁니다. 무엇보다 언덕에 올라서 다이세츠산(大雪山) 쪽을 바라보았을 때의 풍경은, 사진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거든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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