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T님이 소포 하나를 보내셨습니다. 책에 대한 답례로 간식을 보내셨다길래, 덥석 받아다 방에다 가져놓고 해체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상자를 열자마자 보이는 건 다이제스티브. 다이제가 아니라 다이제스티브입니다. 그러니까 미제..-ㅠ-




완충재를 풀어 보니 그 안에는 지퍼백 두 개가 있습니다. 얼핏 봐도 티푸드로군요. 그것도 합정 라보엠입니다. 합정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쪽 어드메(링크)에 있는데, 영업시간이 제가 평소 이쪽 다니는 시간하고 안 맞습니다. 월요일 영업을 안하거든요.;ㅅ; 언제 한 번 가서 왕창 쓸어오고 싶은데, 아무래도 T님과 약속 잡고 다녀오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지금 업무의 파도가 연속으로 몰려 오고 있어서 평일도 그렇고, 주말은 집에서 뻗어있기 바쁘거든요.;




산딸기랑 히비스커스, 레몬 티백 거기에 애들용 티백(어?) 미니 파운드랑 스노볼, 초콜릿버터커키랑 버터쿠키.

당장 뜯어서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냥 커피를 곁들이기에는 아깝습니다. 고이 대접해야할 그런 간식이란 이야기지요.-ㅠ- 티백이랑 다이제는 다른 곳에 모셔 놓고, 과자들은 베란다에 몰래 숨겨두었다가 토요일에 꺼내들었습니다. 이걸 아버지 눈에 띄는 데다가 내두었다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 말입니다. 괜찮아요. 아버지는 요즘 산책 나가셔서 나폴레옹의 빵을 하나 둘 들고 오시거든요. 하지만 이런 과자는 놔두면 '달다'거나 '기름지다'고 불평하시면서 홀랑 다 드실 겁니다.
(갑자기 정원사님의 아버님 이야기가 오버랩 되는데..ㄱ-;)




티타임에는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함께 합니다. 그리고 하빌랜드의 판타지아 앵무새 접시도요. 가끔 하빌랜드에 접시 구경하러 가면, 제가 가지고 있는 접시가 빨강앵무 접시인지 노랑앵무 접시인지 헷갈립니다. 자주 써야 덜 헷갈리는데 자주 꺼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요. 그렇다고 어머니 보시는 앞에서 꺼내 쓸 용기는 없습니다. 하하하하;ㅂ;

티푸드에는 밀크티가 제격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암하는 그 밀크티. 트와이닝 얼그레이로 만든 겁니다. 괴식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일반 밀크티가 맹하게 느껴집니다.-ㅠ-;




가장 위쪽에 보이는 흰색 뭉텅이는 정자역 안데르센 과자점의 블루베리 엔젤케이크입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지요.
앞쪽의 흰색 공이 스노볼, 그 옆이 버터 쿠키와 초콜릿쿠키, 그리고 미니 파운드 케이크입니다. 포장도 그렇고 딱 티타임에 꺼내서 하나씩 즐기기 좋습니다. 이걸 받고 보니 3단 티테이블에, 맨 위에는 블루베리 엔젤케이크를 올리고 그 아래 여기 있는 과자를 올리고, 맨 아래에 샌드위치를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게으름이 문제지요. 그보다 더 문제는 3단 트레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보관할 장소도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세이버 릴리를 버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ㅂ-; 역시 선택의 문제인거죠. 얼마나 짐을 이고 살 것인가, 어디까지 버리고 어디까지 껴안고 살 것인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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