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도중에 마음을 움직일 정도의 식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겁니다. 특히 제 여행은 주로 간식류 식도락 기행이기 때문에 본식은 대강 때우고 말거나 간식이 주식이 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니 마음을 움직이는 본식을 만나기란 더없이 어렵습니다.

이 포스트는 요코하마 모토마치에서 먹은 식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마음을 움직이는 식사였는가에 대해서는 이날 있었던 삽질을 읽지 않으면 안되지만, 상당히 투정을 부리는 내용이라 접어둡니다. 읽고 나면 기분 저하가 우려되니 잘 선택하시고; 그냥 아래의 음식 포스트만 보셔도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어렵게 결정해 들어간 이 가게이름은 浪漫館橫浜(ROMANKAN YOKOHAMA) 元町(모토마치)본점입니다. 1층에서는 두꺼운 돈카츠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간단히 메뉴를 적어두었습니다. 가격대가 높아 들어가는 것을 한 번에 결정하기는 어려웠지요. 밥이 먹고 싶다는 G의 요구에 거의 강요하다시피 들어간 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가격만 빼면.;)

G가 시킨 것은 히레카츠 세트. 하지만 일반 세트가 아니라 煮御膳이라 붙어 있더군요. 국물요리에 가깝습니다. 가츠나베는 아니지만 그 즈음? 저는 밥보다는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서 디저트가 딸려 나오는 수제 돈카츠 샌드위치를 주문했습니다. 히레카츠煮御膳이 1450엔, 샌드위치 세트가 1200엔. 거기에 세금은 별도입니다. 가격은 높지요.
하지만 나온 음식들은 납득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시킨 샌드위치 세트에는 이렇게 토마토 샐러드가 딸려 나왔습니다. 소스는 약간 걸쭉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소스. 토마토를 갈아서 거기에 타바스코 소스를 넣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콤하고 토마토의 단맛이 살아 있는 데다 매콤한 소스까지 곁들여지니 입맛이 확 돌더군요. 공복도 시간이 지나면 입맛이 없어지는데 이 샐러드로 뭔가 음식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히레카츠 세트도 간단한 샐러드가 따라나왔습니다.

이쪽이 히레카츠煮御膳. 가츠나베 비슷하게 국물 소스가 끼얹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절임음식과 미소시루, 밥이 나오더군요.

양파와 감자와 당근. 같이 들어간 야채들도 국물을 듬뿍 빨아들여서 맛있습니다. 양파는 완전히 익은 것이 아니라 아삭아삭한 씹는 맛이 있고요. 그리고 히레가스도 고기도 두껍게, 금방 만들어 튀긴데다 젓가락으로도 쉽게 잘립니다. 국물이 들어가니 촉촉한 껍질과 두꺼운 고기와 가츠오부시가 들어간 짭짤한 국물맛이 한데 어우러져서......
(이제 그만~)

밥과,

미소시루. 밥이 적어보이지만 히레가스 양이 꽤 되기 때문에 양이 많은 편이라 생각한 G도 버겁다더군요.

샌드위치 세트. 딸려나오는 음료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커피를 시키지요.

감자입니다. 저는 맥도널드의 스틱형 감자보다는 모스버거나 프레시니스의 웨지감자(맞습니까?)를 더 좋아합니다. 파근파근한 감자맛이 좋아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감자는 친구 B네 집에서 먹는 슬라이스해서 오븐에 구운 감자. 자연스러운 짠맛이 돌아서 아무런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더군요.

빵은 식빵입니다. 그냥 흰빵. 거기에 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두꺼운 돈가스가 들어있습니다. 소스도 뿌려져 있는데 가츠오부시와 간장과 기타 양념을 더한 소스 같군요. 촉촉한 것이 맛있습니다. 다만 먹다보면 빵이 소스에 푹 젖어서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단점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으니 상관없어요. 음음.

샌드위치 세트에 딸려나온 디저트입니다. 디저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략 290엔 정도의 가격차이가 납니다. 저는 디저트가 딸린 세트를 시켰지요. 샌드위치가 있던 바구니를 치워가고 이렇게 그릇을 들고오는데 오른쪽은 커피젤리, 왼쪽은 가토쇼콜라입니다.

가토쇼콜라에는 생크림이 딸려 나옵니다. 여기에 초코 시럽이 뿌려졌군요.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감동했습니다. 정말로 진한 초콜릿 케이크. 스폰지 타입이 아니라, 정말 단단하게 굳은(브라우니와도 비슷할까요? 하지만 그보다 뻑뻑합니다) 초콜릿 질감의 케이크입니다. 거기에 견과류도 들어가 있군요.

커피젤리 컵에 들어간 소스는 팥입니다. 달콤한 팥소스와 쓴 커피젤리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이런 궁합도 좋군요!
(이렇게 쓰고 보니 작년의 괴식, 에스프레소 젠자이가 떠오릅니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더한 감동을 받나봅니다. 배고파서 그냥 적당히 때우려고 가격이 비싼 것을 감수하고 들어갔는데 가격에 상당하는 멋진 음식들이 나왔을 때는-그것도 들어간 곳이 꽤 유명한 쇼핑 관광지였을 때-감히 마음을 움직이는 음식이라고 할만합니다. 비유해 말하자면, 삼청동에서 삽질하다가 인사동에 내려와서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 되어 비싸든 말든 신경 안쓰고 들어갔는데 굉장히 맛있고 정갈한 음식들이 나왔을 때 일까요? (엉뚱하군요;;;)
나중에라도 모토마치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때는 돈가스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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