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지적할 사람이 없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번 여행은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지요. 여행 계획은 없었고, 그래서 그 며칠 전에 끄적댄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하며 그날 그날의 일정을 정했습니다. 첫째날은 그래서 나라에 들러 푸딩을 사가지고는 숙소에 체크인하고, 교토역 남서쪽에 있는 이온몰에 가서 무인양품 대형 매장의 이런 저런 물품을 구해왔습니다. 이온몰은 이번 여행에거 가장 자주 간 장소이기도 하네요. 여행 기간 동안 총 세 번 갔으니 말입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더 그랬나봅니다.

하여간.
여행 둘째날, 아침 8시쯤 출발해 오전 11시에 쿄 키나나에 도착하기까지는 참으로 험난한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건 그 다음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요.

여행 셋째 날의 사진은 특별히 없으니 그쪽부터 풀어 봅니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부터 고베의 라미(l'ami)에 갈지 말지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일정이 짧아 멀리 가는 것은 번거로우니, 그냥 교토 내에서 오무라이스를 먹자 싶었지요. 하지만 속이 편치 않아서 첫째날과 둘째날은 넘기고, 셋째날 점심 때 시조 가와라마치에 있다가 문득 그 근처 어드메에 오무라이스 집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로 키치키치 오무라이스라는 집을 다시 검색했지요.
그런데....
영업시간이 오후 5시부터라는 것을 확인. 아놔.;ㅂ;
그리하여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엉뚱하게 핫케이크를 먹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대처가 빨랐던 것은 전날에 있었던 바보짓의 영향이 컸지요.


전날에는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에 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게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그러니 8시 넘어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빙글 돌아, 은각사 앞에 내려 철학자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얼추 맞겠다 싶었습니다. 9시쯤에 버스 타면 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고 17번 버스를 타면 은각사 앞에 내리겠다 생각하여, 전날 사두었던 버스 1일권으로 205번 버스를 타고 교토역에 갑니다. 숙소의 문제 때문에 버스를 타는 쪽이 마음 편하겠더군요. 이건 그 다음에 쓰겠습니다. 그래서 205를 타고 버스를 내렸는데, 내린 곳에 바로 17번 버스가 있었습니다. 평소 타는 버스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지만 뭐, 17번이니까요. 그리고 종점이 大原랍니다. 흐음. 오오하라. 어디선가 들어본 지명인데.

그리하여 버스를 타고 그 안에서 일기를 끄적입니다. 익숙한 지명들을 지나쳐 주우우욱 버스가 북쪽으로 향합니다. 근데 이미 시모가모 신사가 있는 삼각주를 지납니다. 응? 이거 데마치 야나기에서 틀어서 은각사까지 가지 않나? 뭔가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이 버스를 덥석 탑승했던 것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교토 여행자로 추정되는 일본인 아줌마 때문이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이 앉아 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버스는 산길을 달려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아... 이건 왠지 기후네의 분위기야....;ㅁ; 이미 시라카와 대도 넘었고 북쪽 거리도 다 지났어.;ㅁ;
나중에 돌아올 때 보니까 제가 내렸던 곳은 교토 북동쪽의 노면전차 종점보다도 훨씬 위더군요.

하여간 산길을 지나 돌아 구비구비 들어가는데, 산세가 굉장히 깊고 험합니다. 강원도의 여러 산길도 자주 다녀보았지만 여기의 산세가 더 무섭습니다. 산이 무섭게 보이는 것은 산경사도가 45도를 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무 자체가 크고 짙고 울창한 것이 더 큽니다. 산색은 강원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짙으며, 나무도 훨씬 크고 무섭습니다. 그런 공포감이 기후네 신사를 포함한 그 주변에 대한 경외심을 만든 건가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 올라가다가, 요금이 520엔을 돌파하는 시점에서 포기합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사람이 내릴 때 따라 내렸습니다. 거기가 어딘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하나(花) 뭐시기라는 정류장이었지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길은 무슨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인듯 합니다.




뒤돌아서 한 장.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저 산이 굉장히 깊고 무섭더군요. 해가 굉장히 일찍 지겠다 싶었습니다. 산골짝이니까요.




그리고 그 옆에는 이런 계곡도 있습니다. 여기 혹시 강원도 인제? 강원도 화천?




길 건너편은 여관인지, 아니면 즈케모노 집인지 알 수 없는 건물이 있네요.




버스를 기다린다며 일단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일기에 상황 보고 쓰다가 찍은 사진. 아까 보았던 산을 등 뒤로 놓고 앉아 있는데, 앞쪽 산도 상당히 무섭게 느껴집니다. 하하하..


그래서 오오하라가 어디냐 하면, 교토 북쪽 어드메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M님도 기억하시던데 『때때로 교토』에 교토 외곽 지역 중에서 시골 분위기 나는 곳으로 갈만하다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탄 17번 버스는 교토 시내 버스가 아니라 시외버스였던 겁니다. 당연히 종일권은 해당이 안되니, 현금을 따로 내야했지요.
현금 520원 내고, 길 건너편에서 1시간에 세 대 있는 버스를 잡아타고는 데마치 야나기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102번 버스를 타고 긴린샤코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요지야 카페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그리고 저는 ....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 정기휴일은 화요일이란 걸 몰랐습니다.
영업시간만 확인했지 휴일은 확인하지 않았군요. 하하하하하하하.................;ㅂ;



여행을 혼자 하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좌절감은 배가 됩니다. 흑.;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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