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브란슈까지 한 번에 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다 올립니다. 이번 글은 둘째날부터 셋째날 점심 즈음까지입니다.

벌꿀집 도라토까지 들러보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다시 기온 카와라마치로 내려옵니다. 목표는 오전에 가려다가 못간 교토 BAL. 무지 대형매장과 준쿠도를 가려는 것이었지요. 교토에서 자주 찾는 서점인 준쿠도는 교토 BAL과 시조에 있습니다. 저는 주로 교토 BAL의 매장을 가는데, 규모 자체나 이용객은 시조 쪽이 훨씬 많나봅니다. 하기야 유동인구도 그쪽이 더 많으니까요.'ㅂ' 그러고 보니 기노쿠니야도 근처에 있다던데, 안쪽 블럭에 있어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그리고는 G의 요청으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카페에 들릅니다. 지난 교토여행에서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오타후쿠 커피에 갔지요. 금연 카페가 아닌지라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었지만 약간 거슬리는 정도였습니다.



밀크커피 한 잔을 시켜 홀짝 거리며 30분 남짓 쉰 다음 다시 움직입니다. 이번에는 저녁 거리와 다음날 아침거리를 사기 위해서였지요.

이 다음 사진이 없는 건 니시키시장과 다이마루에 들러 그렇습니다. 니시키시장에서는 아침거리를 구입하고, 다이마루에서는 예전에 英君님 이글루에서 보았던 특이한 음식을 찾으러 갔지요. 간단히 소개하면 인스턴트(!) 국물요리입니다. 不室屋(후무로야, 홈페이지 링크)에서 만드는 것인데 자세한 내용은 英君님 이글루 글을 참고하세요. (일본 국물요리 선물세트)
이 글을 보고는 바로 검색 시작해서 찾아보니, 본점은 가나자와에 있지만 간사이 지방에서도 몇몇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팝니다. 교토에서는 다이마루에 매장이 있더군요. 그 때문에 다이마루까지 찾아갔는데, 플로어 안내도를 미리 챙겨가지 않은 덕에 한참을 헤맸습니다. 건어물이랑 같이 있더군요.; 매장 사진은 찍어 놓지 않았으니 패스. 저야 요즘엔 국물을 거의 먹지 않으니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지만 G는 꽤 재미있어 하더랍니다. 밀기울로 만든 것이라는데 그래서인지 국물도 상당히 걸죽합니다.

하여간 그걸 사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오타후쿠 커피에 들어간게 15시 반 정도, 니시키 시장과 다이마루 쇼핑까지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니 5시가 넘었습니다. 조금 일찍 들어가 쉬려 했더니 그렇게 안되네요. 거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숙소에 돌아갑니다.;




이것이 니시키시장과 다이마루에서 사온 그날의 저녁입니다.

사진 아래쪽의 삼각김밥은 니시키시장의 유명한 쌀집에서 사왔는데 진짜 맛있습니다. 쌀자체만으로도 맛있는데 간도 적당하고 밥알도 고슬고슬하니 비싼값을 하더군요. 비싸다고는 해도 개당 190엔 남짓이니 허용범위 안입니다. 특히 양념해서 만든 삼각김밥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도시락 등에서 종종 나오는 비슷한 밥은 제입엔 짰지만 이건 괜찮더라고요.-ㅠ- 밥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그 뒤에 있는 어묵 세 종류과 달걀말이는 역시 간간하고..-ㅠ-; 그래도 반찬으로 먹으면 괜찮습니다.

투명 포장용기에 담긴 두 종류는 다이마루에서 사온 닭고기 튀김이랑 마카로니 샐러드입니다. 백화점에서 무게로 달아파는 것이라 가격은 꽤 나갔는데 그냥 저냥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닭튀김은 짜군요.;ㅠ;

가운데 있는 것이 앞서 말한 후무로야의 국물요리입니다. 모나카 비슷한 것에 구멍을 내고 뜨거운 물을 붓는 건데, 제 입엔 역시 간간했지만 뜨끈하고 걸죽한 국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오거나 날씨 쌀쌀할 때 몸 데우는 용으로 마시면 딱이더라고요. 게다가 낱개 포장이 굉장히 작아서 책상 서랍에 하나 넣어두었다가 사무실에서 컵라면 대신 먹기에 좋겠더랍니다.


물론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먹었지요.





다음날 아침, 히가시혼간지쪽 길을 따라 걸어 교토역까지 갑니다. 교토역 근처에 있다고 사노님이 가르쳐주신 마트가 궁금했거든요. 하치죠 주변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미리 탐색을 하러 간 거였습니다. 근데 저 일본어 문구를 영어로 'Now, life is living you.'라고 써두었던데 이건 뭔가 안 맞는 것 같다아아..?




히가시혼간지 담벼락 아래에는 수로가 있는데, 여기도 연이 꽤 있습니다. 이쪽은 남쪽 담아래 수로고,




북쪽담 아래에는 수련이 있습니다. 연과 수련의 차이는 잎이 물에 찰싹 달라붙어 있나 아닌가지요. 개구리가 살포시 앉아 있는 건 수련쪽.-ㅁ-/


저녁 먹고 남은 것으로 아침을 챙겨먹고, 설렁설렁 길을 나섭니다. 오늘의 목표는 여행 선물 구입과 마르브란슈 기타야마 본점, 케이분샤입니다. 교토역 하치죠 출구 주변에 마트도 있고 여행 선물 파는 곳도 있어 일단 거기를 먼저 가기로 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잠시 이노다 커피를 찾아가기로 하지요. 근데 이노타 커피 포르타점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한참을 헤매다 보니, 교토역과 이어진 포르타(Porta) 동편 아래쪽에 있습니다.=ㅅ=



아래의 지도에서 보면 오른쪽 윗부분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있지요. 거기가 이노다 커피입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헤매다가 8시 반 넘어서 도착합니다.




G가 우유랑 설탕이 필요 없다는 말에 블랙을 시켰지만, 이노다 커피는 우유랑 설탕이 있는 쪽이 맛있는데 말이죠.-ㅠ-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아라비아의 진주, G는 콜롬비아. 커피를 마시고는 9시 즈음 맞춰서 하치죠 출구의 마트, Harves로 갑니다.

가서 친구들에게 뿌린다는 이런 저런 과자를 사고, 후시미 월계관의 일본주를 사고(역시 친구 선물).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나서 교토 역 북쪽의 교토 명과 판매점에 가서는 역시 친구 선물을 왕창 삽니다. G는 이번 여행 때 이리저리 챙겨줄 친구 선물을 잔뜩 구입하던데, 그 구입비용이 전체 사용 비용의 20% 이상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_-; 챙겨준 사람만 30명은 족히 되겠지요. 직장 동료, 아는 언니, 친구, 가끔 만나는 친구 등등. 저는 그냥 다 눈을 돌리고 여행 선물은 거의 안샀습니다. 다음 여행부터는 여행 선물 줄 사람이 한 명 더 줄어들테니 좋군요.


쇼핑을 끝내놓고 나니 짐이 많습니다. G에게는 짐을 가져다가 숙소에 갖다 놓으라 하고 저는 교토역에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부터 고행의 시작.ㄱ-;


은각사 쪽은 두 번 가봤지만 그리 멀다 느낀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타야마쪽도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게다가 근처까지 가는 버스는 그래도 종종 있지만, 기타야마를 도는 北8번 버스는 한 시간에 두 대만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40분 이상 북쪽으로 올라가서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버스를 타려면 20분 이상 기다려야합니다. 테더링한 아이패드로 지도를 확인하니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빠르겠네요. 날은 뜨겁지만 그냥 걷자 싶어서 종종 걸음으로 교토부립식물원 북쪽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제 나오나 싶어 한참 기다려 나온 마르브란슈.(홈페이지 링크)

여기는 제이님의 포스팅을 보고 궁금해서 가보겠다 생각했습니다. 월요일 오전,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 때라 그런지 매장 안쪽에 만들어둔 살롱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뭘 주문할까 고민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된 케이크는 이번이 처음이라 조금 폭주했습니다.-ㅠ-




조명이 노랑노랑이라 사진도 그렇습니다. 주문 하고 나니 저렇게 차려주네요.'ㅂ'





그리고 도착. G는 본점에서만 주문 가능한 밀피유 세트를 주문했고, 저는 술이 들어가지 않은 몽블랑과 역시 본점 한정 유정란(...) 딸기 쇼트 케이크. 홍차는 얼그레이, G는 밀크티입니다.




몽블랑의 밤크림을 저렇게 짜놓은 걸 보니 라면 면발이나 아니면 腦가 연상되지만 거기까지만 하고 넘어갑니다. 몽블랑을 주문하니 양주 들어간 것과 아닌 것 중 어느 것으로 하냐 묻는데, 안 들어간 것을 골랐습니다. 술이 들어간 쪽은 밤크림이 더 갈색이 돌고, 이쪽은 밝은 노랑입니다. 상당히 특이한 몽블랑인게, 안에 고구마 무스가 들어 있습니다. 고구마 무스와 밤크림 사이에는 크림으로 채웠고요. 이야. 맛있다.-ㅠ- 고구마도 밤도 둘다 좋아하는데 둘이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크림도 맛있어요!
쇼트케이크는 상상할 수 있는 딱 그런 맛인데, 유정란을 써서 만들었다더니 케이크시트가 카스텔라에 가깝게 묵직하고 조금은 쫀득한 느낌입니다. 부드럽고 폭신한 스폰지 시트와는 다르더군요. 거기에 딸기와 크림의 조합이니 맛이 없을리 없지요. 다만 딸기가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조금 질긴 느낌이 듭니다.(먼산)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거예요.




제쪽에서 찍은 G의 메뉴. 등짝만 보이길래 G에게 찍어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G가 찍은 캐러멜 몽블랑 밀피유. 과자 같아 보이지만 그냥 과자는 아니고, 파이 같은 느낌의 시트입니다. 타르트와 파이의 중간쯤? 그리고 아래 있는 크림 같아 보이는 건 단밤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니 딱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인 셈이지요. 그 위에 밤크림을 올리고 다시 시트를 하나 올리고. 그리고 왼쪽에 보이는 것은 양주가 들어간 밤크림입니다. 속에는 단밤이 들었는데, 한입 먹어보고는 술이 들어갔다는 걸 납득했습니다. 이야. 먹는 순간 술이 확 올라오네요.; 저는 들어가지 않은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ㅠ/




그리고는 이게 점심.-ㅁ-;
평소에는 차랑 간식을 함께 먹는 일이 드문데, 여기서는 같이 먹었더니 배가 빵빵합니다. 게다가 날이 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위도 잘 안 움직이네요.


그리고 다음 글은 케이분샤. 여행기도 슬슬 끝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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