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토세공항에서 만난 카스테라랑 푸딩은 여행 마지막날 제대로 방점을 찍어주었습니다. 거기에 그날 아침 마신 스타벅스 카페라떼까지 포함한다면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했다고 자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핫핫핫; 그리고 카스테라와 푸딩은, 다음 여행 때 제 1순위로 다시 챙겨먹을 것이기도 합니다. 신치토세공항으로 들어간다면 2층에 잠깐 들러 사들고 움직이면 되니까요.

단, 위의 '극상'이라는 칭호는 제 입에 아주 잘 맞았다는 의미이지 다른 사람 입에도 잘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ㅁ-/


첫날 신치토세공항으로 입국하고, 스타벅스 매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 일행들의 시선은 모두 건너편에 있는 유리 안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매장의 부엌을 유리로 해두어 카스테라가 구워지는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었거든요. 커다란 업소용 오븐에서 커다란 카스테라 틀이 나오고, 거기에서 4절지 만한 크기의 카스테라가 꺼내 가장자리의 종이를 벗겨내는 모습은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더랍니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지요.

그러다가 마지막 날, 다시 3층에 올라왔을 때 그 카스테라를 사갈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선 청사 2층에서 뱅글 뱅글 돌며 쇼핑을 하다가 국제선 청사로 넘어가기 전이었지요. 근데 며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휙 들어옵니다. 매장 한 켠의 바와 의자, 그리고 이런 것이 말입니다.



"카페에서 드셔보세요. 홋카이도우유카스테라 + 우유 or 커피 500엔"
사진의 자태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ㅁ-; 그리하여 그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갑니다.




사진 정리를 잘못했지만 다시 하긴 번거로울 뿐이고.; 어지럽지만 내용만 확인하면 되니 그냥 올립니다. 거기에는 이런 자판기가 있어서 동전을 넣고 티켓을 뽑을 수 있습니다. 우유냐 커피냐, 그것도 찬 거냐 따뜻한 거냐를 고르면 됩니다. 단 커피는 아이스 없이 뜨거운 것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차가운 우유와 카스테라 세트. 500엔입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앉습니다. 바 의자 뒤에는 가방을 넣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캐리어와 가방은 거기에 두고 사진기와 수첩을 꺼내 들어 앉았지요.

우유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카스테라가 나옵니다.




크림이 유리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을 빼면 사진과 동일합니다. 차가운 우유와 생크림,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카스테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조명 때문에 좀 노랗게 보이지만 우선 우유부터 한 모금 마십니다.


헉!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 마신 우유 중 가장 맛있습니다. 어헉;ㅂ; 왜 이런 우유를 진작 못 마신거지! 왜! 차가운 우유가 달달하면서도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아주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우유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리고 카스테라는 한 조각 입에 넣은 순간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인데, 그 때만 해도 집에서 카스테라든 빵이든 구워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지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가장 맛있는 간식은 찐빵이었습니다. 콩을 삶아 밀가루 반죽에 넣고, 부풀리는 것은 베이킹파우더-소다였을지도-로 한 간식입니다. 그럴진대 이웃집에서 딱 한 조각 얻어 먹은 달걀빵은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달걀 좋아하는 것은 다를바 없네요. 하여간 이 카스테라는 그런 옛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달걀빵 맛이 나는 카스테라입니다. 고급버전이라는 게 다를 뿐이지요. 밀도가 높은 편이지만 나가사키 카스테라처럼 입자가 굵지는 않고, 그렇다고 또 가늘지도 않습니다. 거기에 폭신폭신하고 맛있는 달걀향이 감돕니다. 이름은 우유 카스테라지만 저는 달걀카스테라라고 먼저 생각했지요.




벽에는 이런 것이 걸려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희망봉을 지나, 나가사키를 거쳐 홋카이도까지 오는 카스테라의 여정. 사망에는 밀과 달걀과 우유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 눈치챕니다. 헉! 이거 츠지구치였어?




네.; 츠지구치 히로노부의 카스테라 집이었습니다.-ㅁ-; 그것도 2011년 7월에 막 문을 연 곳이네요.

한 상자에 1200엔이었나요. 사들고 와서 G에게 한 조각 잘라줬더니 옛날 달걀빵 맛, 혹은 집에서 만든 카스테라맛이라고 합니다. 전 이런 맛을 좋아해요.-ㅠ-



카스테라를 맛있게 먹고 국제선 출국장쪽으로 와서는 혼자 노닥거립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사람도 없고, 뒹굴거리기에 좋습니다. 그 김에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기 직전에 구입한 푸딩을 꺼냅니다.




키노토야(http://www.kinotoya.com/)의 우유푸딩. 극상 우유푸딩이라는 말에 휙 낚이긴 했는데.




그보다는 패키지가 사람을 홀렸지요. 옛날 우유병 모양 그대로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에, 하나는 캐리어에 넣는 위험을 감수하고 챙겼습니다. 포장은 일단 이렇게 받았고, 나중에 캐리어에 넣을 때는 치즈무스를 구입할 때 받았던 은박 포장으로 둘러 쌌습니다.




크기는 대강 이정도입니다.

씰을 벗기고 뚜껑을 열면,


흰 속살이 보입니다. 우유푸딩이라더니 생각보다 덜 노랗군요.




숟가락으로 뜨면 이런 느낌입니다. 바닥에는 쌉쌀한 캐러멜 소스가 있고요.


근데 말입니다.; 이거 굉장히 맛있어요. 제목에도 극상이라 달았고, 푸딩 이름도 극상 우유 푸딩이지만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부드러운 푸딩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단단한 푸딩은 가장 취향의 레시피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걸 먹는 순간 두 손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푸딩도 이렇게 느끼하지 않고 우유맛 듬뿍나며 맛있다는 말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 수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먹으면서 사길 잘했다, 하나 더 사서 캐리어에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사온 푸딩은 그날 저녁 G가 먹었습니다. 애초에 부드러운 푸딩은 딱히 제 취향이 아님에도, 개당 420엔이라는 고가를 지불하며 산 건 G에게 주기 위해서였지요. 그 김에 저도 하나 맛보고요.
은박 봉투를 꺼냈을 때, 뚜껑이 밀봉형이 아닌데다 캐리어가 굴러다닌 덕에 캐러멜 소스가 샜지만 그래도 홋카이도에서 온 푸딩이라니까 G가 아무말 없이 먹더군요. 그리고 한 입 먹고 나서는 '헉, 진짜 맛있어'라고 부르짖는 걸 봤습니다. 음하하하하하! 어렵게 싸온 보람이 있네요. 그 옆에 있던 슈크림도 지금은 눈에 선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식으로 당당히 올리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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