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커피는 여러 개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스타벅스였습니다. 무미, 아무맛도 나지 않는 커피를 받아들고 그저 눈물만 머금었던-그리고 몇 개월간 가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하지만 그 몇 개월 뒤 갔던 스타벅스에서는 스타벅스 평균치 이상의 카페라떼를 만나서 다시 가끔 출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부터 쓰는 이 곳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다만 언제 다시 가서 커피를 마실지는 정말로 기약이 없습니다.


11월 초 쯤에 G가 카페 뎀셀브즈의 티라미수를 사다줘서 맛 본 뒤, 커피 맛이 조금 적어서 아쉽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밑에 타르트가 들어간 티라미수였는데 댓글 중에 하나를 보고는 재 방문을 결심했습니다. 그 때는 아예 커피도 마셔보자 생각했습니다.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그리고 꽤 예전의 기사였지만 카페 뎀셀브즈에 바리스타 대회의 입상자가 있다는 글을 보았고,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습니다. 얼핏 들었지만 그게 잠재 의식에 꽤 깊게 있었나봅니다. 커피를 마시러 갔을 때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으니까요.



커피를 주문합니다.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다 티라미수에 카페라떼를 시킵니다. 다른 티라떼를 마실까 하다가 그래도 커피가 괜찮다고 들었으니 한 번 마셔보자는 생각을 한거지요. 주문을 하고는 어떻게 내리는지 궁금해서 커피 만드는 장면을 구경합니다. 스타벅스와는 달리 기계에서 에스프레소 뽑는 모습이나 우유 거품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군요.
에스프레소는 머그에 바로 받습니다. 그리고 우유를 피처에 담고 스팀을 엽니다. 칙하는 소리와 함께 스팀이 피처안에 뿜어져 나옵니다. 보이진 않지만 소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두근두근 기다리는 사이에 스팀을 잠그고 우유피처를 뺀 다음 스팀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머그에 우유를 붓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우유 내려오는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데, 피처 안이 뭔가 이상합니다. 우유가 그냥 내려옵니다. 분명 내려오는 장면은 우유거품 때문에 걸죽해야하는데 그런 느낌이 안듭니다. 어어하는 사이 우유 붓기가 끝납니다. 우유 거품은 전혀 없었고 제가 시킨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만 섞은 것이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인 카페라떼는 위에 우유 거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요. 지금까지 마셔보았던 모든 카페라떼는 다 우유거품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상하다는 감정-일종의 실망감을 안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십니다.
커피를 잘 마시긴 하지만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런게 저는 카페라떼는 무조건 뜨거운 것이 좋다 생각하거든요. 뜨거운 음료를 마셔 버릇하다보니 카페라떼도 뜨거운 것이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카페라떼는 미지근합니다. 아니,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미지근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따뜻하다에서 조금 더 온도가 올라간 정도로 생각할겁니다. 온도는 그렇습니다.
맛은, 그저 씁니다. 씁니다. 씁니다.
우유의 달콤함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커피의 쓴맛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이상의 맛이 나질 않습니다. 차라리 아메리카노를 마실걸 그랬나요. 어쨌건 제 입에 맞지 않는 커피이니 그대로 남깁니다. 딱 세 모금 마시고는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세모금이나마 마실 수 있었던 것은 티라미수를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코코아 가루와 밑의 타르트 때문에 사레에 걸렸거든요. 콜록콜록 댈 때는 역시 음료로 달랠 수 밖에 없습니다.

티라미수는 맛있습니다. 하지만 먹으면서 속으로 화가 났습니다. 지난번에 G가 사온 티라미수와는 상당히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타르트 바로 위에 깔린 스폰지가 작아서 커피맛이 덜 났습니다. 그 때는 크림맛이 강했기 때문에 크림의 느끼함이 강조되었으니까요. 이번에는 그 균형이 꽤 맞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난번의 티라미수에 대한 실망이 더 커졌습니다. 맛있었지만 서글펐달까요.



타르트가 계속 부서지니 먹기 쉽진 않더군요.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 집에서 티라미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조금 가라 앉아 다행입니다. 이러다 또 마스카포네 치즈 싸게파는 것을 보게 되면 홀랑 들고 와서 겨우내 티라미수를 만들겠지요. 지금 티라미수 만드는 것을 제어하는 것은 오직 마스카포네 치즈의 가격과 커피 사러 가야하는 번거로움입니다. 이 둘이 동시에 해결되면 만드는 수 밖에 없지요.^^;

시간되면 카페 루트에 가서 이 서글픔을 달래볼까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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