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아니지만 이것도 홍대 카페기행에 넣겠습니다.

홍대는 빵집이 많지 않았습니다. 과거형인 것은 최근 1년 사이에 디저트 카페뿐만 아니라 빵집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거든요. 카페골목이라 제멋대로 부르는 골목에 미루카레가 생긴 것도 그 1년 사이고, 놀이터 앞 파리바게트도 생긴지 한 달 남짓이고, KFC 맞은편 파리바게트는 최근 카페 파리바게트로 리모델링해서 다시 나왔지요. 물론 리치몬드가 있긴 하지만 여기는 자주 가게 되진 않더라고요.'ㅂ'

하여간 언젠가 보고서는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빵집이 하나 있습니다. 작지만 겉에서 보기에 '난 블랑제리'라고 써붙인 듯한, 전형적인 (프랑스?) 빵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홍대 정문 근처입니다. 홍대 정문을 등지고 서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하나은행이 모퉁이에 있습니다. 그 옆, 카페 네스카페와 스타벅스 홍대갤러리점 사이의 골목으로 걸어가다보면 왼편에 있는 건물에, 한솥도시락 옆에 작은 빵집이 있습니다. 찾기는 굉장히 쉽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게 된 것은 bluexmas님의 글을 읽고 나서 였습니다. 감동을 받았지요. 맛있는 치아바타와 맛있는 바게트라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 날 바로 저녁 때 들러보았습니다.
빵 종류는 굉장히 적습니다. 단빵이나 조리빵에 식빵까지, 다양한 빵을 취급하는 빵집들과는 달리, 여기는 발효빵을 기본으로 해서 손에 꼽을 정도의 빵만 만들어냅니다. 다 기억은 못하지만 치아바타, 흰 바게트, 갈색 바게트, 깜파뉴, 스콘, 올리브빵 정도일겁니다. 아, 브렛첼도 있을겁니다.'ㅂ'
그래도 저를 유혹하기에는 충분한 수이니, 어떤 빵을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깜파뉴를 골랐습니다. 파리바게트에서도 본 적 있고, 언젠가 다른 빵집에서도 사다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어느 빵집인지는 기억나질 않네요. 확실히 먹어본 적은 있는데 말입니다.



적당히 찍은 사진이라 크기가늠이 안되지만 꽤 큽니다. 저거 한 덩이에 7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캄파뉴는 바게트와도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큰 덩어리빵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보다는 오히려 캄파뉴나 시골빵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더군요. 언젠가 신이현의 알자스에서 그 비슷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하루면 딱딱해지는 바게트보다는 오래 묵혀 먹어도 괜찮은 시골빵을 많이 먹는다고 말입니다.

근데 맛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왜냐면, 구입한 날 바로 먹은 것이 아니라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그 며칠 뒤에 썰어 토스트 해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진짜 맛을 보았다고 하긴 어렵지요. 제게는 좀 질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빵의 조직이 식빵정도로 치밀하거나 하진 않아서, 구워 먹으면 입안이 조금 쓸립니다. 이런 덩어리빵이라면 Passion 5의 발효빵(아마 이쪽은 독일식?)이 더 취향입니다.



그 며칠 뒤. 이번에는 치아바타(2300원)와 바게트(3300원)를 사보았습니다. 바게트는 길다란 봉투가 없기 때문에 아예 반으로 잘라드릴까요라고 묻더군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반으로 잘라서 들고 왔습니다. 바게트가 나온 직후였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저 유혹적인 빵냄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바게트의 재료는 이스트에 밀가루, 물, 소금만 들어가고 그 외 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아는데 그것만으로도 저렇게 유혹적일 수 있다니, 정말 두렵습니다. 갓 구워낸 빵냄새는 유혹에 넘어간 사람만이 압니다.(음?)



오븐토스트에 구웠습니다.
밀크티와 달걀프라이와 잼을 준비해놓고 바게트를 뜯었지요. 집에 빵칼이 없다는 것이 이럴 때는 참 슬픕니다. 하지만 먹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손으로 껍질부분을 찢듯이 잡아 당겨 달걀 노른자에 푹 찍어 먹거나 위에 딸기잼을 올려 발라 먹습니다. 후후후. 아주 행복하군요. 행복합니다.



나머지 반토막은 그 다음날 먹었습니다. G도 같이 먹었기 때문에 이번엔 잼이 두 그릇입니다. 제가 먹을 잼에는 모종의 장난을 쳤기 때문에..-ㅠ-



붉게 찍혔는데 갈색 바게트는 겉이 굉장히 단단합니다. 바삭하게 단단하니 단단하다 해도 맛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바게트중 이것과 비슷한 타입이라면 패션파이브의 바게트가 생각나는데요, 그쪽보다는 더 쫄깃하고 더 바삭하고.. 하여간 더 취향에 맞습니다. 다음부터는 패션파이브의 독일빵과 폴앤폴리나의 바게트를 공략해야겠네요.-ㅠ-




G가 치아바타를 먹을 때 곁들인 드레싱입니다. G의 친구가 일본에 다녀오면서 선물로 사다주었답니다. 딘앤델루카의 바질 드레싱입니다.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유 드레싱인데 뚜껑을 여는 순간 바질향이 확 납니다. 작은 플라스틱병에 담았던데 지금은 흔들려서 섞여 있군요. 원래는 발사믹과 올리브유가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강렬한 바질향에 저는 먹을 생각을 못했지요. 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선물용으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하고 싶긴 한데, 저거 사려면 예의 '타운'들까지 가야할테니까요. 거긴 너무 멉니다. 고민은 조금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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