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치노는 생길 때부터 가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곳입니다. 가볼까 싶긴 했는데 밖에서 보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아(?) 발을 못 딛겠더군요. 유럽풍이라고 해야하나. 다른 홍대 카페들과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게다가 그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보니 갈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스타벅스에 가서 3천원짜리 카페라떼 마시고 말지 싶어서 발길을 돌린 것도 여러 번입니다.
그러다 엊그제는 호기심이 이겨서 드디어 들어가보았습니다.



찾기는 굉장히 쉽습니다. 홍대 크리스피크림 길 건너편, 피낭(Penang. 전 페낭이라 읽었습니다;)바로 옆집이 포카치노입니다. 아니, 뭐, 찾아들어간 이유가 어느 분의 치아바타 빵 구입기에 혹해서 갑자기 포카치아가 끌렸다거나 한 것은 딱히 아니고, 평소에도 궁금했는데 체험이라도 해볼까 싶어 들어갔던 겁니다.-ㅁ-;;;

다음 로드뷰로도 조금은 확인하실 수 있지만 아마 직접 보시면 그 분위기를 아실겁니다. 포카치노 입구는 건물을 통해 들어가게 되어 있고 들어가보면 하늘이 뚫린 안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에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 본 건물이 있습니다. 안뜰 쪽에 앉아 있으면 밖이 보이긴 하지만 거리감이 있어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을 때처럼 주변의 시선에 신경은 덜 쓰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도 입구에 가까운 안뜰만 그렇고, 반대편은 입구쪽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늑한 분위기고요. 안뜰을 보고는 인형놀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안뜰쪽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밝은 분위기고 건물 안쪽은 약간 어두운 조명의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들어가 보고는 좀더 일찍 찾아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요.


에스프레소가 3천원, 카페라떼는 4천원 선. 음료는 커피를 중심으로 해서 이것 저것 있습니다. 이름만 보고는 포카치아를 중심 메뉴로 한 빵집이 아닌가 했는데 조금 다릅니다. 메인 메뉴는 파스타. 거기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食빵으로 포카치아가 있고 디저트 메뉴도 몇 가지 있습니다. 포카치아는 2천원부터 시작하니 2천원짜리 시키고 카페라떼 시키면 6천원.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떼와 크로크무슈 먹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포카치아 하나에 카페라떼를 시키면 되겠다 싶었는데 디저트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티라미수가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직사각형의, 커다란 유리그릇(아마도 파이렉스?)에 푹푹 퍼먹는 타입으로! 한 조각에 5500원이더군요.
그래서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티라미수를 선택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메뉴가 나옵니다.

안뜰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저렇게 가져다 주는군요. 카페라떼는 우유 거품을 붓고 휘저은 모양입니다. 크레마와 섞여 재미있는 무늬가 나옵니다. 커피는 스타벅스 톨 사이즈 정도 됩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요.



어, 근데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웬만한 스타벅스보다 맛있습니다.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쓰고 진하지만 달콤한 향이 납니다. 설탕을 토치로 그을린 듯한 냄새입니다. 커피 냄새가 맛있다 싶어 한 모금 마셨는데 진짜 괜찮습니다. 최근 마셨던 카페라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뭐, 저도 제 입맛을 못 믿긴 하지만 정말 괜찮더군요. 저 아래 깔린 종이에 커피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볶아 쓴다고 나와 있는데 믿을만 합니다. 후후후.



그리고 티라미수. 가장자리 조각을 떼어준 것 같은데, 저렇게 층이 나 있습니다. 시트와 크림 비율이 비슷하지요. 그리고 윗부분은 초콜릿을 긁어 올렸으니, 이전에 효자동 카페 고희에서 보았던 컵 티라미수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크림에는 마스카포네 치즈를 썼다는군요.



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좌절했습니다.
딱딱합니다. 얼어 있습니다. 아마 냉동 보관하던 것을 실온에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어쩐지 한 판이 하나도 손 안 댄채 그대로 있더라니. 그릇 가장자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은 크림이 부드럽게 녹아 있지만 저기는 크림을 먹을 때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빵또아(...)를 좋아하니 그것도 나름 괜찮고, 커피 비율도 맞아서 먹으면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굳어 있는 크림이니 100%의 티라미수를 맛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게다가 크림에서 신맛이 납니다. 치즈의 신맛입니다. 마스카포네 치즈는 버터에 가까운 느낌이고 아무 맛 안나니 신맛은 아마도 크림치즈겠지요. 그러니 100% 마스카포네 치즈는 아닌 모양입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썼다고 되어 있지 그것만 썼다는 이야기는 없었고, 재료 가격 따져보면 저 크기에 다른 크림치즈가 아닌 마스카포네 치즈만 써서 만들었을리는 없겠지요.
그래도 나쁘진 않았으니 만족은 합니다. 초콜릿 부분이 제 입맛에는 달기도 하니 티라미수를 찾을 때 저 케이크를 먹지는 않을겁니다. 뭐, 초콜릿+치즈+커피가 동시에 부족할 땐 괜찮은 선택이 되겠지요. 홍대에 있으니 찾기도 좋고요.


다른 것보다 스타벅스보다 커피가 마음에 들었으니 홍대에서 시간 보낼 일이 있으면 종종 가볼겁니다. 치아바타도 있었지만 겉부분이 덜 바삭해보이는군요. 그래도 손바닥 만한 것이 1천원. 그정도면 커피와 함께 시켜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좋습니다. 포카치아도 종류가 많았고요.

다음에 가면 뭘 먹을까요.-ㅠ-

(그러고 보니 생협 모임에도 괜찮겠네요. 식사부터 음료, 디저트까지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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