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혹은 반딧불, 혹은 밤도깨비) 여행으로 다녀오면 아침식사는 두 번 하게 됩니다. 토요일 아침과 일요일 아침을 먹게 되는데 토요일 아침은 G의 희망을 받아 들여 하네다 공항에 있는 수프스톡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는 크루통-아직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말고는 아침에 여는 수프 전문점이 없고, G는 그 크루통도 가본 적이 없으니 수프스톡이란 수프 전문점이 있다는 이야기에 눈을 빛낸 것도 당연합니다. 저나 G나 신기한 음식점에는 약하니까요.

수프스톡에서 아침을 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의 생협 여행에서도 다녀왔으니 분위기가 어떤지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갈만한 가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직접 가보고 맛보고 다음에 안 가는 것이 낫지요.

하네다 공항의 수프스톡은 지하 2층에 있습니다. 모노레일 탑승구 쪽이 아니라 계단을 내려가 케이큐선 개찰구 근처에 스타벅스와 마주보며 있습니다. 오픈 시간은 7시. 저희는 핸드폰을 찾아서 수프스톡에 내려왔지요.
어떤 세트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저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작은 수프만 하나 먹겠다고 했고 G는 수프 작은 것에 빵만 있어도 된다 해서 수프스톡 세트를 시켰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수프 컵 두 개에 빵 하나입니다. 모닝롤과는 조금 다른 타입으로 질긴 질감의 빵인데 수프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저 용량 자체가 스타벅스 톨 사이즈 정도로 꽤 작습니다. 성인 남자에게는 어림도 없는-딱 전채 정도의 양인겁니다.
저 때 저는 위가 별로 좋지 않았고 몸도 지쳐서 신경이 바짝 서 있었는데 고구마 포타쥬를 한 입 먹는 순간 속이 가라 앉는 느낌이 들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생각보다는 묽었지만 한 입 떠 넣는 순간 달콤한 고구마 수프가 몸에 확 퍼지는 느낌이었지요. G가 시켰던 것은 비프 스트로가노프라고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약간 매콤한 토마토 수프입니다. 이것도 그냥 저냥 괜찮았습니다. 위가 좋지 않을 때면 몰라도 허기진 사람에게는 불에 기름 들이 붓는 것처럼 허기를 일깨우는 수준이겠지만 밤새 시달려서 힘들었던 저희에겐 괜찮았습니다. 뭐, 어차피 가볍게 먹어야 그 다음의 스타벅스 메뉴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많이 시키는 것을 피하기도 했지만요. 훗훗.


일요일 아침은 호텔 조식이었습니다. 신주쿠 파크 호텔의 조식은 일식이나 양식으로 나오는데 예전에 갔을 때 꽤 맛있게 먹어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닙니다.

원래는 호텔 1층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 계통의 음식점인데 그래서인지 이런 그림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걸려 있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뒤 쪽에서 조명이 있는 걸로 유추하면 종이가 아닌 다른 곳에 출력해서 걸어 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여간 저 생선이 정말 맛있게 보입니다. 몸이 길쭉한 걸 보면 꽁치일까요? 창꼬치?


메뉴는 이런 식으로 걸려 있습니다. 옆 자리와는 테이블을 공유하고 사이에 저런 가림막만 있습니다. 아래는 뚫려 있고요.


가운데의 양념통 바로 뒤쪽은 옆 테이블입니다. 핫핫;;


탁자 한 쪽에는 사기잔과 차가 담긴 보온병이 있습니다. 제 입맛에는 너무 우려져 쓰더군요. 역시 다음에 호텔을 잡는다면 꼭 방안에 전기포트가 있는 호텔로 할겁니다. 물 먹는 하마인 제겐 내키는 대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좋아요.



음식이 나오길 기다려 잠시 음료수바에 가서 커피를 가져왔는데 그 사이 일식이 등장합니다.



일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밥, 버섯과 미역이 들어간 된장국, 생선 한 조각, 두부, 절임종류의 반찬들, 그리고 가장 왼쪽 위에 있는 낫토.



이전에는 이것보다 먹음직하게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두꺼운 빵을 쓴 샌드위치, 샐러드, 물에 데친 것으로 보이는 소시지 두 개, 삶은 달걀입니다.


이러다 보니 하마마츠쵸 치산의 뷔페식 메뉴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일식도 가능하게 흰 죽에 매실절임과 된장국도 있었고 양식 메뉴도 많고 과일도 가져다 먹을 수 있었던 메뉴 말입니다. 저는 아침이 맛있는 호텔이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주쿠 파크 호텔은 제 기대를 많이 저버렸습니다. 흑흑흑... 위치가 좋다고 하지만-덕분에 토요일 저녁은 신나게 백화점 지하 음식 매장을 돌아다니며 골랐지만;-다음에는 위치를 포기하고 조식을 택할 겁니다.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벌써 다음 여행 계획을 짜고 있군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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