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차가 있었기에 편하게 다녔지, 그렇지 않았다면 축축하게 젖어가는 바짓자락을 붙들고 여기저기 걸어다녀야 했을겁니다. 하지만 차로 다녀도 어딘가 들어갈 자리를 찾는 것은 마찬가지겠지요. 일단 차를 주차할 자리를 찾아놓고 보니 그 앞에 카페가 두 군데 있습니다. 카페지인이었나요? 굉장히 유명하다는 커피집과 바로 그 옆에 붙어 있는 에그타르트 집. 어느 쪽을 들어갈까 하다가 점심을 먹은 뒤임에도 간식이 땡긴다는 생각에 에그타르트 집을 주장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기겁하자 옆에서 듀시스님이 가르쳐주시는군요. 정자동 카페거리의 가격대가 거의 그렇답니다. 가장 싼 음료가 7천원 선. 보통은 8천원 정도합니다. 제가 시킨 것은 에그타르트와 카페라떼의 세트메뉴인데 이게 9500원입니다. 에그타르트의 하나 가격이 1500원을 조금 넘는다고 기억하니-가장 비싼 초콜릿타르트가 2천원이었을겁니다-카페라떼 가격도 8천원은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차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이쪽 카페거리는 주상복합단지의 1층 상가랍니다. 그래서 애들 학교 보내고 나서 아주머니들이 카페거리로 내려와 느긋하게 차를 마시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대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는 일이 없답니다.

원래 생협 모임은 죽치고 눌러 앉아 있는 것이 특기니,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책 무더기는 일부분입니다. 저만한 무더기로 하나가 더 있었다니까요.

에그타르트는 조금 기름기가 많았습니다. 달걀부분은 달걀찜이랄까, 푸딩이랄까, 그렇게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웠지만 아래의 파이부분은 기름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팥타르트를 시키려다가 세트메뉴에는 에그타르트만 가능하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는데, 다음에는 풍문여고 근처의 에그타르트집에 가서 단팥타르트만 따로 먹어야겠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안 먹으면 꼭 이렇게 뒷북을 친다니까요.



비가 와서 날이 음산하니 이 날의 기억이 소록소록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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