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첫비행님 이글루에 트랙백을 걸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갑니다. 양해를..;

첫비행님의 4월 여행 때 지유가오카에서 만났다는 제철채소음식점을 보고, 거기서 홀딱 반해 케이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몽생클레르 맞은편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일요일 점심 때 그 근처를 살짝 헤맸는데 결국 찾은 곳은 몽생클레르 맞은편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참 못미쳐서군요.
몽생클레르 맞은편에는 폴 바셋 지유가오카 점이, 아엔의 맞은편에는 와치필드가 있습니다. 지유가오카 안내 지도에 종종 등장하는 Three Dogs Bakery에서 아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와치필드가 있으니 그걸 기준으로 삼으시면 될겁니다.
(제대로 위치를 알아가지 않아서 같이 헤맸던 샤이님께는 죄송합니다. 흑흑흑;;)

AEN을 앤이라 읽어야 할지 아엔이라 읽어야 할지 아인이라 읽어야할지 난감한데 아엔이 맞답니다. 이름의 유래를 보니 아연을 의미하는 거라는군요. Zn의 아연입니다. 미네랄(미량원소)을 포함한 채소를 주력 음식으로 하고 있어 그렇다는 듯합니다. 설렁설렁 해석을 했으니 그런가 보다 생각해주세요.

전봇대에 씌어진 주소로는 지유가오카 2-8이로군요.

입구에 이렇게 AEN이란 이름이 나와 있고,

건물 옆은 대나무로 가려두었습니다. 이 바로 옆이 지유가오카 공원이랍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많이 모여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1시 쯤 들어갔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분위기군요. 주방에는 요리 둘, 설거지 담당 한 명이 있고 접객과 요리 나르기를 같이 담당하는 매니저와, 아르바이트 둘이 같이 있습니다. 메뉴판 나르랴, 주문 받으랴, 거기에 음식 나르고 음식 접시 치우고 디저트까지 배달하려면 정말, 이 인원으로 가게가 돌아간다는게 신기합니다. 하기야 손님들도 약간의 기다리는 시간은 감내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지요.

제철의 세트메뉴가 2100엔. 거기까지 나가기엔 조금 무리란 생각에 다른 것을 고르다가 본 것이 채소세트입니다. 메뉴 소개에는 미네랄 채소와 제철 채소가 나온다 되어 있는데 이 양쪽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같이 간 샤이님은 흑돼지 커틀릿 세트를 시켰습니다.

세팅은 이렇게. 숟가락은 없고 젓가락만 있습니다. AEN이라 되어 있지요.

젓가락 받침이 호박입니다. 가을이라 그런가요.

채소 세트에는 이렇게 샐러드가 별도로 나오는데 흑돼지쪽은 샐러드가 안나와서 왜 그런가 했더니 그 쪽은 아예 이런 접시 가득 샐러드를 담고 주변에 커틀릿을 놓았습니다.
앞 왼쪽에 보이는 것은 우엉이나 연근으로 추정되는 조림. 뒤쪽은 달달한 감자샐러드. 아래에는 좀더 삭히면 사워크라우트(슈크루트)가 되지 않을까 추측되는 양배추 절임. 그리고 가운데는 새콤한 샐러드 소스를 뿌린 채소들입니다. 약간 시들시들한 느낌이라 아쉽더군요. 아삭한 것이 좋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습니다.

이것이 샤이님의 메뉴. 샐러드 한가득, 그리고 달걀 구이도 있고 두꺼운 돼지고기도 함께 합니다.

밥은 백미와 현미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미로 했지요.

밥과 된장국은 모든 세트에 딸려 나오나봅니다. 건더기도 실한게, 팽이버섯과 유부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국물은 후루룩 마시고 건더기는 젓가락으로 건져먹으면 되지요.

제철의 채소가 어떻게 나오나 했더니 채소 조림(찜?)입니다. 으하~
채소만 가득 있어서 심심하지 않을까 했는데 먹는 동안 계속 감탄하며 즐겁게 먹었습니다. 대파도, 호박도, 가지도, 당근도, 버섯도. 들어 있는 모든 채소가 아주 알맞게 익어서, 어석거리지도 물컹거리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그 딱 알맞은 상태에서 꺼냈을까요. 게다가 짭짤하고 달달한 간장 소스 덕분에 밥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생각하는 지금도 침이 마구 고이는군요. 고기를 먹을까 하다가 선택한 채소지만 고기보다 더 행복한 밥상이었습니다.

에러라고 생각한 것은 메뉴에 딸려 나오는 이 디저트. 치즈무스랍니다. 요구르트 맛이 살짝 감도는 치즈무스였습니다. 달달하기도 하거니와 채소로 깔끔해진 입맛을 뭔가 텁텁하게 만드는 느낌이라서요. 맛은 있지만 메뉴에는 어울리지 않는 디저트란 생각입니다. 몇 숟갈 뜨다가 도로 내려 놓았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폴 바셋의 카페오레로 입가심을 하는게 최고...(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고 싶습니다. 그 때는 어떤 채소들이 나와 있을까요. 제일 가능성이 높은 건 겨울 여행인데, 겨울의 제철 채소라하면 역시 배추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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