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메 그릴에서 배불리 먹고 나온 다음은 폴 바셋. 여기도 윙버스를 통해 알게 된 가게입니다.
그러니까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78년생입니다-_--을 한 폴 바셋과, 일본의 유명한 파티셰인 츠지구치씨가 합작으로 만든 카페입니다. 케이크는 파티셰가, 에스프레소는 바리스타가라는 공식이겠지요.
커피가 맛있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가겠다고 했고, 이날 카페인 섭취가 제대로 안되었던 일행들도 이쪽에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츠바메그릴과는 긴자 역을 중심으로 해서 정 반대편 쪽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저는 듀시스님께 묻어서 갔습니다.;;;)

하여간 가기로 결심한 건 꽤 오래되었는데 그 사이에 여기 이름이 알려지는 몇몇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쿠켄. 2007 세계 바리스타 대회는 도쿄에서 열렸습니다. 그 때 종로 2가에 있는 카페 뎀셀브즈의 바리스타들이 여기를 구경하러 다녀온 모양입니다. 쿠켄이 같이 취재를 했더군요. 그러고 나서 도쿄내의 맛있다는 커피집들을 돌아다니며 별점을 매겼는데 폴 바셋의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 하더군요.
그러더니 쿠켄이 나온지 2주 쯤 지나서 조선일보의 주말 2++섹션에 이 별점 실린 기사가 그대로 떴습니다. 기사 날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출발 일주일 쯤 전. 이번에는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블로그 메인에 슬픈하품님의 일본여행기가 올라온 것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폴 바셋 관련 글을 보게 되었지요. 거기서야 알았습니다. 폴 바셋도 유명하지만 저 츠지구치씨가 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는 것을요. 몽생클레르 파티셰랍니다.(먼산) 몽생클레르 외에 지유가오카의 롤야도 츠지구치씨의 프로젝트랍니다.

앞 이야기가 길었군요. 긴자의 폴 바셋-긴자, 지유가오카, 신주쿠 점이 있습니다-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욕 분위기랄까, 비오는 바깥을 전면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으니 뭔가 느긋한 기분이 들더군요.
에스프레소는 500엔, 바리에이션은 600엔, 그리고 케이크 하나를 같이 시킬 수 있는 세트메뉴는 900엔입니다.

저는 카페라떼를 시켰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아직 용자의 음료이고 마실만한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으니 무난하게 시키는 것이 이럴 때는 최고입니다.

우유거품층과 밑의 음료부분이 확실히 나뉘어 있습니다. 유리컵에 담아 주는 것도 신선했지요. 보통은 두꺼운 흰 커피잔에 나오는데 말입니다.

화이트 밸런스를 받침접시에 맞춰 한 번 더 찍었습니다. 실제 색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뒤에 보이는 돈은 신경쓰지 마시고...;

케이크도 다 종류를 달리해서 시켰습니다. 저는 뉴욕치즈케이크. 뒤에 보이는 것은 초콜릿 케이크.

옆 테이블은 몽블랑과 다른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인원이 많으니 이렇게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켜보는 것도 가능하지요.(6명이었음)

Kiril님이 시키신 카푸치노. 이쪽은 나뭇잎 무늬입니다.

계절한정으로 나온 마론파이도 있습니다. 너무 어둡게 찍혔지만 실물은 아리땁습니다.

그리고 마쟈님이 시키신 폴 바셋의 아포가토.


총평 한 줄. 이날 멤버들은 에스프레소 음료의 새로운 경지를 보았습니다.

농담 같지만 진짜 그랬습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저렇고 줄줄 써나가자면,
카페라떼는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카페라떼보다 맛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곱게 부서지는 우유거품, 그것도, 일정한 크기로 자잘한 것이 듬성듬성한 우유거품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카페라떼 자체가 전혀 쓰지 않습니다. 시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이것이야말로 카페라떼구나라는 느낌 자체입니다.
아포가토에 쓰인 아이스크림은 자체제작인듯, 우유맛이 듬뿍나는 젤라토입니다. 약간 찐덕한 것 같으면서도 달달한 것이 에스프레소에 잘 어울릴 것 같더군요.(아이스크림만 조금 맛봤습니다;)
케이크류도 그렇습니다. 다 평균 이상! 에스프레소 음료와 합해 900엔 세트로 맛 보았는데 그 가격에 이런 음료와 이런 케이크를 맛보았다는 것이 정말로 미안할 지경입니다. 카페라떼도 맛있고 케이크도 웬만한 케이크는 저리가라 수준이고요. 치즈케이크는 찐덕하지만 별로 느끼하지 않으며 진한 치즈맛을 내고 있고, 몽블랑은 아주 달지 않지만 적당히 달달하게, 그리고 마론 페이스트가 아니라 직접 만들었을 것 같은 엷은 노란색에 가까운 크림색을 띠고 있고요. 동그란 초콜릿 무스는 모씨의 할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안에 바삭바삭한 설탕 식감(..)의 알갱이가 있어 스폰지와 초코크림을 함께 먹으면 약간 쌉쌀한 듯한 캬라멜 알갱이가 오독 씹힙니다.

그리하여 그 다음날 지유가오카에서도 한 번 더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몽생클레르 맞은편 꽃집 안쪽에 같이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시간대라 그런지 케이크류는 다 떨어지고 없었고, 음료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는 않아서 이번엔 용자의 음료를 시켰습니다.

에스프레소.
옆에 놓인 설탕을 넣고 휘젓지 않은채 입에 털어넣기 도전!




그래도 역시 에스프레소는 용자의 음료입니다.lllOTL


제게 있어 여기는 한 번 더 가고 싶은 가게가 아닙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한 번 이상, 반드시 가야하는 카페입니다. 다음에 갈 때도 꼭 다시 들러보렵니다.




※ 부작용 주의. 한번 상향된 입맛은 하향조정이 어려우니 주의를 요합니다. 덧붙여 여기 음료를 마시고 난 다음 다른 곳의 카페라떼를 마시면 모든 카페라떼가 커피우유로 통일되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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