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히 여행을 돌아보고 싶지만 그런 여유가 별로 없군요. 앞 뒤로 잠시간 쉬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어제도 시간에 쫓겨가며 여행 동안의 일기를 밀려 쓴지라 말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는 사람입니다.
종종 여기에도 올리는 어떤 모임에서 단체로 여행계를 들어서 여행 경비를 모으고 쇼핑비용은 따로 모아서 다녀왔거든요. 옛말에도 사람을 알려면 같이 여행을 해보면 안다 했는데 굉장히 잘 맞았습니다.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같이 또 따로라는 것도 그렇고, 여행 내내 도는 암묵적인 룰들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일이 많았기에 더 그랬지요. 이 멤버라면 몇 번이고 여행을 같이 다녀도 심심하지 않겠다, 재미있겠다,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운동의 효과.
밤도깨비(1박 3일의 주말 여행)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 여행 다녀온 것 중 3-4번 가량은 밤도깨비였지요. 그런데 그 다녀온 여행들 중에서 이번 여행이 가장 몸이 편했습니다. 물론 일정의 상당 부분을 날리고 느긋하게 다녔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월요일 아침에 약간 눈이 무겁다는 것 외에는 오히려 열심히 놀았던 주말 뒤의 월요일보다 후폭풍이 덜했습니다. 몸 상태도 조금 무겁다는 것 정도?
이번 여행이 다른 여행과 다른 것은 딱 하나, 운동입니다. 올해 3월부터 꾸준히 해오는 걷기가, 겉보기엔 그저 그럴지 몰라도 몸에는 상당히 좋은 영향을 준 모양입니다. 쉽게 말하면 체력강화죠. 금요일밤에도 몇 시간 못자고, 일요일 밤에도 몇 시간 못 잤는데도 이정도이니 말입니다. 토요일에 좀 일찍 잤다 하지만 9시간 잤습니다. 평소 수면 시간이 7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길지는 않지요?
(평소 주말의 수면 시간은 7-8시간 내외. 좀 피곤하면 9시간 정도입니다.)

세 번째는 일정 날리기.
예전에는 일정에 맞춰 빡빡하게 돌아다녔는데 이번 여행은 꼭 가야할 몇 군데를 토요일 점심 전에 다 찍고 났더니 그 다음부터는 마음도 느긋해졌습니다. 날씨의 영향도 있었지만, 하여간 전체적으로 절반 정도의 일정을 포기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렇게 마음이 부대끼지도, 아쉽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쉰 것도 아닌데 오히려 재 충전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 참 희한하군요.

네 번째는 날씨.
지난 여름 G가 일본 가 있는 동안 태풍이 도쿄를 강타했습니다. 일정 동안 내내 비를 맞은데다 돌아오는 날에는 G의 바로 앞 비행기도 2시간 지연되고, 그 앞의 비행기들은 모두 결항되었으니 한국에서는 다들 걱정했지요. 그래도 꽤 재미있게 놀고온 모양인데.........
지난 토요일인 27일. 태풍 20호가 도쿄를 강타했습니다.(먼산)
토요일에도 계속 비가 내린데다가, 하네다에서 잠시 본 일기예보에서 위성사진에 태풍 비슷한 것이 찍혀 있길래 설마했는데 그 설마가 맞았습니다.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일기 예보를 봤더니 선더스톰이었다는데 선더는 없었지만 강풍을 동반한 폭우는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스톰. 폭풍우지요.
토요일에 비에 지쳐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폭풍우가 밀어닥쳤습니다. 그 때가 아마 태풍이 도쿄를 지날 때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바람을 등지고 걸어오는 사람들의 우산이 모두 다 뒤집히는 광경도 목격했습니다. 저야 바람을 맞으며 가긴 했지만 워낙 바람이 센데다 비도 엄청나게 몰아쳐서 애를 먹었습니다. 푹 젖은 신발은 아침까지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태풍이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시속 50km이상.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하여간 자동차보다 빠르다 했습니다-로 움직여서 도쿄를 쓸고 한밤중에는 태평양으로 나갔기 때문에 일요일은 정말 쾌청했습니다. 아마 한낮의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요일은 쨍쨍한 태양아래 움직일 수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젖은 신발도 아침에 신고 다니는 동안 다 말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2nd 여행 때 폭설도 겪은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카인건 아니예요! 첫 번째 여행 마지막 날 한국에 폭설이 내리고, 두 번째 여행은 좀 길게 갔으니 한 번 정도 비를 맞긴 했고(폭설은 아니었나;) 1월 여행 때 도착하는 날 비가 좀 내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50%의 확률이었다니까요!

다섯 번째는 이코노믹 증후군.
이것은 좀 애매합니다. 제가 그냥 판단하는 것이니까요. 출국할 때도, 입국할 때도 그랬고 예전에도 몇 번 느낀 것이라 그렇게 보고 있는데, 이코노믹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있긴 하지만 다리를 움직일 정도는 되는데 그런데도 오른쪽 무릎이 굉장히 아팠습니다. 통증이 상당히 심해서 결국 어제는 집에 들어와서 제가 침을 놓았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가 ㄱ자 모양이 되면 통증이 오더군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그러더니 어제 퇴근하면서도 지하철 안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무릎 통증이 또 왔습니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건가 싶은데 왼쪽말고 오른쪽만 유독 그럽니다.
단 두 시간 비행하는데도 이 정도라면 유럽이나 미국 갈 때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요. 거기까지 생각이 나가니 영국이나 프랑스 가는 것은 무서워서 못하겠습니다. 아니면 기내에서 아예 침을 꽂고 있던가...;

그런데 분명 캄보디아 갈 때는 괜찮았단 말이죠. 중간에 항공기를 바꿔타고 좀 기다려서 괜찮았나?

여섯 번째는 음식.
먹는 취향이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타마고야도 보고 코지코너도 보고, 하여간 다양한 케이크와 슈크림과 푸딩을 보았는데도 예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거 왜 이래!
메뉴판에 밥과 면이 있으면 면보다는 밥을 선택했고, 일요일 저녁으로 먹은 오야코동과 소바 세트에서도 분명 소바 맛이 괜찮았음에도 오야코동이 더 좋았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먹은 뷔페에서도 빵은 먹다가 말았고 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며 스크램블 에그도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확실히 밀가루 피하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식생활 개선이 된 건 아니죠. 지금 제 옆에는 비스코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적으면 이정도로군요.
이제부터는 음식과 쇼핑 포스팅이 조금씩 나갑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진을 많이 안 찍어서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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