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평가가 낮을만 합니다.

 

 

호텔 평가는 대개 자란을 보고 결정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란에 가입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대부분의 예약도 여기서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여행의 그레이서리 삿포로 예약은 자란과 홈페이지를 비교하고는 홈페이지에서 했지만, 이번에는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서 자란에서 했습니다. 자란에 얼마 남아 있던 포인트도 써서 금액도 조금 낮췄습니다. 그래도 고오급 트윈룸에 조식 포함이라 가격이 높았습니다. 방 넓고 가구도 좋고 매트리스도 마음에 들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이불도 얇고 가벼운데 더워서 혼났으니 더더욱.

(심지어는 난방 꺼놓고 자는데도 왜이리 더운게냐!)

 

자란에서 보이는 JR동일본 메츠 삿포로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적인 평가는 좋습니다. 종합 평가가 4.5인데, 방이 4.7, 청결이 4.8이고요. 제일 낮은 건 요리입니다. 접객 및 서비스가 낮은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보고요. 이게 직원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플로어 접근의 문제가 아닐까 싶더군요. 그것도 그렇고 조식 때 직원의 무뚝뚝한 반응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거야 뭐. 그 직원 외에는 다 괜찮았습니다. 체크인할 때도, 체크아웃할 때도 문제 없었어요.

앞서 말한 접객과 서비스 점수 문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플로어가 2층에 있어요. 거기에 삿포로다보니 외기 차단을 위해 2중 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동선이 조금 나빠요. 그리고 숙소 가려면 2층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것이 번거롭습니다. 도쿄에서 이런 숙소도 몇 번 만나긴 했지만 뭐, 거기는 도쿄고 여기는 삿포로니까요. 게다가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번화가는 삿포로역 남쪽이라 역 북쪽에 위치한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가격도 낮지는 않지요.

 

바꿔 말하면 그게 또 장점이기도 합니다. 방음이 잘되어 그런가, 도쿄에서는 종종 자다가도 차소리에 깨곤 했지만 여기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오오오. 삿포로라 그런 걸까요. 겨울의 삿포로는 속도 낼 수 없는 곳이라 그런가!

 

 

엉뚱한 소리는 잠시 접어두고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조식 평가가 낮은 이유는 들어가 보고 알았습니다. 가짓수가 많지 않고, 기본적인 메뉴만 갖췄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평이 낮을 겁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일본 호텔 중 조식평가가 높은 곳을 몇 가봤습니다.

 

삿포로의 호텔 교한 삿포로, 2014년: https://esendial.tistory.com/5458

 

호텔 교한 삿포로에서의 식사

이지만 첫 사진은 내부 사진입니다. 첫 숙소는 하코다테였지만 그 이후 3박은 삿포로였습니다. 하코다테에서 오타루를 찍고 삿포로에서 체크인하고(2일차), 그 다음날은 비에이 다녀오고(3일차), 그 다음날은 삿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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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의 호텔 피에나, 2015년: https://esendial.tistory.com/5762

 

호텔 피에나 고베의 조식 사진

순서대로 올리려다가 조식 사진을 기대하시는 분이 많아 먼저 올려봅니다. 하지만 제 접시 사진만 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조식 전체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줄서서 조용히 퍼담는데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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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피에나, 2016년: https://esendial.tistory.com/6496

 

고베, 호텔 피에나의 조식은 혼자보다 둘이 맛있다

고베에 있는 호텔 피에나는 조식으로 유명합니다. 일본은 호텔 조식을 두고도 순위를 매기는 모양인데 이번에도 1등을 한 덕에 3년 연속 1등이라던가요. 2등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3등은 이전에 방문한 삿포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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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한 삿포로는 같은 여행 때 머무른 헤이세이칸 시오사이테이와 비교도 하게 되더랍니다.

하코다테 헤이세이칸 시오사이테이, 2014: https://esendial.tistory.com/5462

 

하코다테, 헤이세이칸 시오사이테이의 식사들

순서대로라면 이게 훨씬 앞에 와야했는데, 위가 안 좋다보니 음식 사진을 보는 것도 고역이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야 올립니다. 하하....; 한국어로는 참 쓰기도 어렵고 발음 표현하기도 안 좋습니다. 외국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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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게을러서 이런 포스팅도 적지만 예전에는 매우 열심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도 내린 결론이었지요. 위에 올렸던 호텔 중 고베의 피에나가 그 당시 조식 1위, 교한 삿포로가 3위였습니다. 교한 삿포로에 가서 먹어보고는, 여기가 3위라면 1위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생각했다가 고베에도 다녀왔더랬지요. 그 때 코스가 어땠더라? 하여간 JR패스를 알뜰하게 썼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었지만, 호텔 조식 순위는 대체적으로 '조리가 뛰어난' 레스토랑을 따릅니다. 재료나 가짓수보다는 각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에 기준을 두는 겁니다. 아마도. 조식 순위 페이지나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평가 높은 호텔을 몇 방문해보고, 맛있지만 평가는 낮았던 호텔을 몇 방문하니 그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요약하면, JR 동일본 호텔 메츠 삿포로의 조식은 맛있지만 조식 평가로 따지면 낮을만 합니다. 조식을 마주한 순간 맨 처음 든 생각이 '아, 여기 낮은 점수 받을만 하다'였으니까요.

 

1.종류가 적다

가짓수가 적으면 일단 점수가 낮습니다. 빵 종류도 많지 않고, 매우 간략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호텔 조식인지 의심이 될 정도....... 아니, 전체 사진은 안 찍었으니 생략합니다.

 

 

 

한 바퀴 돌고 가져온 조식. 한 번 더 가져오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위장장애가 있기도 했지만 딱 이거다 싶게 들고 오고 싶은 음식이 없었습니다. 태공 뒤쪽의 거무스름한 것은 검은카레, 콘 수프 뒤쪽으로 보이는 건 아마도 튀긴가지에 조림?이랑 감자떡입니다. 뒤쪽으로 보이는 나무그릇은 고기감자조림, 오른쪽은 치라시즈시입니다.

감자떡은 다른 곳에서도 본 적 있습니다. 어, 채다인님 트윗에서 소개되었더군요. 감자를 삶아서 으깨서 약간의 전분을 더하고 이걸 동글 납작하게 빚어 부칩니다. 그리고 거기에 간장소스를 더하면 끝. 감자전과는 만드는 법이 다르니 맛도 사뭇 다르나, 쫀득쫀득하니 맛있습니다. 이모모치, 그러니까 감자떡이라 부르지만 한국의 감자떡과는 다르죠. 한국에서는 감자녹말을 써서 투명한 피에 달달한 앙금을 넣어 쪄낸 것이 감자떡이니까요. 이건 감자옹심이지지미...와 비슷할지도요? 뇨끼와도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삶은 것과 튀긴 것은 다릅니다.

 

저 치라시즈시는 호텔 조식에서는 거의 처음 보았습니다. 홋카이도 다른 호텔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본적 없고요. 하여간 연어알과 연어살과 기타 등등이...... 매우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왜 내놓았는지 알만 하더라고요.

음료는 우유와 커피를 골랐습니다.

 

 

 

 

둘째날 아침은 새로운 메뉴를 발견합니다. 전날은 미처 못봤던 메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집어든게, 샐러드에 넣으라고 챙겨둔 망고와 파인애플. 거기에 스크램블에그와 소시지를 곁들입니다. 오늘은 감자떡이 없는 대신 감자튀김이 있네요. 넵. 튀김입니다. 그리고 돼지고기도 함께 가져옵니다. 어제 맛있었던 고기감자조림과 콘수프도 빼놓을 수 없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정도만 해도 약한 위장에는 충분히 과식입니다.

저 감자튀김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감자종이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밤고구마 비슷하게 파근파근 씹히는 감자더랍니다. 살짝 단맛이 돌고요. 작년 여행 때 그레이서리 삿포로에서 만났던 고구마맛 감자(!)처럼 아주 달달하진 않지만, 그와 비슷합니다. 크기를 봐서는 아마도 한 번 익혔다가, 거기에 두툼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크기에 속까지 익히기 어렵죠.

 

콘수프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집에서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저렇게 맛있는 옥수수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집에서 가끔 L의 간식인 옥수수 통조림을 얻어 먹는데, 그 질긴 껍질맛을 떠올리면 이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아.. 왜이리 부드럽고 맛있나요. 역시 질 좋은 생크림을 듬뿍 넣는 것이 답인가!

 

그리고 고기감자조림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이거, 잘 만들어 보고 싶으니 올해는 열심히 노력할렵니다. 맛있는 감자조림을 위해 정진, 또 정진!

 

 

 

 

오늘은 감자떡 두 개, 그리고 달걀. 마음에 든 콘수프는 또 듬뿍, 거기에 고기감자조림과 요거트소스를 얹은 망고와 파인애플을 들고 옵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니, 커피우유 만들어 마시고 콘수프도 더 갖다 먹습니다. 크흡. 호텔 조식 뷔페의 묘미는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더 갖다 먹는데 있습니다. 한 상차림도 나쁘지 않지만 맛있는 걸 더 갖다 먹는 것이 좋지요.

 

 

 

 

아니, 왠지 복사해서 붙여 놓은 것 같지만 비교해보면 다 다릅니다?

 

이날은 죽에다 검은 카레를 올리고, 고기감자 듬뿍에 감자튀김, 스크램블에그, 콘수프를 곁들입니다. 이쯤되면 짐작하실 건데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정말 맛있습니다. 달달한 스위트콘에, 짭짤한 간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거기에 단맛이 도는 감자는 팍신팍신 잘 익혔고 당근마저도 단맛이 안까지 고루 배어 매우 좋습니다. 카레도 간간하지만 그 진한 맛이 소스처럼 다른 재료들과 어울립니다. 달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보들보들하고 익힌 정도도 매우 절묘해서 술술 넘어갑니다. 비리지도 않고 부드럽고 진한 달걀맛이.... 그렇습니다. 이건 홋카이도의 맛입니다!

 

그러니까 조식 맛있습니다. 맛있다고요. 하지만 맨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상처럼, 조식 점수를 높게 주긴 어렵습니다. 식재료가 우수하고 맛있게 조리했을뿐, 조리 솜씨가 높거나 다종다양하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보면 아시겠지만 나흘 내내 빵은 한 조각도 안 집어왔습니다. 뭐, 약간만 마련해서 토스트에 구워먹는 빵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도 않고요. 아, 그러고 보니 디저트나 잼 종류도 전혀 손 안댔군요. 아니, 디저트도 없었고요.

 

 

 

하지만 홋카이도의 맛있는 디저트는 조금만 밖에 나가도 많습니다. 그러니 디저트가 없다는 건 문제 없습니다. 맛있는 커피도, 맛있는 디저트도 호텔 밖에서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홋카이도의 우수한 재료를 써서 단순하지만 맛있게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거꾸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니 다음여행 때 숙소 결정하면서는, 여러모로 반대에 놓인 그레이서리 삿포로와 저울 양쪽에 놓고 고민 좀 하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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