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폐하!』는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지금은 본편이 모두 삭제되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이랑 공지글만 남아 있는데, 블로그에 기록한 조아라 독서기를 보면 2014년 말부터 2015년 5월까지 연재되었던 모양입니다. 완결 후 얼마되지 않아 출간예고와 함께 습작되었지요.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책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작가님 블로그를 안 보던 사이 12월에 이미 출간되었더랍니다. 진작에 알았다면 예약부터 걸어 놓았을 것을요. 크리스마스 즈음에 크리스마스 외전과 함께 이벤트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 냅다 주문한 다음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책을 읽었습니다. 뭐, 이차저차 일이 바빴던 데다 아껴 보느라 실제 읽은 것은 2015년이 아니라 2016년입니다. 읽기 시작한 겻은 12월 30일이지만 다 읽은 건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으니까요.



부제일지 대등서명-전공 나오는군요-_--일지 영문제목이 'once upon a time, oh your majesty'입니다.

옛날 옛날에 아르비타라는 제국이 있었고, 그 제국에는 빵집 그랑그랑을 운영하는 작은 마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황궁에 빵 배달하러 간 마녀는 시종장에게 덥석 붙들려 '유일한 황족!'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황족이 모두 다 죽고 죽어 한 명도 남지 않아 황제가 될 사람은 마녀뿐이라는군요. 그럴리 없다며 항의하고는 자신을 대변할 대마녀 프리 후에게 연락했지만 확인만 받았을뿐입니다. 그리하여 평범하게,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빵집을 운영하며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던 작은 마녀는 순식간에 제국을 경영해야할 처지에 놓입니다.



총 두 권인 이 책은 외전을 제외하면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1권과 2권으로 정확하게 나뉘지는 않지만 읽는 도중에 반으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쪽은 주인공인 마녀 시스티나 노르의 황제 적응기이고 뒷부분은 시스티나가 자리를 잡은 뒤, 자신감을 찾고 운명을 찾고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황제 적응기 쪽이 더 흥미로웠지만 그렇다고 뒷부분이 재미없는 것도 아닙니다. 본편은 시스티나의 결혼식으로 마무리짓지만 그 뒤에는 시스티나의 주변 인물과 관련된 후일담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와, 국정을 떠나 잠시 여행을 갔을 때의 짧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외전도 쏠쏠하게 재미있지만 조금 더 길었으면하는 욕심도 생기더군요. 조연들도 하나 같이 매력적인 인물이라 마음만 먹으면 『끝없는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꺼낼 만합니다. 물론 그럴려면 절대 책 두 권으로 끝나지 않겠지요. 솔직히 전 재상인 고문이나 현 재상, 벤토아 전 공작의 아카데미 러브라인 등등도 궁금하지만 거기까지는 안나옵니다.

다시 앞 이야기로 돌아가 황제로 자리를 잡기까지 시스티나가 겪는 일은 암살 위협, 외교전, 전쟁은 아니지만 분쟁, 유력 집안 내의 이혼 조정, 공작가의 후계 지정 등입니다. 그 1년 동안 겪는 일이 이런데, 그 뒤에는 없는 예산을 쥐어짜 빈민구제비용을 확보하고, 황제가 된 가장 큰 이유에 얽힌 문제를 풀어내며, 운명을 찾고, 또 결혼을 합니다. 앞 이야기가 1권에 해당하고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그 뒤의 일이 2권입니다. 외전은 에필로그 뒤에 더 많이 실렸습니다. 2권은 외전 분량이 20%를 넘네요. 절대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보고 나면 순식간에 빵 봉지를 비워 놓고 한 조각만 더-를 외치는 심정으로 책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더 먹으면 책 분량이 너무 두껍지요. 1권도 거의 500쪽, 2권도 거의 500쪽입니다. 거의라고 하더라도 496쪽씩이니 아주 조금 부족한 수준이지요. 그럼에도 그 두꺼운 분량을 순식간에 홀랑 다 읽어내립니다. 아쉽네요. 바닥이 드러난 아이스크림통을 들여다보는 기분입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둥근보름달(양효진)님 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주인공이 시스티나입니다. 작고 귀엽다는 점은 다른 주인공들과도 닮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인물인데다 바르게 자랐다는 느낌이 폴폴 나거든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남을 잘 파악하며, 빵집 주인으로 일한 기간이 길어 정보 수집에도 능하고, 그에 따라 남을 잘 부립니다. 마녀지만 먼치킨처럼 아주 강한 마녀는 아니고 생활마법에는 강하지만 그 외에는 약한 보통의 마녀입니다. 그래서 더 황제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할아버지인 라킨 대제가 태종이라 치면 시스티나는 세종이나 성종처럼 내란을 잠재우고 내부적 위기를 다독여 넘기는 인물일지 모르겠네요. 로맨스판타지소설에 역사까지 끌고 들어오는 것은 희한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요 이야기가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야기라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여간 보는 내내 행복했지만 장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또 불행했습니다. 리뷰 내려 놓자 마자 또 빵만드는 장면 찾아보러 가야겠네요.



양효진. 『아이고, 폐하!』 1-2. 가하, 2015, 각 12000원.



그러고 보니 다음에 읽을 책은 『영국과자도감』인데.... 데........ 이러다가 또 1월부터 티라미수나 스콘 만든다고 날뛰는 것 아닌가 몰라요.;

최근 읽은 책 세 권 리뷰를 왕창 쓸까 하다가, 완독한 것 따로, 읽다 만 것 따로 올리기로 헀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책 세 권을 읽은게 지난 주 후반부부터 오늘 아침까지라는 겁니다. 허허허;


한국소설은 원래 손을 대지 않습니다. 손을 댄다 한들 주로 판타지나 로맨스일뿐입니다.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쪽의 마이너계만 읽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손에 잡았습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손대지 않았을텐데, 이 책은 아는 분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유정씨는 전작의 반응을 보고는 괜찮은 작가구나, 혹은 글을 잘 쓰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한국소설이라 손 안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책상 정리 하는 김에 G에게 넘겼습니다. 아는 분께 받은 소설이라 하면서요. 이미 그 때 전 결말 몇 장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흡입력에 대해서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_-;

그리고 오늘 아침. 방문 앞에 이 책이 놓여 있는데 G의 평가는 아주 가혹했습니다. 절대 집에 두지 말라고, 읽지 말라 하더군요. 하지만 하지 말라 하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 아닙니까. 출근길에 조금 손을 댔습니다. 약 30분 남짓 앞부분 조금과 뒷 부분 많이를 보았습니다. 허. 왜 G가 읽지 말라 했는지 알겠더군요.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입니다. 시작부터가 그렇군요.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합니다. 그 소설은 주인공인 나(서원)의 7년 전 기억을 끄집어 냅니다.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 본 것은 아니고 앞부분과 뒷부분만 보고, 액자소설은 끝부분만 확인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습니다.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심하게 감정 이입이 되어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그것만 놓고 보자면 겹쳐지는 소설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음, 사실 전체적인 구조를 봤을 때는 닮아 있네요. 물론 전혀 다른 내용이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전혀 다릅니다.
(아이쭈님이라면 아실라나..-ㅁ-;)

앞부분을 스륵 넘겨보며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절박하게 몰린 주인공의 심정이 손에 잡힐듯이 다가오는 바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네요. 그러니까 묘사나 설명, 글발이 너무 좋아서 사람이 몰입하는지라, 읽는 사람 역시 따라서 피폐해지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라고 까지 쓰고, 당장에 치우라고 버럭 화를 낸 G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랬냐 했더니 함정이 있었네요. 제가 본 것이 앞부분 중에서도 주인공의 회상이 들어간, 조금 뒷부분이었는데 그 앞에 토할 것 같은 묘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더랍니다. 일요일 밤시간에, "일본 작가들도 그렇게 쓸까 싶은" 부분을 읽어야했던 G에게 위로를...;;; 그 부분 내용을 대강 들으니 이해가 되네요. 왜 맨 마지막에 그 썩을놈의자식이 그런 짓을 했는지 말입니다. 하하하하.

하여간 대강 읽은 것만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지요.; 추천 대상은 막심 샤탕의 '악의 시리즈'라든지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책을 재미있게 보신 분. 근데 제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으신가요..?;


정유정. 『7년의 밤』. 은행나무, 2011, 13000원



덧붙이자면, 한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아직 이런 책이 나오긴 어렵지 않나, 생각했거든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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