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삽화보고는 뜨악했다가 작가 확인하고 기겁했다가 출판사 보고 갸우뚱했던 책입니다. G가 빌려왔는데 왜 이런 이상한 표지(...)의 책을 빌려왔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니 근데 삽화도 그렇고, 책 만듦새는 그닥 취향이 아닙니다.(삽화 그리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아마 작가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다 이타카에서 나온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 괜찮을까 고민하며 집었지요. 로크미디어였다면 이전에 읽어본 책이 있으니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을테고요.


내용도 솔직히 말하면 취향이 아닙니다. 하지은씨의 책은 읽고 나면 헛헛하거나, 좌절하거나, 혹은 동결건조되거나의 반응을 보입니다.
글을 너무 잘 써서 읽다가 지나치게 감정 이입되어 좌절하거나-『얼음나무의 숲』- 결말을 미리 확인하고 나서 봤음에도 결말이 아니라 에필로그를 보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결말에 헛헛해하거나-『모래선혈』- 읽고 나서 바삭하게 마르긴 했으나 그게 열풍 건조가 아니라 차갑게 가라앉아 버리는 동결 건조된 마음만 남거나-위의 두 작품 다 해당-합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한 줄 요약하면 잘 읽히고 흡입력 좋지만 읽고 나면 허무해요.(먼산)

그런 공식(?)에서 벗어난 것은 『꿈을 걷다』2009판에 실린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뿐입니다.; 그건 유쾌했지요, 참으로. 하지만 같은 책에 있는 모 소설이 무서워서 구입을 못했습니다.
이 책은 어느 쪽이냐 하면 헛헛한 쪽입니다. 굉장히 슬프고 침울하고, 그러면서 아주 약간의 밝은 빛과 상당한 어둠을 남겨 놓았습니다.

보이드 씨의 저택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분위기에서는 『너를 위한 이야기』나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새장관~하고 느낌이 닮았다고 여긴건 이게 어느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다만 여운을 남기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언급한 두 종의 라이트노벨이 가볍게 넘어간다 하면 이쪽은 훨씬 묵직하고 현실감 있습니다. 특히 야반도주 남녀의 종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아련하게 남을 수 밖에 없네요. 그 민폐녀 참..-_-+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캐릭터입니다.

내용 소개를 안 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CLAMP의 『xxxHilic』과 닮았습니다. 이 힌트라면 충분히 내용폭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주인공은 전혀, 절대, 안 닮았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니, 외려 걱정을 해야할판인가요.





그러고 보니 안 풀린 문제점이 몇 가지 남았네요. 과연 그 소녀의 정체가 무엇인지-다시 읽어보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용기가 안납니다-, 왜 맨 마지막의 그녀는 빨강머리인지 말입니다. 빨강머리 건은 혹시 염색이 덜 풀린건가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네요. 참, 보이드씨가 누군지는 대강 짐작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군요.


하지은.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이타카, 2010, 9500원




모래선혈 예약본 인증 사진입니다. 우후후~. 두고두고 아꼈다가 볼렵니다. 그리고 잘 아낀 다음에는 물론 분해여부도 고려해야겠지요.



어, 근데 지금 손대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서 언제 분해가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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