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샵에 하귤이 올라왔습니다. 5월 말이었나요. 제주도에서 재배한다는 하귤이라는데, 보는 순간 나쓰미캉을 외쳤습니다. 일본만화에 종종 나왔던 여름귤말입니다. 『보이』에서, 타이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요양원에서 만났을 때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요. 아.... 이런 자잘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니.ㅠ_ㅠ;

거기서 주인공 소녀(...)는 여름귤을 까지 않고 덥석 입에 넣었다가 쓰다고 불평했지만 껍질을 확실히 벗긴 걸 먹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2kg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크더랍니다. 이거 보고 자몽과 비슷하다는 설명도 있던데, 저는 스위티가 떠올랐습니다. 이것도 먹어본 것이 아주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쓴 맛이 강하다는 것은 닮았습니다. 그래도 받아보고는 조금 실망한게, 생각보다 향이 안나더군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종이에는 하귤로 마말레드 만드는 법도 소개했던데 결국 포기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방치하면서 언제 날잡고 만들겠다 생각했는데, 제가 하귤을 주문한 이유는 다른 목적이었으니 딱히 마말레드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냥 먹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 사실을 떠올리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는 건 제가 얼마나 멍청한지 반증하는 겁니다. 흑흑흑..)






시험삼아 하나만 까보았습니다. 하나를 까면 사발 하나 정도의 속알맹이와 많은 속껍질, 두꺼운 껍질이 나옵니다. 마말레드 만들 때는 사과까듯 노란 껍질만 돌려 깎아서 사용한다던데, 겉껍질의 두께를 보니 이해가 됩니다.


시범삼아 까보고, 알맹이를 먹어보고 조금 고민한 다음 마말레드를 포기하고 그냥 설탕에 절이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그 며칠 뒤. 마트에서 구입한 설탕과, 박박 문질러 씻은 하귤들.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모양만 보면 전형적인 귤입니다. 속 알맹이 까봐도 그렇습니다. 골이 확실하게 있는 귤. 망고스틴과 닮았다 싶은 정도로 알맹이가 통통합니다. 오렌지는 까고 나면 구인데, 이건 늙은 호박처럼 골이 있다니까요.






알맹이를 까서 담고는 그 위에 설탕을 뿌리기를 반복했는데 담는 사이에 어느 새 설탕이 녹았습니다. 지금은 이 모양 그대로 냉장고에 들어 있지요. 언제 까서 먹어볼까 살짝 고민은 되는데, 그대로 까먹고 냉장고에 보관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유리컵을 들고와 탄산수에 타봐야죠. 그래야 글감이 하나 더 생길 테니까요.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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