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행복한 사람>, 쌤앤파커스, 2008, 12000


토드 홉킨스의 책은 이전에 읽은 청소부 밥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책을 보면 대략적인 작가의 분위기는 알 수 있지요. 이 책도 그 연장선상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정보가 하나 있으니, 필터를 끼우면 이 책이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필터가 없으시다면 체도 좋습니다. 체에 한 번 걸러주면 미친듯이 웃으면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이 간단하니 전체적으로 훑어 보지요.
매튜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사귀고 있고 이제 슬슬 결혼을 생각하려 합니다. 매튜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순서는 여자친구인 미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지요. 이미 미셸의 남동생과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운명의 장난인 건지. 예전에 사업하면서 적대적으로 공격했던 기업의 회장이 미셸의 아버지시랍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그도 그런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업을 불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곤두박질 쳐서 회사에서 쫓겨났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재기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겁니다.
당연히 미셸의 아버지에게는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미셸의 아버지-찰스는 친구들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는 마음을 고쳐 먹고 매튜를 불러 조언을 주겠다고 자청합니다. 여기서 매튜와 찰스의 멘토-멘티가 결성되지요. 그리고 이 책은 예비 장인인 찰스에게 하나하나 하나님의 가르침을 듣는 매튜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끝맺음은 당연히 해피엔딩이고요.

일단 설정 자체가 BL로맨스 소설과 유사합니다. 이쪽은 주인공이 남자라 그렇지만, 대개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알고보니울아빠원수"라든지 "알고보니라이벌집아들"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경우도 비슷하게 "알고보니울집말아먹을뻔했던놈"이었던 겁니다.
어쨌건 예비 장인어른이 나서서 사업이 잘 안풀리는 사위를 위해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것은 자기관리, 자기경영서와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이 그래서인지 보다보면 미친듯이 웃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 중 한 군데,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것이 프로포즈 부분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여러 조언을 듣고 그에 따라 사업을 운영했더니 일이 잘 풀리던 매튜. 가르침을 다 받았고 이제 장인어른과 사이도 좋아졌고 슬슬 시간도 되었으니 프로포즈를 준비합니다. 그리고는 ...

P.207
(중략)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 주머니에서 자주색 벨벳 상자를 꺼내 탁자 위에 조용히 올려 놓았다. 뚜껑을 열자, 한 쌍의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한가운데 파란색 사파이어가 박혀 있고,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매튜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찰스를 올려다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버님, 정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저 발로 걷어차버리신다 해도 면목이 없는 저에게, 아버님은 큰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미셸에게 청혼하기 전에, 아버님께 먼저 허락을 구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매튜의 이야기에 찰스는 놀라움과 함께 감격이 북받쳐 올라왔다. 찰스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쳐 있었다.
"어허, 참 자네도... 누가 보면 나한테 청혼하는 줄 알겠어. 일어나게. 자네는 이미 내 아들이야. 어서 가서 우리 미셸을 행복하게 해주게."

노코멘트. 이 이상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필터링을 하지 않고 보아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물론 취향차) 기독교 알레르기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은 크게 거부감 없이 읽었고, 흔히 개독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습니다. 맨 마지막 가르침이 특히 가슴 깊게 남았고요. 가격이 좀 많이 비싸지만 선물용으로 꽤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제 돈 주고 사보기엔 미묘하지요. 흠흠;
찰스도 멋지지만 찰스의 친구인 클라우드도 좋았고, 미셸의 남동생인 벤도 귀엽습니다. 많이 이상화 된 등장인물들이지만 이런 책은 그런 맛으로 보지 않던가요.^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