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 사람들이 국어청, 국어청이라고 하길래 저는 이게 국립국어원의 다른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국중박이나 국중도처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간단히 줄여 부르는 것이더군요. 국중박이나 국중도는 종종 들었지만 국어청이라는 단어는 최근에야 알았습니다.-ㅁ-

어제는 강남에 출장이 있어 갔다가 국어청의 그림책 전시회에 슬쩍 다녀왔습니다. 마음 먹고 가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인게, 지도상 위치는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실제 가보면 등산을 하게 됩니다.



사진으로는 참 가기 쉬워보이죠? 아닙니다. 언덕 경사도가 상당해서 오르다보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가기 편한 역이 강남역이라지만 참 가기 불편한 위치입니다.(먼산)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인 것이겠지요.
(도서관의 접근성에 대해서는 서울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문한) 도서관에 불만이 있습니다. 특히 국중도!)




그러고 보니 국어청의 지난번 방문도 그림책 구경하려 간 것이었군요. 그 때는 쿠엔틴(퀜틴) 블레이크의 그림 때문에 갔습니다. 벌써 그게 2007년도의 일이군요.; (영국 어린이도서 일러스트레이션전 링크)
이번에는 폴란드 도서전이니다. 폴란드에 대한 이미지는 좀 희미한데다가, 아서 슈피겔만의 『쥐』에서 그리 좋은 모습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기도 참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못지 않은 대국을 건설했다가 히틀러의 독일에게 분할 점령당했고, 그랬다가 독립했더니 공산화. 그리고 개혁 개방을 맞았지요. 그런 역사적 사실만 대강 알고 있는데 위인들을 떠올리면 참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서 다룹니다.




국어청과 폴란드 대사관이 함께 했네요. 이름은 대부분 낯설고 그림도 낯설지만 보면 굉장히 유머러스합니다.




폴란드의 이미지를 한 장에 다룹니다. 쇼팽과 마리 퀴리가 함께 있네요. 그렇죠. 당당히 폴로늄이라고 주기율표에 국가이름을 박아 놓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각각의 설명을 다루었지요? 종이 오리기 그림은 비치난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뾰족지붕 교회가 많고, 코페르니쿠스도 여기 출신입니다. 폴란드의 전통 그릇도 상당히 예쁘지요. 그러고 보면 쯔비벨무스터, 양파꽃 그림은 체코 쪽입니다. 동유럽의 그림은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네 개의 그릇. 이보나 호미엘레프스카의 그림입니다.





그릇이 변화무쌍하지요.





하얀곰, 까만 암소. 책이 앞 뒤로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쪽을 다 보면 다른 쪽으로 뒤집어 보아야 합니다. 이게 상당히 웃겨요. 흰곰은 흰 살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검은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장갑을 낍니다.





그러고 나니 오른쪽 하단의 모습이 됩니다. 흐흐흐.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뿌듯하게 느끼지요.





색깔 동물. 이건 보고서 감탄했습니다. 책 자체도 마음에 들었는데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돌 전후의 아기들에게도 좋겠더라고요.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번역본이 있는 경우 하단에 번역본과 원본이 같이 있는데 이 책은 하나만 있는 걸 보면 한국에 번역이 안되었나봅니다. 참 재미있는 책인데 말이죠.

책을 펼치면 안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속으로 색이 보입니다. 어떤 것은 검정, 어떤 것은 녹색, 어떤 것은 분홍, 어떤 것은 노랑. 구멍뚫린 장을 넘기면 그 아래에는 저 실루엣이 있습니다. 실루엣 왼편, 그러니까 구멍 뚫린 장에는 해당 동물의 이름이 폴란드어와 영어로 함께 씌어 있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요? 실루엣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구리, 병아리, 다람쥐, 물개, 고양이, 고래)





세상에서 가장 큰 무는 다른 동화에서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일본, 러시아 버전으로 본 것 같네요.





이건 좀 규모가 큽니다. 모든 사람들이 달려 들어 무를 뽑으니까요.





팜필리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가 싶더군요. 이건 글이 많은데다 번역본이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래 설명에 따르면 물이 없는 숲에서 팜필리오라는 열매 덕분에 모두가 살아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랍니다.





아래 보이는 동그란 열매가 팜필리오입니다.





파렌하이트의 수수께끼. 여기서 은영전을 떠올리신 분 손! -_-;

화씨의 파렌하이트입니다. 이 사람도 폴란드. 게다가 그 옆에는 쇼펜하우어도 있었습니다. 폴란드, 무서운 동네.;





이게 쇼펜하우어. 그림책이 아이들용이 아니라 어른용처럼 보입니다. 위인전인듯한데, 하기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그림책 볼테니까요. 이건 내용상 초등학교 중간까지도 보겠지만 말입니다.





백조왕자. 그림동화든 안델센 동화든 어떤 것은 그림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그랬습니다. 굉장히 쓸쓸합니다.





쐐기풀을 꺾어다가 오빠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위에서도 거기까지는 나오니까요. 한데 그림책을 보면 맨 마지막 그림이,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사람이 서 있는 내용입니다. 그 사람의 왼팔은 백조 날개. 근데 그 뒷모습이 소름끼치게 쓸쓸합니다. 서글퍼 보여요. 아으...;ㅂ;





하지만 여기의 새 그림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섬세합니다. 깃털이 생생하더군요.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건 도중에 있던 그림책, 누가 누구를 먹나입니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이것도 어른을 위한 동화책? 생태계 먹이사슬을 잘 보여주네요.:)





저 오른쪽 하단 부엉이 뱃속에는 고슴도치가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웬만하면 못 먹는 걸로 아는데 쟈는 참 먹성도 좋군요.

한 장 한 장에 커다란 그림이 있는데, 동물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각각의 동물들은 먹고 그 다음장에서 먹히거나 죽거나 하면서 새로운 동물로 변화합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참 좋겠네요. 아니, 저 세밀화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한 권 구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5월 26일인가, 하여간 앞으로 전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주 정도야 금방 가니까요.

폴란드 그림책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가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번쯤 기회 되면 살짝 둘러보시어요. 전시장은 작지만 볼만 합니다.+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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