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팥빙수를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크게 따지자면 맛있는 팥빙수를 위해서는 원정을 가야했다는 것, 단 것을 줄이고 있었다는 것, 찬 음식을 피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맨 마지막의 찬 음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요.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나이에 벌써 이가 시린다는 것을요.(먼산)

그래서 홍대 파파로티에 갔을 때, 팥빙수가 메뉴에 있는 것을 보고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언젠가 이글루스 밸리에서 생각보다 맛이 괜찮더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 마음이 동하기도 했지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 싶어서 팥빙수와 수프를 주문했습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재차 확인하더군요. 차가운 팥빙수에 뜨거운 수프라. 궁합이 묘하지 않습니까.


파파로티는 원래 제 수비범위 밖입니다. 번의 달달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멀리 돌아 피해가는데 이 때는 이 쿠키 쿠폰을 얻어서 겸사겸사 간 겁니다. 뭐, 쿠폰이 없었다면 애초에 팥빙수와 수프에 돈 쓸 일도 없었겠지만 다 그런거죠.
쿠키 사진은 미처 못 찍었는데 안에는 밀봉포장된 쿠키가 두 봉지 들어 있습니다. 버터가 듬뿍 들어갔는지 단단해 보이지만 베어 물면 파삭하고 흩어지듯 부드럽게 씹히는 쿠키입니다. 설명이 어렵지만 직접 먹어보시면 알겁니다. 3500원이라는데 이정도면 허용범위 안이네요. 가끔 홍차 마실 때 생각날 것 같습니다. 단, 견과류가 들어 있으니 싫어하는 분은 조심하셔야겠지요.



팥빙수가 2천원, 수프가 3500원이었을겁니다. 양은 적지 않네요.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이 더 빠를테니 팥빙수부터 먼저 먹었습니다. 위에 올려진 것은 과일젤리인지 과일잼인지 싶었는데 꽤 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잼이 아닙니다. 팥이지요. 한 입 먹는 순간 아주아주 익숙한 그맛. 통조림 팥입니다. 하기야 가격 생각하면 당연한데, 입에는 지나치게 단데다가 '나 인스턴트라능~'이라는 포스를 먹는 내내 팍팍 풍깁니다. 비비빅도 아니고 빙빙바의 팥을 그냥 퍼먹는 느낌이라고 해야겠지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닌데 팥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 납니다. 어허허. 가격이 싸고 팥빙수로서의 맛도 괜찮지만 제 입맛에는 안 맞습니다. 역시 올 여름에 아름다운 차박물관을 가야했나요.



팥빙수를 비운 다음에 먹어서 수프는 조금 식어 있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빵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번을 여기에 찍어 먹을 생각은 안듭니다. 모닝롤이나 식빵이 있었다면 즐겁게 먹었을텐데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제 주머니 사정에서 수프에 3500원을 쓴다는 건 조금 미묘합니다. 한 끼 금액이긴 하지만 빵보다 포만감도 덜하고 속도 허전한 음식을 시키기는 그렇죠. 평소 식생활과 음식 쇼핑이 모두 빵에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 음식 가격 계산할 때도 이 금액이면 빵이 몇 개~ 이러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하;


홍대 파파로티는 놀이터 근처에 있습니다. 홍대 정문 근처에 있는, 벼룩시장 열리는 놀이터에서 럭셔리 수노래방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놀이터 맞은편에 있지요.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번 종류 중에서는 파파로티가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었지만 먹지는 않을거예요. 달고 짠 것이 요즘이 제 입맛과는 안 맞는답니다. 입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 조금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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