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토마토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적으려고 기억을 더듬으니, 장에 간 것이 이유가 아니라 어머니가 만드신 토마토 주스가 먼저였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절에 가십니다. 지방에 있는 절이라 집에 오는 길에 종종 농장 직판 토마토를 만난답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전이라고 기억하는데 빨갛고 맛있게 익었지만 비를 맞아 껍질이 터져서 상품가지가 없는 토마토를 두 박스 사오신 적이 있습니다. 잘 익은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 벗기고 믹서에 갈았다 끓인 토마토 주스를 만들었는데 신맛이 약간 돌지만 케찹맛이나 토마토소스 맛은 아닌 것이 꽤 좋았습니다. 게다가 수분을 날리기만한 토마토니 장청소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더군요. 새콤한 것이 입맛도 살립니다.


하지만 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거지 자취방에는 토마토주스가 없습니다. 주말에 한 병 들고 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2kg 넘는 것을 짊어지고 올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어깨가 아픕니다. 지고 다니는 것은 책과 노트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앞 이야기가 길군요. 그리하여 직접 제조하기로 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토마토주스가 마시고 싶어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하고는 장날을 기다렸습니다. 여름이 지날랑 말랑 하고 있으니 빨간 토마토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있었습니다. 1만원 주고 두 바구니 구입해서는 냄비 가득 물을 받아 끓이고 토마토는 씻었습니다.






단단한 것부터 먼저 칼집을 내고 끓는 물에 던져 넣었다가 건져서 식힙니다. 뜨거운 때 껍질 벗기는 건 무리죠.






껍질 벗긴 뒤에는 장터 돌아오면서 함께 구입한 강판에다가 북북 갈았습니다. 손가락 끝도 같이 갈아서 하얗게 일어났지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냄비 가득 토마토주스를 부어 넣고 한 번 호로록 끓입니다.






방치하다가 두 시간 뒤 껐는데도 수분이 많이 안 날라갔네요. 그러려니 생각하고 통에 나눠 담습니다. 강판에 갈아 알갱이가 살아 있는 좋은 주스입니다. 날이 더우면 냉장고에서 꺼낸 그대로 마시면 되고, 날이 추우면 편수 냄비에 잠깐 데웠다가 마시면 됩니다.



소설 속에서 한 번 이 토마토 주스를 다룬 적이 있는데 직접 만들어 마시니 또 재미있네요. 그래도 데쳤다가 껍질 벗기고 강판에 가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끓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양이 많다보니 올해는 이걸로 끝이지만 내년에는 토마토 나오는 것 봐서 내내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물 채취 금지라는데, 요 앞의 상추는 누가 건드렸을까? -ㅁ-

하여간 지금 심정으로는 토마토가 조로록이 아니라, 근심이 조로록인 상황이다. 하하하.;ㅂ; 간만에 자금 관리 점검 좀 하자. 그 많던 통장 잔고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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