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늘 아래 서 있으니 그래도 시원하더라고요. 남산쪽에서 한강으로 바람이 쉭~ 불어 내려와서 그런가봅니다. 바람이 강하게 붑니다.


터키문명전에 두 번째로 다녀왔습니다.-ㅂ-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전날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할인사이트를 열었더니 이틀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안되더랍니다. 게다가 가는 날짜를 정확하게 지정해야하더군요.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때는 수수료가 붙긴 하지만 그런 것 없이 원하는 날에 갈 수 있었지요. 이리 되니 번거롭게 느껴져서 그냥 다음날 아침 바로 표 사서 들어가기로 하고는 아침 일찍 개장 시간 맞춰 들어갑니다.
그러나 역시 휴가기간이라도 방학은 방학이네요. 이번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다시 방문한 주요 목적은 상품 구입이었기 때문에 전시회는 다시 보고 싶었던 것 위주로 찍어가며 문양 스케치를 한다든지 메모를 한다든지 했지요. 다시 봐도 터키 쪽의 세공술은 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저 노동 집약도, 저 세공수준...;ㅂ;

그리고는 나왔는데 예상했던 대로 찍어 두었던 물건이 빠지고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10만원짜리 커피세트(소) 말입니다. 20만원이었나, 커피세트(중)은 남아 있었고 30만원을 훌쩍 넘기는 티세트도 있었지만 이건 무리입니다. 집에 보관할 곳이 없네요. 지난 번에 봐두었던 유리잔은 다시 보니 안 사도 괜찮을 것 같아 넘어가고. 그래도 뭔가 하나 사고 싶어 고민하다가 집어들었습니다.




케이스를 깔고 앉은 태공.




그냥 평범한 사각케이스에 파손방지용 얇은 종이를 넣어두었더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티스푼이 이번의 기념품입니다. 크리스탈 티스푼으로 가격은 1만 1천원. 별다른 로고도 박혀 있지 않은데 저 가격이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입한 이유가 따로 있었으니...




저 숟가락이 진짜 은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저걸 써서 홍차를 휘저으면 어디선가 세일론이 나타나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탕탕탕!)


반농반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홍차왕자』의 왕자들은 미묘한 부분이 많지요. 얼그레이 홍차왕자는 한 명인데, 그렇다면 그 어떤 종류의 얼그레이를 마셔도 상관 없는 건지. 아니, 회사마다 조금씩 얼그레이 블렌딩 방법이 다르잖아요. 그걸 다 얼그레이라는 이름 하에 대동 단결시키는 건가. 거기에 실론(세일론)도 그렇고요. 이쪽은 흔히 말하는 실론티-실론 산 홍차라는 의미와는 달리 회사에서 실론티라고 내놓는 차를 마실 때만 튀어나오는 거잖습니까.
그렇게 말한다면 회사티를 마시지 않고 직접 다원에서 생산한 홍차를 마실 때는 홍차왕자의 소환율은 턱없이 떨어지...고?;
그리고 해당 홍차왕자가 죽거나 인간이 되면 해당 홍차는 왕자를 더 이상 소환할 수 없나라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

이정도로 해야겠군요. 아침부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지난 토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일까지 하는 기획전,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홈페이지)을 보고 왔습니다. 전시 시작을 알면서부터 간다 간다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마침 다른 일이 생겨 국박을 가야했기에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7월 21일까지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면 10% 할인을 해주는데, 발급 수수료가 500원 붙기 때문에 어른의 경우에는 실상 700원 할인에 그칩니다. 입장료가 12000원이고 땅파서 700원 나오는 것은 아니니 그냥 미리 예약하고 다녀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핸드폰으로 예약문자가 날아오니 그걸 보여주면 바로 발급해줍니다.

기획전이 그렇듯 한 번 퇴장하면 재입장이 안됩니다. 그리고 우산은 내부에 들고 들어갈 수 없으며 입구에 있는 우산 보관소에 맡기고 가야합니다. 9시 딱 맞춰 도착했더니 제 우산이 1번 자리에 들어가더군요. 하하;

원래는 ① 방학 전 토요일이니 가족 관람객은 없겠지, ② 토요일 아침 일찍 문 열자 마자 가니 사람은 적겠지, ③ 비온다고 했으니 사람이 많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토요일 아침에 다녀온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람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방학 전 토요일이라 가족 관람객은 없을지 몰라도 제가 나올 때인 10시쯤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문 열자마자 간다 한들, 단체 관람객-특히 토요 체험활동으로 팀짜서 들어온 팀들이 많아 애들이 번잡하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갸들이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전에 다 둘러보고 뛰쳐나왔으니 망정이죠.
그래서 다음에 가면 아예 수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공략할까도 고심중입니다. 하지만 이 때도 사람 많으면 낭패.ㄱ-;


전시회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획전은 이번이 두 번째라, 이전에 보았던 V&A랑 비교해서 적어보면..
- 전시장 곳곳에 인력이 배치되었습니다. V&A 때보다 많았던 것 같군요. 덕분에 사진 촬영 같은 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 안심했습니다.
- 이전 전시회보다 조도가 낮은 것 같던데, 몇몇 전시품의 경우 형광등(LED?) 조명을 환하게 받더군요. 작품 손상이 없나 걱정됩니다.(전시 메모를 살펴보니 눈이 나쁜 사람은 눈이 피로할 정도로 조도가 낮다고 적어놓았군요.)
- 작품 설명이 액자 같은 류 옆에 붙어 있는데, 이런 환한 조명을 받는 전시물을 보다가 설명을 보면 조도 차이로 눈이 아픕니다.OTL 조도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하고 조금 아쉬웠습니다.
- 입구에는 전시 관람 진행 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뒤로 가면 안보이더군요. 아마 인원이 증가하면 관람 동선이 지체될까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순서를 붙여주면 연대별로 유물 보기 편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ㅁ-;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대문명-아나톨리아, 그리스-로마, 비잔틴 문명, 오스만 제국 순으로 전시 공간이 구성되었습니다.

1. 고대문명- 아나톨리아


-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는데 이 사슴모양 깃대 장식 참으로 귀엽습니다.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을 정도예요.
- 이 옆에는 양손잡이 술잔이 있는데, 양쪽 손잡이를 하트모양으로 만든 것은 요즘 제작해서 판매해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잡고 먹기에는 무겁겠지만 모양이 귀여우니 말이죠.
- 그 옆에 전시되어 있던 도자기에는 물새 모양을 그려 놓았는데, 선사시대의 물새 모양처럼 단순하면서도 예쁩니다. 일견 카페 알파의 그 문양이 떠오르던걸요.
- 쐐기문자판은 언뜻 보면 도장이나 인장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거기 빽빽하게 찍힌 쐐기 문자는 문자고, 글이고, 그게 중요 문서랍니다. 문서로 안 보이는 문서라니 재미있습니다. 히타이트와 이집트 사이의 평화조약이었나. 하여간  이집트랑 교환한 평화조약은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조약이라는군요.
- 바라캅 왕의 부조에 대한 설명 중에 연꽃이 왕권을 상징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은근 연꽃 파워가 세다니까요. 이집트에서는 부활 쪽과 관련한 상징이었던가.

2. 그리스-로마
- 그리스-로마 쪽은 기억에 남는 것이 드물었...;

3. 비잔틴 제국
- 그리스-로마 유물보다 다른 것이 워낙 강렬해서 2번이 제 기억에서는 묻혔습니다.-ㅁ-;
- 순간 신화세계에서 기독교 세계로 도약(워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모 황제들이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에게 건물을 가져다 주는 봉헌 그림은 꼭 누구를 떠올리게..(생략)

4. 오스만 제국


- 보석 장식 투구. 이게 확실히 강렬하더군요. 보석은 덜 박혀 있지만 세공이 장난 아냐! 그 앞에서 한참 빙글빙글 돌며 쳐다봤습니다. 후후후.

- 무라드 1세가 상당히 강한 왕이었나봅니다. 저는 이 사람을 모 로맨스 역사소설(『아도라』)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감개 무량했습니다.(...)
- 중간에 바다쪽에서 본 이스탄불의 모습을 서양쪽의 화가가 에칭으로 만든 것이 있었는데 그 집약도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만화에서 스크린톤을 쓰지 않고 손으로만 그려내면 이런 느낌..?
- 칼 자체는 옛날 것이라 별볼일 없을지(...) 몰라도 칼집의 공예는 생생합니다. 이런 손재주집약적인물품에는 홀딱 반한다니까요.;ㅂ;
- 카펫, 벽걸이도 여러 종류 있는데 그 문양에 홀딱홀딱 반했습니다. 한 번 더 갈테니 그 전에 벨리니의 카펫이 어떤 문양인지 확인하고 가야겠네요. 게다가 카펫을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 등잔도 오스만 타입. 굵은 초를 9개인가 넣게 되어 있더군요. 우와.; 다 밝히면 꽤 환하겠습니다.
- 사이프러스 향로는 굉장히 섬세한 세공인데, 그 모양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트리나 옛날 옛적 코코블럭에서 가지고 놀았던 나무 모양이 절로 떠오릅니다.(...) 공예가 정말 멋져요.
- 이슬람도 묵주를 쓰는 모양인데, 형태가 카톨릭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호와.
- 코란함의 자개 장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개장은 가끔 보았지만 규모가 이정도면 ... 이야. V&A의 장식도 굉장히 멋지다 생각했는데 돈과 권력이 모이면 이런 작품도 나오는군요. 메모에는 '같은 왕정이라도 이쪽이 노동 세공 장인 집약적'이라 적었네요.
- 코란의 제책방식은 어떤지 조금 궁금합니다. 음, 펼쳐 놓으면 책이 상할텐데라며 걱정은 했는데 헤드밴드가 일반적으로 아는 타입과 달라 신기하더군요. 이거 어떻게 만들려나?
- 보석도 꽤 많았는데 다른 보석보다 수정 체스말 같은게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석 체스말보다 이쪽이 더 좋아요.(...) 게다가 수정 국자도.; 이거 유리가 아니라 수정이라는데 기암했습니다. 역시 돈과 권력이...-_-
- 반지 비슷한 것이 보이길래 뭔가 했더니 활을 쏠 때 쓰는 깍지랍니다. 근데 여기도 보석장식. 역시 돈과 권력이...

- 오스만 제국의 그림은 묘하게 불교 탱화와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원근법이나 세부 묘사 없이 화사한 색을 사용해 그런가봅니다.;;
- 커피잔이라고 나온 백자청화잔이 있었는데 조금 큰 술잔 같아 보이는 것이.. 동동주 담아 마셔도 좋겠군요.(...) 그러기엔 조금 잔이 작은가.


전체를 둘러보는데는 대략 1시간 걸렸습니다. 물론 저니까 한시간이지, 꼼꼼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그걸로는 부족할겁니다. 가능한 빨리 둘러보고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몸을 빼려고 했기 때문에 빨리 보기도 했고요. 제가 나갈 때 학생들이 마구마구 들어오더랍니다. 가슴을 쓸어 내렸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념품. 으으으으으. V&A보다 더 무섭습니다. 아마 첫비행님과 제이님이 직격당하실텐데, 터키식 홍차 세트 은제품이 40만원, 커피 세트는 크림기와 설탕그릇인가가 따로 있는 것이 가격이 조금 더 비쌌고, 잔과 잔받침, 뚜껑이 있는 것은 그보다 저렴했습니다. 10-20만원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가장 구입하고 싶었던 것은 유리컵인데, 아랫부분에 이슬람문화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이 불투명으로 새겨졌습니다. 거기에 홍차 담아 마시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3만원.
도자기 쪽은 손으로 그린 것이 확연히 드러나 보여 호불호가 조금 갈릴겁니다. 그래도 에스프레소 잔은 괜찮더군요.

(덧붙임) 판매품 중 최고가는 톱카프 단검 복제품입니다. 40개 한정 복제품이라는데 딱 하나 들어왔다네요. 가격은 420만원입니다.-ㅁ-


이번에도 그릇에 여지없이 격침 당했는데, 도록은 27000원입니다. 이것도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 놓았지요. 집에 둘 곳이 없어요.(먼산)

그릇 구입 여부를 두고도 고민중이지만 조만간 한 번 더 가서 더 보고 올까 합니다. 이번엔 적는 건 내려놓고 눈으로 휘휘 둘러 새겨놓고 와야지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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