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L. 월크, <아인슈타인의 키친 사이언스>, 해냄, 2007, 13000원

원서 제목을 보면 이게 두 번째 책인가 싶습니다. What EInstein told his cook 2가 원제목인걸 보면 말입니다. 한 번에 읽지 않고 두고두고 읽느라 몇 주 걸려 읽은 책인데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목만 보면 아인슈타인의 이름에 영합(?)한 그저 그런 내용의 책으로 보이는데요, 대강 내용을 훑어 보고는 꽤 마음에 들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어느 화학자가-아내는 레스토랑 평론가 겸 요리전문기자랍니다-,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먹거리와 재료, 그리고 그 관련된 무한한 분야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연재한 "푸드 101"의 칼럼을 모은 것이로군요. 책 첫머리에 간략히 책의 유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근사근하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으니 읽기는 편합니다. 게다가 지면 때문인지 질문과 대답의 길이가 버거울 정도로 길지도 않습니다. 수준도 화학과 가정시간에 배운 것에 대해 홀랑 다 잊은 사람들을 위한 정도입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미오글로빈이랄지, 갈변과 펙틴, 카카오와 코코아, 버터와 식물성 지방 등 말입니다.
연재한 칼럼을 크게 10가지 분야로 나눴습니다. 농장 이야기와 과일이야기, 곡물 이야기, 고기류와 우유 등으로 나뉘어 있지요. 향신료(허브와 스파이스)도 따로 모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결된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되어 흥미도는 더욱 상승합니다. 그리고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재미있는 음식 레시피도 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블로그에 비밀글로 돌려 올려두었지요. 실제 만들지 어떨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초콜릿 샌드위치는 만들어보고 싶군요.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버터를 제외하면 재료들도 다 있고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 이야기도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셋다 해당되지 않아도 기술가정과 화학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면 또 추천합니다. 거기에 조리된 것과 조리되지 않은 것을 포함한 모든 음식들과 관련된 화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추천합니다.'ㅂ'


박현정, 박은영, <키친로망>, 시공사, 2008, 10000원

한줄 요약: 가격 대 성능비는 좋지 않지만 재미있습니다.

제목을 보고 가격을 보면 괜찮겠다 싶지만 막상 책을 손에 잡고 읽으니 가격 대 성능비가 높지 않습니다. 책 자체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책을 1만원씩이나 주고 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겁니다.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딱 192 페이지입니다. 앞의 목차니 뭐니 빼고 나면 실제 내용은 그보다 짧을 것이고, 짤막한 칼럼 아래 비어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면 책의 내용은 더더욱 줄어듭니다. 그러니 가격 대 성능비는 높게 쳐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한 번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앗 뜨거워!>와 비슷한 부류(소재, 혹은 분류)의 책입니다. 책은 크게 네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셰프편, 최고의 레스토랑 이야기를 다룬 최고의 만찬, 기억에 남는 음식 이야기에 가까운 편안한 식당, 셰프의 음식기행이라는 마지막 챕터까지. 제일 재미있게 본 편은 셰프편입니다. 제이미 올리버는 없지만 고든 램지나 나이젤라, 알렝 뒤카스, 페란 아드리아 등 귀와 눈에 익숙한 여러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보고 있자면 왠지 저도 포천이나 파주나 강화 같은 곳에 땅을 사다가 농장을 가꾸며 직접 식재료를 준비해 식단을 짜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류의 셰프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생각난 김에 닭도 암탉, 수탉 해서 여러 마리 키워야 겠고 말입니다. 하하; 돼지도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서 키운 돼지는 도살하기가 나쁘니 거기까지는 손 못대죠.(....)

음식점 편은 미묘. 저는 프랑스 음식은 취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차라리 맨 뒤 챕터인 셰프의 음식기행에 실린 맛집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리고 음식점들은 주로 프랑스, 미국, 일본(도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 읽은지 30분 남짓. 리뷰를 쓰다가 문득 글 느낌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뒤져보았는데 딱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박현정이라. 이분 혹시 satbrunch(닉도 가물가물합니다)님 아니신지? 그렇다면 이 책의 제 평가는 확 떨어집니다. 워낙 성격이 나빠서 그런 류의 일은 꽁꽁 가슴 깊이 묻어두고 있거든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