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올리고 나서 다음 이야기는 뭘 올리나 하고 뒤졌더니 남는 것은 개별로 작성하는 것보다 묶어 올리는 것이 나은 짧은 이야기들 뿐입니다. 그래서 먹을 것은 일단 빼고, 여행에서 사온 물건도 그 다음에 올리고 여행 일정의 마지막 까지를 몰아서 다룹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나오니 11시를 조금 넘깁니다. ... ... ... 10시반에 들어갔는데 11시 20분에 버스를 탄 것으로 적었네요. 그러니까 둘러보고, 맥주 한 잔 마시고, 기념품 사고. 버스 정류장이야 맥주박물관 코 앞에 있으니 걷는 시간은 1분 이내입니다. 그러니 둘러보고 나오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느긋하게 둘러보고 나오면 시간이 더 걸렸겠지만 관심 있는 부분만 보고 나오다 보니 그렇죠.=ㅁ=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삿포로 역쪽에서 잠시 쇼핑을 했다가, 부모님은 숙소에 들어가시고 저랑 G는 잠시 돌아다녔다가, 저는 JR 녹색창구에 모 티켓을 수배하러 갔다가, 그리고 다시 부모님과 합류했다가 ... 하여간 그렇게 넷째날을 보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일어나 치토세공항으로 향합니다.




이건 넷째날 사진. 삿포로역에서 점심 먹을 장소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해가 뜨겁다 보니 지하로 걷자고 해서 스스키노 근방까지 지하도로 걸었습니다. 을지로를 떠올리시면 조금 비슷할 텐데 지하도 너비는 삼성역보다도 더 넓습니다. 각 빌딩들로 연결되는 입구도 있고, 중간중간 이렇게 마켓도 있습니다. 직거래 장터도 있더군요. 가지가 참 맛있어 보였는데 차마 구입하지 못했습니다.;ㅠ; 구워먹을 수가 없어요..;ㅠ;

이건 직거래 장터는 아닌 듯하고, 책 상자를 구입하면 무작위로 책이 나오는 것인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가게 읾이 Blind Book Market. 물론 유추한 것이고 실제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ㅁ-




점심을 먹고 도로 삿포로역쪽으로 걸어올라오는 사이. 아이누족이 만들었다는 이런 특이한 문양이 있어 찍었습니다. 부적 비슷한 것이라더군요. 어떻게 알았냐면...




아래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코시라쓰키코로? 아무래도 사람이름일 것 같군요.'ㅂ';
(단어인 줄 알고 검색했다가 실패. コシラッキコロ나 コシラツキコロ나 둘다 없습니다.)

아래의 守り神은 수호신이니까, 수호신으로 삼는다면 부적- 그리 생각한 겁니다. 저 자체가 신일 거란 생각은 안드니 ... ... 아니면 저 자체를 설마 수호신으로 삼는 건가!




어두워서 흔들렸는데, 자세히 보면 다 감침질로 꼼꼼하게 바느질 했습니다.




저 문양 오리는 것도 장난 아니었을 텐데, 저런 장식까지..ㄱ-;




수호신을 모신다 생각하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참 대단합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마지막 날 사진.



치토세공항으로 가는 에어포트특급 티켓을 사려는데, 사람들이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인어공주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은 이렇게만 찍었는데, 아무리 봐도 덴마크의 그 인어공주랑 같아 보입니다. 이거 뭔가 했더니 아래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JR 홋카이도와 덴마크인지 코펜하겐인지 하여간 덴마크쪽의 국영철도가 자매결연을 맺고는 그 우정의 표시로 인어공주상의 1/2크기 동상을 선물로 줬답니다.


이번에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인어공주, 상반신과 허리 아래, 그러니까 허벅지까지는 확실하게 인간인데 무릎 아래는 아직 지느러미가 있습니다. 통째로 인어인 것이 아니라 인어에서 아직 사람으로 변화하는 중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맞겠네요.

하지만 전 인어공주 이야기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비극은 질색..ㄱ-;




건너편에 서 있는 기차. 하코다테로 가는 호쿠토세이입니다. 연휴기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전광판을 당겨 찍었는데 글씨가 보일락말락..=ㅁ= 特急北斗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10시부터 진에어 창구가 열린답니다. 그리고 출국수속창구은 10시 30분부터 시작되고요. 도착한 시각은 9시여서, 약간 시간이 있는 김에 3층부터 살짝 돌았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거의 대부분 10시부터 본격적인 개점이라 아쉬운 것이 조금 있었습니다.



백곰. 실물이 제일 좋지만 같이 살 자신은 없습니다. 저 커다란 손에 한 대 맞으면 그대로 ......
(마비노기의 사막곰이 떠오르는 상황.)




로이스초콜릿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도구에는 조금 관심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이런 것까지 모으기 시작하면 집이 난장판이 될 거예요.=ㅁ=
이 맞은편에 있는 로이스 초콜릿 공방에서는 열심히 만들던데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랑 같이 보면서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동선이라고 생각하긴 했지요. 초콜릿을 퍼서 담아서 바로 옆에서 짜는 것이 아니라 녹인 초콜릿을 비닐봉지에 담아서는 거기서 떨어진 곳에서 열로 밀봉. 그러고는 다시 들고 돌아와서 작업을 시작하는 순서더군요. 보통 그러면 밀봉하는 기계도 초콜릿 통 옆에 두지 않나요.=ㅁ=




카카오빈 모양 장신구는 나무로 된 것을 삼청동 카카오붐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 장식물로 사다놓고 싶었는데 진짜 장식용이라 쓸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홋카이도 우유 카스테라. 매장이 꽤 커졌습니다. 여기서 카스테라 하나를 사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로 내려놓은 것은..ㄱ-;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해두지요. 지금도 점시 먹고 나서 작성해서 그런지 별로 안 땡깁니다. 단 것이 땡길 때 보면 엄청나게 후회하겠지만 말입니다.;
최근에는 롤케이크도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만들던데, 사서 그날 바로 먹어야 한다는 말에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 ... .. 기다렸다 사올 걸 그랬나. 이건 조금 후회되네요.




키티매장에서는 키티커피믹스만 사왔지요. 지이이이인짜 달달달달한 믹스입니다. 당 떨어졌을 때 시도하면 좋을, 그런 맛.;

G가 살까 말까 망설이던 것은 이 CD인데, SMAP과 키티 콜라보레이션입니다. 합작품...; 저 아저씨들 나이가 몇인데 저런 키티 양복이..ㅠ_ㅠ 어울려서 더 무섭습니다.





CD 뒷면은 이렇습니다. 리본도 SMAP이로군요....ㄱ-;



아마 마지막은 먹을 것 포스팅과 쇼핑목록 포스팅일겁니다. 사진을 많이 안 찍은 덕에 여행기가 짧아 편하네요. 하하;


카페에서 만드는 초코시럽은 보통 초콜릿 없이 만들어집니다. 시판 초콜릿 소스도 그럴거라 생각하는데, 초콜릿을 써서 만든 시럽(혹은 소스)은 차가운 것 위에 뿌리면 바로 굳지요. 우유나 생크림으로 묽게 만든 가나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초코 시럽은 어떻게 만드냐.
무가당 코코아에다가 물을 섞어 갠 다음 거기에 설탕을 섞어 녹이는 걸로 기억합니다. 하도 예전에 만드는 걸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설탕을 섞었는지 시럽을 섞었는지 확실하지 않네요. 하여간 물, 설탕, 무가당 코코아가 주 재료입니다. 만약 이걸 설탕 없이 만들면 어떻게 되는가. 씁니다.; 그리고 텁텁합니다.-ㅁ-;

이날 카스텔라 콘파냐를 주문하면서, 지난번에 캐러멜 시럽을 뿌렸으니 이번에는 초코 시럽으로 하겠다 했는데 실패였습니다. 써요.T-T 텁텁하고요. 먹으면서 다음에는 그냥 캐러멜 시럽을 뿌려 먹으리라고 다짐했습니다. 뭐,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3800원 주고 그냥 사먹는 것이 손이 덜 가지요. 하하하;


커피뿐만 아니라 이것도 그날 그날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마카롱도 종종 그렇지만, 카스텔라가 뻑뻑할 때도 있고 말라 있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크림을 적게 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듬뿍 올려줍니다. 위에 뿌리는 소스도 그렇고요. 그래도 달달하고 폭신한 것이 먹고 싶을 때 가끔 생각나네요. (지금이 그럽...)


카스텔라 콘 파냐. 아마 크림을 얹은 카스텔라라는 뜻일겁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달걀 설탕 꿀 등을 섞은 것에 밀가루를 넣고 잘 버무려 오븐에 구운 음식이라 나오는데 아놔...; 대부분의 과자는 이런 과정을 만들지 않나요.ㄱ-; 하기야 버터가 덜들어가니 그렇기도 하다만. 아, 버터가 안 들어가는 레시피도 있긴 있을 겁니다. 집에서 만드는 달걀빵 비슷한 카스테라는 설탕이 더 들어가고 버터는 안 들어갔어요. (기억이 맞다면;)

냉장고에 놓인 카스텔라가, 언뜻 보기에는 반숙 카스텔라 비슷해서 두려움에 떨었는데, 이전에 찰리님이 '그건 아니다'라고 하셔서 마음 놓고 주문했습니다. 아니.. 칼로리 등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고, 이것이 반숙 카스텔라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은 겁니다. 뭐, 이날은 아침도 안 먹고 나왔으니 이 정도는 괜찮았겠지요. 아마도 말입니다.;

주문을 하면 초코시럽과 캐러멜 시럽 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고민의 여지 없이 캐러멜. 여기에는 초코보다 캐러멜이 좋습니다. 그렇게 주문하니 크림을 위에 듬뿍 얹고 그 위에 캐러멜 시럽을 뿌립니다. 보기만 해도 달달달합니다. 게다가 이건 사진의 조리예보다 크림이 더 높아요.(...) 대부분 이런 것 만들면 조리예와 실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실제는 이것처럼 모양이 안나와요(부족해요)'라는 의미인데 여기는 왜 조리예보다 실제가 더 멋진겁니까. 크림 듬뿍 올라간 카스텔라를 먹으면 상상한 그대로의 맛입니다. 조금은 퍽퍽하게 느껴지는 카스텔라, 그 위에 시원하면서도 스르르 녹아내리는 크림, 그리고 달달한 캐러멜 시럽.-ㅠ-

그러니까 조합 자체는 집에서 만들어도 그리 어렵지 않은데, 번거롭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크림 가격이 꽤 비싸잖아요? 게다가 카스텔라도 따로 구입하자면 가격이 꽤 나갈테고 말입니다. 종이 씹어 먹는 것 같은 카스텔라가 아니라면 가격의 장벽은 더 높아지지요. 이럴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카스텔라를 만들어 먹는게..? 아니라면 그냥 팬케이크를 두껍게 구워서 그 위에 올려먹는 방법도 있겠네요.


가격이 3800원이라 꽤 높은 편이지만 스타벅스의 전반적인 케이크 가격을 생각하면 만족스럽습니다. 그렇지... 쿠키치즈케이크를 먹느니 이걸 먹었어야했어.;ㅠ;
생협 모임을 하면 보통 과자나 간식이 잔뜩 쌓입니다. 특히 누군가가 여행을 다녀오면 특이한 과자가 등장하곤 하지요. 이런 날은 카페라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나 드립커피를 시켜 과자와 함께 즐거운 티(커피)타임을 가집니다. 그럴진대...; 지난 모임은 그 식도락 구성원들(...)이 먹기에도 버거운 과자들이 등장했습니다.



태공의 좌우에 있는 과자들. 저기 멀리 보이는 병아리색 상자는 하카다 토리몬(http://www.meigetsudo.co.jp/), 그 옆은 후쿠사야랑 다른 한 곳의 나가사키 카스테라로 노랑 포장지가 후쿠사야(http://www.castella.co.jp/)의 나가사키 카스테라, 그 옆은 다른 가게(어디인지 잊었네요;) 초콜릿 카스테라입니다. 그리고 달걀 패키지 비슷한 건 뜯지도 못한 치즈케이크... (아...;ㅠ;..)




다들 커피를 한 잔씩 추가로 주문하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낱개 포장이 된 하카다 토리몬은 하나씩 챙기고 나가사키 카스테라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ㅠ-

달지요.;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참 답니다. 파리바게트의 본델리슈 카스테라가 이런 묵직한 느낌인데 비슷하지만 이쪽이 더 달게 느껴지고 식감도 낫습니다. 가끔 본델리슈를 먹다보면 질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초콜릿보다는 그냥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더 맛있습니다. 진한 커피랑 함께하면 행복한데, 문제는 이날 제가 점심을 잔뜩 먹고 오는 바람에 디저트 배가 한정되어 있었다는 거죠.T-T
카스테라 사이에 놓인 쿠키는 다른 분이 홍콩에서 여행 선물로 사오신 버터 쿠키인데, 아주 부드러운데다 입에서 살살 녹지만 역시 위의 한계로 하나만 먹고는 두 손 들었습니다. 지금 보니 염장이 더해져서 버티기 힘드네요. 안되겠다, 일단 초콜릿이라도 하나 까먹고.;



아직 후쿠오카는 한 번도 가보질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자주 먹었지요. 도쿄든 어디든 매장이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후쿠사야보다는 분메이도(文明堂)을 자주 사왔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여행선물로 받아 먹는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각별합니다. 이날의 끼니조절만 잘 되었어도 신나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하카다 토오리몬은 미리 들은 대로 굉장히 맛있습니다. 이건 따로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만난 카스테라랑 푸딩은 여행 마지막날 제대로 방점을 찍어주었습니다. 거기에 그날 아침 마신 스타벅스 카페라떼까지 포함한다면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했다고 자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핫핫핫; 그리고 카스테라와 푸딩은, 다음 여행 때 제 1순위로 다시 챙겨먹을 것이기도 합니다. 신치토세공항으로 들어간다면 2층에 잠깐 들러 사들고 움직이면 되니까요.

단, 위의 '극상'이라는 칭호는 제 입에 아주 잘 맞았다는 의미이지 다른 사람 입에도 잘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ㅁ-/


첫날 신치토세공항으로 입국하고, 스타벅스 매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 일행들의 시선은 모두 건너편에 있는 유리 안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매장의 부엌을 유리로 해두어 카스테라가 구워지는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었거든요. 커다란 업소용 오븐에서 커다란 카스테라 틀이 나오고, 거기에서 4절지 만한 크기의 카스테라가 꺼내 가장자리의 종이를 벗겨내는 모습은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더랍니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지요.

그러다가 마지막 날, 다시 3층에 올라왔을 때 그 카스테라를 사갈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선 청사 2층에서 뱅글 뱅글 돌며 쇼핑을 하다가 국제선 청사로 넘어가기 전이었지요. 근데 며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휙 들어옵니다. 매장 한 켠의 바와 의자, 그리고 이런 것이 말입니다.



"카페에서 드셔보세요. 홋카이도우유카스테라 + 우유 or 커피 500엔"
사진의 자태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ㅁ-; 그리하여 그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갑니다.




사진 정리를 잘못했지만 다시 하긴 번거로울 뿐이고.; 어지럽지만 내용만 확인하면 되니 그냥 올립니다. 거기에는 이런 자판기가 있어서 동전을 넣고 티켓을 뽑을 수 있습니다. 우유냐 커피냐, 그것도 찬 거냐 따뜻한 거냐를 고르면 됩니다. 단 커피는 아이스 없이 뜨거운 것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차가운 우유와 카스테라 세트. 500엔입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앉습니다. 바 의자 뒤에는 가방을 넣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캐리어와 가방은 거기에 두고 사진기와 수첩을 꺼내 들어 앉았지요.

우유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카스테라가 나옵니다.




크림이 유리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을 빼면 사진과 동일합니다. 차가운 우유와 생크림,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카스테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조명 때문에 좀 노랗게 보이지만 우선 우유부터 한 모금 마십니다.


헉!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 마신 우유 중 가장 맛있습니다. 어헉;ㅂ; 왜 이런 우유를 진작 못 마신거지! 왜! 차가운 우유가 달달하면서도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아주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우유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리고 카스테라는 한 조각 입에 넣은 순간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인데, 그 때만 해도 집에서 카스테라든 빵이든 구워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지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가장 맛있는 간식은 찐빵이었습니다. 콩을 삶아 밀가루 반죽에 넣고, 부풀리는 것은 베이킹파우더-소다였을지도-로 한 간식입니다. 그럴진대 이웃집에서 딱 한 조각 얻어 먹은 달걀빵은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달걀 좋아하는 것은 다를바 없네요. 하여간 이 카스테라는 그런 옛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달걀빵 맛이 나는 카스테라입니다. 고급버전이라는 게 다를 뿐이지요. 밀도가 높은 편이지만 나가사키 카스테라처럼 입자가 굵지는 않고, 그렇다고 또 가늘지도 않습니다. 거기에 폭신폭신하고 맛있는 달걀향이 감돕니다. 이름은 우유 카스테라지만 저는 달걀카스테라라고 먼저 생각했지요.




벽에는 이런 것이 걸려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희망봉을 지나, 나가사키를 거쳐 홋카이도까지 오는 카스테라의 여정. 사망에는 밀과 달걀과 우유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 눈치챕니다. 헉! 이거 츠지구치였어?




네.; 츠지구치 히로노부의 카스테라 집이었습니다.-ㅁ-; 그것도 2011년 7월에 막 문을 연 곳이네요.

한 상자에 1200엔이었나요. 사들고 와서 G에게 한 조각 잘라줬더니 옛날 달걀빵 맛, 혹은 집에서 만든 카스테라맛이라고 합니다. 전 이런 맛을 좋아해요.-ㅠ-



카스테라를 맛있게 먹고 국제선 출국장쪽으로 와서는 혼자 노닥거립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사람도 없고, 뒹굴거리기에 좋습니다. 그 김에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기 직전에 구입한 푸딩을 꺼냅니다.




키노토야(http://www.kinotoya.com/)의 우유푸딩. 극상 우유푸딩이라는 말에 휙 낚이긴 했는데.




그보다는 패키지가 사람을 홀렸지요. 옛날 우유병 모양 그대로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에, 하나는 캐리어에 넣는 위험을 감수하고 챙겼습니다. 포장은 일단 이렇게 받았고, 나중에 캐리어에 넣을 때는 치즈무스를 구입할 때 받았던 은박 포장으로 둘러 쌌습니다.




크기는 대강 이정도입니다.

씰을 벗기고 뚜껑을 열면,


흰 속살이 보입니다. 우유푸딩이라더니 생각보다 덜 노랗군요.




숟가락으로 뜨면 이런 느낌입니다. 바닥에는 쌉쌀한 캐러멜 소스가 있고요.


근데 말입니다.; 이거 굉장히 맛있어요. 제목에도 극상이라 달았고, 푸딩 이름도 극상 우유 푸딩이지만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부드러운 푸딩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단단한 푸딩은 가장 취향의 레시피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걸 먹는 순간 두 손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푸딩도 이렇게 느끼하지 않고 우유맛 듬뿍나며 맛있다는 말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 수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먹으면서 사길 잘했다, 하나 더 사서 캐리어에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사온 푸딩은 그날 저녁 G가 먹었습니다. 애초에 부드러운 푸딩은 딱히 제 취향이 아님에도, 개당 420엔이라는 고가를 지불하며 산 건 G에게 주기 위해서였지요. 그 김에 저도 하나 맛보고요.
은박 봉투를 꺼냈을 때, 뚜껑이 밀봉형이 아닌데다 캐리어가 굴러다닌 덕에 캐러멜 소스가 샜지만 그래도 홋카이도에서 온 푸딩이라니까 G가 아무말 없이 먹더군요. 그리고 한 입 먹고 나서는 '헉, 진짜 맛있어'라고 부르짖는 걸 봤습니다. 음하하하하하! 어렵게 싸온 보람이 있네요. 그 옆에 있던 슈크림도 지금은 눈에 선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식으로 당당히 올리겠습니다.>ㅠ<


파리바게트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다보니 신제품도 접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구입하는 것은 몇 안 됩니다. 호기심이 생겨도 지갑사정과 식이조절 문제가 항상 발목을 잡지요. 그래도 이 카스테라는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간식거리를 살 일이 있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상자 하나가 5천원. 가격은 꽤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크기가 있으니 그냥 저냥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카스테라 종류도 가격이 꽤 올랐군요.(훌쩍)



 

정확한 이름이 뭐더라. 여튼 케이스에는 Mother's Castella라고 되어 있으니 엄마가 만들어준~이 맞긴 한가봅니다.
크기는 파리바게트에서 나온 미니 치즈케이크(4천원짜리)보다 조금 더 큽니다.
잘라 먹으려고 보니, 칼 같은 것이 안 들어 있습니다. 치즈케이크에는 들어 있었는데라고 투덜거리다 생각해보니, 이건 칼로 잘라 먹기 애매하군요. 워낙 폭신폭신한 케이크라 플라스틱 칼을 대면 칼에 빵이 눌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차라리 이렇게 먹는 게 낫지요.





비닐로 붙잡고 다 뜯었습니다.-ㅁ- 폭신폭신한게 전형적인 스폰지 카스테라네요. 맛도 딱 그렇습니다. 정말 집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 그런 맛. 달걀맛이 확 나기 때문에 이런 달걀향(냄새?)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좋아하지 않으시겠지만 전 괜찮았습니다. 옛날 옛적에 몇 번 얻어 먹었던 달걀빵이 떠올랐거든요.

어머니는 달걀빵보다는 찐빵을 자주 해주셨는데, 초등학교 때 오븐을 구입하면서는 집에서도 카스테라를 자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거 힘들어요. 저나 G나 둘다 어렸으니 달걀 거품내는 것은 무리였고. 지금이라면야 아무렇지도 않게 슥슥 거품낼 자신이 있지만, 그걸 어머니 혼자 하시려면 힘드셨겠지요. 게다가 한 판을 만드는게 아니라 한 번 만들면 4판 이상을 만들어야 했으니, 정말 큰 마음 먹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지금 제과재빵에 한쪽 발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면 어머니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옛 향수를 자아내는 맛이기도 하고, 달걀을 좋아하기도 하고, 카스테라는 더더욱 좋아하고. 가격만 아니면 종종 사다 먹을텐데 말입니다. 언제 또 한 번 사와서 이번엔 우유랑 같이 먹어봐야겠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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