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하면, It's so good, But... 쯤?

(최근 번역 작업이 조금 있어 그렇습니다. 허허허허.-_- 게다가 다음주까지 번역해야하는 것이 약 34장. 으음;)

원제는 The sheer ecstasy of being a lunatic farmer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이 책 내용을 잘 설명할 것은 없습니다. 책의 내용은 맨 뒤에 있는 감수의 글을 보면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으니 그걸 조금 옮기겠습니다.

1부: 토양의 재생을 이야기 한다. 소의 방목과 퇴비의 사용, 풀농법을 통해 토양이 유기물을 축적하도록 하며, 동물성 사료의 섭식을 통해 발생하는 광우병도 피할 수 있음. 가금류는 소규모로 운영하고, 연못을 만들어 물울 관리함.
2부: '정상적인' 식품을 생산하라. 화학비료, 가축구충제, 유전자조작생물, 전리방사선 처리, 고과당옥수수시럽, 청량음료, 가공식품을 피할 것.
3부: 동물들의 본성에 맞게 키울 것. 기계는 가능한 덜 사용할 것. 가축 품종은 가능한 지역 토착종을 선택할 것.
4부: 농업은 비즈니스임. 최고의 엘리트가 농업 분야에서 일해야함. 또한 직거래를 유도하고, 로컬푸드가 되도록 할 것.

자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북미 지역의 농부는 어떠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요.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면 빨강머리앤과 초원의 집입니다.-_-; 소설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는 아주 강력하군요. 전 양쪽 모두 실사는 보지 않았거든요.
커스버트 집안은 사과 과수원을 합니다. 거기에 여러 종류의 밭을 가지고 있지요. 대부분의 경우 농작물은 재배해서 밖에 팔고, 인력은 두 남매 외에 사람을 사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초원의 집은 조금 다릅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거의 아버지가 합니다. 딸들이 돕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은 수준을 돕지는 않습니다.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요. 같은 농업이라 해도 근교농업이라 할 수 있는 와일더 집안의 농업방식과 잉걸스 집안의 농업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잉걸스는 식비를 버는 것에 급급한 소농에 해당된다면, 와일더 집안은 훨씬 농업 규모가 크고 재배 농작물도 다양하며 훨씬 부유합니다. 잉걸스 집안에서는 수박먹는 이야기가 한 번도 안 나왔습니다. 와일더는 수박을 먹을뿐만 아니라 얼음을 잘라다가 창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농사나 집안 재산 규모가 다르기도 하지요.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이런 책을 읽고 머릿 속에 쌓았던 일반적인 농업의 이미지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와장창 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농업은 꿈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그런 농업은 박제화된 농업이고, 현재의 농업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멉니다. 뭐, 이 책에서도 내내 공무원과 정부 관료들은 비난의 대상인데 보고 있노라면 그게 이해가 됩니다. 미국의 농업보호법이나 농산물가공법 등은 정말로 아주 괴이한 것이 많습니다. 이 책 말고 앞서 보았던 『텃밭의 기적』과는 같지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향이 다를뿐만 아니라 솔직히 이 책이 훨씬 더 과격합니다.

일단 이 책의 저자와 저는 정치적이나 경제적, 여러 사상적인 부분이 안 맞습니다. 저자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복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오바마도 건강보험 개혁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한줄이었지만;) 비난을 받더군요. 뭐, 한국처럼 건강보험이 일상화 된 세계에 오면 뭐라 하려나요. 하하.;
하여간 그런 부분에서 충돌하는 점도 많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다보니 도시 빈민층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보이죠. 농촌지역의 빈민층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농촌 지역의 경우 '재배'가 가능하다보니 아주 심각하지 않은 이상은 엥겔계수는 낮은 편이라고 봅니다.(물론 제 생각이니..ㄱ-) 하지만 도시 빈민은 조금 다르죠. 일용직이 많고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수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거주비용의 여부와도 관련이 있....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것 같으니 다시 돌아보죠.


1부의 농법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땅을 해치지 않고 그 안에서 운영을 합니다. 다만 저자의 폴리페이스농장은 총 면적이 222헥타르, 67만 3천 2백평이랍니다. 저는 이게 얼마나 되는지 감이 안옵니다. 1평방킬로미터는 아니지만 하여간 아주 많이 넓은 땅이라는 것만 애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넓이의 땅은 한국의 농업에서 가능성 있는 규모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음, 제가 떠올리는 한국의 축산업은 모두가 다 소규모입니다. 산 아래에 공장 건물과도 닮은 축사를 짓습니다. 아니면 비닐하우스를 짓지요. 가금류 방목이나 축산 방목의 경우도 산 아래쪽 비탈진 곳에다가 적당한 넓이의 땅을 놓고 거기에서 풀 뜯는 정도. 그것도 소는 풀 뜯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지요. 사료가 주식이고 풀은 부식 정도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자는 소나 가금류 방목이나 둘다 넓은 땅에다가 키우라고 합니다. 단, 그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쓰라고 하고요. 소의 경우 주기적으로 방목을 하되, 초지를 일년생 풀이 아니라 다년생 풀이 자라도록 하랍니다. 그러는 것이 탄소고정(큐티하니아닙니다..ㄱ-)에도 효율적이고, 소가 그 풀을 먹고 탄소를 다시 땅으로 돌리는 것도 훨씬 효율적이라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보시고요.

돼지도 방목을 합니다. 대신 돼지 몸무게가 34kg이 되기 전에는 목초지에 풀지 않습니다. 커야지 무엇이든 싸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상대가 은수저의 곰이라면 조금 다르겠습니다만. 하여간 돼지들은 들판 아니면 숲속 계곡에 들어가 있게 하고, 가시덤불이나 잡초의 관목 등을 파헤치고 덩이줄기, 도토리, 히코리 열매, 굼벵이, 지렁이들을 먹습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숲의 개간이나 벌목, 잡목 제거 효과도 노릴 수 있겠지요. 은근히 산의 풀베기 작업도 입목 과정에서 골치 아프다고 알고 있습니다
돼지들의 역할 중 하나가 소의 깔짚을 뒤집어서 발효시키는 겁니다. 여기서는 피게어레이터 돼지라고 하는데, 한겨울 몇 개월 간만 초지에 있던 소들이 축사에서만 지내며 건초를 먹습니다. 그 때 축사에 깔짚을 깔아주는데, 깔면서 그 사이에 옥수수를 군데 군데 뿌립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소들이 초지로 나가면 돼지를 거기에 밀어 넣습니다. 돼지는 옥수수 알갱이를 찾아 먹기 위히 깔짚을 뒤집어 놓고, 사람이 손으로 소의 배설물과 깔짚을 뒤섞어 공기를 넣을 필요 없이, 그 작용을 돼지들이 알아서 합니다. 일석 이조죠.

그런 농법이 나오는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럼에도 회의적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가금류는 (질소 성분이 많아) 배설물이 상당히 독하기 때문에 매번 자리를 옮겨 줘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한 곳에서 정주하는 현재의 한국식 유기 방목은 좋은 방목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이 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시골에서 그런 땅을 구입하고 관리하고 거기에서 닭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토종닭으로 할 경우, 책에서는 1년에 한 마리가 25개의 달걀을 낳는답니다. 100마리면 겨우 1년에 2500개. 거기에 닭고기는 굉장히 질깁니다. 야들야들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물론 오래 폭폭 끓이는 요리에는  잘 어울린다지만 그걸로 과연 수익을 내서 살 수 있을까요?
돼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의 경우도. 그 넓은 땅을 가지고 관리하고, 소득을 내고, 땅을 척박하지 않게 만드는 농법을 고안하고 실험하고, 각 가축의 토종 종자를 계속 개발해 토착종을 만드는 시도를 계속하고.

쉽지 않습니다. 한 두 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전체가 다 최소 몇 십년 단위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더 정확히는 대를 이어가며 농업을 해야 가능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아요. 요즘 세상에 누가 자식이 농업하는 것을 찬성하겠습니까. 이런 일을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농업 환경을 접하고, 그것에 익숙한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이전 농업에서의 경험과 기술을 익힌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단절되기 쉽죠. 게다가 현재와 같이 농업으로는 밥 벌어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만다면 더더욱 어려울 겁니다.

저자는 거기에 미국 특유의 상황을 더하더군요. 세금, 가공과 관련된 여러 법적 제재, 대를 이어 농업하는 농가에 대한 무배려, 기업적 농업을 훨씬 더 장려하는 미국 특유의 분위기도 추가해야겠네요.


워낙 많은 이야기가 있고, 워낙 많은 태클이 있었던 지라 자세히 적다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은수저』 12권에 나온 돼지 방목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하치켄이 고생하겠다 싶더군요. 더 공부해라 하치켄.=ㅂ=


조엘 샐러틴.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유영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2, 15000원.

이 책도 구입 여부를 두고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에 공간만 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샀을 텐데. 무엇보다 이 책은 시간을 안 타는 책이거든요. 앞부분의 여러 농법에 관심이 있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 라고 하고 교보를 들어가보니 품절.ㄱ-; 음, 이 상태로 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원서로 봐도 이해가 잘 안될 건데 중고로 구할까 말까...;
지난 번에 스캔한 자료들은 모두 파쇄해야 하기 때문에 쌓아 놓았는데, 2주 넘게 조금씩 파쇄하고 있다. 한 번에 4장 이상 파쇄하면 속도가 느린데다, 자주 걸려서 중간 중간 되돌리기랑 종이 추가하기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나치게 과열되면 아예 파쇄기가 멈춘다.
-걸릴 때는 추가로 종이를 넣어주거나, 자동 인식형 핀을 다른 종이로 건드린다.
-가끔 되돌리기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을 때는 파쇄기를 열어, 갈린 종이를 눌러준다.

이 중 제일 골치 아픈 것은 2번. 세 번째는 꾹꾹 눌러 주는 작업이 재미있어서 할만하다. 그러나 방금 전, 아래의 통을 둘러싼 검은 비닐 봉지와, 그 안에 가능한 골고루 눌러 쌓이라고 다져주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_-;

은수저보다 앞서 홋카이도의 농업 장면을 보인 닥터 스쿠루. 거기에 사일로에서 사료 만드는 일을 돕는 장면이 있다. 건초가 위에서 쏟아지고 그 위에 유산균 같은 효모 발효제제를 뿌리면서 검은색 망토를 뒤집어 쓰고 꾹꾹 눌러주는 사람들... ... ... .. 사일로에 건초 눌러 담는 것이나 검은 봉지에 파쇄 종이 눌러 담는 것이나 같은 맥락인가! (...)



참고로, 최근 읽고 있는 괴짜 농부 책의 저자인 폴씨는 사일로에 저장하는 사료(건초)를 혐오한다. 소는 소답게 풀을 뜯는 것이 최고라나. 하기야 요즘 축산도 조사료가 인기더만.

(그러나 폴 아저씨는 소죽 쒀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듯. 흐음. 소죽 쑤는 것이 훨씬 소가 풀더미 소화하는데 효과가 있을라나? 뒤져보면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있을 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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