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친구 K가 말했던 것처럼 저는 생일 즈음이 되면 기분이 굉장히 가라앉습니다.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것은 대강 몇 년 전부터인데, 처음 시작되었던 이유는 JLPT 시험이었습니다. 그 해, JLPT 시험을 신청했는데 공부는 전혀 안되고 하기도 싫고. 그렇지만 시험 볼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거기에 동지가 다가오면서 해는 점점 짧아지고.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기분이 하염없이 가라앉더군요.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입니다.-_-;


하여간 그런 이유로 생일 때만 되면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데 올해는 그게 좀 일찍 찾아오나 했더니 결국 12월까지 계속, 내내, 질질 끌더군요. 조금 심각할 때는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문자 받는 것 자체도 힘듭니다.-ㅁ-;



요 몇 년 간은 그냥 어머니 생신이랑 묶어서 보내는데, 외식하기도 싫고, 일이 밀려 있으니 어디 나갈 시간도 안되고. 거기에다 발목잡힌 이번 일 때문에 상태가 조금 많이 심각해지더군요. 음, 이럴 때는 뭔가 생산적인 일에 신경을 쏟는 것이 좋은데 말입니다. 그러기도 쉽지 않아요. 벌려 놓은 일이 많으면 또 그게 스트레스가 됩니다. 하하;




하여간 G에게 생일케이크도 필요 없다 말하긴 했지만 그냥 보내기는 섭섭하더군요. 맛있는 것이고 뭐고, 그 날은 평소와 별 다를 바 없이 보냈는데, 맛있는 케이크 파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시간이 없고 먹고 싶은 케이크도 없어서 그냥 공방 가는 길에 공방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초콜릿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체리가 들어간 초콜릿케이크인데, 보는 것만큼 무거운 케이크는 아닙니다. 전자렌지에 데워서 따끈하게 나오는데 먹어보니까 머랭을 섞었는지 폭신폭신한 케이크더군요. 딱히 무거운 케이크를 바란 것도 아니었고, 맛있는 케이크가 있었으면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먹었지만 케이크보다는 이 집 카페라떼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일 먹고 싶은 건 시폰이긴 한데, 요즘 위가 망가져서 많이 먹기도 어렵지요. 그것만 아니면 패션파이브에 가서 시폰케이크를 사올텐데. 사러 갈 시간이 없는 것도 안 먹는 이유 중 하나로군요. 이러다가 그냥 크리스마스 케이크고 뭐고, 그냥 넘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날, G가 베이킹을 다녀온 뒤 물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케이크?"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랑 생크림을 바른 가나슈초콜릿케이크."

그러더니 치즈케이크는 회사에 들고 갔고, 집에는 초콜릿 케이크만 남았습니다. 한데, 그 주 주말에 케이크를 먹기 위해 찾았더니 이상한 모양의 조각만 타파통에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었길래, 마치 원에 내접한 정사각형의 옆에 붙은 조각 같은 모양만 남았을까요. 게다가 타파웨어에 들어가 있었으니 생크림이 여기저기 마구 묻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한 조각 드셨다길래 맛을 여쭈었더니 케이크는 나쁘지 않은데 먹는 도중 초콜릿 빵 사이에서 끈적끈적한 것이 흘러나오더라 하셨습니다. 먹어보니 그게 가나슈군요.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가나슈를 바르고 전체적으로 크림을 발랐나봅니다. 하지만 바르기 편하라고 휘핑을 섞다보니 느끼합니다.ㄱ-; 크림은 거의 걷어내고 먹었지요.
케이크 자체는 맛있습니다. 초콜릿케이크도 그리 가볍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가토 쇼콜라 같은 묵직한 맛은 아닙니다. 무난한 초콜릿 케이크를 사이에 발린 가나슈가 더해주는 셈이네요. 커피랑 같이 하니 꽤 잘 어울리더랍니다.


그리고 왜 케이크가 저 모양인지는 다른 조각을 찾고서 알았습니다. 어머니... 네모난 타파통에 넣으려고 가운데를 사작으로 자르고 남은 조각을 거기 넣어두셨던거군요.T-T; 그냥 부채꼴로 자르시 그러셨어요.;

이번에도 정보 출처는 쿠켄. 홍대에 짜이를 전문으로 내는 카페가 생겼다기에 호기심이 동해 G를 끌고 다녀왔습니다. 아래의 국수를 먹고 나서 이동한 곳이지요.

홍대를 자주 다니신다면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쿠켄에서 위치 설명하기를, "홍대 놀이터에서 수 노래방으로 가는 길에 아디다스 건너편 골목"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해두었는데 그 대로 찾으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웃음)
홍대 놀이터를 끼고 수노래방 방향으로 죽 걸어내려갑니다. 엔젤리너스를 지나고 카오산을 지나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에 아디다스가 있습니다. 거기서 잠시 멈춰서서 왼편을 보면 작은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래길 있는 곳에 바로 묵타가 보입니다.


1층에 mukta라고 간판을 해놓은 가게가 보이지요.


텐시노 스미카를 아시는 분이라면 텐스미 뒷골목으로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층의 Cafe Ann에서 뒷골목으로 빠지는 문이 있지요. 거기서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위의 갈래길이 보일테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입니다. 다시 말해 텐시노 스미카에서 멀지 않습니다. 걸어서 몇 분 내외로군요.

내부사진은 찍은 것이 없는데, 대체적으로 어둡습니다. 보통의 네모진 공간에, 앞쪽편에 주방을 만들어 앞쪽의 바와 안쪽의 좌석을 분리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가게 문 들어가면서는 외부 테이블이 있어서 흡연석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밖에 나와서 차 마시는 것도 좋겠지요.

짜이 전문이라지만 메뉴는 꽤 다양합니다. 커피 쪽 메뉴도 상당히 있고요. 카페인을 싫어하신다면 라씨도 있습니다. 인도식 요거트 음료인데 요거트 스무디와 조금은 비슷하지만 얼음을 넣지 않고, 요거트 발효균이 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티벳 버섯 같은 걸로 하려나요? 그건 잘 모르겠씁니다.-ㅂ-



들어가면서 왼편에 벽을 바라보게끔 나무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습니다. 면벽수행은 취향이 아니지만 안쪽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여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노란색 다이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메뉴판입니다. 사진첩인데, 사진 대신 검은 종이에 은색 펜로 적은 메뉴가 꽂혀 있습니다.
위에 보이는 것은 서비스로 나온 과자입니다. G가 두 개를 홀랑 먹어서 제 몫만 남아 있습니다. 하나는 땅콩버터샌드, 다른 하나는 파인애플 롯데 샌드라고 추측합니다.(..)



짜이가 나왔습니다. 향신료를 조금 약하게 해달라 부탁했는데 진하기는 그대로입니다. 생강도 조금 들어갔을테고요.(향신료를 줄여달라 부탁드렸더니 생강은 어떻게할지 물어보시더군요.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단맛도 가미되어 있지만 강하진 않습니다. 더 달게 마시고 싶으면 저기 보이는 설탕을 넣으면 되겠지요.
색은 사진에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진한 인디언 핑크.(살색은 부적절한 단어입니다!) 외래어표기법에 맞춘다면 짜이가 아니라 차이가 맞지만, 왠지 인도식으로 끓여낸 차이는 짜이라고 강하게 부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앞에서도 다 짜이라고 적었습니다. 훗훗훗~

맛은 확실히 진합니다. 하지만 짜이라면 응당 기대하는 것이 있지요. 진한 맛, 강렬한 향, 혀가 얼얼해질 정도의 단 맛. 아마 제가 그렇게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러 맞춰주신 것도 같지만 향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단 맛도 제 입맛에 맞는 수준의 적절한 맛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주문해놓고도 아쉽다는 건 뭔지..; 다음에 간다면 정통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해볼까요.
차이를 처음 마신 것은 티앙팡에서였고 거기의 차이는 순한 편입니다. 요즘 제가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정도의 수준이랄까요. 그 다음에 마셔본 곳은 에베레스트였는데 거기도 강렬한 맛은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ㅂ- 뭐, 가장 맛있는 짜이를 마시려면 인도에 직접 가서 땀을 비오듯 쏟다가 현기증이 날 때쯤 길거리에서 만들어파는 아저씨에게 한 잔 만들어 달라 해서 물소젖과 소젖을 반반씩 섞어 차도 듬뿍, 설탕도 듬뿍 넣어 볶듯이 만들어 약탕기의 한약재 짜듯 비틀어 짜, 마지막 한 방울까지 꾹꾹 눌러 담은 양은 컵에 마셔야 하는 겁니다.
(위의 묘사 장면은 순전히 상상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저는 캄보디아와 홍콩과 도쿄를 제외한 외국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인도, 네팔, 부탄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진한 짜이를 마실 수 있는 곳을 홍대 근처에서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차는 아마도 아마드를 쓰지 않을까 합니다. 주방 한 켠에서 아마드 캔을 봤거든요.



G가 시킨 코코넛 라씨. G는 잘못 시켰다고 내내 투덜거리더군요. 과일 라씨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과일 라씨는 마시고 싶지 않다고 코코넛을 시켰습니다. 견과류나 뭔가 씹히는 것이 들어가는 과자를 질색하면서 이걸 시켰으니...; 아마 코코넛 밀크가 들어갔을텐데, 그것보다는 코코넛 필링의 씹히는 맛이 굉장히 강해서 말입니다.; 투덜대며 먹다가 절반쯤 남겼습니다. 이런....



자아. 이날의 주목 메뉴였던 초콜릿 머드 케이크입니다. 머드란 단어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찐득한 타입의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염장샷은 접사가 제격인겁니다.(...)

G는 안 먹겠다고 해서 저 혼자 저 케이크 하나를 홀랑 다 먹었습니다. 절대 이런 짓은 하지 마시고요, 가능하면 2명 이상이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조각 잘라 입에 넣는데 맛이 초콜릿 그 자체입니다. 으허허허허허; 초콜릿을 녹여서 다시 굳혀먹는 맛? 생초콜릿의 맛? 하여간 진하고 찐득한 초콜릿 케이크를 원하신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세요. 단, 제 입맛에는 달았습니다. 진하기는 했지만 쓴 맛은 좀 부족하달까요. 제가 초콜릿을 좋아하긴 하지만 저런 케이크를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좀 아쉬움이 남는 겁니다.
당연히 보통의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시트 타입을 원하시는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바닥에 뿌려진 것은 초콜릿 소스, 동그란 것은 블루베리 소스입니다. 새콤한 블루베리 소스가 들어가니 그것도 좋습니다.-ㅠ-

짜이, 코코넛라씨, 초콜릿 머드 케이크를 모두 합해서 18000원이 나왔습니다. 각각의 가격이 기억나지 않는군요. 얼마더라. 라씨 가격이 조금 높았다고 기억하니 아마 6천원, 8천원, 4천원인듯합니다. 머드 케이크 가격이 4천원인지 5천원인지 가물가물하군요.
혼자 읽을 책 한 권 들고가 바깥의 테라스에 나가 뒹굴뒹굴하는 것도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라지만 언제 다시 갈지 기약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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