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마루 밑 바로우어즈는 어렸을 적 읽었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맞지 않아서 앞부분만 대강 읽었는지, 전체적인 애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소인들이 사람들에게 빌붙어(..) 사는 이야기라고만 기억하고 있고요. 이런 소인국 이야기가 그 당시에 외화 등으로도 상당히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이쪽이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몇 명이 인간 세계로 표류했다는 이야기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싫어서 보다말다를 반복했다고 기억하고요.

비슷한 타입의 작은 사람들 이야기라면 오히려 코로부쿠루쪽이 취향입니다. 사토 사토루의 책으로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 나와 있는데 이쪽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차라리 아리에티보다 이쪽을 만들면 음.... .... 그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겠지요.; 상상이 안됩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영시간이 93분으로 짧은 것도 그렇지만 담은 내용도 딱 단편소설 정도입니다. 그러니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겠더군요. 스펙터클한 분위기도 없고, 시종일관 잔잔하고 ...... 염장입니다.(먼산) 특히 아리에티.-_-; 너 쇼우에게 반했지? 하는 짓이 사춘기의 여자애가 꽤 마음에 든 남자아이에게 하는 것과 다를바 없어요. 뭐, 쇼우가 병약미소년계라 예쁘기도 하지만...; 써놓고 보니 하울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의 흐느적(...)거리는 것이 떠오르네요. 하여간 인간이 소녀고 소인이 소년이었다거나 하면 분위기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여자-여자였다면 아마 단번에 죽이 맞아서 소꿉놀이인형놀이하고 놀았을 듯.


영화의 진정한 결말은 맨 처음에 등장하는 쇼우의 독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로 이야기의 그 이후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DVD는 구입 예정입니다. 이전에 듀시스님이 일본 여행 가실 때 TV에서 찍어오신 그 인형의 집. 분명 부가영상으로 DVD에 딸려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그 인형의 집을 직접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거든요. 타샤 튜더의 것에는 포스가 밀리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걸요.
다행히 스케일이 달라서 염장도는 떨어졌지만, 게다가 방에 놓은 걸 보니 웬만한 집에는 가져다 놓는 것도 무리겠지만, 그래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러니 책부터 조금씩 시작할까봐요.^-^

어제 귀를 기울이면 보러 다녀왔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 단관개봉이라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좌석에 빈자리가 거의 없더군요. 하기야 어제는 학교가 쉬는 토요일이라 애들 데리고 나온 엄마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 인원도30% 가량은 되었을겁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초속 5cm와 비교하기도 그렇지만,좀더 발랄하다고 해야할까요? 보통은 가볍게 웃음이 터질 부분에서도 좀더 길게 웃음이 지속되었습니다.

- 약간 화면에 비가 내리긴 했지만 어두운 화면 몇 군데서 그게 좀 심하게 눈에 거슬렸고 다른 부분에서는 신경쓰지 않고 잘 봤습니다.

- 그리고 아주 희한한 질문 하나. 오프닝 나오면서 각 배역별 성우 소개가 살짝 지나갔는데 아주 특이한 이름 하나를 봤습니다. 시즈쿠(훗. 역시 많이 본 한자라 했더니..-_-)의 아버지 역할 성우가 立花陸입니다. 한자를 보는 순간 자동적으로, 마치 잘 구워진 식빵이 토스터 위로 툭 튀어올라오듯 떠오른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고양이 빌딩의 주인인 일본의 삐딱한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필명이 저겁니다. 원래 성은 橘이지만 필명을 立花라고 쓰더군요. 흔히 있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치바나 다카시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으니 비교 불가..; 아버지 목소리가 그래도 꽤 여러 번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그 사람이 저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

- 시즈쿠.... 그러고 보면 95년에 중 3. 현재 스물 여덟이라는 이야기인데, 성은 다르고 이름만 다른 그 동명이인 보다는 연상이겠지요?

- 세이지란 이름도 은근히 익숙한데 일본의 유명한 지휘가인가, 하여간 클래식 음악계 쪽에 같은 이름이 있지 않던가요. 아. 역시 오자와 세이지.; 음악쪽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제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일부러 같은 이름을 주지 않았나란 생각도 듭니다.

- 바론과 그 몇몇 배경 소품들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애니가 청춘연애물이란 것을 전혀 모르고 갔습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연애모드에만 돌입하면 그대로 격침당했습니다. 말그대로 격침.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불편한 심기를 온몸으로 드러내며 의자에서 주루룩 미끄러졌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 부분은 제 주변에 있는 같은 나이의 애들을 돌아보며 쟤들이 저래?라든지, 저건 역시 10년도 훨씬 더 전의 감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죠. 이건 1995년 작. 12년 전의 작품인겁니다.

- 도서관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는 도서카드를 썼지요. 대출카드 따로, 책 뒤에 있는 도서카드 따로. 지금은 그렇게 해두었다가는 애들이 도서카드를 박박 찢어버려 소모품 지출액이 엄청날겁니다. 애들이 왜 그런 짓을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 도서관 가장 깊숙한 서가에 들어가 쭈그려 앉아서 과자를 까먹고 멀쩡한 책 표지를 벅벅 찢으며, 잘 붙어 있는 바코드 라벨과 도서 라벨을 떼어 버리는 애들이 있답니다. 전체 애들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객의 1%만 그래도 도서관 입장에서는 속타지요.
(예, 업계 사람입니다. 훗훗훗.-_-)

- 도서카드도 아련하지만 바코드 이관 작업을 한다든지-한국에서의 바코드 이관 작업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그보다 몇 년 더 빨랐을지도요-책의 도서 라벨이 키퍼나 띠라벨 없이 옛날 서고에서 보던 그대로 파란선이 그어진 라벨을 써서 책등에 붙여진 것도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도서관을 처음 이용하던 그 당시에는 이미 띠라벨과 라벨 키퍼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서고에서 튀어 나온 책들이야 견출지를 닮은 라벨이 붙어 있었지만요.

-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상당수 성장을 주제로 한 것이 많습니다. 이것도 진로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성장통이라고 해야하나요. 세이지는 좀 빠른 감이 있지만 자신의 목표가 확고한 만큼 잘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부양가족이 될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이건 지나치게 빠르지만...; 시즈쿠 역시 남자친구 덕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가닥을 잡았으니 잘 하겠지요.

- 보고 있자니 옛날에 방기해둔 몇몇 소설들이 떠오릅니다. 시즈쿠의 고민이 손에 잡힐 것처럼 이해되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릅니다. 많은 자료를 찾고 쓰고 고민하고 다시 쓰고.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말했던 것처럼 의욕이 앞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요. 모든 창작 활동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손을 대야...-_-;)


이모저모로 재미있는 애니였습니다. 옛 기억을 꺼내 먼지를 털고 훑어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웠지요. 이 감독이 아직 있었다면 게드전기가 저렇게 망가지지 않았을텐데라는 망상도 했습니다. 아니, 망상이 아니지요.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지만 콘도 요시후미가 있었다면 게드 전기도 괜찮은 퀄리티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만약이 만약으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DVD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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