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을 하고 돌아와서는 G가 씻는 동안 밥상을 차립니다. 차린다고 해봐야 어제 고베 이스즈 빵집에서 사온 빵이랑, 귀가하면서 사들고 온 음료수를 올려 놓는 것만으로도 족하지요.




시타딘 교토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길 건너편에 있는 세븐일레븐입니다. 숙소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니까요. 거기 말고는 역시 조금 더 걸어 건너편에 있는 로손이 있고요. 이번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교토는 로손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로손 외의 편의점은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못 보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숙소 길 건너편의 세븐일레븐이지요. 지난번 여행 때도 자주 이용했는데 이번 여행 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덕분에 다양성이 떨어지고요. 차라리 훨씬 규모가 작은 로손의 상품이 다양하게 느껴집니다. PB 제품은 가격이 조금 싸지만 이것 저것 둘러보고 골라먹는 재미는 덜합니다.=ㅅ=


그래도 세븐일레븐의 자몽주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세븐일레븐에서 샀지요. 조지아와 보스, 양쪽의 커피맛을 비교해볼겸 들고 왔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실패. 왜냐하면 왼쪽의 조지아 커피가 무가당인걸 모르고 집어왔기 때문입니다. 왼쪽은 무미에 가깝고 오른쪽은 설탕물에 가깝고.; 섞어 먹으니 단맛 균형이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한 캔 홀라당 마실 정도는 아니네요. 그러고 보니 나, 캔 커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왜 샀지? ㄱ-;




아침 열심히 챙겨먹다가, 전날 사온 감자칩과 맥주를 꺼내듭니다. 저녁 때 감자칩과 맥주를 먹으면 다음날 아침 부으니 못 먹는다고 아쉬워했는데, 그렇다면 아침에 먹으면 되지요. 그리하여 아침부터 맥주를 마십니다. 안주는 세븐일레븐의 간장맛 감자칩.-ㅠ-
삿포로 블랙은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은데 제 입에는 이게 제일 괜찮더라고요. 부드럽고 진한 맛이 무난하니 맛있습니다.




컵에 담긴 것은 자몽주스. 오른쪽은 세븐일레븐에서 들고 온 생과일주스입니다. 100ml 남짓이었던가, 그게 350엔이나 하더군요.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구입했는데 맛은 감귤(미깡, みかん), 핫사쿠(はっさく), 아마나츠(あまなつ)의 세 종류입니다. 감귤이야 예상했던 맛일 것 같아 핫사쿠를 구입했는데 자몽과 비슷하게 쌉쌀한 맛이 나면서도 또 다릅니다. 단맛은 적고 쓰고 신맛이 강한데, 이런 귤을 좋아하는지라 홀짝홀짝 잘 마셨습니다.-ㅠ-




낮동안의 커피 부족을 조금 해결할까 싶어 세븐일레븐 PB인 블랙커피를 샀는데 그냥 탄 커피맛이로군요.;ㅅ; 물을 섞어 마시니 그냥 보리차처럼 마실만 합니다.(먼산)



이렇게 아침을 챙겨먹고 7시 반에 숙소를 나갑니다. 교토역으로 바로 가서 사가아라시야마에 가는 소노베(園部)행 8시 열차를 타지요. JR 패스가 있으니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쓰는 것보다는 이것이 빠릅니다. 일요일이니 아라시야마도 아침부터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잽싸게 움직였지요.

8시 29분에 사가아라시야마 역에 내려 남쪽 출구로 나갑니다. 텐류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걸어갈만 합니다. 다만 햇살이 강해서 양산을 들고 나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요.




이런 가로등도 참 귀엽습니다. +ㅅ+




C님이 보시면 홀딱 넘어갈 것 같은 서점 풍경. London Books라는 이름의 서점인데 개점 전이라 다행이었습니다. 개점 후였다면 들어가서 홀랑 지갑을 털렸을지도 모릅니다.;




런던북스 길 건너에 있는 방향 안내등. 여기서 꺾어 텐류지로 갑니다. 도게츠 다리도 같은 방향이고요.
토롯코 열차는 탈 생각이 아예 없어서 안내를 자세히 안 봤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7월 중순의 폭우로 인해 철로가 유실되었는지 문제가 생겼는지 해서 한동안 운행을 준단한다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사가아라시야마 역 말고 교토역에도 붙어 있더군요.

길을 죽죽 걸어 나가면 텐류지에는 금방 닿습니다. 그리고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연못이 보이고요.




연못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각 콘크리트 벽 안에 갇혀 있는 형태고 사람의 눈높이 보다 연꽃이 아래 있어서 더 작게 느껴지더군요. 꽃도 상당수 졌더라고요. 흑흑흑;ㅂ;





그나마 이런 연꽃이라도 있었으니 눈요기는 조금 했습니다.




연못은 대칭형으로 두 군데 있었는데, 한쪽은 홍련이더니 다른 쪽은 백색이 섞인 연꽃이 피어있습니다.





빛 때문에 색이 날아가기도 했지만 보통 생각하는 홍련에 비하면 색이 밝습니다. 가장자리에 살짝 분홍색 띠를 두른 것 같더군요.




홍련과 백련에 가까운 홍련이 뒤섞인 것 같지요. 그래도 대부분 꽃이 졌습니다.=ㅅ= K가 댓글 달아준대로 연못이 얕고 작은 편이라 가마쿠라보다도 연꽃이 일찍 진 건지도 모릅니다. 가마쿠라는 8월 초에 갔는데도 연꽃이 한창이었거든요.


텐류지에서 연꽃 구경을 하고 나왔더니 아직 시간이 일러 가게들은 한참 개장 준비중이거나 닫혀 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도게츠교도 보고 가자 싶어 G랑 함께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라시야마는 두 번째지만 도게츠교는 처음입니다.(먼산)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라시야마 남쪽에 하천이 있는 건 지도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넓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분위기가 강원도랑 닮았어요.(...) 뒤에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하천. 강원도에서 종종 보던, 그리운 풍경입니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더군요. 이건 좋은 카메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냥 여기는 눈으로 보고 담아두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전날까지 비가 내려 그런지 수량이 많고 물살도 셉니다. 구름이 많아 햇살도 가려져 다리 위에서 한참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지는 않고 이 주변에서 얼쩡대다가 도로 나왔지요. 아침부터 무리하면 오후 일정이 엉망이 될테니 말입니다.;




상당히 익숙한 풍경이네요. 길 건너편에 보이는 기와 지붕만 아니면 교토가 아니라 한국이라 해도 믿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돌아보고는 근처 기념품 가게에서 3장에 1천엔 하는 손수건을 사고, G는 오닉스로 된 팔찌를 하나 사고 나옵니다. 올빼미 캐릭터의 칠복신(七福神)이 굉장히 귀여웠지만 사오면 짐이 됩니다.; 집에 둘 곳도 없으니 말자며 돌아 나왔는데 기념품 사기에는 꽤 괜찮은 가게였습니다. 다음에도 교토에서 기념품 살 일이 있으면 아라시야마의 이 가게와 간사이 공항의 가게를 들러야겠네요.-ㅂ-


사가 아라시야마 역에서 교토역으로 돌아가는 열차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돌아갑니다. 9시 27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놓치면 20분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거든요. 그러니 발걸음을 빨리 옮겨 역으로 돌아가니 20분도 걸리지 않아 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열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돌아 왔지요.




다음 글은 기온 키나나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글이 이번 여행의 메인인 아지키 골목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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