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압축하여 책 내용을 요약하면 2010년에서 2012년 즈음을 배경으로한 일본 서점계의 문제와 자구 노력을 다룬 개인 면담 모음집쯤 됩니다. 일본 서점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시기에 저자가 일본의 여러 서점을 방문하며 서점의 운영자나 직원 등과 인터뷰하고 밀착 취재하여 모습을 자신의 눈에서 그려낸 이야기에 가깝네요.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은 아니고, 중간 중간 저자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등에 대해 부끄러워 하는 대목도 있다보니 분석서라고 하기도 그렇고, 르포르타쥬 쯤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B님이랑 대화하다가, 일본은 전체 서점의 2%가 줄어들었을 때 호들갑을 떨며 서점이 죽어간다고 했다는데 한국의 상황은 말해야 손만 아프죠. 역사가 오랜 작은 서점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남아 있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전문 서점이거나, 체인형인 대형 서점이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고서적 판매를 하는 서점이거나 합니다. 요즘처럼 대학가 임대료가 오른 시점에서는 유지비를 감당할 작은 서점은 드물지요. 그럼에도 몇몇은 남아 있고 몇몇은 또 생기고 있으니 그래도 반가울 따름입니다.


읽으면서 아예 한 손에 포스트잇을 들고 계속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읽다보면 '일본의 서점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기울였는데, 한국의 서점인은 과연 어떠한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한국의 서점에 대한 밀착 취재기가 있는지 조금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뭐, 요즘 도서정가제와 엮어서 지역 서점 살리기를 하고 있다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중간도매상(유통업자) 배불리기가 되더군요. 유통업자가 마진 10%, 서점이 10%가량 차지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이익 10% 놓고 보면 들인 수고에 비해 그리 도움이 되는 금액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서점 매출 상황을 잘 모르니...



하여간 일본의 서점 상황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데, 한국의 소매업-슈퍼마켓 상황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대형 체인 서점들이 들어오면서 지역의 작은 서점들은 밀려나고 특색을 보이지 않으면 결국 문을 닫고 맙니다. 거기에 도서 매출은 점점 줄어가고 사람들은 전자책을 읽습니다. 이전에는 서가를 배치하고 구성하는 것이 주 업무였던 서점원들은 위와 출판사에서 지시하는대로 책을 배열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보다 아마존에서 원하는 책만 쏙쏙 집어 봅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페이지랭크 기법을 통해 당신이 원할 수도 있는 책을 보여주지요. 그게 은근히 사람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p.72

(중략)서점에 있는 사람이 느끼기에 책을 분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구글은 페이지랭크Page rank라는 분류법을 채용한 것 아닙니까. 서점으로 치자면 서가 분류 같은 일은 어려워서 하기 곤란하므로 베스트셀러 순위로 진열하자는 것과 같아요. 쥰쿠도 서점 일반서 베스트셀러, 쥰쿠도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 같은 서가를 만든다면 간단한 일이에요.


p.73

(중략) 이와나미쇼텐에서 출판한 <구글 문제의 핵심>에서, 저자는 구글의 페이지 구현 방식은 미인 투표와 같다면서, 그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읽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상가게는 실물가게를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직접 책을 보고 비교하고, 편집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실물을 볼 수 있는 가게니까요. 또 서점원의 배려를 통해 독특한 배치나 구조를 볼 수 있고요. 아무리 아마존에서 상품을 모아 진열해서 특설전을 한다고 해도, 영풍문고의 만화코너에서 보이는 유머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영풍문고. 교보에서는 별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영풍의 몇몇 코너들은 서점원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발휘하는 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서점이 없진 않군요.'ㅅ'



서점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지루할 지 모르지만 다양한 모습의 서점과 서점원, 그리고 종이책과 전자책, 책의 유통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서점 방문기와는 차별성을 가지니 그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서점은 죽지 않는다: 종이책의 미래를 짊어진 서점 장인들의 분투기』, 백원근 옮김. 시대의창, 2013, 1만5천원.


번역은 조금...

몇몇 부분에서 일본식 어투가 있더군요. 고쳐서 해주지..=ㅁ=


그리고 이런 인문사회서적으로는 드물게, 구입했습니다. 하하하; 이런 서점 장인들이 있으니 서점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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