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대~강 주워 섬기는 이야기입니다.

건너 건너 관심이 믾아 무형문화재나 그 기술에 관련한 이야기는 많이 주워들었습니다. 국가 관리에 들어가는 무형문화재도 있고 각 지방의 무형문화재 관리도 따로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강의 내용은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읽다보니 이 책에 등장한 무형문화재들은 지방 무형문화재들도 많더군요.

그 외에 『효재의 살림 연장』에도 잠시 무형문화재의 소득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효재도 전통공예품이나 고가의 살림살이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중에 수저가 있었습니다. 수저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무형문화재였지요. 방짜장하고는 이름이 달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 목차를 살펴보니 방짜 수저장이라고 나오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가 폭발할 뻔했던 부분이 바로 그 장이었습니다. 유기든 뭐든 한국의 전통공예는 굉장히 손이 많다는 건 압니다. 한국차의 구증구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고, 유기도 그렇지만 부엌칼을 포함해 대장간에서 나오는 도구들도 쉬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모시나 삼베는 두말할 것도 없고 비단은 말해야 무엇합니까. 저도 곁다리로 나마 누에 치는 것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기껏해야 뽕잎 따는 것이었지요. 어머니나 이모들은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이 도왔을 거고 그러니 외갓집도 도중에 손을 놓았을 겁니다. 아마 중국과의 교역이 본격적으로 열린 뒤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렇게 손이 많이 가지만 돈은 안됩니다. 그게 한국 공예의 최대 문제라고요. 아니,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 무엇합니까. 무형문화재의 한 달 연금은 88만원 세대가 받는 돈 보다 조금 더 많다고 압니다. 물론 이게 예전 정보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 이미 한 달 연금이 100만원이래요. 그건 오롯이 '무형문화재 장인'의 몫이고 그 수제자나 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마스터로 지정되면 한달에 100만원 월급이 나오는데, 그 외에 돈을 더 벌지 않으면 생활이 안됩니다. 그나마 직인이나 도제인 경우에는 그런 월급이고 뭐고도 없고 알아서 생활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하니 마스터보다는 돈을 덜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나요? 어떻게 벌어 먹고 사나요? 그럼 누가 그 기술을 이어 받나요? 어차피 몇 년 지나면 실전될, 찾는 사람이 없어 사라질 기술인데, 그거 왜 하나요.

중소기업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이런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나마 몇몇 공예 분야는 다른 판로를 개척했지만 그렇게 타 분야와 협업을 할 수 없는 기술은 이미 대가 끊기기 일보 직전입니다. 『마루이치 풍경』에서처럼 로봇에게 100% 전수시킬 수 없는 노릇이니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한국의 전통 예술은 맥이 끊길 겁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니 뭐니 하면 뭐하나요. 이름값만 있고 밥값은 없는 걸요. 그런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국가에서 하지 않고 뭐하나요. 그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게 한다면 그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이게 또 다른 한류인지 뭐시기인지를 만들 수 있을지 누가 아나요.
일본의 가나자와가 금박 기술과 옻칠 공예로 유명하다는데 한국도 유명합니다. 근데 왜 키우지 않나요? 복지요?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복지 정책은 상당수가 포퓰리즘입니다. 굶어죽지 않게 일정 나이만 되면 연금을 주는게 아니라, 늙어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아버지 세대의 퇴직자들, 꽤 많습니다. 제 아버지는 지금 제 2의 직업을 찾으셨고 그쪽 일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 막노동(...)을 하냐 뭐냐 이야기 했던 아버지 친구분들은 오히려 아버지를 부러워 합니다. 돈 버는 것은 둘째치고 일거리가 있으니 사람이 늙지 않는다고요. 그런 이야기들 하십니다. 노년에 행복하게 이리저리 놀고 쉬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파트 타임이든 뭐든 간에 사람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야 모를까, 몸과 정신 모두 건강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쉬게하는 것은 사람을 늙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복지 정책은 방향이 이상하게 나간다고 봅니다. 용돈 받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공돈이 되면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그건 받는 사람이 어린애건 노인이건 관계없다고 봅니다. 다 같아요.

또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튀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공예는 멋집니다. 중국과 일본과 나란히 놓으면 또 달리 보입니다. 물론 외국 사람들이야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얼굴 구분 못하는 것처럼 차이가 뭐냐 하겠지만 보는 사람 눈에는 보입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무언가가요.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밥 벌어 먹고 살지 못하는 직업인 이상 맥이 끊기는 건 당연하지요. 그런 사람들이 계속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를 살리는 길 아닌가요.
대중 문화만이 문화는 아닙니다.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문화만이 문화인 건 아닙니다. 한류 문화만이 문화인 건 아니라고요.

제발.-_-+
한국 전통 문화 좀 살립시다?



덧붙임.
G4가 끝나면 그 다음은 전통 공예입니다. 이건 이미 아버지와 약속해 놓은 것이지요. 두 가지 정도는 최소 찍어 놓았고, 이미 B님과도 약조한 것이 있으니 그걸 포함하면 세 가지. 그 세 가지는 제가 환갑되기 전에 할 겁니다. 그것이 제 장기 목표로군요. 그게 Generation 몇 번째가 될지 모르지만 인생의 또 다른 전기가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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