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조은희, 오사다 사치코,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이른아침, 2008, 18000원
박현신,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리뷰 쓰는 것을 더이상 미루면 아예 잊어버릴 것 같아 날림으로라도 쓰렵니다.-_-;

양 책 모두 괜찮았습니다. 차 한 잔~은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작가와 조은희씨가 함께 쓴 책입니다. 세계 각지의 차 마시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상당수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터키나 인도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라오스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그리고 티벳을 비롯한 낯선 곳에서의 차 마사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깊게 다룰 수 없으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비판적인 태도로 책을 보게 되긴 합니다. 모르는 지역에 대한 정보니까 100% 신뢰는 하지 않는달까요.
용어의 통일 문제도 조금 걸렸습니다. 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짜이가 아니라 차이가 맞습니다. 각 지역마다 발음의 강도 차이가 있으니 차이라 실제 부르는 곳과 짜이라 부르는 곳이 다를텐데 말이죠. 뭐, 차를 부르는 이름은 비슷하니 읽을 때마다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허브 탐닉은 구입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쿠켄에 꽤 오랫동안 허브 기사를 연재했던 박현신씨가 작은 탐닉 시리즈로 책을 낸다는 것을 알고 나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거든요. 과연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허브 이야기와 그걸 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몇몇 사진들은 눈에 익은 걸로 보아 쿠켄에서 썼던 사진을 다시 게재한 듯합니다.
조만간 구입할테니-마일즈와 같이 올렸습니다;-구입하면 생협 번개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ㅁ^
    

앨리스 설탕,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가이도 다케루, <제너럴 루주의 개선>, 예담, 2008, 10000원


어제 다 읽은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리뷰를 적으려다가 문득 제너럴 루주의 개선 리뷰를 썼던가 싶은 겁니다. 뒤져보니 안 썼더군요. 읽고서 마음에 들어 광분하며 봐놓고는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도서 입수 경로가 달라서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흑흑;

팝업북은 제게 있어 손댈 수 없는 영역의 물건입니다. 책은 좋아하지만 팝업북은 글이 주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되지요. 그림책도 좋아하지만 입체적인 영역의 팝업북은 취향이 아니랄까요.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뭐, 현실적인 이유를 몇 가지 대자면 가격이 비싼편이다, 책 판형이 일정하지 않아서 수납하기 어렵다 정도일겁니다. 예전에 마쟈님이 보여주신 위니 더 푸 팝업북을 보고도 홀랑 넘어갈뻔 했으니까요.

다른 작은탐닉 시리즈가 실명을 달고 나왔지만 이 책은 앨리스설탕이라는 닉으로 나왔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공동필명입니다. 잡화점이라고 함은 두 사람의 취향에 맞는 온갖 물건을 팔다보니 어느 물건을 판다고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팝업북도 가게에서 파는 상품 중 하나고요. 저는 수집은 하지만 그걸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가게를 여는 것은 무리입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서 말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필요가 적다 싶으면 버리지만 예전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 끌어 안고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팝업북을 다루면서 팝업북의 역사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팝업북에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역사라도 알면서 수집하고 싶다는 분들, 팝업북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요. 작은탐닉이라는 시리즈 주제에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지름신이 두려우신 분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캔디캔디의 팝업북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만화판으로만 기억하고 이게 원작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소설판이 원작, 만화는 그 다음이랍니다. 문제는 원작 소설이 어떤 내용인가라는 점인데, 한창 캔디캔디가 인기를 끌 무렵에 한국에서 여러 판본의 캔디캔디가 나와서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는 4권으로 완결나고, 속 캔디캔디인가..까지 나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총 5권인셈이지요. 이 버전에서는 캔디와 테리가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이야기가 아침드라마수준입니다. 지금도 대강의 얼개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살짝 가르쳐주세요.


제너럴 루주.
험한 표현으로 쓰면 "닥추"입니다. 닥치고, 추천합니다.(먼산)
일본에서는 아직 뒷 권이 나오지 않았고 나선미궁이라는 외전편만 나왔다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작가에게 뒷권을 달라고 메일이라도 보낼까 싶은 정도입니다.
이전 작품인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보면서 다구치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번 편에서 그 수수께끼의 상당수가 풀렸습니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다구치 외에 다른 사람의 시점도 많이 들어와 있고, 주인공이 다구치임에는 분명하지만 드디어 간호사들 사이에 떠도는 다구치에 대한 소문들도 등장해서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가셨습니다. 물론, 1-2편을 읽었다면 간호사들이나 병원 내의 소문이 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말입니다. 외부에서는 다구치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갭이 좀 크다라는 정도만 밝히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다구치가 아닙니다. 제너럴 루주라는 별명을 가진 구명구급센터의 하야미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도 잠깐잠깐 등장을 하지만 반하지 않을 수 없달까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나쁜 남자"계통입니다. 독선적이고, 독단에 카리스마가 있고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부장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능력있는 의사입니다. 의료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그리고 환자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그렇게 멋진 남자인데..... 엔딩까지 보고 나면 (독자는) 다구치에게 역으로 반하게 됩니다. 이유는 직접 찾아보세요.

원래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한 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늘어나자 편집부에서는 한 소설을 두 권으로 내는 것은 하지 말자고 했고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는 이 소설을 반으로 나눕니다. 그리하여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으로 따로 나온겁니다. 그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을 때면 중간 중간 이야기가 비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을 먼저 읽어서인지 그 갭이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가능하면 옆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가져다 놓고 비교하며 읽거나,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은 직후에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개를 동시에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군요.

그나저나 두 권을 다 보고 났더니 다구치가 그 연말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만 합니다. 허허;
황윤숙,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500원
kiril님 취향에 맞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블로그에 직접 들어가 이것저것 솜씨를 더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봐도 탐닉 시리즈는 보고 나면 갈증이 심화된다니까요.
가방이나 소품만들 때의 몇 가지 팁을 얻어서 좋았던 책. 도서관에서 빌렸고, 구입 가능성은 없습니다.

강동진, <빨간 벽돌과 노란 전차: 산업 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 이야기>, 비온후, 2008, 16000원
판형도 크고, 책 편집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굉장히 어색했는데 날잡고 읽어보니 진도가 쑥쑥 빠지는 신기한 책입니다. 사진이 꽤 많이 실려있는데요, 일본의 각 지방에서 산업 유산이라 부르는 것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포장해서 관광명소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알고 있던 여러 관광지에 대한 관리-보호-운영에 대한 역사와 실태가 잘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지자체에서 참고로 하고 모델로 삼을만한 것이 꽤 눈에 들어오는 군요. 어디 한 군데서 이익봤다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행태는 이제 그만. 이 책을 참고로 해서 이모저모 관광 코스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자세히 소개는 나와 있지만 이것이 100% 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유바리의 예도 나와 있지요.
(유바리는 인터뷰 이후, 2007년에 일본 최초로 지자체 부도를 낸 곳입니다. 부도 금액이 어마어마하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리처드 루이스,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살림, 2008, 13000원
날림으로 읽은 책. 핀란드의 국가 경쟁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핀란드에 대한 개관으로 보고 훑어 보면 그만인 책입니다. 핀란드의 국민성을 말하면서 핀란드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농담을 많이 싣고 있던데 그 부분만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정도 핀란드의 국민성이나 분위기에 근접했는지 모르겠군요. 이런 종류의 책은 100%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역사도 굉장히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게다가 평가랄까, 어느 쪽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인식이 굉장히 크게 차이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핀란드에 대한 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한 번쯤 훑어볼만한 책입니다.


쿄우교쿠 이즈키, <부엉이와 밤의 왕>, 대원씨아이, 2008, 6000원
이 책도 2008년 출간이었군요. 근데 도서관에 들어온 시점을 생각하면 누군가 출간하자마자 바로 주문했다는 이야기? 발행일이 3월 15일로 되어 있는데 도서관에서 본 것이 아마 3월 말-4월 중순경이었을겁니다.
등장인물 몇몇과 약간의 얼개만으로 꽤 괜찮은 소설을 뽑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도도 쑥쑥 나가서 좋았지만 역시 엔딩이 문제.(먼산) 솔로천국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D의 모습이 남일이 아닙니다.(응?) 안 그런척, 그런척, 대놓고, 열렬하게 등의 수식어를 붙여야하는 커플들이 나오니 말입니다. 왕이 심술을 부린 것도 당연한거죠.(응??)
성별을 바꿔놓고 필터링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여기까지)
꿀꿀한 기분을 한 번에 날려준 소설 중 하나입니다.
        

강봉조,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이후, 2008
피터 멘절, <헝그리 플래닛>, 월북, 2008

작은 탐닉 시리즈인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를 먼저 읽고, 헝그리 플래닛을 읽고, 슬로푸드 맛잇는 혁명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 크기도, 작가도, 분위기도 다른 책들임에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강봉조씨는 사진작가입니다. 하지만 사진뿐만 아니라 공사도 하고, 집 인테리어도 하고, 직접 페인트칠도 하며 집 수리도 잘 합니다. 시카고에 예쁜 집을 한 채 사놓다 보니 예산이 부족해서 집 수리는 직접 몸으로 뛰어가며 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조금씩 고치며 아기를 키우며, 집 옆에 텃밭을 만들고 마을 공동 채소밭도 가꾸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맛있는 채소를 직접 키웁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바둑이의 배설물과 여러 가지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채마밭에 줍니다. 검은색의, 비옥해보이는 토양에서 기른 채소는 밥상에 올라 식구들의 입을 즐겁게 합니다.


슬로푸드에서 말하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들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유를 대량생산하는 홀스타인종이 아니라 토착종으로, 적지만 진한 우유를 생산해 마을 특유의 치즈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소들의 이야기와 재래종의 다양한 옥수수를 키우려 하는 인디오들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겠지요. 세계은행의 추천대로 해안가에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지만, 새우에게 주는 먹이가 부패하고, 대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며 해안은 망가지고 망그로브 숲은 사라집니다. 그 결과는 쓰나미로 돌아옵니다. 2005년의 대 지진으로 인한 대형 해일은 해안을 덥쳤고, 파도 완충판 역할을 하는 망그로브 숲이 사라진 그곳은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 그 지역을 "조금 더 잘 살게"하겠다며 돈을 벌기 위한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고 남은 것은 쓰나미의 피해뿐입니다. 만약 원주민들이 하던대로 작물 재배를 했다면 휴경기간에 참새우를 길러 여분의 수익을 올리고 땅은 또 잠시 쉴 수 있었을 거랍니다. 참새우 양식은 했습니다. 다만 대량이 아니었고 환경친화적으로 했다는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인디오들이 재배하는 대부분의 옥수수도 다국적 종자회사에 특허권이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물도 아마 그 종자회사들이 특허 취득을 했을겁니다. 미스김라일락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식문화를 보여줍니다. 평균적은 아닐지 몰라도 그 나라를 다니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1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고 함께 생활합니다. 북쪽으로는 그린란드, 적도 근처의 나라들, 그리고 차드의 난민촌, 미국 텍사스, 일본의 오키나와, 중국의 농촌과 도시 근교 마을. 하여간 다양한 여러 나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식문화는 그리 다양해보이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의 국가에서는 청량음료와 맥주와 콜라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콜라! 일주일 마시는 콜라를 모아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4인 가족이 저렇게 많은 콜라를 마신다니, 그 여분의 칼로리는 어디로 갔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입맛은 인스턴트로 향하고 있고 좋아하는 음식의 상당수가 패스트푸드랍니다. 점차 지구촌의 입맛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걸까요. 슬로푸드와 헝그리 플래닛을 읽는 동안 서로의 글이 번갈아 떠오릅니다.



무거운 이야기는 이정도.
헝그리 플래닛은 책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 몇 번은 들고 나가기 무겁다면서 슬로푸드를 들고 나갔습니다. 슬로푸드는 판형이 헝그리 플래닛보다 크지만 두께는 얇고 무게는 훨씬 가볍습니다. 지질의 차이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은 전면 컬러화보에 아트지를 썼으니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고로 치한이 달려든다 싶으면 주의하세요. 이 책을 휘둘렀다가는 과실치사일겁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 맞으면 살인 미수까지도..? 하지만 헝그리 플래닛의 매력은 그 생생한 사진들입니다.
보고 있는 내내 집안의 일주일 식량을 몽창 꺼내 찍어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일주일치 식량(간식)을 한 번에 사두면 하루면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아이스크림은 이틀이면 동이 날겁니다. 그런 무서운 일은 못하죠.

.. 그러고 보니 하겐다즈가 사진에 한 번도 등장을 안 한 것 같은데...?;


김현근,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21세기북스, 2008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음 메인에 뜨는 blog 기사 중에서 도쿄의 길거리 풍경과 관련된 글을 보고, "아, 이 글 이글루스에서도 읽었다."고 생각한 다음 블로그 주인이 자기 책 소개를 맨 아랫단에 광고처럼 올린 것에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 주문한겁니다.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예전에 몇번 글을 읽었던 블로거가 낸 책이라 도서관에 신청했다 입니다.
돌이켜 보면 사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책의 구성이 꽤 독특하더군요.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장 안에 사진과 함께 도쿄의 생활 모습을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여러 단어들을 일본어로 바꿔 써두었습니다. 물론 일본어 옆에는 한국어 단어로도 표기를 했고요. 읽으면서 단어를 하나 하나 음미했더니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그렇게 소개된 단어들은 각 페이지 아래에 다시 모아 단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고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단어들은 따로 주제별로 모아 장 끝부분에 죽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 생활 일본어 단어들을 아는데 유용하겠더군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각 주제가 지금까지 일본 관련 소개 책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의 집 구하기 관련 이야기를 다른 책(비비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도 보았지만 그 외에 일본의 문화,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보여줍니다. 그런 주제는 목차만 훑어 보셔도 아실겁니다.

보고 있자니 도쿄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그런 고로 여행병에 걸리신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통장에 구멍이 나거나 카드가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맛집 소개라든지 일본의 뜨는 지역 소개 같은 걸 기대하신 분은 실망하실 겁니다.'ㅂ'




떨이라고 표현한 책 한 권. 최근에는 일본 판타지쪽만 보고 있었는데-고식. 이것도 손 뗀지 오래죠-어느 작가의 자기 책 소개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한국작가의 판타지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 값보다도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지요. 어쩐지 북 리뷰가 없더라니. 쓸 시간도 아깝습니다. 읽고 나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평을 듣고 싶어서 G에게 넘겼습니다. 사실 공정하지는 않지요. G는 판타지 소설을 원래 안 읽습니다.
G는 이 책을 보고 표지부터가 도레미파솔라시도 분위기가 난다며 투덜대더니 채 10장도 못 넘기고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다른 책 한 권은 작은탐닉 시리즈인 <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입니다. 리뷰를 따로 쓰고 싶지 않아서 이 글 끝부분에 끄적이는 겁니다. <부엌 탐닉>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티타임 탐닉>은 그냥 그랬습니다. 취향이랄까, 파장이랄까, 그런게 안 맞나봅니다. 아니 그보다 심층적인 분석도 가능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선을 긋고, 한 번 훑어볼만은 하지만 구입해서 볼만한 책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단, 보실 때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홍차와 다구 지름신이 동시에 내려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갑과 통장과 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신 후 책을 열어보세요.
 

책 리뷰를 쓰지 않았던 사이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입니다.
읽다가 포기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동경 산책>.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는 졸렸습니다.OTL 자다가 열심히 조는 바람에 결국 대강 대강 읽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칼럼을 모아 엮은 형식의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어렵군요. 주제는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리라 결심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한국에서 한국차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이 쓴 책입니다. 앞부분만 훑어 보았는데 교토를 중심으로 한 유명 찻집, 차 관련 상점, 다기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 그리고 중간중간 일본의 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 읽지 않는 것은 읽고 있다가 다음 여행 계획을 교토쪽으로 짜고 있는 저를 발견해서 였습니다. 조금만 더 진도 나가면 숫제 항공권 끊을 태세입니다. 그런 고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동경 산책은 이전에 리뷰 올렸던 오! 수다와 비슷한 타입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라고 할까요. 동경 산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좁아서, "표연한 여행"을 하고자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삽질 하나하나가 왜이리 눈에 거슬리는 겁니까.; 여행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책은 다시 읽으면서도 왠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나중에 직접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에르큘 포와로의 뚜쟁이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쪽은 부부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니까요. 가볍게 기분 전환하면서 보기 딱 좋았습니다.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실제본이기를 바랬는데, 셜록홈즈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렇고, 하여간 추리소설 쪽은 실제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흑흑흑..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작은 탐닉 시리즈. 지금 여덟 권 나와 있는 책들 중 한 권은 소장하고 있고 다른 일곱권을 이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출 퇴근 시간에 한 권씩 보기 좋습니다. 분량이 하루에 한 권~한 권 반 정도 읽게 되더군요. 두 권을 가방에 넣어도 그리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라 더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나무 공작소는 책이 무거워서 잡고 있노라면 손목이 뻐근합니다.(훌쩍)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많이 기대를하지 않아서 일까요.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장난감>, <아이디어>, <바닥>이 좋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단상이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좋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부엌>과 <아프리카>입니다. <부엌>은 다른 것보다 웰빙(이라고 쓰고 아토피 방지용이라 읽습니다;) 빵들과 쿠키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지요. 블로그 쪽에서는 그런 글들을 몇 번 보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것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 유기농, 아토피 방지 계통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바게트 만드는 방법 3종 세트랄지, 그릇에 대한 이야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아 자주 읽은 것도 있지요. <아프리카>는 보고 있노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취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여행기가 많지 않은데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아프리카 투어를 따로 예약해 다녀오신 듯한데 저도 언젠가는 꼭 가볼겁니다.ㅠ_ㅠ


요즘 포스팅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니까요.; 좀 길게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더니 춥습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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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들어온 작은 탐닉 시리즈. 이 중 첫 번째 책인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나오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했기 때문에 갖고 있지만 이렇게 시리즈가 많이 나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시리즈가 예뻐서 다 꽂아 놓고 한 번 찍어보았지요.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훑어 보았는데 ......
가장 기대했던 <나는 부엌에 탐닉한다>도 그렇고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부엌이라길래 음식류보다는 조리기구나 부엌 가구 등을 떠올렸는데 그런 건 아니더군요. 다 읽어보기 전까지는 뭐라 말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안에 이 새책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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