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가서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이 스타벅스인 이유는 딱 하나. 벤티사이즈 텀블러를 구하러 갔던 겁니다. 신주쿠 역 주변에는 스타벅스가 꽤 여럿 있는데 그 중 벤티 텀블러를 파는 곳은 NOVA 건너편에 있는 지점 하나입니다. 다른 곳은 새로 나온 텀블러만 있고 벤티 사이즈는 없더군요.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항상 시키는 것은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입니다. 평소에는 캐러멜 카푸치노도 함께 시키는데 G가 새로 나온 라벤더 얼그레이 차이 티 라떼가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고 해서 이번엔 빠졌습니다. 나온 것을 확인해보니 컵에 라벤더 향이 나는 얼그레이 티백이 들어 있던데요. 향이 약하다고 G가 오래 담궈 두더니 이번엔 역으로 너무 진해졌다고 해서 마시다가 말았습니다.

앞에 있는 케이크는 자하토르테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원조 자하토르테는 절대 이런 맛이 아니겠지요. 이건 그냥 뻑뻑한 느낌의 초콜릿 시트 윗면에 잼을 바르고 거기에 초콜릿 코팅을 하면 끝. 코팅한 초콜릿이 굉장히 답니다. 진짜 자하토르테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도쿄에는 데멜 지점도 있는데 한 번도 못가봤습니다. 이세탄에도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안먹었을까요.;ㅂ;



말차 프라푸치노야 두말할 나위 없이 맛있지요. 그래서 한국(집 앞) 스타벅스와의 차이를 분석해보았습니다.

1. 집 앞에서보다 얼음이 곱고 균일하게 잘 갈려 있다. 따라서 빨대로 마실 때 얼음 덩어리가 빨대 구멍을 막는 일이 없다. 균일한 입자라서 입안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이 좋다.
2. 단 맛은 비슷하다.
3. 크림이 더 부드럽다. 휘핑기계는 같아 보이나 일본쪽의 크림이 제대로 각이 잡히지 않는 것은 질소 충전의 문제 때문인지, 크림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먹을 때 보면 이쪽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집 앞 스타벅스는 더 단단한 느낌이다.(식물성 휘핑크림과 유지방 100% 휘핑크림의 차이인지는 밝혀내기 어렵더군요. 사전에 비교해서 먹어봤더라면 알 수 있었을지도?)

그래도 달긴 답니다.



그 다음날 아침도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호텔(신주쿠 프린스) 옆에 있는 시애틀 베스트는 일요일 아침은 오픈시간이 늦는지 안 열었고, 크리스피는 사람 장벽이 엄청나서 포기했습니다. 하기야 크리스피는 그 전에 가서 설탕 단 맛에 뒤통수를 가격 당했으니 또 갈 필요는 없지요. 일요일 아침 9시 반에도 줄 서서 크리스피 박스를 사가는 사람들이 참 신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보기 힘든 모습이지요?



쿠키 접시 위에서 흐느적대는 태공망. 음료는 타조차이티라떼와 카페라떼입니다. 앞 왼쪽 접시는 시나몬롤, 그 오른쪽은 쿠키입니다. 쿠키는 개당 210원이었지요. 환율 생각하면 지는겁니다?

카페라떼는 제가 지금까지 한국 내, 일본 내 스타벅스 다니면서 마셔본 것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 없었습니다. 맹탕. 그래도 엊그제 올린 모 지점의 캐러멜 카페라떼보다는 조금 낫지만 맛 없어서 절반 이상 남겼습니다. 괜히 중간 사이즈로 시켰다고 후회했습니다. 시나몬롤도 그럭저럭인데 쿠키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오른쪽은 초콜릿 정크 쿠키, 왼쪽은 초콜릿 마시멜로 쿠키. 이름이 쿠키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콜릿 정크 쿠키는 한국에서도 보기 쉽고 생각한 그대로의 맛입니다. 하지만 초콜릿 마시멜로 쿠키는 처음 봤습니다. 쿠키를 만들면서 속에 마시멜로 하나를 넣어 구운 겁니다. 그러니 칼로리는 ... (거기까지;) 쿠키를 쪼개면 사이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마시멜로가 들어 있으니 약간 쌉쌀한 느낌의 초콜릿 쿠키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것 자체도 안 달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아메리카노랑 함께 한다면 맛있겠네요. 일본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마셔보질 않아서 맛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일본에서는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니 마시고 싶다면 쿠키를 사오고 커피도 다른 곳에서 사와서 집이나 공원 어드메에서 홀짝여야겠지요. 겨울에는 좀 추우니 어렵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12월 마지막 주말은 포근했습니다. 최고 온도가 12도까지 올라가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걸어다니면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싸늘하고 해서 감기 걸리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지만 말입니다. 지금 감기 걸려 있는 것은 그것보다는 공항에서 환기 안된 공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었던 탓이 크지만...


한 줄 요약. 말차 프라푸치노와 쿠키만 맛있었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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