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길게 쓸까 하다가 축약해서 집어 넣었습니다. 길게 쓰자면, "도서정가제, 전자출판물을 분리하기 위한 다음 작업 단계는 무엇일까?" 쯤. .. 그냥 다 넣을 걸 그랬나요.

 

 

지난 11월 3일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서정가제 개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8423

 

보도자료 - 도서정가제, 소비자 후생 고려해 재정가 허용기준 완화(18 → 12개월)하고, 전자출판물

도서정가제, 소비자 후생 고려해 재정가 허용기준 완화(18 → 12개월)하고, 전자출판물은 지속 논의 게시일 2020.11.03. 조회수 491 담당부서 출판인쇄독서진흥과(044-203-3244) 담당자 이다은 붙임파일

www.mcst.go.kr

 

2014년 10월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면서, 3년마다 존치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이번이 두 번째 결정이랍니다. 2017년에 한 번 했고, 올해도 한 차례 있었으니까요. 2017년은 유아무야 지나간 감이 있다면, 이번은 파장이 조금 더 컸습니다. 2019년 하반기에 도서정가제 폐지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을 넘겼거든요. 그 뒤의 청와대 반응은 뜨듯미지근했지만 그 여론은 올 여름까지도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추석을 전후해서 뒤집었다 엎었다를 반복하더니 드디어 의견이 나왔네요.

 

도서정가제는 유지됩니다. 단,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는 논의를 더 이어가겠다는 쪽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도서정가제의 유지 여부에 대해서 하도 갑론을박이 많았고, 그 중에는 트럼프와 같은 수준의-욕 맞습니다-저열한 음모론도 있었습니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쪽은 어디건 흰눈으로 보게 되는 터라 도서정가제 찬성론자와 도서정가제 반대론자의 의견 모두를 비판하게 되더군요. 양비론도 회색론자도 아니고 일단 둘 다 싫다는 근원적인 감정일 따름입니다.

 

하여간 도서정가제는 유지되었으니 찬성론자들은 한 번 뒤엎었던 정부에 대해 투덜투덜 불만을 내고 있을 것이고, 반대론자는 분노할 것입니다. 저요? 저는 이번 발표가 그래도 다음으로 갈 디딤돌은 된다 생각하는 쪽입니다.

 

 

도서정가제의 시작은 도서의 덤핑판매로 인한 출판사와 작가의 손해를 없애는데 주력했다고 봅니다. 작은 서점, 지역 서점의 쇠퇴도 여기에 한몫했지요. 시작할 때 찬성론으로 들고 왔던 도서정가제 논지중 하나가 마을서점 살리기였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비판은 그 당시에도 쓴 적 있습니다. ... 만 아마도 이쪽 블로그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문광부에서 만들었던 영상을 두고 투덜거린바 있지요.

 

지역 서점은 결론적으로 도서정가제 때문에 죽었다 해도 틀리진 않을 겁니다. 도서정가제 와중에서도 온라인서점은 10% 할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온라인서점이 더 커졌을 겁니다. 성장세는 아마 다른 온라인쇼핑몰들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온라인서점은 현찰 지급을 하니 어음 결제를 주로 하는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어요.

그러니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도서정가제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거기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저 문체부의 보도자료를 중요한 부분만 뜯어봅니다.

 

 

도서정가제, 소비자 후생 고려해 재정가 허용기준 완화(18 → 12개월)하고, 전자출판물은 지속 논의


보도자료 전체를 요약하면 딱 저 한 문장입니다.

정가 변경 기준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고, "향후에는 출판사들이 쉽게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도 연계할 계획"이랍니다. 그리고 "‘재정가 페스티벌(가제)’과 같은 정가 인하 행사"도 벌일 예정이라네요. 도서전과 연계하기가 쉽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면 코리아페스타라든지. 지금까지 출판사들이 정가 변경 포기하고 폐기했던 책들을 이런 기회로 재고떨이 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전자출판물은 정가 표시 의무를 유연하게 적용한답니다. 원화단위의 정가를 잘 보이는 곳에 명시하라네요. 웹툰, 웹소설 등이 해당될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부분.

 

전자출판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도서정가제 적용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향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자출판물 시장을 연구・조사하고 전자출판물을 즐겨 읽는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저는 이 한 문단만 해도 지금까지 싸워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적어도, 전자출판물의 시장이 기존 종이책 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정부에 인식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분리 혹은 도서정가제 적용 방안 혹은 수정 방안 등 추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하겠답니다.

물론 연구 용역을 주어 조사하고, 그 조사가 기존의 출판문화업계들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누가 그 용역을 받느냐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겠지요. 출판계 관계자이냐, 아니면 웹출판계 관계자이냐,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이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바꿀 수 있는 건, 비슷한 시기에 또 새로 나올 연구들이잖아요.

 

 

아주 간략하게 압축하여 말하자면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대학원에 들어가 관련 연구를 하고, 관련 논문을 써서 발표하시면 됩니다. 전자출판계가, 웹소설계가, 웹툰계가 기존의 출판 관행과 어떻게 다른지, 이들의 전자책 관련 계약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들의 생태계가 어떻게 구조화 되었는지 역사는 어떠한지 꾸준히 연구를 하고 발표해야합니다.

농담 같다고요? 아닙니다. 이건 제 밥줄(...)을 걸고 진담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첫 번째로 나와야 하는 것은 여론입니다. 여론에 따라 정책을 고쳐야 한다 수정해야한다,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정부에 들어가면, 두 번째로 나와야 하는 것은 정책 수정과 개정에 뒷받침 될 여러 연구들입니다. 정책연구든, 학술논문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전자출판계가 해왔던 신문기획기사로는 부족합니다. 질적이든 양적이든 어떠한 자료와 근거를 깔고 있는 연구여야 합니다. 지난 번에 전자책 출판 작가들의 설문조사나 지난 번 전자책 이용자의 설문조사를 보았을 때도 그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이 설문조사는 어떠한 근거로 나온 것인가?"

"이 질문과 저 질문은 결과를 상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 답변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이 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신문기사로는 부족합니다. 하려면 시사IN쯤. 시사인의 기획기사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도 외부의 연구기관들과 함께 조사를 하고 그 조사 결과를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답을 내려 놓고 그 답에 맞추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요. 솔직히 추석 전후에 나온 전자책 이용자 설문조사는 답변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급했던 건 인정하지만, 답변 숫자가 많아서 그나마 나았지, 답변 수도 적었다면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더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연구가 필요합니다.

1.전자출판물의 역사: 전자출판물의 생태계는 어떻게 발생하였는가? 외국의 사례와 한국의 사례의 비교 분석

2.전자출판물의 생태계: 전자출판물을 구성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는 기존의 출판업계와 어떻게 다른가?

3.전자출판물의 계약 분석: 전자출판물의 이익구조와 영업구조, 수익배분 구조 분석

4.전자출판물의 태생적 분석: 종이책-전자책의 구조와 전자출판물로 태어난 미디어의 비교 분석

 

이러한 연구가 있어야, 이에 기반하여 전자출판물을 도서정가제에서 빼내거나, 혹은 다른 방식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겁니다. 정부기관은 복잡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쉽습니다. 그러니,

 

 

 

 

연구하세요.

내 무덤 내가 파지.



그러니까 오랜만에 G4 자료좀 읽어보겠다고 미리 받아 두었던 자료 중 읽을 것을 고르는데, 영어 자료는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담이 많이 가니까 가볍게 읽겠다며 한국어 자료를 골랐다. 그리고 이건 40쪽이라는 걸 열어 보고 알았다.


한 번 열었으니 무라도 썰어야.. 아니, 끝까지 읽어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