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ごはんのことばかり100話とちょっと』입니다. '밥이야기만 100 이야기와 조금 더'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번역제목보다는 이쪽이 더 맛깔납니다. 진짜 먹는 이야기만 가득하거든요. 짤막짤막한 기록을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은 거랍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작가 후기에 나와 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보시는게...-ㅂ-; 내용 폭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최근에 『키친』을 원서로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미카게나 유이치나, 번역서에서는 꽤 어른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딱 그나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지금 이 나이 먹어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애들 맞아요. 20대 초반인걸요. 유이치는 아직 대학생이고 미카게는 자퇴(?)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상연하커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투를 보고 있노라면 애 맞아요.; 혀 짧은 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그런 말투였습니다. 원서로 보고 나서, 한국에 출간된 『키친』은 역시 번역자의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불만은 없습니다. 그 뒤에 들었던 번역자의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서 이 번역자의 책은 가능한 피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랬는데, 이번 책을 보면서도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음식이 소재다보니 오역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아니나 달라. 중간에 등장한 와카모레 때문에 기겁하다 못해, 다른 모든 기억이 날아가고 머릿 속에는 와카모레만 남았습니다.


<188쪽. 93번째 이야기>

아보카도가 있어서 와카모레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에 죽어라 으깼다.

.....
....
...

아놔. 와카모레의 저주에 걸렸어요!;ㅂ;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거라면 절대 guacamole죠. 구아카몰레든, 과카몰레든 과카몰리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와카모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라고 적었다는 것은 찾아보았다는 이야기일텐데 왜 와카모레?

그 앞에는 미묘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45쪽, 66번째 이야기>

신선한 고추와 민트와 누크맘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태국의 전통 장을 나름대로 적당히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다니.

누크맘....OTL
이거 베트남어로는 nước mắm라고 쓰는데 한국 위키백과 쪽에서 찾으면 nước chấm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느억짬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어장(fish source)는 느억맘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군요. 누크맘이라 부르는 건 못봤습니다. 포털에서 누크맘이라고 검색하면 '누크 맘에 들어요'라는 글이 나오는군요. 아기용품인 누크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ㅁ-;

하지만 삽화라고 불러야할지 사진이라고 불러야할지, 하여간 그게 마음에 들어서 번역서도 나름 추천은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니까요. 일본에서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리 시간의 간격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소설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도 들여다보입니다.+ㅅ+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12000원

원래는 본문을 참고하면서 적으려 했는데, 책을 홀랑 반납했네요. 출처는 아래에 따로 적습니다.
봄하고 아주 잘 어울리는 유쾌한 이야기라 말이지요.

어느 해인가, 요네하라씨는 실연했습니다. 그리고는 방에 틀어박혀 내내 울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요. 거기에 무시무시한 독감까지 찾아왔습니다. 휴지를 펑펑 써가며 눈물 콧물 닦아 내던 와중에 창 밖을 보니 창 밖에 휴지가 날아가 있더랍니다. 여기 관리인이 상당히 엄격한지라 휴지는 모두 잘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창 밖 나무에 휴지가 걸려 있는 거죠. 흰 휴지인데 매달려 있는 모습이 얼핏 봐서는 축제나 행사 때 매달아두는 종이 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보고 있는 와중에 동료 통역사가 병문안을 옵니다. 손에는 분홍색 꽃이 핀 복숭아 나무 가지가 들려 있었다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

"복숭아꽃을 들고 왔는데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서 … (하략)"

순간 자신의 착각을 깨달은 작가는 속으로 마구 웃으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글을 읽은 다음부터 내내 목련을 볼 때마다 크*넥스~ 이러고 있다는거죠. 하하하;;;


요네하라 마리. 『문화편력기』, 조영렬 옮김. 마음산책, 2009, 12000원

요네하라 마리씨의 책 답게 세계의 문화를 잡다하게 다루며-그 때문에 조금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네요./ㅅ/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 잘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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