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책으로는 『방주』를 꼽습니다. 앞서 올렸던 글에서도 투덜댔지만, 취향에 안 맞아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하기야, 김은모 씨 번역이라는 점에서 이미 제 취향에서 많이 벗어날 걸 예상했지만, 예의그번역자가 반전이 대단하다고 말했다는데서 호기심을 느끼고 집어 든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저 소설에 패했습니다. B님이 일본 서평 사이트 여럿을 둘러보면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반전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한다는데서 짐작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두 번 못 읽지만, 다른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무서운 책입니다. 그래요, 나만 당할 수 없지와, 이런 반전도 가능하다와, 이런 결말도 가능하다의 세 가지가 모두 맞아 떨어집니다. 박자, 가락, 화성이 환장의 협업을 이뤄냈으니 꼭 읽으세요. 내용폭로는 안합니다. 이 책은 무조건 시작해서는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며, 중간에 쉬더라도 결말까지는 보세요. 기존의 추리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문제 없습니다. 추리소설 안 읽는 분이라도 문제 없습니다. 하..... (먼산)

 

 

 

나전. 악기 만드는 음악천재 205~236.

현대, 고전음악(클래식), 환생.

https://www.joara.com/book/1647058

 

악기 만드는 음악천재

천재로 불렸지만 신분 탓에 꽃 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노예.21세기 대한민국 재벌로 환생하여 그 재능을 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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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에 204화까지 읽었고 지난 주에 남은 편을 몰아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본편만 보았지만, 이번에는 본편 끝까지 다 보고 외전까지도 달렸습니다. 외전의 두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슈네의 에피소드가 참 귀엽습니다. 슈네의 각성 계기가 그때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고요.

 

 

조별과자. 망나니 음악천재가 되었다 1~18.

현대, 빙의, 음악.

https://www.joara.com/book/1671140

 

망나니 음악천재가 되었다 [개정판]

※ 본 도서는 제공사가 변경되어 재출간된 작품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가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둘이 필요하다.음색.그리고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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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하루오. 방주, 김은모 옮김.

일본소설, 추리, 미스터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624125 

 

방주

주인공 슈이치는 대학 시절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과 함께 산속의 지하 건축물을 찾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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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욕설은 가능한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속으로 하더라도 겉으로는 내뱉지 않으려 노력하지요. 그리고 이 소설을 다 읽은 뒤, 마지막 문장을 만났을 때 저절로 혀끝에 튀어 올라온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니 始發?"

 

 

골든베어. 마지막 생은 천재 배우 1~22.

현대, 판타지, 환생, 연기.

https://www.joara.com/book/1677543

 

마지막 생은 천재 배우

마법과 정령이 있고 위대한 용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크로노스.오랜 세월을 산 용이 죽었을 때 신은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었다.인간 소녀로 다시 태어난 용은 배우가 되기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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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연기소재 소설입니다.

 

230329 추가.

아니...;; 이 소설 감상 쓴 기억이 없다 싶어서 확인했더니 빼먹었네요.OTL 22화까지 읽고 내려 놓은 것 맞습니다. 하지만 내려 놓은게, 주변 인물들이 모두가 주인공의 팬으로 변모하는 모습이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고요. 내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전개가 너무 빠른 것뿐입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많은 걸 겪은 고룡이 사망합니다. 인간과 달리 영혼이 없는 용은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인간과는 다르지요. 그래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끝을 맞이할 때, 용은 신에게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빕니다. 그리고 용은 한국의 한 소녀의 몸에서 눈을 뜹니다.

지구에는 마나가 적지만 용으로서의 능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능력을 써서 여기저기 참견하기도 하고, 자신이 빙의하면서 다른 이의 삶을 침해한 건 아닌가 고민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연기력 매우 뛰어난 아역 배우'로서 활약하게 되지요. 활약은 좋으나, 용이 빙의한 어린아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애가 지나치게 어른스러운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하하하...

 

 

시미즈 유우. 녹풍당의 사계절 2.

일본만화, 카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475685 

 

녹풍당의 사계절 2

녹풍당의 사계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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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확히는 교토가 가고 싶습니다. 교토에 가면 녹풍당 같은 찻집 많은데! 도쿄에도 있지만, 거기서 찾아가는 것보다는 교토에 가는 쪽이 좋습니다. 기온 근처의 여러 가게들이 그렇잖아요.

이제 한 주에 두 권 정도씩 읽어가면서 10권까지 달리고, 뒷 권 더 구입할 겁니다. 사야될 만화책이 몇 있으니 그건 모아뒀다가 한 번에 구입해야죠.+ㅅ+

 

 

 

동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80.

현대, 회귀(?), 아이돌.

https://www.joara.com/book/1631942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시청률 폭발,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쏟아진 악플에 포기했던 아이돌 인생을 다시 선택한다.어차피 후회할 거면 하고 후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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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읽은 책이 왜 적은가 따져보았지만, 의미가 없군요. 왜냐면, 지난 주 후반에는 또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을 붙들었습니다. 그러니 다른 책의 의미가 없지....;ㅂ; 이번 주에 본편이 아마도 완결될 것 같고요, 외전도 올라온다니 기다립니다. 최윤솔이 그렇게 될 줄은 정말 짐작도 못했어요...;ㅂ;

 

 

 

1.웹소설
나전. 악기 만드는 음악천재 1~236(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2.10.31. 기준)(205~236)
조별과자. 망나니 음악천재가 되었다 1~200(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3.03.20. 기준)(1~18)
골든베어. 마지막 생은 천재 배우 1~230(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3.03.22. 기준)(1~22)
동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377. 조아라 프리미엄. (2023.03.23. 기준)(기억안남)


2.전자책
...

3.종이책
유키 하루오. 방주, 김은모 옮김. 블루홀식스, 2023, 16500원.
시미즈 유우. 녹풍당의 사계절 2. 대원씨아이, 2017, 5천원.

http://aladin.kr/p/GftLG

 

미스테리아 42호

《미스테리아》 42호는 창간 7주년 기념호다. 매번 창간 기념호마다 진행되는 ‘현대사+대중문화’ 특집도 1990년대까지 넘어왔다. 1990년대는 최근 몇 년 동안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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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의 현대사 특집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90년대의 사건 사고 중 기억나는 건 지존파 사건이었는데, 아마도 최근 읽은 여러 소설 때문일겁니다. 『재력으로 후려치는 환생 경찰』에서도 모티브로 한 듯한 사건이 하나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았지만, 미스테리아 42호를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건 개구리 소년 쪽입니다.

PC통신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이쪽은 PC 통신 세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쪽이라 그렇습니다. 『세월의 돌』이 연재되던 당시도 그랬는가라는 질문이 있어 대신 답하자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물론 기억은 휘발되기 마련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보고 읽기만 하던 독자라 그렇지만, 그렇게 불타오르듯한 반응은 아니었을 겁니다. 소설 게시판에서만 있어 자유게시판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기억 못하지만, 이런 내용도 다른 연구자가 정리해서 발표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누구 하실 분...? 대신 해주실 분...?

 

 

 

 

썬씨. 악녀의 딸로 태어났다 1~7.

판타지, 빙의.

http://aladin.kr/p/3fAu2

 

[전자책] [세트] 악녀의 딸로 태어났다 (총7권/완결)

소설 속 악녀의 딸로 태어났다.BR 태어났을 때 엄마는 이미 악행이 밝혀져 첨탑에 유폐되어 있었고,BR 주인공들에 의해 곧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BR BR 나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전남편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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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악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빙의가 아니라 환생일 테고요. 아버지와 내연녀는 사랑에 빠졌고, 그 사이를 질투하던 어머니는 악녀로 몰려 첨탑에 갇힙니다. 그리고 이미 임신중이던 어머니는 출산을 했고,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어머니가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사후에 보육원에서 끌려 나가 빈민가에 버려질 예정이었지만, 소설 속 내용을 기억해내서 필사의 탈출을 하고는 새로운 가족을 찾습니다.

플롯 자체는 로맨스 판타지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그 중간 내용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고, 또 남자주인공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지요. 취향은 아니었고, 복선회수가 조금 늦지 않았나 싶은 장면도 여럿입니다. 최종 악역이 누구인가도 중요했을 건데 이게 또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라서요. 예상외였습니다.'ㅁ'a

 

 

 

 

후추농장. 반짝반짝 A/S 라이프 1~5.

BL, 오메가버스, 차원이동.

http://aladin.kr/p/kfVcb

삶이 참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가 일어나보니 오메가버스 세계관으로 차원이동했습니다. 이 세계 속의 자신은 오메가였고, 알파 약혼자가 있으며, 가난에 찌들었던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유하고 괜찮게 살았던 데다 돈 많은 약혼자도 있어서 더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 듭니다. 원래 이 몸의 주인은 어디가 있는 거지? 왜 이런 곳에서 그렇게 힘들고 고통 받고 있었던 거지?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지?

뒷 이야기가 더 있을 법 한데, 본편만 먼저 출간된 모양입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보통 선결혼(약혼) 후연애인데, 이쪽은 선약혼 후갈등입니다. 집안에서의 반대도 심하지만, 오메가쪽의 기억이 날아간 셈이라 거기에 따른 갈등도 발생합니다. 이전의 얌전하고 온순한 타입과는 달리, 빙의 후에는 생활 환경의 차이 때문인지 더 적극적이고 억척스러우니까요. 다만 여기서도 오메가의 인권은 바닥에 가까운지라, 그 점은 안 맞았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가 부리는 횡포도 그렇고요.

 

 

 

박이끄. 후회공을 피하는 시한부의 삶이란 1~3, 외전.

BL, 가이드버스.

http://aladin.kr/p/OfpU1

가이드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희귀 질환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에스퍼 애인과의 사이는 소원하고, 그 사이에 새롭고 등급 높은 가이드가 등장하면서 팀에서도 밀립니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하여 사망처리가 되었는데, 실험 참가의 부작용으로 기억을 점차 잃어갑니다.

요약하면 오해로 사이가 멀어졌던 에스퍼-가이드 커플이, 가이드 쪽의 기억상실 후에도 다시 만나 연애하는 내용입니다. 기억상실수의 키워드 때문에 그런지 옛날 옛적에 읽었던 소설, 『그에게선 장미향기가 난다』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ㅂ'a

 

 

징솔. 수능을 끝냈더니, 게임 속 농부가 됐다 1.

BL, 차원이동, 게임, 농업.

http://aladin.kr/p/wfpl8

수능 끝내고 마음 편히 놀겠다고 생각했는데 농사 짓는 게임 속에 빨려 들어왔습니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게임 시스템을 써서 농사일을 지속하는데, 허수아비를 업그레이드 하여 등장한 웬 청년이 수상합니다.

1권만 보고는 뒷 권 구입할지 말지 결정하려 했는데, 농사일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L의 비중이 높고, 벌써 서브공이나 이물질공에 해당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걸 보니 넘어가도 상관없겠더라고요. 하하하하.

 

 

 

소별왕. 천재 정령사의 힐링상점 235~339

판타지, 정령.

http://aladin.kr/p/xfs4C

 

[전자책] 천재 정령사의 힐링상점 339화 (완결)

[키워!]BR “예?”BR [키우라고!]BR 나는 그렇게 정줍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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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만세!

전편 구입은 해두고 있다가 이제야 다 읽었군요. 알라딘 연재분 구입은 이번이 첫 시도였지만 두 번 시도할 생각은 안 들더랍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이고요. 모바일앱이 아니라 PC앱으로 읽다보면 매번 다음권으로 넘기는 일이 불편합니다. 앱이나 웹에서는 방향키만으로도 가능하지만 PC판에서는 확인 버튼을 몇 번 더 거쳐야 하니까요. 그러니 차라리 전자책으로 보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소설도 가장 중요한 건 '적이 누구냐?'인 건데, 이쪽도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초반부터 실마리는 많았지만 제대로 줍지 않은 제 탓이기도 하고요. 학위를 더 땄는지, 교수가 되었는지의 여부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네요. 그래도 귀여운 건 언제든 최고입니다. 읽는 사람도 같이 힐링 시켜주는 소설이었지요.

 

 

 

 

라루체. 검은 접시꽃 1,2, 4.

BL, 오메가버스.

http://aladin.kr/p/J4GSr

앞의 소설 중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읽다보니 문득 떠올라서 찾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으니 이게 이런 내용이었나 싶기도 하고요. 태생적 오메가들의 외모가 일반적인 설정과 다르더군요. 이쪽은 우성 오메가에 가까울수록 금발 등으로 색이 엷다는 설정이고, 그래서 흑발의 오메가는 드물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왜 꺼내 들었냐 하면, 검은색 꽃이 등장하는 소설이라서요. 접시꽃은 대개 흰색이나 분홍, 자주나 빨강 등이 많은데, 검은색은 드물지요. 꽃 자체도 검은색이 드물긴 한데, 이 소설 속에서 언급되어 문득 떠올라 챙겨봤습니다. 하지만 이거 다시 읽으니 꽃보다도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성격 차이와 언론을 비롯한 주변의 휘두름에도 불구하고 둘이 투닥거리면서 부부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소설이더군요.

 

 

 

카르페XD. 비터 스윗 스윗 달링 2~5.

BL, 배우, 연기.

http://aladin.kr/p/fNnaf

이쪽도 오랜만에 재독.  생각나는 부분만 골라서 술술 읽었습니다. 하. 진짜 유료 소설 중에 읽을만한 게 없었나봅니다. 재독에 삼독, 사독을 거듭한 소설을 다시 꺼내 들어 읽은 걸 보면 그렇네요.

 

 

 

안락. 블라우어 로즌 1~3.

BL, 배우, 연기.

http://aladin.kr/p/HN4zQ

전자책 중에서 구입하고 읽지 않은 소설들이 여럿 있을 건데, 뭐 없나하며 찾아보다가 연기 관련 소재였던 걸 기억하고는 꺼내들었습니다. 근데 왜 2권 중반부터는 읽은 기억이 없는 거죠. 3권도 읽은 기억이 없어서, 안 읽은 내용이 맞냐며 갸웃하며 읽었습니다. 1권이야 원래 조아라에서도 일부 연재되던 소설이었던 터라 기억은 나더라고요.

읽기 전에는 연기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 보면 연기보다는 인간관계의 비중이 높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인내상자, 이규원 옮김.

일본소설, 시대물, 단편집.

http://aladin.kr/p/mPWlJ

 

인내상자

‘인내상자’라는 이름의 이것을 잘 간수해서 후대 당주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 당주의 임무라고 한다. 단, 결코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다. 인내상자의 뚜껑을 열면 재앙이 닥친다는 전설이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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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이번 에도시대 이야기는 단편집입니다. 미시마야 시리즈도, 유메노스케 시리즈도 아니라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다시 읽고 싶어지더군요. 『괴이』도 그렇긴 했지만, 아무래도 혼조 후카가와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뒷맛이 씁니다. 서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은 미미여사의 소설이니 당연히 흡입력이 좋고, 다 읽고 나면 곰곰히 되짚어 보게 됩니다. 거기에 맨 뒤의 편집자 후기를 읽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놓쳤던 부분이 다시 보이더군요. 특히 표제작인 『인내상자』는 중심 단어의 중의적 의미가 핵심이기 때문에 번역자가 고생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전 시리즈를 모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공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문제지만.OTL 하, 전자책으로는 책 읽는 맛이 안 살아서 문제라니까요.;ㅂ;

 

 

 

버터앙팡. 성격 나쁜 가이드를 꼬시는 방법 1~3.

BL, 가이드버스.

http://aladin.kr/p/EPMHn

이쪽은 사다 놓고 잊고 있던 소설이라, 뒤늦게 떠내든 덕에 내용도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 편이 외려 재미있더라고요. 제목만 보면 가이드를 쫓아다니는 에스퍼 이야기 같은데, 반만 맞습니다.

게이트가 열려 일반인이 휘말리면 대부분은 사망합니다. 대부분 앞에 거의가 들어가도 맞습니다. 사망하지 않은 케이스가 한 손에 꼽힐 정도니까요. 그 드문 케이스 중에, 초등학교 수학여행 중에 게이트가 발생하여 그 안에서 에스퍼로 각성한 딱 한 명 외에는 전원 사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열셋이란 어린 나이에 에스퍼가 된 소년은 국가소속 에스퍼로서 여러 재앙에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SS급의 고등급 에스퍼로서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문제는 가이드와의 매칭 수치가 매우 낮다는 겁니다. 능력을 사용하고 난 뒤의 여러 부작용은 약이나, 아니면 여러 가이드를 통해 가이딩 받는 것으로 잠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뒤의 후폭풍도 혼자서 견뎌야 하는 거지요. 그러던 와중에, 아주 우연히 한 사람에게 닿았다가 가이딩을 받게 되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 사람이 에스퍼이고, 자신에게 썩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따름이죠.

초반에는 배틀호모로 불리는, 공수의 대립 구도로 가다가, 차츰 휘감기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왜 구입했는지도 홀랑 잊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덕분에, 누가 공이고 누가 수인지도 뒤늦게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홀려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경우는 열 번 찍어서 넘어간 나무였지만, 각자의 절박한 상황이 있었으니까요.

 

 

 

1.웹소설
글먹SS. 서퍼; 스토커 헌터지만 육아하고 있습니다 1~105(완). 내용 출간 삭제. (2022.08.18. 기준)(1~105)

2.전자책
썬씨. 악녀의 딸로 태어났다 1~7. 피앙세, 2022, 세트 22400원.
후추농장. 반짝반짝 A/S 라이프 1~5. 블리뉴, 2022, 세트 16800원.
박이끄. 후회공을 피하는 시한부의 삶이란 1~3, 외전. 블리뉴, 2022, 12100원.
징솔. 수능을 끝냈더니, 게임 속 농부가 됐다 1. 알에스미디어, 2022, 3100원.
소별왕. 천재 정령사의 힐링상점 1~339(완결). 고렘팩토리, 2022, 편당 100원.(235~339)
라루체. 검은 접시꽃 1,2, 4. 비하인드, 2021, 각 권 3천원.
카르페XD. 비터 스윗 스윗 달링 2~5. B&M, 2020, 각 권 3500원.(발췌독)
안락. 블라우어 로즌 1~3. B&M, 2020, 세트 9천원. 
버터앙팡. 성격 나쁜 가이드를 꼬시는 방법 1~3. 파란달, 세트 10200원.


3.종이책
미스테리아 편집부. 미스테리아 42호. 엘릭시르, 2022, 15000원.
미야베 미유키. 인내상자,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22, 14800원.

 

 

http://aladin.kr/p/6FwKv

 

무희

인도의 타고르에 이어 동양에서 두번째이자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소설. 1950년을 배경으로 전후의 혼란 속에서 세 무희의 무용과 사랑, 가정이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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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파일의 선명도가 안 좋네요. 실제 표지는 이보다 훨씬 섬세합니다. 등 돌리고 있는 저 여성의 실루엣은 검은색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 속에 동백꽃이 그려진 일본풍 그림입니다. 성숙하고 차분한 느낌의 그림이라고 해야하나요. 하지만 색조가 어둡다보니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소설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아서 그런 감상이 나온지도 모르죠.

 

 

B님에게 최승희 관련 이야기를 듣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최승희의 팬이었고, 이즈의 무희 말고 무희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어 여기서는 아예 최승희를 모델로 삼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서로 보았다는 이야기에 검색해보니,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 있더군요. 그간 도서관 안가고 미루다가 어제 홀랑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책 빌리러 간 김에 겸사겸사 빌려왔지요.

신착 도서 보다가 눈에 들어온 나 혼자만 레벨업도 빌려왔고, 뒷 권 안 빌려온 저를 탓하며 오늘 한 번 더 도서관에 가야하나 고민중입니다. 비오는데 도서관이라니, 책이 비에 젖을까 걱정되지만 책을 쟁여 놓고 싶은 이 마음.-ㅁ-a

 

 

하여간.

유미주의, 탐미주의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묘사하는 보살춤의 손동작이 환상적이라는 말에 홀려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묘사! 라고 생각하며 앞부분을 읽기 시작했지요.

 

첫 장면이 아주 멋지게 그려지는데, 특히 주인공인 나미코의 복장 묘사가 멋집니다. ... 딱 여기만. 이 외에는 보살상이나 불교미술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요, 그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습니다. 거의 훑어 가며, 훌훌 넘겨가며 보아서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 중 그 누구에게도 공감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 제일 큽니다. 진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들 중에 공감하거나 이입하며 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주인공인 나미코는 부잣집 아가씨로, 결혼생활에 그리 만족하지 못하며 예전에 자신과 연이 있었던 다케하라와 불륜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불륜이고, 육체적으로는 아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인 묘사는 없었지만요. 남편인 야기는 다케하라와 나미코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만은 아들인 다카오도 알고 있고, 그래서인지 나미코는 다케오가 남편의 지시에 따라 어머니인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미코의 남편인 야기는 학자입니다. 작품 출간연도가 1951년으로, 작중에 한국전쟁의 전황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중공군 20만이 내려와서 미군이 밀리고 있다고요. 야기는 전쟁의 패배를 자신의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지식인입니다.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은 다음 전쟁까지며, 모든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가 긍정적으로 보는 건 일본미술, 고문화재 뿐입니다. 미녀불(美女佛)이라고 본인이 이름붙인 보살상들의 표정이나 미학에 대해 설명할 때는 한없이 긍정적이지만 집안일이나 그 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며 뭔가 무기력한 것 같은 이미지를 보입니다.

다케하라는 나미코에게 마음이 있었던 남자로, 예전에는 나미코의 집 별채에 세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별채를 팔아야 하는 나미코에게 나서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망원경과 카메라 등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가정이 있습니다.

 

나미코의 딸인 시나코는 어머니인 나미코의 피를 받아서인지 발레 무용수로서 상당한 재능이 있는 모양입니다. 전쟁 당시에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선생님, 가야마에게 동경과 연정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고요.

다카오는 아버지의 지시로 어머니를 감시하는 것처럼 초반에는 묘사되지만, 후반에 가면 아버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감정을 품고 있다는게 보입니다. 집안을 건사하고 금전적으로 지탱해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딴 통장을 차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그런 아버지가 어머니 나미코와 딸 시나코는 신경쓰지 않고 남자들만 챙겨서 하와이로 건너 가려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튀어 나온거겠죠.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자격지심을 포함한 비뚤어진 감정을 품은 아버지와,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대학생일뿐인 자신과.

 

 

어머니인 나미코가 굉장히 우유부단한 인물로 나오긴 하는데, 여러 모로 보았을 때 주범(..)은 야기로 보입니다. 초반에 다케하라가 말하는 젊을 때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이런 사람이 왜? 이렇게 의존적이고 자신감이 없어졌을까 싶고요. 야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쟁으로 자신의 재산이 줄어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게다가 막판에는 야기가 또 뒤통수를 치기도 합니다. 다만 결말을 보면 나미코나 시나코나 홀로서기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은 듭니다.

 

최승희가 모델이었다고는 하지만 아예 별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월북한 최승희의 근황이나, 그 딸의 모습이나. 아예 시나코의 모델이 최승희 딸이라고도 하는군요.

 

 

인간 관계는 정말로 취향 아닌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초반에 그 브로치에 대한 묘사, 그리고 여러 불상과 보살상에 대한 묘사, 그리고 보살춤의 손짓 묘사는 굉장히 관능적입니다. 물론, 여기서 등장하는 보살을 최유기의 그 분으로 떠올리시면 안되고요. 이미지 자체는 외려 성전-리그베다의 아수라에 가까울듯 합니다. 성별을 초월하는 미를 가진 존재. 미녀가 아니라 미소년이나 미인으로 칭하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불상이나 불교미술 관련 책을 더 찾아보아야 할까요. 이번에 서경덕의 일본미술 책이 출간되었으니, 그 책부터 읽어도 좋겠네요.'ㅂ'a

말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와도 비슷합니다. 시리즈 세 권이 각각 다른 시기를 다루고 있고, 연작은 아닙니다.  전작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에 바로 이어지는 소설은 아니고, 그저 시즈카 할머니가 나오긴 하나 파트너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책 뒷면에서도 나오지만, 파트너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폭군입니다. 그것도 시즈카 할머니보다 연하에, 성격 더러운 남성이요. 굳이 이미지를 표현하자면.... FGO의 이스칸달입니다. 모르신다고요? 그냥 모르시는 쪽이 속 편하실 겁니다.

 

 

고엔지 시즈카는 일본 법조계에서 20명 째의 여성 판사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여성 판사가 드물다는 이야기겠지요. 지금은 퇴직하고도 시일이 좀 지났고, 지금은 나고야에 노인 범죄 등등의 강의를 하러 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그렇듯 강의 하러 왔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립니다. 정확히는, 강의 도중에 있었던 사건으로 시체가 발견되어, 거기에 고개를 들이민 나고야의 이스칸달(...)에게 끌려 갑니다.

 

이미지를 두고 이스칸달이라 표현한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고즈키 겐타로 씨는 휠체어 탐정입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온순하고 얌전하고, 게다가 배리어 프리의 문제로 이동이 제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고야 내에서 고즈키(혹은 이스칸달)가 가지 못하는 곳은 없습니다. 건설업체 사장인데다 성격도 괄괄하고, 지역 정치인들과도 친하며 무엇보다 지역명사입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 중에 이 '지역명사'의 파워를 모르는 분은 없겠지요. 일본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 내에서 강한 영향력과 권력과 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두고 지역명사라고 부른다면, 이 고즈키는 그걸 주무르고 휘두르는데도 대단한 재능이 있으니 더 문제입니다. 막무가내로 공권력을 휘두르기도 하니까요. 민간인인데, 공무원을 자기 발 아래 두고 부립니다.

 

시즈카 할망은 또 거기에 휘둘립니다. 원래는 어쩌다보니 목줄로 고즈키 옆에 붙어 있게 되었지만, 서로 상극입니다. 정확히는 시즈카 할망은 매우 싫어하지만 고즈키는 의외로 이 깐깐하고 앞뒤 꽉꽉 막힌 나이 지긋한 할망에게 약합니다. 원래 연상의 여성에게 약하다더니, 진짜 그렇더라고요.

 

 

여기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소소하고 또 있을 법 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끼어 있습니다. 하지만 약자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과 또 반대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방법은 사회적 안정망이나 건강한 방법이 아닙니다. 왜 제가 고즈키 할배를 두고 이스칸달이라 부를까요. 힘도 있고 머리도 있고 권력도 있으며 그걸 휘두를 줄 아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네 글자로 표현하면, 막무가내. 그리고 그 막무가내를 실현시킬 조건도 모두 다 있습니다. 시즈카 할망은 브레이크가 될 수 없고, 감정적으로는 이스칸달에게 동조합니다.

 

이 소설이 불편한 이유도 그 부분입니다. 소설 속에서 이지와 정의, 규칙, 질서를 담당하는 시즈카 할망은 고즈키의 억지 소리를 듣고는 침묵하는 때가 많습니다. 감정적이고, 자기 주장이지만 그게 감정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기도 휘둘린다고요. 재판을 하면서, 판사로 근무하면서 내부의 부조리를 보고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접했기 때문에, 쾌도난마 식으로 휩쓸어 버리는 고즈키의 방식에 내심 동조하는 겁니다. 통쾌하다고요. 하지만, 이건 양날의 검입니다. 고즈키의 억지는 선의를 바탕으로 한 감정이고 약자를 돕기위한 움직이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입니다. 바꿔 말하면, 같은 억지가 악의를 바탕으로 한 누군가의 억지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걸 두고 요즘 진상이라 부르지요. 진상고객, 진상손님.

악의와, 억지와, 진상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쾌할 수 있으나 그것이 정당하지 않은 정경유착과 지역 내 유착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개운하지 않습니다.

 

 

가볍게 읽는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유쾌한 추리소설이지만, 담고 있는 소재가 사회적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의 패인이라면, 패인인 셈이지요.

 

 

나카야마 시치리.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강영혜 옮김. 블루홀식스, 2020, 14000원.

 

미쓰다 신조는 믿고 보고, 번역가가 현정수면 더더욱 믿고 봅니다. 이 둘의 조합은 확신하고 보아도 됩니다. ...라지만, 저는 공포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 결말을 확인하고 봅니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 몇이 결말에서 제 뒤통수를 때려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추리소설도 결말 확인하고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랬지만.

이 소설은 절대 결말을 먼저 읽으면 안됩니다.

먼저 결말을 확인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말을 알고 보니 이 이야기는 매우 김빠진 사이다입니다. 아니, 사이다라 부를 물건도 아니고 사카린 탄 물입니다. 반전을 알고 보자 그 앞의 여러 장치들이 다 빤히 보이는 이야기가 됩니다. 긴장감이 확 떨어지니 탄성을 잃은 고무줄도 아니고 그 .... 하여간 여러분, 이 책은 절대로 앞부터 차근차근 보아야 합니다. 소재가 걱정된다면, 미쓰다 신조를 믿으세요.

 

 

비채는 일전의 미야베 미유키 도서 발행 건으로 미운 털이 박혀 있어, 살까말까 하다가 도서관에 들어온 것을 보고는 덥석 물었습니다. 원서 제목도 黑面の狐라, 검은 얼굴의 여우 그 자체입니다. 표지도 멋지게 검은 여우를 그렸지만, 작가 미쓰다 신조의 괴담 시리즈처럼 마구 무섭지는 않습니다. 북로드에서 나와 덥석 잡아챈 『마가』보다는 온화한 표지라고 주장해봅니다.

 

보통 일본의 여우, 이나리 얼굴은 흰색 가면에 붉은 색과 금색으로 장식을 합니다. 왜 검은 여우인지는 배경부터 살피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패전 후 일본. 전쟁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일본 규슈. 오사카에서 남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던 모토로이 하야타는 규슈 북부의 어느 작은 역에 충동적으로 내립니다. 탄광마을이라 광부를 모집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영업중인데, 거기에 휘말려 있던 하야타를 아이자토 미노루가 구해줍니다. 그리고 하야타는 또 충동적으로, 미노루가 일하는 탄광에서 일하기로 마음 먹고 그를 쫓습니다. 광부로 일하기에는 오버스펙이지만 어찌 저찌하여 광부로 일하게 되지요. 가혹한 탄광의 현장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던 하야타는 대학 때 잠시 들었던 민속학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광부들이 겪은 육감sixth sence과 이질적인 것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예를 들면, 광부들 중에서도 상당한 경력자인 난게쓰가 겪은 검은 여우 가면의 여인이 있습니다. 아직 난게쓰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었지요. 그런 기묘한 이야기를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탄광에서 사고가 납니다. 이 소설은 하야타의 과거, 아이자토의 과거, 그리고 갱에 모인 여러 광부들의 과거 이야기를 탄광에서 엮고, 그 역사적 배경을 다시 이야기합니다.

소설의 소재가 쉽지 않은 건 그 때문입니다. 패전 직후, 전쟁 직후라 일본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지식인이었던 하야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뇌합니다. 유럽의 많은 지식인이 그러했듯, 하야타 역시 전쟁에 휘말리고 또 밑바닥의 바닥에 내려갑니다. 일본 정부에 절망하고, 또 그러면서 바른 삶을 고민하며 바닥을 걸어나가는 인물이지요. 그리고 당연히 이 사람이 탐정입니다. 원래 머리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아니... 내용을 건드리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려니까 쉽지 않습니다. 하여간 이 소설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앙금을 다루지만 읽고 나면 흡족합니다. 물론 한국인의 입장이니, 옮긴이의 말에 등장하는 평가도 있을 법 합니다. 일본에서는 작가의 역사관을 의심하는 서평도 있다는군요. 소설에 왜 이런 주제의식이 필요하냐니. 너는 지금 당장 가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당장 후려치고 오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다른 소설들의 역사적 사상을 평가해보련?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대강 이정도로 줄이고, 이 작품이 영화 『왕의 남자』를 떠올린다는 묘한 감상힌트 하나를 던져 놓고 갑니다.

 

 

 

 

 

 

 

 

 

미쓰다 신조. 『검은 얼굴의 여우』, 현정수 옮김. 비채, 2019, 14800원.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한국에 번역된 음악 시리즈를 읽고는 고이 손에서 뗐습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B님 덕에 다른 소설 정보도 얼핏 듣긴 들었지만 그 내용이 제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하시더군요. 앞서 읽었던 작품도 결말이 매우 취향이 아니었던 터라 얌전히 포기하고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단, 올해 나온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결말 부분만 확인하고 매우 중요한 마지막의 반전을 보았던 터라 무난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이 책을 완독했습니다.

...

미묘. 매우 미묘.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가 매우 미묘합니다.

초반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제가 결말을 미리 보아서 이 책의 트릭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챕터의 제목이었습니다. 후기에 언급은 없지만, 챕터 제목은 길버트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제목입니다. 오마쥬라고 봐도 될거고요. 열린책들에서 최근에 새로 번역해 냈지만, 북하우스 판으로는 지혜, 결백, 의심, 스캔들, 비밀의 순입니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것도 북하우스판이라서요. 물론 원형은 북하우스책이 아니지만.(...)

 

따라서 이 소설도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남성 경찰과 머리 좋은 어린 여성의 조합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이 어린 여성의 뒤에 안락의자 탐정이 있다는 점이 아주 조금은 차이가 나지만, 이런 조합도 최근에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니 익숙하다면 익숙하지요. 제목에 적었던 불쾌감도 여기서 하나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정의롭고 순수하며 올곧은데다 경찰같지 않은 경찰에, 법학부 재학의 어린 대학생. 그것도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마도카의 이미지는 청순하고 아름다우며 머리도 좋고 수줍은 여성입니다. 그리고 집밥도 잘합니다. 요리하는 장면도 여러 번 등장하니까요. 집 정리를 하지 않아서 시즈카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그래도 굉장히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아가씨입니다. 그리고 이 경찰과 아가씨 사이에 감정이 흐르는 것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나이 차이는 꽤 있지만 그래도...(먼산)

 

 

하지만 본격적인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건 이 소설 속의 경찰 조직 자체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그래, 한국 경찰은 얘들보다는 조금 나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지 않아요. 또 이 소설의 검찰과 사법부 역시 최악의 조직입니다. 일본의 법조계가 亡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은 그런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요, 이웃나라의 이야기이고 다른 곳에서도 들어 알고 있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폭 스위치를 누른 건 소설 속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정치 문제입니다.

 

남미 모 국가의 군부 독재자가 일본에 왔다가 살해당합니다. 그 사건을 보면서 시즈카 할머니가 말합니다.

 

"결국 나라는 통치자가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이 만드는 것이란다. 지금까지 세계 정보를 차단당하고 독재자의 의중대로 움직인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해방되었다고 해서 바로 사태가 호전될 것 같지는 않구나."
(마도카의 답변 생략)
"아니. 독재자가 사라진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아. 문제는 암살이라는 수단을 취했다는 점이란다. 유혈 속에서 생겨난 것은 어떤 대의 명분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아."
(마도카의 답변 생략)
"그런데 무조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단다. -의 경우는 우연히 독재자가 이 남자였기에 이렇게 된 걸지도 몰라. 정치학자 중에는 멍청한 사람 여럿보다 우수한 정치가 한 사람이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한 사람도 있으니까. 시대를 거꾸로 가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냐고 호된 반론을 들었지만 그 사람의 주장도 일리 있단다. 독재라고 하면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바로 떠오르지만 고대 로마에는 독재자였지만 하드리아누스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명군도 있었어."
"요컨대 독재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야. 독재자의 통치권이 정당하냐 아니냐. 말을 바꾸면 국민의 뜻이 그 독재를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단다. 독재 국가가 종종 묹가 되는 이유는 만은 독재 국가에서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한 뒤에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지 않으니까."
("그럼 드물게 보이는 명군이라면 독재라도 상관없다는 말이야?")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하지만 물론 명군 이외에도 조건이 있는데 독재자는 언제나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민에게 그를 파면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
("그게 독재라고?")
"말했잖니. 근래 변변치 않은 사람이 독재 정치를 하니까 이상한 선입견이 생겼을 뿐, 진짜 우수한 지도자인지 체크하는 기능이 완비되어 있으면 독재도 단순히 정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란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도 마찬가지고."
("가장 필요한 자질?")
"뭐 이것은 정치가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자신의 권력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것.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다 마찬가지야. (중략) 그런 것에 털끝만큼이라도 사욕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음을 조율해야 해. 그것이 사람 위에 서는 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야."

 

... 나 여기에 대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진짜, 레이의 심정으로, 참담함 마저 올라옵니다....... 왜, 지난 탐라에서 본 은영전 감상기가 떠오르는 거죠.

 

https://twitter.com/peachpig0929/status/1195631766393905152

 

복복돼지돼지😷 on Twitter

“지인을 잘못 사겨서 쇼와라노베 은하영웅전설(이하 은영전)을 레이와시대에 읽어보는 타래, 그냥 짬짬히 조금씩 볼 예정이라 완주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음”

twitter.com

 

그 은영전 소설판 감상기 타래는 저기. 하여간 저 부분의 대화를 읽고 있는 동안 위화감과 불쾌감이 동시에 올라오더군요. 암살로 독재자를 죽여본 적 있는 국가의 국민이, 1인 독재 혹은 그 비슷한 것으로 국가가 망가지는 중인 옆나라 국민이 저 소리 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위화감이 들고, 저게 자학개그는 아니고 진짜로 하는 소리라 생각하니 불쾌감이 올라오는 겁니다. 와아. 진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답이 안나옵니다. 아니, 저건 성선설이잖아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성악설을 깔고 가야합니다. 특히 정치권은요. 권력이 있는 공간에서는 인간이 선을 행한다가 아니라 악을 행한다고 전제하고 갑니다. 그래야 방어를 할 수 있고요. 그걸 넘어서 독재라는 정치체재가 단순히 1인이 통치하는 정치체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1인 통치체재가 망가진 형태를 가리킨다는 건 왜 생각치 않나요. 저런 논리가 독재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 .. ... 이 부분은 조금 더 제정신일 때 다른 곳에서 찬찬히 다뤄봅시다. 졸리고 흥분한 상태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니까요.

 

 

하여간 그런 연유로 이 작가 책은 앞으로도 죽 손대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개구리 남자는 아주 조금 흥미가 돌지만, 이미 여러 모로 경고 받은 책이라 기대는 하지 않을 테니, 이번처럼 실망할 일도 없겠지요. ..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강영혜 옮김. 블루홀식스, 2019, 14000원.

 

도서관에 갔다가 충동 대출한 책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아 집 서가에 들일 가능성이 낮습니다. 아무래도 벙거지 모자에 추레한 이미지의 긴다이치 코스케를 좋아하지 않아 그럴 겁니다. 제 취향은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쪽이라, 긴다이치하고는 정반대에 서 있지요. 그건 코스케나 하지메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메는 호불호 측정기를 대면 극단적으로 불호에 갈겁니다. 저질의, 상습 성추행범이니까요. 아무리 능력이 탁월하다 한들 저런 놈은 싫습니다.


하기야 하지메나 신이치나 둘 다 재앙을 몰고다니는 인물이니, 숙박부에서 이들 둘의 이름이나 모리 코고로의 이름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지요.



코스케는 조금 다릅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주로 의뢰를 받아 움직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주요 인물이 특정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구를 해와서 고개를 들이 밀었다가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연쇄 사망사건을 마주칩니다.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오토리 지요코는 다섯 번째 연인을 만나고 있지만, 1년 전 첫 번째 남편이 사망한 사건과 두 번째 남편의 교통사고 사건에 휘말려 있습니다. 첫 번째 남편의 죽음은 자살, 두 번째 남편은 사고사로 추정했지만 연이은 전남편의 죽음을 두고 소문이 돌았던 겁니다. 거기에 세 번째 남편이 사망하고 네 번째 남편이 행방불명 됩니다.

....

적고 보니 어이 없기도 하지만, 이게 책 뒷면의 요약입니다. 그리고 읽다보면 사실 남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들어와 뒤섞이고 있으니까요. 책의 앞머리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별로 안나서 투덜댔지만, 긴다이치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니 이들 죽음 사이에 있었던 여러 코드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현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이 시대에서만 뒤섞인 수수께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성냥개비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당황했습니다. 이중 함정에 빠지고 말았네요.




배경이 도쿄 근교의 휴양이 가루이자와이고, 여기의 음악제는 고리적 만화 『수다쟁이 아마데우스』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상 가루이자와라는 지명을 들은 것도 저 만화가 처음이었네요. 하여간 결말을 보고 나면 허탈해지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입니다. 거기에 또 옛날 소설이다보니 지금에서 보면 비뚤어진 시각이라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추리하는 사람이 긴다이치뿐만 아니라는 것도 재미있지요. 진상에 다가갈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은 여럿이나, 실제 범인에 다가간 건 또 긴다이치뿐. 하여간 낙인효과나 오해,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의 문제는 이 소설 속에서도 여러 번 나옵니다. 역시 소통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거죠. 그런거죠. 허허허허허.




요코미조 세이시(2014). 『가면 무도회 1-2』, 정명원 옮김. 시공사, 각 11000원.



뒤의 해설을 보면 후기 작품이랍니다. 하기야 『옥문도』나 『팔묘촌』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보다 앞서 출간되었고 비슷한 소설로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를 소개합니다. 과연. 이 셋의 분위기가 사뭇 닮아있네요. 앞의 둘을 읽어 다행입니다.:)

1월의 종이책 기록을 남기겠다고 했으니 간략하게만. 여행기도 간신히 마쳤지만 독서기도 길게 올릴 기력이 없습니다. 아니, 업무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만 받을뿐,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요.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김승섭(2018). 『우리 몸이 세계라면』. 동아시아, 2만원.
사회과학, 의학.
보건의학이라는 학문은 의학중에서도 사회과학 파트를 담당합니다. 이 책은 알라딘 메인에 뜬 것을 여러 번 보다가 호기심에 집어 들었는데 책을 받아보고는 좀 놀랐습니다. 하드커버에 두껍기도 하고 내용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술술 읽히는 것이 매력이군요.
무엇보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읽어야할 책이라 봅니다. 판타지소설 작가들에게도 꽤 흥미로운 책인게, 소설 속에서 써먹을만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조선시대의 역병이나 천문학도 함께 다루었으니 역사학 전공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겁니다. 그리고 초반의 여성학과 의학을 다룬 파트는 여성학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겠고요.


기시 유스케(2018). 『미스터리 클락』, 이선희 옮김. 창해, 15000원.

일본소설, 추리.

어... 읽다가 이 소설은 내 소설이 아니라면서 내려 놓았습니다. 저는 같은 추리소설이라도 통쾌한 것을 더 선호하다보니 그렇습니다.


구로이와 루이코 외(2018). 『세 가닥의 머리카락』, 김계자 옮김. 이상, 13000원.

오카모토 기도 외(2018). 『단발머리 소녀』, 신주혜 옮김. 이상, 13000원.

일본소설, 추리.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추리소설 도입 초기의 일본소설들 중 일부를 추려 엮었습니다.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일본 추리 단편선 1권이고, 두 번째가 『단발머리 소녀』입니다. 『단발머리 소녀』의 앞 이야기, 그러니까 한시치 시리즈로 나온 오카모토 기도의 책은 매우 취향이었습니다. 이전에도 한시치 시리즈는 재미있다 생각했지만 다시 보아도 그렇네요. 이전에 책세상에서 출간한 한시치 사건부였나, 그것과는 겹치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 외에는 취향 외. 『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대부분이 번안소설입니다. 그렇다보니 내용이 상당히 기묘하더군요. 이름은 일본이름인데 왜 런던에서 살고 있으며 프랑스와 미국까지 등장하는지 원. 원작이 앞에 소개되어 있으니 원작과 비교해서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옛 소설, 일본의 근대소설 느낌이라 재미는 슬쩍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당시의 추리소설이 이랬더라 맛보는 걸로도 충분하지만요.



교고쿠 나츠히코(2014). 『무당거미의 이치 상,중,하』,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각 14000원.

일본소설, 추리.

교고쿠도 시리즈를 꽤 오래 손 안 댔던 터라 읽었습니다. 그리고 상권을 읽다가 뚜껑이 열려서 하권으로 넘어갑니다. 하권 후반은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그래도 대강의 흐름은 알겠던데, 결말까지 보고 나니 이거 뭐야!라는 비명소리가 터집니다. 아놔. 물론 교고쿠도 다운 결말이니, 속터짐은 당연한 겁니다.(눈물) 하권 보고 나니 중을 읽을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하권에 교고쿠도가 모 아가씨와 나눈 대담(?)은 누군가의 목을 잡고 짤짤짤 흔들고 싶은 수준입니다.



교고쿠 나츠히코(2009). 『항설백물어』, 금정 옮김. 비채, 14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1). 『속 항설백물어』, 금정 옮김. 비채, 22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8). 『후 항설백물어 (하)』, 심정명 옮김. 비채, 13800원.

일본소설, 추리.

12월에 후 항설백물어 상권을 읽고 나서는 도로 앞 이야기가 궁금했던 터라 앞 권과 뒷 권을 다 빌려왔습니다. 그리고 1월 초에 정주행하고는 탈력했습니다. 아... 이게 이렇게 되었구나 싶군요. 앞 이야기를 다 잊고 있었으니 후 항설백물어의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더랍니다. 그래도 나중에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랑 순서를 차근차근 정리해주더군요.

이것도 취향이 매우 갈린다고 보는게, 저는 교고쿠도보다는 항설백물어가 더 취향입니다. 물론 억지스러운 것도 있긴 하나 강간 소재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리즈보다는 이쪽이 낫...지요. 아마도. 항설백물어도 없는 건 아니지만 결자해지까지는 갑니다. 무당거미의 이치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교고쿠도도 가끔 보면 긴다이치 하지메나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부분이 있네요.

... 아. 다음에 읽을 책이 긴다이치 코스케인데.OTL



다부치 요시오(2018). 『다부치 요시오, 숲에서 생활하다』, 김경원 옮김. 에이지21, 13000원.
인문?

인문? 생활상? 어디로 넣을지 애매한 책입니다. 정확히는 수필집인데, 거칠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그렇게 기록한 책입니다. 근데 저는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에 피해가 되지 않게 살아가려면 그냥 인류 멸망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라...(....)

솔직히 말하면 읽다가 매우 졸았습니다. 가구 만드는 이야기나 집 만드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더군요.




김승섭(2018). 『우리 몸이 세계라면』. 동아시아, 2만원.
기시 유스케(2018). 『미스터리 클락』, 이선희 옮김. 창해, 15000원.
오카모토 기도 외(2018). 『단발머리 소녀』, 신주혜 옮김. 이상, 13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8). 『후 항설백물어 (하)』, 심정명 옮김. 비채, 138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4). 『무당거미의 이치 상,중,하』,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각 14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09). 『항설백물어』, 금정 옮김. 비채, 14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1). 『속 항설백물어』, 금정 옮김. 비채, 22000원.
다부치 요시오(2018). 『다부치 요시오, 숲에서 생활하다』, 김경원 옮김. 에이지21, 13000원.
구로이와 루이코 외(2018). 『세 가닥의 머리카락』, 김계자 옮김. 이상, 13000원.



이렇게 한 달 간 읽은 책을 모아 놓고 보니 종이책 수량이 부족합니다. 더 채우겠습니다...?

책 앞의 1/3을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건너 뛰고 나서 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뒷부분에서 스위치가 눌렸습니다. 일단 리뷰를 쓰고 나서 그 다음에 다시 앞부분 이어 읽을 요량입니다. 다 읽지 않고 일단 쓰는 것은 그 방아쇠가 어디서 당겨졌는가를 적기 위함입니다.

뒷부분 내용을 적지 않을 수 없으니 내용 폭로가 싫으시다면 아랫부분은 읽지 않으시면 됩니다.


앞부분의 이야기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유명 화랑의 주인이 칼에 찔려 사망하고 방안은 밀실입니다. 그리고 경찰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만 외부인 침입 흔적은 많지 않고 창문도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주변 인물부터 차근차근 조사해 나가는 이야기가 앞 이야기의 주요 내용입니다. 원한을 가질만한 인물은 있지만 그렇다고 죽일 정도는 아니고 재산상의 문제가 있냐면 .. 그것도 애매하군요. 다만 이 앞부분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데 수사팀의 지휘권을 가진 경부가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라 읽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앞부분 읽다 말고 뒤로 넘어간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운노 형사는 그런 경부 아래서 꽤 오래 일했나봅니다. 위경련 때문에 고생도 했다는군요. 그 위경련 증상이 도질까 싶었던 찰나, 낯선 인물이 살인현장인 저택에 들어오겠다고 난동을 부립니다. 그리고 그 인물은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조카입니다. 백수는 아니고 내키는대로 일하다가 돈 벌며 놀다가 어쩌다 하는 이 조카는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외숙부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합니다. 그렇게 탐정역과 그 보조역이 등장합니다만. 으으음. 주인공 탐정도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건너 뛰는데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자아. 하지만 스위치가 눌린 것은 앞이 아니라 뒤에서였습니다. 막무가내 경부나 철없어 보이는 탐정은 그렇다 치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빌린 것은 작가의 두 번째 책이 나왔고, 그 앞편으로 이 책이 언급된 것을 보아서였습니다. 두 번째 책은 토스카가 주제더군요. 이 책은 에콜 드 파리, 동시대를 영위한 파리의 여러 화가들이 주요 소재입니다. 이야기를 버무리는 것은 괜찮았지만 저기에 기술한 이야기만큼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 책도 그리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탐정과 그 주변 인물이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겠지요.




후카미 레이치로.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박춘상 옮김. 한스미디어, 2014, 13000원.



예술사, 미술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있을 겁니다. 저처럼 스위치만 눌리지 않는다면요..ㅠ_ㅠ

반전이 있는 소설은 크게 두 타입입니다. 이야기를 잘 풀어 내다가 마지막에 강력하게 만루 홈런과도 같은 한 방을 날리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내는 과정에 여러 차례 반전을 날려 사람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것. 어느 쪽을 선호하냐고 물으신다면 크게 상관 없다고 답하겠습니다. 사실 반전이 많은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얼얼함이 오래가기도 하고, 그런 반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일종의 배신을 당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후자의 반전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 점점 강도가 심해지다 못해 결말까지 보고 나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마저 듭니다. 나 이 책 왜 읽은 거야!



물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번역자가 김소연씨라는 것, 출판사가 북홀릭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게 무가 저택이라는 배경을 두고 있어서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와 같은 전개를 기대했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난 심정은 미미여사 책으로 힐링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하하하하. ;ㅂ; 김소연씨 번역이어서 혹시 에도시대물이거나 앞서 읽은 오노 후유미의 영선 가루카야랑 비슷한 타입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배반당했거든요.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고 하면 뒤통수는 얼얼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으로 남았을 겁니다.



풋내기 변호사지만 변호보다는 온갖 사건의 해결을 맡아 하고 있는 카와지는 의뢰인에게서 자신의 생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사설 복지원에서 자란 시즈나이 미즈키는 복지원 앞에 생후 며칠 만에 버려진 채 발견되어 그곳에서 자랍니다. 양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자랐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려 할 때 쯤, 양부모에게서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서류를 받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장과 돈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아마도 미혼모로 출생했다는 문제 같더랍니다.

하지만 일기장만으로 그 집이 어디인지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정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리하여 카와지는 때 의뢰를 받는 자리 옆에 있던 나카 쿠니히코를 끌어 들입니다. 그리고 나카는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합니다. 해결한 것까지는 좋으나 그 뒤가 문제로군요. 무가 저택에서 일어난 과거의 살인사건, 그리고 최근의 살인사건까지. 둘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갑니다.(...)



읽다보면 왜 굳이 그런 복잡한 방법을 써야 했느냐, 더 쉬운 방법이 있을 것인데 왜 그런 트릭을 써야 했는가에 대한 건 의문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찾기로 시작한 이야기가 나중이 되니 스토커와 치정싸움과 막장 드라마로 이어지고,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이야기가 돌아가냐 싶기도 하고요. 그러니 산으로간다고 표현한 겁니다.

그래도 이 소설에 대해 괜찮은 이미지가 남은 것은 리버카약이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고, 안 좋은 이미지가 남았다면 그건 무가저택을 둘러싼 막장드라마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소설의 또 다른 축인 누군가의 독백은 읽다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금방 파악이 됩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과 또 연결이 되는군요.

그리고 탐정과 조수의 관계가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역시 어른은 어른이군요. 공으로 나이를 먹은 건 아닌가봅니다. 그게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되네요.




결말만 놓고 보면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행복한 결말로 가기 위해서는 뒤통수를 여러 차례 맞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읽고 나서의 탈력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코지마 마사키. 『무가저택의 살인』, 김소연 옮김. 북홀릭, 2016, 13800원.


초반을 읽으면서 위화감이 들길래 뭔가 했더니 가와지 고타로가 아니라 카와지 코타로라고 표기했습니다. 바뀐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쪽이 위화감이 들다니...; 그래도 익숙해지니 별 문제 없습니다.


하여간 이쪽도 약간의 지뢰요소가 있었던 터라, 읽고 나서의 허탈감은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그리하여 다음 책은 힐링을 위해 조아라 소설만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크흑.;ㅂ;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를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G가 던져준 링크 때문이었습니다.


http://1boon.kakao.com/munhak/detective : 봄날의 탐정을 좋아하세요?



이걸 보고는 다른 책은 몰라도 노리즈키 린타로는 읽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엘러리 퀸처럼 부자가 같이 활동하고, 아버지는 경시, 아들은 추리소설작가 겸 탐정이라고 하니까요. 그랬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국명 시리즈보다는 라이츠빌 시리즈에 가깝습니다. 저, 엘러리 퀸 시리즈는 좋아하지만 대체적으로 국명시리즈를 선호하거든요. 라이츠빌은 꿈도 희망도 없는 분위기라 이전에 시그마북스로 컬렉션할 때도 라이츠빌은 빼고 구입했습니다. 그럴 진대, 전개되는 방향이나 결말이나 다 꿈도 희망도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지뢰. 하하하하하. 하기야 일본추리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뭘 더 바랄까요. 게다가 오해가 쌓이고 겹치고 또 오해하고 하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권말의 해설에도 언급되지만 이 책의 주요 트릭은 오해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오해! 오해! 오해!(...)


A가 B를 오해해서 C와 사이가 틀어지고, B와도 사이가 나빠집니다. 나중에 D가 사실을 알고 나서 혼자 어떻게 해결하려 하다가 그 와중에 E가 오해합니다. 그리하여 사건이 이래저래 꼬입니다. 결말을 보고 나면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 라며 절규하게 되는데, 저만 절규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절규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으아아아아아!



범인이 제가 예상하던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뒤통수를 맞은 것인데, 의심하던 다른 인물이 범인인건 맞았지만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보면 진짜 한탄만 나옵니다. 하아. 게다가 처음의 이야기가 맨 마지막에 가서 풀리는 것을 보면 굉장히 세심하게 잘 짰다는 생각이 들고요. 주인공인 린타로가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기회가 몇 번 더 있었다는 점도, 그게 소설 상에서 섬세하게 교차된다는 점도 참.....(먼산)




소설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고등학교 시절의 후배로 현재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다시로에게 연락을 받고 전시회에 갑니다. 거기서 우연히 일 관계로 알게 된 가와시마 아쓰시를 만납니다. 가와시마는 조카인 에치카랑 같이 전시회를 보러 온 참이고요. 같이 전시회의 주인공인 다시로를 만나자고 이야기 하던 찰나, 위암 투병중이라던 아쓰시의 형이자 에치카의 아버지인 가와시마 이사쿠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사쿠의 작품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등장하고, 그 뒤에 에치카의 행방불명, 그리고 주변 인들의 수상한 행동, 에치카의 어머니와 얽힌 이야기 등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근데 정말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읽고 나면 재미있게 읽었지만 허탈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결말이 등장인물의 절규로 끝나기 때문에 더 그런가 봅니다. 게다가 또 지뢰를 밟았으니. 하하하하.;ㅂ; 차라리 『흉가』로 힐링 해야하나요..?



노리즈키 린타로.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최고은 옮김. 비채, 2010, 14500원.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한 권을 더 빌려 왔는데 이것도 같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으면 아마 다른 시리즈는 손 못댈 것 같습니다.(먼산)




덧붙임. 이 감상을 쓴 것이 지난 일요일이었지요. 도서관에서 빌린 다른 시리즈 한 권도 지뢰였습니다. 그런 고로 이 시리즈는 더 손 안 댈겁니다. 허허허.

왜 늦었냐고 묻는 건 출간 시기의 문제입니다. 읽으면서 살짝 위화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결말부까지 다 보고 마지막의 해설을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 초기 소설에 해당하는데 왜 뒤늦게, 최근에서야 출간이 되었는가?" 궁금해지더군요.

아마도 미미여사의 초기 소설은 거의가 북스피어에서 출간되었으니 출간 계약이 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음, 솔직히 북스피어에서 나온 다른 책들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해설에서 같이 언급되는 소설들이 『마술은 속삭인다』와 『쓸쓸한 사냥꾼』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과 같은 구에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에도 시리즈도 전부 이 주변이 배경이지요. 고토구와 후카가와 지역, 시타마치라고 부르는 에도시대의 서민거주지.



주인공인 준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를 옵니다. 이사한 곳은 아버지가 자란 지역의 근처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직장과도 머지 않은 곳입니다. 아버지는 수사1과 소속의 형사입니다. 일본의 경찰 조직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제가 한국의 경찰 조직 체계를 잘 몰라 확신은 못합니다. 하여간 일본의 경찰 조직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군대와 비슷합니다. 사병을 제외한다면 크게 부사관과 사관으로 나뉘는데 일본 역시 지역 밀착형의 순경과 엘리트 코스에 가까운 경시청쪽으로 구조가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형사로 승진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위에 올라가면 또 관리자로서의 일이 있으니까요. 음, 이런 구조,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하여간 준의 아버지는 경시청쪽 형사에 해당합니다. 소설 속의 사건이 터졌을 때도 관할서의 경찰과 짝을 이루어 같이 움직입니다. 관할서의 경찰로 형사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 가가형사겠지요. 가가는 『신참자』에서 이미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낮지만 실력 있고 능력 있으면서 서포트도 잘하는 유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준의 아버지도 이미 경력이 상당하다보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이란 것과 함께 행동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그 감으로 파트너를 고른게 하야미 슌입니다. 아, 뭔가 이름이 익숙해...?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강변에서 비닐봉지가 발견됩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노코멘트. 『모방범』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실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준네 집의 우편함에 이상한 우편물이 날아듭니다. 범행 성명이 나오고, 수수께끼가 나오고. 그 와중에 준네 마을에 있는 어느 저택의 은둔형 괴팍한 노인이 휘말립니다. 거기에 도쿄 대공습 이야기가 얽히며 다시 마을에 퍼진 이상한 소문까지 연게됩니다.

사건 앞부분에 등장한 여러 실마리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준도 아버지를 도와 친구와 함께 몇 가지를 조사합니다. 그 와중에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야,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그러고 보니 『퍼펙트 블루』도 함께 언급된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 꽤 뒷맛이 씁쓸해서 한동안 야구 소재 소설은 안 보게 한 원흉입니다만.



읽는 맛은 상당합니다. 어제 퇴근길에 차안에서 읽기 시작해서는 336쪽의 책을 단번에 읽어 내렸으니까요. 읽고 나서 예의 그 코드가 또 등장하는 덕에 좌절했지만, 짐작은 했던 부분이라 괜찮습니다. 미미여사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하니까요. 그쪽 범죄보다 다른 범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니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는 거죠.



결론은 애들입니다.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지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를 아주 조금 내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주류 판매 문제를 생각하면 또 다릅니다. 끄응. 솔직히 머리는 크지만 사회에 뛰어드는 시기는 예전보다 늦어졌으니 성인이 되는 시기가 빠른 편이 나은가 늦은 편이 나은가 골치 아프네요. 게다가 술에 취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더 강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이 어린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며 선처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회의가 들더군요. 일본에서는 이런 쪽의 연구가 많은 모양인데 몇몇 르포르타주나 소설을 보고 나면 허탈합니다. 그렇게 면책된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사회에 편입되는 걸까요. 아니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틀어 막고 비뚤어진 그대로 사회에 나가도록 돕는 것인가요.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결말이 그리 깨끗하진 않고 입맛이 쓰니까 감안하고 보세요. 흡입력은 상당히 좋으나 그게 오히려 독이 되는 느낌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형사의 아이』, 권영주 옮김. 박하, 2015, 12000원.



오오. 책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군요. 이 두께에 이 정도 분량이면 대개 1.5만 정도 가격을 매기게 마련인데..=ㅁ=

중간에 『최후의 일구』가 없었다면 3연타 홈런이었을 겁니다. 젠장. 그나마 힐링이 된 책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어제 상경하는 차 안에서 다 읽은 『형사의 아이』도 읽고 나서 기분이 화아아아아아악 가라앉았는데. 이걸 덮어줄 책이 미쓰다 소지의 신작 『흉가』라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앞에서 이미 내용 폭로를 해버린 셈이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모리 히로시의 이력은 찾아보지 않아도 꽤 독특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봐도 그렇지만 대학원의 생활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이게 일본만의 사례인지 아니면 한국도 그런지는 모릅니다. 거기에 공대 특성일 수도 있고요.

모리 히로시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지난 시즌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한스미디어에서 책을 재판했습니다. 번역은 무난했다고 기억하고요. 특별히 걸리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첫 작품은 읽어보았던 지라 시리즈 두 번째인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을 붙잡고 읽었는데 이것 참 묘하네요.



일단 주요 인물을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사이카와 소헤이는 N대학의 공학부 조교수입니다. 정확히는 건축학과이고 건축사쪽의 전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적 의미의 건축보다는 공학적 의미의 건축 경향이 강해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이카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니시노소노 모에. 성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답게, 쿄 & 잇페이 시리즈의 아야노코지처럼 상당한 자산가 집안의 딸입니다. 아버지가 N대학 전 총장이기도 하고요. 사이카와는 모에가 초등학생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꽤 귀엽게만 보고 있는 모양인데 모에는 사이카와에게 마음이 있습니다.(아마도)



이야기의 전개는 시간 순서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사건이 터진 현장에 있었던 세 사람이 사건 2주 후에 다시 모여서 사건의 상황을 되짚어 보겠다며 그 날 있었던 일을 반추합니다.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는 극지 연구소에 참관하러 갔다가 뒷풀이 자리에 합류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닫혀 있는 방에서 죽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요. 죽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그 직전에 있었던 실험에도 참여했고 그 방은 밀실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사망한 사람들을 죽인 이가 누구였는가가 문제지만 연구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뒷풀이에 참여하고 있어서 알리바이가 절로 입증됩니다. 외부인은 없었다고 경비원들이 증언했고요. 도대체 범인이 누군가가 문제인데, 그 와중에 시체가 또 발견됩니다.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지요. 트릭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생각하게 되고, 의심할만한 사람도 의외로 쉽게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사이카와 교수가 내내 말했듯이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그 이유를 알게되지만.


읽고 나니 다시 『모든 것이 F가 되다』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다음 책은 그걸로 낙찰. 과연 읽을 시간이 날지 모르지만 날 거라고 우겨봅니다..?



모리 히로시.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3000원.


최근에 ... 는 아니군요. 2015년 8월에 모리 히로시의 에세이 혹은 인문학 책이 나왔습니다. 이쪽도 한 번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앞서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 감상(http://esendial.tistory.com/6594)에도 적었지만 강간이 소재나 주제로 나오면 웬만해서는 피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어서 몰랐습니다. 책 뒷면에도, 그리고 앞부분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 ... (먼산)



책은 크게 두 시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즉, 한쪽은 3인칭, 한쪽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1인칭쪽 시점인데 초반에 설마설마했음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는데다, 이 사람이 결국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또다른 사고를 칩니다.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는데 그게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의 후폭풍하고 연결되어 둘의 이야기가 만납니다. 다만 끝의 끝까지 '나'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옵니다. 다만 둘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아마도 그 뒤에는 그나마 평온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하여간 이쪽 코드 질색인 분들은 피하세요.



책의 중심 주제는 사실 저런 이야기도 아니고 살인사건도 아닙니다. 주제, 메인 테마는 1인칭 시점에서 나오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3인칭 이야기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원자력 발전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는 '나'의 입을 빌려서 원자력 발전의 문제, 그리고 일본에서 개발 중인 핵연료 리사이클 방식의 문제, 주먹 구구식인 재처리 과정,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독성물질과 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기야 일본은 한국보다는 지진에 많이 노출되어 더 위험하고, 그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후쿠시마 사태였지요.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2011년 10월에 발매되었으니,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 이후,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 전에는 몬쥬의 사고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아마 몬쥬 쪽을 염두에 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사건의 트릭과 결말은 사실 전혀 관계가 없었고, 원자력 발전 연료 제작에 대한 것은 슬며시 지나가는 이야기였다는게...; 어쩌면 그것이 반전일지도 모르지요. 실제 범행 동기는 의외로 평범(?)하고 또 다른 의미로 열 받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감안하고 보시길.


어찌되었건 퇴근길에 손대고 읽기 시작해, 저 큰 고비를 넘기고도 단번에 읽어 내릴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습니다. 게다가 악의 원흉은 무사히 퇴치되었고요. 아니, 무사히는 아니로군요.-_-;



시마다 소지.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이윤 옮김. 호미하우스, 2014, 13800원.


2014년 출간작인데도 벌써 품절...=ㅁ=; 의외로군요.;

월요일에 다 읽었으니 그날 감상을 쓰면 딱 맞았을 텐데, 늦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야구 개막일이라는 오늘에야 쓰게 되었네요. 야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의 주 소재가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열심히 챙겨보지만 몇몇은 피합니다. 번역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 작은 출판사의 책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소설 분위기로 나온 책도 피합니다. 이 책은 소재가 야구라서 피했습니다. 안 보고 넘어가려 했는데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을 읽고 나니 괜히 시마다 소지 책이 땡겨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자가 현정수인 것을 보고는 내용 확인 하지 않고 고이 빌렸습니다. 2012년에 나왔는데 너무 늦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내용 확인하지 않고 보았는데 이 책이 딱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에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의 발간 순서가 어떨지 몰라도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보니 더 좋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읽은 것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은 이시카와의 이야기, 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시카와의 이야기는 우연찮게 어느 자살미수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게 된 상황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청년이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며 찾아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일찌감치 돌아가셨고 편모 슬하에서, 어머니가 하시던 미용실을 이어받아 작은 도시(마을)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그런데 이유도 알 수 없이, 어느 날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하셨답니다. 빨리 발견해서 구할 수 있었지만 자살 이유를 절대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네요. 그리고 미타라이는 사건이 명확해 진상 밝힐 것도 없다고 하면서 찾아갑니다. 그리고 진상을 밝히지만 그 뒤에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사건은 해결되었다는 것뿐.


뒷부분은 어떤 2류 야구 선수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의 어려운 생활.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프로 야구선수가 되어 연봉을 많이 받아 그래도 편히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은 하여도 재능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렇고 그런 선수가 됩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거품이 꺼질 시기지요. 그리하여 상황은 악화됩니다. .. .. 그리고 하략. 이 이상 쓰면 내용 폭로가 되어 재미가 없습니다.-ㅁ- 그러니 여기까지만 쓰고 접도록 하죠.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리는가가 시마다 소지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결말은,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렵니다. 다만 여기서도 시마다 소지 답게 일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아주 많이 묻어납니다. 근데 불신이 불신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저런 상황이라면-전관예우라는 구습이 한국에도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런 상황이 없으리란 장담을 못합니다. 아니,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먼산)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니 야구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아닌 분이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시마다 소지. 『최후의 일구』, 현정수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2, 12000원.



덧붙임: 최후의 일구는 퍼펙트했습니다. :)

금요일에 이 책 읽다가 체했습니다. 가볍게 체한 것이라 그냥 속이 안 좋고 마는 걸로 끝났지만 저녁 때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감기에 제대로 걸렸습니다. 열이 올라 반쯤 들떠 있는 상태가 된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허허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제가 소설 읽으면서 절대 피하는 코드가 강간입니다. 그것이 집단 강간, 즉 윤간이면 읽는 도중 더더욱 멘탈이 부서집니다. 그런 코드가 있음에도 보는 소설이 있지만 예외적인 것이고, 대체적으로 이 소재를 사용하면 소설을 피합니다. 절독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초룡전기 카르세아린』인데, 이건 연재 도중 제가 제일 싫어하는 코드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이 소설을 접었습니다. 뭐, 그 앞서도 조짐이 있긴 했지만 등장인물 중 한 명이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고는 더 읽을 수 없더군요.


앞 부분까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시마다 소지, 역시 미타라이 기요시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도 설마설마한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만, 정확하게 예상했던 그 상황이 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위가 멈추더군요. 아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고, 다 읽고 나니 과연 있을 법하다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그 부분은 시마다 소지의 창작일 겁니다. 증거가 전혀 없거든요.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고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이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는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헷갈릴 지경에 몰렸습니다. 허허허.




이야기의 발단은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와 이어집니다. 따라서 이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좋으며, 그리고 가능하면 사전에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현재 절판이지만 .. 이라고 적고 다시 검색하니 2015년에 재출간되었는데, 하여간 이 책을 사전에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소설 중반부에 등장한 미타라이의 추리는 읽는 내내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인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참고서적에는 다른 책들이 올라 있습니다. 다른 어려운 책보다는 올리버 색스의 책 한 권을 보는 쪽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겁니다. 그에 대해서는 권말의 저자 후기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고요.


시간의 흐름상 『마신유희』는 이 이야기의 뒤에 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듯 이 소설의 사건이 있은 1년 뒤에 미타라이 기요시는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일본을 버리고 건너갔다고 투덜대는데 거의 마지막에 참여한 사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여간 아는 사람의 연락을 통해 받은 어느 편지에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어떤 미국인에게 보내는 사죄의 글이 있었습니다. 사죄의 글 말미에는 하코네의 호텔 후지야 매직룸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호기심이 동한 미타라이는 이시오카를 끌고 후지야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호텔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진과 만나지요. 사진은 1919년에 찍은 것으로, 유리건판 사진이라 딱 한 장만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는 후지산 근처의 이시노코 호수에 정박한 러시아 군함이 찍혀 있습니다. 그 군함은 다음날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하고, 내륙의 호수에서 찍힌 러시아 군함은 수수께끼로 남아 유령 군함으로 불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군함에 대한 이야기는 미타라이가 풀어냅니다. 그날의 주변 상황이 왜 그래야 했는지, 어떻게 내륙 호수에 러시아 군함이 있었는지는 아주 손쉽게 풉니다.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는 정말로 폭소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트릭일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이 트릭 자체가 아마 B님과 C님의 취향에 맞을 겁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을...


"김일성과 노태우가 악수할 확률이고…."


애초에 미국 저널리스트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만.



시마다 소지.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김동주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6, 12000원.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아래 올린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이랑 같이 주문하고 싶지만, 과연 주문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허. 앞에서 언급한 그 코드가 심히 좋지 않은 곳을 스쳐서 말입니다.;ㅂ;

추리소설은 대개 반전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상 생활의 추리를 소재로 한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있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일상을 다루다보면 잔잔한데, 그걸 막판에 뒤집어서 독자에게 충격을 주면 꽤 강렬하게 남을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반전이 매력 있는 소설로 『빙과』를 꼽습니다. 소설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의 반전이 더 강렬했다고 기억하지만, 하여간 세키타니 준을 둘러싼 잔잔한 이야기는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사정과 그 속의 울분을 폭발시키면서 마무리 됩니다.


갑자기 왜 다른 소설 리뷰를 쓰면서 『빙과』를 건드리냐 하면, 조금 닮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상 추리소설의 클리셰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하고 그리 눈에 안 띄는 학생이 학교 내의 작은 소동에 휘말려서 조사하다가 얼결에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가 같거든요.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는 저에너지 행동주의자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하야마는 평범한 미술부원입니다. 아니, 여러 예술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니 그리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이라 이 소설 내의 내용만 봐서는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거든요. 진상을 밝히는 것도, 사건이 왜 그렇게 흘렀는지 밝히는 것도, 범인도 다 다른 인물들이지만 맨 마지막의 반전은 하야마의 손에서 이뤄집니다.



다른 곳에서 소설 평을 읽었을 때 마지막의 반전이, 소설의 발랄하고 밝은 이야기들을 순식간에 반전시킨다고 했는데 반전을 읽고 과연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고 나서는 좌절했습니다. 어억. 갑자기 이야기의 장르가 일상 추리에서 다른 것으로 확 바뀝니다. 이런 게 어디있어! 라고 절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잠자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그래도 낮에 수입 믹스커피 마신 참이라 카페인 과다증상을 보였는데 이 책의 결말까지 보고 났더니만 잠이 안와서 평소보다 고생했습니다.



하야마가 다니는 시립고등학교는 꽤 오래된 곳인 모양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은 예술부가 주로 서식하는 낡은 별관입니다. 미술부와 연극부,취주악부를 비롯해 여러 부서들이 모여 있는데 예술부이다 보니 물건이나 소품은 많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건물이 낡아 음침한 분위기도 들고요.

그런 별관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목이 잘린 귀신이 벽에서 튀어나온다는 일명 벽남 귀신이야 그렇다 치고, 거기에 덧붙여 최근 행적이 묘연한 어느 취주악부 학생의 유령이 플루트를 분다는 소문도 생겼습니다. 소문은 소문이지만 그 때문에 취주악부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진상을 조사하는데 주인공인 하야마가 덩달아 휘말립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상은 굉장히 어이 없는 쪽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다행인데, 그 과정에서 벽남 사건을 함께 겪습니다. 벽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 서주하고 결국에는 프롤로그의 묘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뒤는 ........;




그러니까 학교는 참 무서운 공간이라니까요. 왜 괜히 여고괴담이 나오고, 왜 괜히 공포물의 상당수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겠어요. 그만큼 무서운 공간이라 그렇지. 무엇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거나, 번화가에 있더라도 안쪽에 숨기듯 들어 앉았다거나. 거기에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이 없고 불이 거의 다 꺼진다는 점도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 학교는 참 무섭습니다.




니타도리 게이.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2000원.


도서관에서 책 앞머리를 보고는 빌려왔습니다. 근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결말을 확인하고는 고이 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대출 기간 내내 이 책을 읽어, 말아를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했고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나, 번역자 후기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절대로 공공장소에서는 읽으면 안됩니다. 버스에서는 책 읽는 일이 드무니 보통은 지하철 안에서 읽을 텐데 그냥 읽다가는 휴대용 휴지 한 통과 손수건을 눈물로 적시고 빨갛게 부은 눈과 코를 얻을 겁니다....(먼산)


책 앞머리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이러면 아마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대놓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한 어떤 고양이가 있다는데~라고 말입니다. 길고양이였다가 주인공 청년에게 밥을 얻어 먹은 고양이는 그야말로 새침떼기입니다. 그러니까 츤데레....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청년이랑 가까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난 인간을 좋아하지 않거든! 그렇거든! 그러니까 너도 인간이니까 좋아하지 않.... 지만 너라면 괜찮아'의 수순을 밟습니다. 다만 앞머리에는 등장하지 않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청년은 고양이를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되고, 그리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고양이 여행 리포트』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혹은 개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어하시겠지만 문제는 내용입니다. 이거, 최루성이예요. 앞머리를 읽고 혹시하는 마음에 뒷부분을 보고 나서는 고이 내려 놓은 건 그래서입니다. 아주 담담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중간을 건너뛰고 뒷부분을 읽은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따라서 울고 싶은 일이 있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분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동물을 좋아한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효과를 보실 겁니다. 특히 감정 이입을 잘하는 분이라면... .... 옆에 얼음팩을 두시는 걸 추천합니다.-_-;




아리카와 히로. 『고양이 여행 리포트』,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2013, 13000원.(未讀)



맨 뒤의 번역자 후기를 보면 아리카와 히로의 책이 한국에서 생각보다 많이 안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말입니다. 으으음.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이전에 미쓰다 신조의 책을 정리해 올리면서 『붉은 눈』을 읽었는지 아닌지 헷갈린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이번에 읽어보니 두 번째가 맞습니다. 장편소설로 나온 맨 마지막 단편 「사상학 탐정」까지 다 보았더군요.


전체 8편의 단편이 있고 단편 사이에 총 4개의 괴담 기담이 있습니다. 그러니 실린 이야기는 12편이지요.


표제작인 「붉은 눈」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직설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서 말하면 기분이 더럽게 나쁩니다. 다른 건 다 빼고 마지막 부분을 보면 행운의 편지를 읽은 것 같은 찜찜함이 남아 그렇습니다. 다른 공포소설이 그렇듯 이 이야기도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재나방 남자의 공포」나 「죽음이 으뜸이다;사상학 탐정」을 빼면 나머지는 쫓기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맞거울의 지옥」도 조금은 그런 분위기지만 전래동화에서 나온 것과 같은 구조라 조금 낫습니다. 그리고 다들 잡히지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완전히 도망친다고 해도 다 도망친 것은 아닌 것이 걸리고, 도망치더라도 누군가에게 짐을 떠넘겨야 하는 구조가 많습니다. 기분 안 좋아요.


제일 기분 나빴던 이야기는 단연 「괴기 사진 작가」. 「뒷골목의 상가」는 배경이 배경인지라 더 실감나더군요. 그러고 보면 미쓰다 신조의 소설에도 간사이가 많이 나옵니다. 아니나달라, 나라현 출신이네요. 미쓰다 신조 시리즈는 아예 간사이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언급도 있잖아요. 교토에서 휘말린 이야기도 종종 나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백사당』, 『사관장』도 분명 교토 주변의 이야기였고요. 『백사당』을 읽을 때 묘하게 어디서 읽은 것 같다, 기시감이 든다 생각했더니 「뒷골목의 상가」를 먼저 보아 그랬던 모양입니다. 닮은 부분이 있어요. 그마만큼 읽고 나면 기분이 안 좋습니다. 특히 나가야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ㅠ_ㅠ; 이럴 때는 『골목길 연가』를 읽으면서 힐링하면 될까요? 아니면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


단편소설이라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반복해서 쫓기다보면 아마 진이 빠질 겁니다. 절반쯤 남은 상황에서 자기 전에 다 읽겠다고 잠자리 책으로 집어 들었다가 후회하고는 다른 책으로 힐링하고 잤습니다. 하하하.;ㅂ; 다들 읽으실 때 등 뒤 조심하세요.



미쓰다 신조. 『붉은 눈』,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청림출판), 13000원.


미쓰다 신조의 신작입니다. 나온 줄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는 도서관에 주문 넣어서 보았습니다. 사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이거, 차마 집에 둘 수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잔예』+『노조키메』=『괴담의 집』. 그래도 이번 책은 낫습니다. 적어도 『백사당』이나 『사관장』처럼 읽는 사람을 공포로 몰고 가 떨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괴담의 집』은 해결편이 등장합니다.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 설마하니 이 사람, 끝까지 가려는 건가 싶었는데 거기서 멈추더군요. 아니, 멈췄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미쓰다 신조'도 다루고 있지 않으니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화자가 미쓰다 신조인 책과 도죠 겐야인 책 말입니다.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 안되는 것도 있지만 한국에 번역 들어온 것은 거의 그렇습니다. 해당 안되는 건 아마 『일곱 명의 술래잡기』일걸요. 비채에서 내는 도조 겐야 시리즈, 한스미디어와 북로드에서 나오는 미쓰다 신조 시리즈. 그렇게 나뉠거예요. 일단 기억하는 건 대강 그렇고........


앞서 이 책의 내용을 오노 후유미의 『잔예』와 『노조키메』를 더한 것이라 적었는데, 애초에 『노조키메』도 이 책의 구성이나 『잔예』의 구성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적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근데 『잔예』와 더 유사성을 느끼는 것은 다른 이유가 더 있습니다.

『노조키메』는 기본 이야기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괴담을 얻어 읽게 되었다는데서 시작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괴담을 적은 노트를 발견했는데, 이 노트의 원 주인을 알게 되어 그 사람에게 돌려 주었다가 유증으로 받았지요. 그리고는 그 괴담을 읽고 나서 그에 대한 해석을 기록합니다. 『괴담의 집』은 그에 대한 확대판인데 『잔예』와 구성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잔예』는 저자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고 있지요. 이야기의 시작과 자신의 개인사를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쓰고 그 와중에 자신이 쓴 소설의 집필기를 섞어서 현실과 소설의 이야기를 헷갈리게 만듭니다. 거기에 괴담을 수집하다가 거기에 나온 괴담이 다른 괴담과 연결됨을 알고, 다시 그 이야기의 원류를 추적한다는 내용이지요.


『괴담의 집』도 비슷합니다. 『백사당』과 『사관장』을 탈고한 뒤의 일로, 미쓰다 신조의 이름으로 쓴 소설과 도조 겐야의 이름으로 쓴 소설, 다시 말해 작가 미쓰다 신조가 아니라 그 뒤의 진짜 미쓰다 신조가 앞으로 나옵니다.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로 소설의 팬이었던 사람과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이 사람도 괴담을 좋아하여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편집자인 미마사카는 괴담이 모이는 체질이며 자신은 괴이한 일을 겪은 적이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많아서 괴담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괴담을 나누었다가 묘하게 닮은 두 가지의 괴담을 미쓰다 신조에게 건네줍니다. 원고로요.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다른 일을 먼저 처리하고는 그 다음에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에는 또 그것과 관련된 괴담을 미마사카가 찾아온 덕에 그 것을 읽고. 그리하여 총 다섯 개의 괴담을 듣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고 구조가 같다거나 공통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역도 서로 다른 데 그 두 사람은 이 이야기들이 불길하게도 닮았다고 여깁니다. 유사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분석을 반복합니다.


책에는 그렇게 모은 다섯 개의 괴담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괴담 뒤에 미쓰다 신조의 막간이 있고 세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 뒤에는 상당히 긴 막간 2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그리고 저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괴담을 건너 뛰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거든요. 저 자취합니다. 그것도 자취방은 지방입니다. 새 건물이지만 옆방과는 별로 교류가 없으며, 단독 사무실에서 근무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어둡게 해놓고 지냅니다. ... ... ... 저, 월요일에 혼자서 잘 있을 수 있을까요. 월요병에 미쓰다신조병까지 오면 ... 으허허허헉. 지난 번에 『노조키메』 읽을 때도 결국에 두 번째 이야기는 포기하고 못 읽었습니다. 그 날은 또 혼자 지방에 있었다고요!


(라고 쓰고 일단 네 번째 괴담 일부분, 다섯 번째 괴담을 보았는데 다섯 번째는 무난합니다. 그냥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 정도. 덕분에 월요일에 미쓰다신조병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다섯 가지 괴담에 대한 풀이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풀이가 아주 그럴싸합니다. 하하하하. 근데 풀어도 어차피 이건 괴담이니까요. 이 다섯 가지 괴담이 닮았다고 생각되는지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오기가 참 길었습니다.



어쨌건 이번 책도 참 무섭게 보았습니다. 슬슬 도조 겐야 시리즈도 나올 때 되지 않았나요. 다음 권 언제쯤 나올런지?


미쓰다 신조. 『괴담의 집』,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5, 13800원.


믿고 보는 번역자입니다. 후후후. 하지만 토카이보다는 도카이가 낫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요즘에는 토카이보다 도카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고요.



덧붙임.

그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존재는 ....





이걸로 힐링을. 아니, 이걸 보고 조금 달래보세요.



덧붙임 2.

보고 나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그냥 아파트에 살래요. 그러면 적어도 지붕에서 뭔가가 날뛰진 않겠지요.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던지라 『매스커레이드 이브』도 나오면 챙겨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안나왔더군요. 나오면 바로 사서 보았을 텐데 그렇지는 않고. 고민하던 차에 다른 경로로 손에 넣어 책을 보았습니다. 제목이 『이브』길래 혹시 크리스마스 배경인가 했더니만 그게 아니라 이전 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있기 전의 여러 이야기를 모은 겁니다. 연작소설집이라고 표지에 적어 놓았는데 그말이 딱 맞습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나오미(호텔리어)와 닛타(형사)가 주인공인 여러 소설이 등장합니다. 이 두 사람은 그 때까지는 만난 적이 없는 걸로 등장하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답게 뒷맛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뒷맛이 좋았던 것은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최신작인 『신참자』 정도였고 그건 소장중입니다. 나머지는 한 번 읽고는 고이 덮고 두 번 읽을 생각이 안 들더군요. 갈릴레이 시리즈도 그럭저럭 좋아하지만 이것도 뒷맛이 안 좋았던 터라 그 뒤로는 손을 안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드라마랑 내용이 섞이면서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이 추가된 것도 싫어서 말이죠. 등장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라 그렇습니다.


하여간 『이브』에 실린 연작 단편들도 뒷맛이 안 좋은 것이 여럿 있습니다. 읽고 나서 씁쓸한 것이 몇 가지 있었지요. 다만 이걸 읽은 것이 지난 주였음에도 그 새 목차와 내용 연결이 안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하하하.


나오미와 닛타가 직장 내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왜 『호텔』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도 자세히 나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이야기는 앞부분 보고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표제작이었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라도 전작을 읽으신 분들은 이 책의 제목이 왜 『매스커레이드 이브』인지 아실겁니다. 아무래도 상당수 이야기가 호텔 배경이라 그런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여럿 나오는군요. 아니, 비단 호텔에서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도 가장을 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가면을 썼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히가시노 게이고. 『마스커레이드 이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5, 14000원.


짧게 요약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답고 가볍게 읽을만한, 그리고 가면 혹은 가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재미있었지요.:)

『뱅쇼를 당신에게』는 번역 제목이고 원래는 『ヴァン・ショーをあなたに』입니다. 뱅vin과 쇼chaud 사이에 방점이 있는 것은 아마존에서 긁어왔기 때문이고 저대로 교보 등 한국 서점에서 검색하면 아마 안 나올겁니다. 입력을 일반 입력으로 하는 터라 장음 기호나 방점은 처리가 안되더군요.


읽다가 포기한 이유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용 문제입니다. 이번 권은 주 무대인 파말(Pas mal, 프랑스 가정요리 음식점)의 등장인물들이 고생하는 것이 많고 결말이 그리 마음 편하지 않더군요. 먼저 권인 『타르트 타탕의 꿈』(http://esendial.tistory.com/6137)은 그래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건 첫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의 가출 사건부터 시작해 그 다음의 채식주의자도 결말이 묘합니다. 이미 B님 블로그에서 보고는 대강 내용 파악은 하고 있었는데 읽고 나니 속이 뒤집어지더군요. 그 다음 편인 빵집 이야기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보면서 홍대에 빵 사러 달려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맛있는 빵 사러 가고 싶다고 투덜대며 보았는데 그 다음은 도로 .... (먼산) 그래서 거기서 조용히 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쉬운 일본어라서 읽는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도 한국어보다는 훨씬 느리다보니 차라리 번역본 나오면 그 때 다시 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용도 나쁘지 않고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지만 깊은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음식을 소재로 한 추리니까요.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데 과연...?




近藤史恵.『ヴァン・ショーをあなたに』. 東京創元社, 2015. 756엔.


그리하여 이번 권은 기승전빵이군요.-ㅠ-

원서입니다. 번역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본편이 2014년에 나왔으니 나올법도 한데 말입니다. 창원추리문고니까 계약이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이거 은근 재미있는데 번역서 안 나오려나요...;ㅠ; 문고판 말고 킨들판으로도 있으니 그쪽으로 보셔도 됩니다. 가격도 그쪽이 더 저렴하고요.


B님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인데 굉장히 쉽습니다. 그러니까 바티칸 기적조사관 같은 어중간한 라노베보다 읽는 속도가 빠릅니다. 기적조사관은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판형을 하고 있어 그렇게 착각하기 쉬운데, 스자쿠 시리즈도 그렇고 기적조사관도 그렇고, 후지키 린의 두 책은 라이트노벨로 보기에는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죄인은 용과 춤춘다』쯤? 라이트노벨로 잡기에는 내용이 조금 걸립니다. 그렇다고 일반서로 내자니 내용 자체가 취향을 탈만한지라. 하기야 비블리오고서당을 생각하면 그 중간 정도로 내도 되겠지요.


이 책은 라이트노벨은 전혀 아닙니다. 가벼운 일상추리에 가까운데 추리라기보다는 수수께끼를 풀어 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추리와도 다르고, 굳이 따지자면 요네자와 호노부와 비슷합니다. 다만, 이쪽에서 풀어내는 것은 그 때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라는 손님의 의문입니다. 그런 궁금증을 가만히 듣고 있던 주방장이 술술 풀어서 이건 이랬던 거다라며 알려 주는 거죠. 중요한 것은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프랑스 가정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비스트로의 주방장, 메인 셰프라 음식이 항상 붙어 다닙니다. 비스트로 파말(PAS MAL)의 정식 코스대로 목차도 넘어갑니다. 근데 그게 다 재미있어요. 아... 어떤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하면 카술레(cassoulet)를 다룬 끝 편이지만 어떤 것이든 다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초콜릿편은 앞부분이 꽤 강렬한 인상이었고 상대적으로 수수께끼가 특이했지만 그보다는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생각만 남더랍니다. 하지만 카술레는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연애가 오해가 풀림으로서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던 터라....... 그래서 재미있었네요.


1인칭 관찰자시점에 가까운게 화자인 나는 비스트로의 가르송입니다. 비스트로는 주방장, 부주방장, 소믈리에, 가르송 네 명이 전부이고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운영 자체를 주방장에게 전담했으니 주방장이 전체를 운영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방장님께서는 업무의 상당수를 담당자들에게 맡겨 놓았는데, 이건 아마 본인이 귀찮아서 일겁니다. 그런 이야기가 종종 나와요.=ㅁ=



총 7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각 편의 감상을 간략히 적으면 이렇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을 밝히면 재미가 없잖아요.

-타르트 타탱: 취향이 아니었음.

-로농 드 보(rognons de veau): 이것도 취향은 아니었음.

-갈레트 데 로아: 오오오. 시무라씨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귀여워요!(...)

-오소이라티(Ossau-Iraty):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하지만 가서 싹싹 비세요.

-술없이 술취한: 엇, 이건 지금 당장 가능한 메뉴!

-카술레: 오해가 불러온 이별이지만, 5년쯤 나이 먹고 나면 머리가 식어서 다시 손잡을 수 있는 거로군요. 해피엔딩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초콜릿: ....;ㅠ; 저도 초콜릿.....



다른 건 몰라도 술없이 술취한 메뉴는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겠네요. 주 재료도 요즘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니 필요한 건 보드카?(...)



하여간 재미있게 읽었고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기왕이면 한국어로 읽고 싶지만 과연 가능할지. 하여간 예상 외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었습니다.




近藤 史恵. 『タルト・タタンの夢』. 東京創元社, 2014, 756엔.


보고 있노라면 기름지기도 하고 만드는 방법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푸아그라가 먹어보고 싶긴 한데, 이런 맛에 이런 가격으로 내오는 곳은 드물겠지요.;

결말이 통쾌하기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만한 것이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그렇게 막판에 화력을 집중하지요. 이 소설은 제목부터 대놓고 다른 소설을 떠올리게 만들고 실제 구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말마저 같을 리는 없지요. 마지막에는 세 가지 결말이 나와 있고 각각의 결말은 약간의 반전을 가져온 뒤 그 뒷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듭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쥬이며 책 초반부터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가지 장치들은 실제 그 소설을 모델로 했고 범행 자체가 그렇다는 것을 보입니다. 이전에 소년탐정 긴다이치 하지메에서 나온 것과 같이 마트료시카 사건처럼 잔혹하지는 않고요, 나름 평범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길게 쓰면 내용 폭로가 되니 적당히 줄이고 싶은데, 사실 끝맛이 좋은 소설은 아닙니다. 책이 길지 않아서 금방 보았지만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가 생각하면 입맛이 씁니다. 결코 좋은 결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소설의 시작에서 요트 여행에 초대를 받은 아가씨(나)는 차를 타고 항구로 갑니다. 몸이 안 좋은 아버지를 뒤에 남기고 요트 여행을 가는데, 아버지는 뭔가 큰 사건에 휘말렸으며 지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뭔가 사고를 크게 내고는 면피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것 같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인 하루카는 너무 위해가며 키운 자식의 전형적인 특성도 함께 보입니다. 게다가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거든요. 그게 바뀌는 것은 결말 부분입니다. 그 전까지는 내내 하루카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그 자체가 함정이란 이야기도 되고요.



최고급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만 나가자마자 곧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상되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하루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결말은 직접 읽는 쪽을 추천합니다.-ㅁ- 원작에 대한 오마쥬로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어 제목이 そして誰かいなくなった(소시테 다레카 이나쿠낫타)인데 일본어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아마도 そして誰もいなかった(소시테 다레모 이나캇타)일겁니다. 한국어 번역제목보다 일본어 제목의 유사도가 더 크지요. 그래도 번역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오마쥬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나쓰키 시즈코.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2015, 11800원.


흥미롭긴 했지만 취향에 100% 맞지는 않았습니다. 화자인 나가 마음에 안 들었던데다 그리 상쾌하지 못한 결말이 걸리네요.

표지만 보면 이게 무슨 라이트 노벨인가 싶기도 합니다. 책 소개를 읽어보면 치아키라는 남자가 여러 상황의 여러 토막살인사건을 풀어낸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표지에서 욕조에 들어가 있는 청년은 치아키일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이 소설은 연작에 가까운데 책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토막살인을 소재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깝다고 표현한 건 끝까지 다 읽기까지 이것이 단순히 소재만 같은 단편을 모은 것인지 이어지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어서였지요. 저도 세 번째 단편을 읽고서야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표지도 그렇고 소재도 토막살인이라 섬뜩할 것 같지만 아닙니다. 저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묘한 개그 코드가 깔려 있으니까요.



대개 토막 살인의 목적은 시체유기를 쉽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시체유기 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 토막살인이 등장합니다. 그 동기야 어쨌듯 왜 토막살인을 하게 되었는가를 찾아보면 범인이 누구인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일부는 인체 토막 살인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 편은 그야말로 개그였습니다. 이야아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밑밥, 아니 복선 깔아 놓는 것도 능수능란하군요. 앞에 등장한 그 부분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할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던 이야기는 갑자기 맨 마지막에서 하나가 됩니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읽는 도중 이 사람이 누구더라 싶어 몇 번이고 다시 인물을 찾아보았는데... 제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더 그랬습니다. 비슷한 이름도 많이 등장하니 그렇더라고요.



토막살인이라는 흔치않은 소재만 연속으로 다룬 단편이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트릭도 그렇고 설정도 그렇고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읽으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에서의 토막살인은 많지 않고 상당히 드문 편이지만, 일본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_-; 언젠가 일본 여행 가서 세 건의 서로 다른 토막 살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기암했는데... 하하하하하. 어느 쪽이든 살인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추리를 위한 소재로 보고 넘어가자고요.



니시자와 야스히코. 『치아키의 해체 원인』, 이하윤 옮김. 북로드, 2015, 13800원.



설마하니 이 책을 두고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으니 좋지 못한 소설입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ㅅ=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도시리즈, 미야베월드 제2막도 상당히 권 수가 많습니다. 이미 열 권은 가뿐히 돌파 했다 생각하는데 그 두 번째 소설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혀 정보 모르고 샀다가 읽고서야 알았지요. 등장인물이 모시치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혼조 후카가와, 에도 시대의 시타마치-즉 서민마을을 배경으로, 괴이와 뒤섞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혼조 후카가와에 있는 7가지 불가사의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걸 해결하는 것이 모시치입니다. 모시치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에도시대의 경찰 혹은 치안 조직을 설명해야하니 패스.;

재미있는 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맏물 이야기』를 NHK에서 『모시치의 사건부』라는 드라마로 제작했다는 겁니다. 전자는 괴이 계통, 후자는 먹방 계통이니. 하하하하하... 드라마 소재로는 참 좋군요.



모시치는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중에서도 상당히 좋아하는 인물이라 뒷 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편이 모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답니다. 그 이야기는 책 뒷면의 편집자주에 실려 있고요. 연재되던 잡지가 폐간되어서 분량이 부족했던 걸, 다른 곳에 실린 소설 두 편이 추가되어 함해 『맏물 이야기』가 되었다는 겁니다. 원제는 『初ものがたり』랍니다. 번역 제목도 적절하네요.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소설이라길래 미미여사 소설이 그럴까 싶었습니다. .. 그러더군요. 먹는 이야기,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요리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요. 하기야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등장하는 시리즈에서도 음식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부라거나,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라거나. 그러고 보면 뱃놀이할 때도 도시락 이야기 자주 나왔지요. 흑백 시리즈에도 대접하는 다과가 등장한다거나.

이번 이야기는 모시치가 머리를 식히면서 실마리를 얻는 곧이 유부초밥 노점이라 더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첫 편에서 순뭇국이랑 된장국 만드는 법 나오는 걸 보면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공복에 보면 군침이 마구 돕니다. 그러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목이 맏물인 것은 서점의 도서 소개에도 나오듯 제철음식 중에서도 처음 나오는 것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딸기도 제철이 1-2월로 바뀔 정도로 희한하게 돌아가지만 이 때는 그런 극성이 덜했으니까요. 그야말로 밭에서 키운 것 중 절기와 시기에 맞춰 맨 처음 나오는 식재료를 꺼내 그 맛을 십분 살려 만드는 그런 음식들이 나옵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게 또 집에서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든다는게..=ㅁ= 뭐, 실제로는 무리죠.



하여간 더 긴 연재를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 궁금한 것 중 몇 가지는 끝까지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나옵니다. 게다가 실린 단편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이란 걸 생각하면 뒷권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읽고 나니 도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읽고 싶습니다. 두 권을 나란히 가져다가 차근차근 씹어 읽어야겠네요.:)



미야베 미유키. 『맏물 이야기』, 김소연 옮김. 2015, 14000원.


지난번에 '아직도 못 읽었다'며 올렸던 사진에서 아직 못 읽은 두 권 중 한 권은 이거였습니다. 다른 한 권은 천지명찰. 하하하.; 언제 읽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드디어 1-5권까지를 한 번에 다 보았습니다. 물론 1-4는 이미 「빙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다 보았습니다. 하지만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괜찮았으나, 소설 읽는데는 방해가 됩니다. 애니메이션도 꽤 돌려보았던 터라 어느 장면은 들어가고 어느 장면은 빠지고 하는 걸 체크하게 되더군요. 애니메이션이 상세했기 때문에 소설쪽의 묘사가 덜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 엔하위키(리그베다위키)에서 보았던 것처럼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둘러싼 이야기는 애니메이션보다는 소설쪽이 훨씬 낫습니다.


일단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풀어 보지요.


애니메이션 제목이 그렇기도 하고, 시리즈 첫 번째 권의 제목이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흔히 빙과 시리즈로 불리지만 원래는 고전부 시리즈가 맞습니다. 가미야마 고등학교의 동아리, 고전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오레키 호타로, 지탄다 에루, 후쿠베 사토시, 이바라 마야카. 이 네 명의 학생이 고전부 멤버입니다. 오레키 호타로와 지탄다 에루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어 들어왔지만 사토시는 호타로에게, 마야카는 사토시에게 끌려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뒤의 두 명은 공사다망한 몸이라 4권까지는 다른 부에도 소속되어 있었고, 사토시는 2학년으로 올라간 뒤에는 총무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아 더 바쁩니다. 그래도 고전부 모임은 꼬박꼬박 나가는 모양이군요.


『빙과』는 고전부의 문집인 빙과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룹니다. 농담 삼아 지탄다엘이라고 불리는 지탄다 에루-실제 지탄다엘과 지탄다 에루는 일본어 철자가 동일합니다;-는 장기간의 행방불명으로 사망신고를 하게 된 외숙부와의 관계 때문에 고전부에 들어옵니다. 고전부 부장으로, 빙과 1호가 발행되었을 당시의 사건과 관련 깊은 인물인 그 외숙부를 둘러싼 이야기를 푸는 것이 에너지절감정책을 외치는 오레키 호타로고요. 이 일을 계기로 지탄다에게 단단히 찍힌 호타루는 그 뒤에도 지탄다의 수 많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두뇌노동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두뇌뿐만 아니라 육체 노동도 제공하는군요. 이런...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카미야마고의 축제를 한창 준비하는 여름방학 중, 우연히 여제님의 부탁을 받아 일에 휘말린 뒤 사토시가 말한 힘™의 의미를 절감하는 호타로의 이야기입니다. 아니, 뭐, 이 이상의 이야기는 설명하기 어렵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각본가가 쓰러지는 바람에 영화의 각본을 쓰지 못하게 되자 미스터리 영상물을 보고 그 범인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데서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음, 으으으으음.(먼산) 앞서 이야기 했듯 호타로는 확실히 힘™입니다.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축제 기간의 이야기입니다. 빙과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한 덕분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다가, 어떤 기회를 잡아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는 호타로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지탄다는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알력 다툼이 등장하며, 선망과 질투 사이의 무언가도 나타납니다.

솔직히 그런 라이벌이 있다면 ... 아니, 제 성격에는 그 친구를 끊어낼 겁니다. 저는 버틸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니니까요. 하하하하하...


『멀리 돌아가는 히나』는 단편집입니다. 앞서의 이야기들은 한 권짜리 장편이지만, 이건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각각의 긴 이야기가 끝난 뒤 애니메이션 한 편짜리로 간략히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단편집은 애니메이션하고는 맛이 사뭇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이 단편집은 꼭 다시 보아야겠더군요. 특히 초콜릿과 관련되어 얽힌 이야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표제작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도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호타로는 술을 마신 것처럼 분위기에 취해있지만 여기서는 넋이 나가있긴 해도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거리 추정』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처럼 여기서도 학교 체육행사로 마라톤 같은 것을 하네요. 20km 마라톤. .. ... 절대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ㄱ-; 하여간 마라톤을 하는 동안 호타로는 그 전날에 발생한 '예비 신입부원의 거부 사건'을 해결합니다. 무사히 해결했지만 그 신입부원이 될뻔한 학생이 제 취향이 아니라 거슬리더군요. 아직 앱니다. 하기야 고등학교 1학년이니 그렇겠지만 지금은 선배가 된 기존 고전부 멤버들이 1학년 때 어땠는지를 살펴보면 그 학생은 조금 많이 어립니다. 마야카랑 많이 닮았는데. 하하하... 그래서 지탄다를 어려워 한 걸까요.

제목의 유래는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뒤에서 달려오는 인물들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호타로 때문에 그럴 겁ㄴ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인물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거리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결론적으로 호타로는 지탄다와의 거리를 조금 더 줄인 것 같습니다.


읽고 나니 엉뚱하게 카페에 가고 싶어지더랍니다. 도중에 카페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와 그런가봅니다. 쓰읍. 사실 고전부 시리즈 때문에 배경 도시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뤘으니 G4가 끝난 뒤에나 갈 수 있겠네요.





라고까지 쓰고. 도서 정보를 찾으러 교보에 들어갔더니 다섯 번째 권이 나오기 직전, 1-4권까지를 묶어 세트 패키지를 냈습니다.




.. 노트는 아쉽지만 받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T;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3, 12000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3, 12000원.

『쿠드랴프카의 차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4, 13000원.

『멀리 돌아가는 히나』,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4, 15000원.

『두 사람의 거리 추정』,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5, 13000원.


책 가격은 두께에 비례합니다. 두께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두 종의 띠지, 화려한 표지 디자인, 거기에 속지까지 보고 나면 이 가격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번역은 여전히 걸리네요. 글 번역이 지나치게 매끈합니다. 세 번째 권인 『쿠드랴프카의 차례』 같은 경우 말장난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번역을 신경쓸 필요가 있었는데 이걸 지나치게 편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각주도 조금 걸리고요. 그래도 무난하게 했으니 읽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 속에서는 내내 상가라고 적었더군요. 맨 앞부분에 설명 대신인지 '상가商街'라고 써놓은 부분이 있던데 상점가라고 해도 틀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쇠락한 것에 가까운 작은 지역의 오래된 상점가를 배경으로 한 다섯 개의 짧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단편들이고 결국에는 로맨스죠..(먼산)


저자는 다니 미즈에. 누구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이라면 『백작과 요정』 작가로 더 잘 기억하실 겁니다. BC님은 기억하실지 모르는데 요코하마 배경의 도상학 소재 소설 『異人館画廊』(이하 『화랑』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도 『고식』의 사쿠라바 가즈키처럼 라이트노벨로 시작해 일반 소설로 넘어간 케이스입니다. 『백작과 요정』은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둘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이상 이제는 잘 먹고 잘 살겠거니 생각합니다.

(지금 확인하니 2013년 이후 신간이 없는 걸로 보아 그게 마지막 편 같군요.)



하여간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도 일본에서는 3권이 지난 1월 발매되었습니다. 『異人館画廊』이랑 『시계』랑 둘을 번갈아 연재하나보네요. 다만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화랑』은 내용이 본격 추리소설에 가깝다고 보면, 『시계』는 일상 추리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번 권은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수수께끼가 있고 그 사이에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나씩 해결해 나갑니다. 시작은 만남이었지만 끝은 연애였군요. 하하하하하...

중요한 것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다이치라는 청년입니다. 대학생이라는데 맨날 신사의 새전함을 노리는 불량아에 가깝습니다. 한데 읽다보면 의심가는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수수께끼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추억이 형상화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다이치의 정체도 그냥 날라리 대학생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도는 쉽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이긴 하나 읽고 나면 고급 시계, 특히 기계식 시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ㅂ;



다니 미즈에.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김해용 옮김. 예담, 2014, 12000원.


이거 읽고 나서 슬슬 시계 검색을 시작하게 되더군요. 이러면 안되는데.....; 시계는 G4 완료 보상이니까요.;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어쩌다보니 작년에 나온 책까지 모두 몰아서 한 번에 보았는데, 그 네 권 중에서 제일 재미없다고 생각한 책이 이 책입니다. 『백사당』은 뭔가 허술한 분위기가 있었다하면 이 책은 주인공과 의뢰인이 정말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거기에 라이트노벨이나 그 바로 윗 수준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이야기가 굉장히 가볍습니다. 내용도 그렇고, 전개도 그렇고, 결말까지 가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미쓰다 신조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맨 마지막의 장면은 심지어 일본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던 타입이라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떠오르더군요.



사상학 탐정이라길래 처음에는 思想인가 했더니 死相이랍니다. 이게 서로 상이 아니라 얼굴 상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관상의 그 상인모양입니다. 주인공은 희한한 것이 눈에 보이는 체질입니다. 괴이한 것이 눈에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그 사람의 죽음이 눈에 보이는 겁니다. 등떠밀리다시피 해서 도쿄에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긴 했는데, 탐정님께서는 어렸을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 혼자 놀다보니 사교성은 거의 바닥에 가깝습니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정도인데 그렇다고 수줍음이 많은 건 아닙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지 않으니 무뚝뚝하게, 할말만 하고 자기 생각만 해서 상대를 배려하는 능력이 없을뿐입니다. 그런 성격에 왜 탐정 사무소를 개업했냐 물으면 등 떠밀렸다고 답하겠습니다.



사건 의뢰인이 찾아와 괴이한 상황에 대해 의뢰를 하고, 그리고 거기에 끼어 들어 사건을 풀어 나갑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 자체는 추리에 가깝습니다. 트릭을 풀어내 그걸로 반격하거든요. 하지만 그 트릭이란 것 자체도 좋지 않은 무언가입니다. 그렇다보니 정통추리를 좋아한다면 사도라 외칠 것이며, 전체적인 전개가 굉장히 가벼운데다가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어 그런 걸 질색하는 사람은 버럭 화를 낼겁니다. 게다가 의뢰인은 신데렐라이기 때문에 그 쪽을 싫어한다면 책을 읽는 도중에 고이 접을 겁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결말까지 보았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맨 마지막의 장면은 클리셰처럼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내용입니다. 아오. 저 엉덩짝을 발로 차줘야 하지 않나. 저런 무능력함이라니! 저래서 인간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나!




교보의 리뷰를 보니 전체 시리즈의 설정을 다루는 것 같은 소설이라 하더군요. 그렇긴 해도 『바티칸 기적조사관』이나, 다른 라이트노벨, 라이트노벨보다는 조금 더 본격적인 다른 시리즈 소설의 1권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볍게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긴 합니다. 미쓰다 신조라는 생각은 빼고 접근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미쓰다 신조. 『사상학 탐정 1: 13의 저주』, 이연승 옮김. 루비박스, 2015, 13000원.


월요일 출근길에 다 읽었습니다. 대중교통 타는 시간이 조금 길긴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동안 한 권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소설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읽는 도중 번역이나 번역 단어가 걸리는 부분이 여러 있었는데 미처 적어 놓지 않았네요.=ㅁ= 그렇다고 다시 볼 생각은 안 들고..;

...방에 책이 없는데 그냥 둘 수 있나요. 저렇게 앞서 『백사당』과 『사관장』 리뷰 쓰긴 했지만, 자고 일어나서 그 다음날 아침에 도전했습니다. 왜냐하면 날이 맑았거든요. 흐려서 음침했다면 고이 안보고 치웠을 텐데 날씨가 살렸습니다.


하지만 다는 못 보았습니다. 하.하.하.

『노조키메』는 괴이 혹은 괴물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번역을 하지 않고 제목을 그대로 달았더군요. 책의 구성이 서문에 해당하는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 첫 번째 수집 기담, 두 번째 수집 기담, 그에 대한 해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는 서문을 읽고, 잠시 고민하다가 맨 뒤의 해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뒤에 붙은 역자 후기까지 본 다음, 첫 번째 기담을 읽고는 고이 덮었습니다. 두 번째를 보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더군요.


이 책은 미쓰다 신조가 편집자 일을 하면서 소설을 투고해 호러작가로 데뷔하고, 그리고 전업작가로 활동한지 한참 뒤의 일입니다. 따라서 『백사당』과 『사관장』 이야기보다 훨씬 뒤의 일입니다. 『사관장』의 결말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지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하기야 앞서 『기관』이나 『작자미상』도 그랬지만요. 하여간 아직 편집자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에게서 희한한 기담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그 기담을 손에 넣은 과정이 불법적인 것이었고 그 기담이 적힌 노트를 주겠다며 대신 금전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그 자리에서 거부하고 기담의 원래 소유자에게 연락을 할까 고민했는데, 그 얼마 뒤 노트가 집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고민하다가 노트를 원주인에게 돌려 줍니다.

그 노트는 몇 년 뒤에 변호사를 통해 돌아옵니다. 원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이 노트를 미쓰다 신조에게 유증한다 했다더군요. 그리하여 노트는 다시 돌아오고, 미쓰다 신조는 이 기담과 연계되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기담과 이걸 묶어 발표하겠다 생각합니다. 그 결실이 이 책인 겁니다.

하하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리니 원..OTL


첫 번째 기담은 노트에 적힌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서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건 내용이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 그리 길지 않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으흑.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두 번째 기담은 내용도 길거니와,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담을 엮어서 그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풀어 놓은 편을 보고 나니 손이 안가더군요. 거기에 더해 역자 후기가 무서웠습니다. 이 이야기 자체가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쫓아온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이건 『사관장』에서도 비슷한데 거기서도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괴이가 쫓아오는 것 같은 상황이 나옵니다.

아.-_- 리뷰 적으면서도 등골이 오싹한 것이 기분이 안 좋....;


하여간 역자 후기에는 본인이 이 책을 번역하면서 두 번의 이상한 사건을 겪었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거기까지 읽고 나니 도저히 두 번째 기담에 손을 못대겠더군요. 으하하학; 그리하여 읽은 날 밤에도 힐링을 위해 Brutus Casa를 읽고 잤습니다.^-T 왜냐하면 종이책은 『노조키메』만 옆에 있고, 남은 전자책 중 그나마 안 읽은 것은 그것뿐...;




미쓰다 신조. 『노조키메』,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4, 13800원.



이제 집에 남은 『사상학 탐정』만 보면 되는데, 그 전에 『붉은 눈』을 볼지 말지 고민됩니다. 미쓰다 신조를 몰아쳐 읽으려니 참 힘드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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