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이라, <잠들지 않는 진주>, 노블마인, 2007

도서관 서가를 헤매다가 이시다 이라 책이 눈에 들어오길래 이것저것 뽑아 보았습니다. 대표작이랄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인 IWGP는 보지 않았지만 1파운드의 눈물이라는 단편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서 가끔 들여다 보고 있지요. 그러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비극이 아닌걸 확인;) 잠들지 않는 진주란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부분 때문에 제목이 저리 붙은게 아닐까 싶더군요.

G가 이 책을 본 것 같다고 하더니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의 내용을 풀어 놓으니 그것과 헷갈렸더군요. 분명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판이하니 <사적인~>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도 그러려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주인공의 생활패턴이랄까 그런 부분이거든요. <잠들지~>는 독신에 별장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고 있고, <사적인~>에서는 남편과 함께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살고 있고. 일단 둘다 집이 시외에 있는 고급 별장 / 맨션인데다 식생활도 좀 닮아 있더군요. 그리고 양쪽다 예술가라서 더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잠들지~>의 주인공은 전업작가입니다. 무슨 작가인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꽤 상세하게 작업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마음에 들었지요. 확신은 못하지만 미대 다니는 친구에게 보여주면 웃으며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연애 물인데, 이것이 독특한 이유는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그것도 "엄마뻘"입니다. 17살 차이가 나는군요. 주인공이 우치다 사요코가 아무리 몸매 관리를 한다 한들 17살 차이란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적인 통념상, 남자가 17살 연하의 아가씨와 연애하면 능력있는 것이고, 여자가 17살 연하의 청년과 연애하면 노망난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카메..였나요? 쟈니즈의 누구도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담이면 이야기가 재미없겠지만 이쪽은 연애가 전부는 아닙니다. 재능은 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모토키(모 만화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아서 오버랩되었습니다;)는 사요코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계기를 찾게 되며, 사요코는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약간은 정체되어 있었지만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기를 갖게 됩니다. 엔딩은 무난하지만 그 뒤까지 무난할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요코나 모토키를 보면 무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 해낼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하지만 이 소설의 무서움은 그게 아닙니다.lllOTL
읽는 내내 사요코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그거 무진장 무서운 것 아닙니까! 제 나이는 모토키에 훨씬 가까운데 왜 사오코 쪽에 이입이 되는지 모르겠어요.;ㅂ; 그런 점에서 자동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결혼 생각을 더 저버리게 한 <사적인~> 못지 않게 무서운 소설입니다. 흑흑흑..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뒷 느낌이 꽤 좋은 연애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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