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카와 소스케가 쓴 『신의 카르테』는 보기 전까지는 손이 전혀 안 갔습니다. 아마 권신아씨가 표지 디자인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 표지가 제 취향이 아니라 손이 가질 않더군요. 그래도 내용이 궁금해서 조금만 읽어볼까 하고 1권을 집어들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아마 이 비슷한 상황에 몰릴 분이라면 첫비행님이나 아이쭈님이실텐데...; 바쁠 때 잘못 집어들면 일이 밀릴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검색을 해보면 책 평가가 굉장히 좋습니다. 그리고 저도 별 다섯 개를 다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아. 이런 이야기 좋아요.;ㅁ; 뭉클뭉클하면서도 따뜻하고,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하고, 의사와 환자와 인간을 이야기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흑흑. 근데 표지의 두 인물이 너무 간질간질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커플 면역력이 떨어지는 분들께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 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 저 하늘 높이 날아가 치킨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ㅁ;


조금 진정하고.;
소설의 배경은 신슈입니다. 솔직히 위치가 잘 감이 안오는데, 아래 구글맵을 첨부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나가노현 마쓰모토 시가 중심 배경인데 주인공의 아내 때문인지 산 이야기가 은근히 많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저도 직접 산에 가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작가가 주인공과 동문(믿으시면..;)이고 그 지역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아마 실제 배경을 그대로 썼을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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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권까지 나와 있는데 2권까지 다 읽고는 다음권 내놓으라며 몸부림쳤습니다. 실제 내용도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책이 두꺼운 건 편집과 글자 크기와 행간의 문제-이걸로는 부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더 읽고 싶더군요.

주인공은 의사입니다. 그것도 내과 5년차. 365일 24시간 근무하는 병원에 있는데 주변에는 괴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의료 시스템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일본에는 의국이라는 단체가 있어 거기서 각 병원에 의사를 파견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는 모양입니다. 물론 의국에 소속되지 않은 의사도 있지만 많지는 않은 것 같군요. 병원에서 인원 감축이 있으면 다른 병원에 파견될 수 있으니 자리가 보장되니까요. 다만 의국도 단체인만큼 당연히 관료적입니다. 모 BL만화에서도 잠시 언급되었는데 줄을 잘타고 고개를 잘 숙이고 해야 출세하고 위로 올라가고 할 수 있다던가요. 흠.
주인공은 그런 의국에 들어가지 않고 나는 내 길을 가겠다며 독야청청일지 고고일지 괴짜일지, 그런 길을 갑니다. 말투도 굉장히 고풍스럽다는데 유감스럽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느낌을 별로 못 받았습니다. 번역의 문제도 있겠지만 제가 나츠메 소세키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나츠메 소세키를 사랑한 나머지 어투가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투거든요. 확인하려면 원서를 봐야겠지요.

이야기는 내과의지만 응급의료도 맡고 있고, 담당환자가 30명인데다 365일 중 약 4일 정도만 휴가를 쓰는 격무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환자와의 교감, 주변 의사나 간호사들과의 이야기, 같은 집에 사는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다만, 2권을 읽다가는 결국 울었습니다.; 만약 정신상태가 조금 더 불안했더라면, 그리고 침대 속에서 읽고 있었다면 눈이 퉁퉁 불도록 울었을겁니다. 아..ㅠ_ㅠ 그래도 좋아요. 의사도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그 전에 이 책의 의사들은 양심을 이야기하지요. 이런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 분들이 퇴근도 못하고 야근에 철야 진료를 거듭하는 것이겠지만..OTL
들꽃진료소 같은 의료 수필의 소설버전이라 생각하셔도 얼추 맞지만, 주인공이 독특하고 아내도 꽤 특이하니까요. 그러니 소설이죠.(저런 여리여리한 몸에 저 장비를 짊어지고 산에 간다라..ㄱ- 게다가 주인공의 아내는 겉모습만 보면 전형적인 소녀니까요.;)


빙고님은 그냥 원서로 보시는 것이 나을 겁니다. 음, 추천 대상은 첫비행님, 키릴님. 훗훗훗~.



나쓰카와 소스케. 『신의 카르테 1-2』, 채숙향 옮김. 작품, 2011, 각 1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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