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하지만 슬프게도, 전 예술 쪽은 좀 둔합니다. 아니, 예술쪽이 둔하다는 것보다는 관심을 덜 둔다는 말이 맞겠지요. 들어보면 아는 노래라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게 무슨 음악인지는 모릅니다.-ㅂ-; 어렸을 때 클래식을 들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을 들으면 피곤합니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대개는 책에 몰두해서 음악이 안 들리거나, 귀가 피로해지면서 양쪽 다 놓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같이 들어 있는 CD를 틀어 놓거나, 미리 들어보고 나서 읽는 것이 훨씬 생생할겁니다. 소설 읽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들리는 것 같지만 이미 들어본 음악이라면 더 확실하고 깨끗하게(?) 들릴테니까요.

기본은 추리소설이되, 내용은 음악성장소설입니다. 빙고님이 이전에 감상글에서 적었듯이 추리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아니, 있긴 한데, 읽으면서 대강은 파악이 됩니다. 누가 저지른 일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왜'냐는 대답을 보고 나니 하나 중요한 걸 놓쳤더군요.OTL 그게 바로 반전입니다. 전 그건 미처 예상 못했던 터라. 읽고 나서 빙고님 감상글 다시 보고는 허허허 웃었습니다. 행복한 결말은 아니되, 그렇다고 아주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이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지만... 솔직히 읽고 나서 만 하루를 무력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그 반전을 읽은 것이 출근 지하철 안에서였고, 반전이 폭로되는 그 장면에서 정확하게 절단 신공을 당했거든요.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둡니다. 이것도 뭐,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성장소설이라고 한 것은 위와 같은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상당히 상세하고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하면 저렇게 간단히 끝날리가 없거든요. 제가 피부이식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증세로 추정되는 사람을 하나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분은 아마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받은 것 같더군요. 성격은 아주 좋았습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하지만 그 분의 속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물어보기도 어려웠거든요. 솔직히 저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걸 억누르기 위해 꽤 애썼습니다.(먼산) 하여간 그 분은 종종 병원에 가서 색소침착을 레이저로 치료하더군요. 레이저를 쏘아서 검게 된 부분의 색을 죽이는 것 같았습니다. 점 빼는 것과 비슷하게 말입니다. 그렇게 치료하는데 오래 걸리는데 ... 음... 빙고님 감상에도 등장하지만 피부이식이 그렇게 한 번에, 쉽게 되는 것이었나요.;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성형을 한다 한들 얼굴을 몽창 다 바꾸는 것이었을텐데 그것도 단번에 했다는게 이상합니다. 그런 부분을 빼고 음악만 본다면 꽤 재미있게 잘 썼더군요.


다른 무엇보다 탐정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G는 막판에 탐정(역)이 한 말 때문에 정이 뚝 떨어졌다네요. 관계없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 방관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방관자를 넘어서 방조자로 들리기도 합니다. G는 오히려 어머니쪽에 감정 이입이 되었다 하니..(먼산) 하여간 탐정의 외모나 성격만 두고 본다면 파일로 밴스, 엘러리 퀸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겠군요.



이 뒤로도 두 권 정도 원서로 더 나와 있는 모양인데 한국에 이 작가의 책은 이것 하나만 들어와 있습니다. 아쉽네요. 하지만 그 뒤에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읽을 용기가 안 납니다. 은근히 상처 받았나봐요..T-T;



나카야마 시치리. 『안녕, 드뷔시』, 권영주 옮김. 북에이드, 2010, 13000원

안녕 피아노 소나타는 책이 나왔을 때부터 구입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가 결국 완결난 책을 생협에서 키릴님께 빌려 보았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니 읽는 속도는 빠릅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서는 완전히 소화시키기 쉽지 않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주 장면과 관련된 묘사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다 이해하려면 음악을 직접 들어서 감을 잡은 다음에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KISS는 아예 드라마 CD도 나왔으니 그나마 낫지만 이쪽은 그런 보조자료(?)도 없고, 결국 본인이 구하는 수 밖에 없지요. 쉽지 않겠습니다.

일단 처음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부터 이야기 해보죠. 그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잡자면, Boy meets girl(s).
지금부터 들어가는 내용 소개는 말장난입니다.-ㅂ-;

소년 켐벨은 소녀 에비마요를 만납니다. 에비마요를 마음에 들어 했던 혁명가의 함정에 빠져 결국 소꿉친구, 에비마요, 혁명가, 켐벨이 같이 밴드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는 수 많은 우여곡절과 함정과 음모, 병원이 함께 합니다.(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공을 헤우는 것은 켐벨의 둔함, 무신경, 바보짓이고 켐벨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켐벨을 보면 이런 케이이치같은!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자아.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켐벨이란 성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소녀 에비마요의 아버지는 에비칠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쪽은 에비마요. 에비칠리를 해석하면 칠리새우. 에비마요는 마요네즈 새우입니다. 에비칠리야 주인공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붙여준 장난 별명이지만 에비마요는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떠올렸을 별명입니다. 훗.
소꿉친구는 유도소녀였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드러머입니다.
혁명가는 땡땡이를 밥먹듯이 하고 함정의 달인인, 어디선가 참 많이 본 듯한 인물입니다. 프리티 보이(덤의 고바야시군)에서 나오는 치히로의 업그레이드 여성 버전 ... 이라고 하기엔 치히로에게 참 많이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위에 흰 가운 하나만 걸쳐 놓으면 수 많은 세대를 거쳐 유전되어 온 매드 사이언티스트 겸 음모가의 모습이 여기에 응축된 것 같달까...


앞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은 꽤나 못난 놈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아버지 대신 글을 써도 대부분의 사람이 못 알아채고,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음악적 지식이 쌓여 있고, 거기에 상당한 손재주를 가졌습니다. 편곡 실력도 대단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이게 아무것도 아닌 잡지식, 잡기술이라 생각하나봅니다. 어이, 읽는 사람도 좀 생각해달라고.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빼놓고- 특히 로맨스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무엇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성장한 것은 주인공 나오입니다.(애칭이 아니라 본명을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그건 앞에서 유추하시면 대강 알테니 안 적겠습니다.) 처음에는 룸펜 느낌에 가까웠던 나오는 소꿉친구의 부추김과 혁명가의 함정에 걸려 에비마요와 함께 밴드에 낚입니다. 거기서 슬슬 자신의 실력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휘하게 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습한지 몇 년 만에 프로들이 인정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니, 거참.-_- 네가 아무리 천재가 아니라 한들 수재 이상임은 분명하다고 소리를 버럭 질러주고 싶지 뭡니까. 4권 끝부분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슬렁 슬렁 써놓았던데 보고 있으면 속에서 열이 치솟습니다.

네 이놈! 못 가진 게 뭐냐! 마지막에 보면 천연기념물둔치가 눈치까지 업그레이드 하지 않냔 말이다!


하여간 클래식이건 팝이건 락이건 상관 없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읽어보고 나면 CD를 뒤적거리고 블로그를 뒤적이며 음악을 찾다가, 결국 못 찾는 것은 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거기에 귀도 덩달아 높아지는 느낌에 좋은 헤드폰을 장만해야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리고 옆구리 허전함을 배로 느끼게 되지만 함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콘서트에 가고 싶어지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책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열심히 돈을 모아 헤드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RQ에게 좋은 헤드폰을 쓰자니 이거 왠지 헤드폰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나노는 헤드폰을 좋은 걸로 해주면 또 다른 소리를 낸다는 말도 듣긴 했습니다. 그런 고로 당위를 만드는거죠.


완결 뒤에 떠돌았던 모 삽화 때문에 이글루스 도서 밸리가 들끓었는데, 그 이야기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기이 히카루, <안녕 피아노 소나타 1-4(완)>, 정효진, L노벨, 2009, 각 6000원


덧붙임.
1. 그러고 보니 나오의 아버지....... 중간에 등장한 묘사 중 '나가면 재수생으로 본다'는 말에 기겁했습니다.-_-;
2. 삽화는 그리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삽화. 종종 소설 내용과 삽화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던데 그 장면도 달랐습니다. 키 차이가 그거 밖에 안 날리 없잖아요. ... 근데 소년, 그 사이에 키가 좀 컸나? 그 앞에서는 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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