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도 밝혔지만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그런고로 아침부터 우울우울한 이야기는 싫다 하시는 분은 뒤로를 누르시어요./ㅅ/

...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한 것이, 한숨은 안 쉬지만 한숨 푹푹 내쉬고 싶은 상황이더라.


지난 주에 직장 동료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거리가 멀어 안가고 말았는데, 그러면서도 기분이 참 그렇단 말이지. 게다가 엊그제는 대화중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떠나 보낸 적이 있느냐에 대한 화제가 올라서 몇 년 전에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며 울컥했다. 심장에 안 좋아.-_-
그것만이면 다행인데, 어젯밤 잠자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다. 요즘은 보통 10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자는데 이 때 전화가 오는 일은 아주 드물다. 게다가 어머니 핸드폰이 울리는 것은. G를 제외한 식구들이 모두 초저녁 잠이 많아 일찌감치 자거든. 주변 사람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전화 안한다. 어머니도 이미 잠자리에 드셔서 내가 핸드폰을 받았는데 친척 어르신이었다. 어머니께 핸드폰을 건네는 사이 집 전화도 울린다. 역시 친척 어르신. 둘다 내가 받았으니 갑자기 동시에 연락이 오다니 신기하다며 웃으며 집전화 통화를 하는데 아니었다. 가까운 친척의 부고를 알리기 위해 동시에 전화가 울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이면 말을 안해.
어머니가 오늘 아침 일찍 상갓집일 때문에 가셨다가 도로 집에 오셨단다. 모종의 이유로 아직 안 꾸렸단다. 그 모종의 이유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듣고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러줄 수 밖에 없었다.

이전에 B님과 C님과 대화하면서 어느 집이든 검은 양 한 마리씩은 키웁니다라고 했는데,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야단 맞겠지만 돌아가신 그 분은 검은 양에 가깝다. 정확히는 검은색으로 수렴하는 회색양? 사고를 크게 치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치기 때문에….(이하생략)


오늘 기분이 꾸물꾸물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인 것이고. 아아아.;ㅂ; 오늘 밤부터 영어가 내 발목을 잡고 늪으로 끌어 당길 거야! 어헝헝!
(그 반작용으로 일본어 원서 밀린 것 읽는 속도도 빨라 질 것이라 예상한다.-_-)


.. 덧붙임.
태그를 적다보니, 이달 안에 해야하는 것 중에 유언장 쓰기가 있다는 걸 잊었다. 잊지말고 써두어야지.
필독서라고 적고 싶었지만 과장하는 느낌이라 한 발짝 뺐습니다.'ㅂ'

이전 작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 두 사람』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두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남은 생 180일』은 완화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호스피스라고 하는데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더이상 치료는 받지 않고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만 받는 것입니다. 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며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 완화의료가 어떤 것인지 아실겁니다.

죽음에 대해, 특히 암환자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암환자가 가족 중 혹은 친척 가운데 한 명 이상 있는 때에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받는 치료의 부담이나, 완화의료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거든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제가 암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의식 없이 육체만 기능하는 상황이 몇 달 간 계속되는 것은 저 답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뒤에 남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랑은 거리가 먼, 제 욕심입니다. 그냥 자력으로 호흡하고 의식을 유지하다가 고이 가고 싶습니다.
음, 유언장을 써야하는 이유가 늘었네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미리 밝혀야 할테니까요.-ㅂ-;

이 책을 읽다보면 완화의료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밝게만 본 것은 아닌가 싶은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완화의료를 받기란 쉽지 않다니까요. 전체 의료인 중 수백 명만 완화의료 혹은 호스피스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 실제로 그런 연수를 받고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한국에서는 종교 관련 기관 몇 군데서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만나기 더 힘들테고...

하여간 말기 암 환자의 용태나 죽음 과정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쥬빌란님이 보시면 .. 각별하실듯..? ;;;;



오츠 슈이치. 『남은 생 180일』,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2, 13000원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모경


0. 옛 직장동료의 바깥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옷도 제대로 못챙겨입고 허둥지둥 다녀왔습니다. 어제의 일입니다. 어제 아르바이트 나갔다가 막판에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우울모드로 돌변했는데, 거기에 그 소식듣고는 넋이 나갔습니다. 한 번도 직접적으로 뵌 적은 없지만, 그래도 같이 일하는 동안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이기도 하고, 성격도 좋고, 이모저모 공통점이 있어서 직장을 옮긴 뒤에도 계속 연락하고 자주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더라. 아. 작년 여름이었나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웃고 있었는데..


1. 건강이 최고이지만, 건강을 어떻게 유지해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case 1. 담배 한 번 안 피고 살았던 사람이, 회사 통폐합을 통한 퇴직 때문에 폐암으로 사망.
case 2.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이, 입사 1년 만에 폐암으로 사망.
case 3.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몸을 단련하는데 신경쓰고 담배도 안 피던 사람이 폐암으로 사망

이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결론은 다 폐암인데, 폐암이 많은 건 발견이 늦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증상이 나타날 때 쯤이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니까요.

case 4. 건강 검진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자던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사망.

이건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자던 도중에 심장마비가 와서 발견이 늦었고, 그래서 처치도 늦었다더군요. 전혀 건강에 이상이 없던 분이라 주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이셨어요. 그 때 아버지도 그렇고 같이 모임을 하던 친구분들 모두가 굉장히 놀라고 당황했다 들었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가 아니라 자조론이라든지 회의론에 빠진 분도 있다고 얼핏 듣긴 했는데.;

하여간 어제 돌아가신 분도 그리 가셔서 다른 분들도 그렇고 저 분도 그렇고 다들 얼이 빠져 있었습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하아.;ㅅ;


2. 덕분에 어제 저녁부터 내내 우울우울이러고 있습니다. 지금도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우울우울..


3. 맨 위에 성모경을 적은 것은 돌아가신 분의 세례명이 있는 걸 보고, 그나마 알고 있는 것 중에 돌아가신 분을 위한 기도가 이정도인가 싶어 적어보았습니다. 가신 분은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참......;ㅅ;


4. 덕분에 문득, 유언장을 작성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뭐, 유언장 적어보았자 특별한 것은 없고, G에게 예의 그 책들의 처분을 S에게 맡기라고 하는 것 정도...(이봐;)


5. 그 때문에 더욱더 혼자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 주변에 있는-특히 부모님이나 G는 저를 짐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독신 부자 친척 아줌마(...)가 되면 혹시 또 제 조카 중에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아.-_- 왜 결론은 망상으로 가는거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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