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부분은 덜한데, 앞부분은 히로마사의, 히로마사에 의한, 히로미사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히로마사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오랜만에 『음양사』를 즐겼습니다. 그 직전에 나온 『다키야사 아가씨』는 음양사 이야기지만 『나마나리』처럼 줄기가 있고 복수가 있고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사근사근한 『음양사』이야기, 앞권들이 더 좋습니다. 한 편 한 편 이야기는 짧지만 히로마사와 세이메이의 대화가 참 재미있거든요. 그 말 당김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간만에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맨 앞 이야기인 「월금아가씨」입니다. 아니, 히로마사가 세이메이를 넘어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세이메이가 뒤통수를 맞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군요. 처음에는 세이메이가 히로마사를 놀리더니면 뒤에 가면 참....(먼산)

그 뒤의 「꽃점을 치는 여자」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무섭습니다. 으허허; 이건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포물이군요. 아.ㅠ_ㅠ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된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으니 말입니다.

「용신제」야 말로 히로마사의 진가가 십분 백분 발휘됩니다. 이쯤되면 이미 인간세상을 벗어난 솜씨죠. 으허허;

이렇게 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무주」까지 하면 히로마사는 세이메이보다 더한 폭탄입니다. 게다가 자각이 없으니 폭탄의 강도는 세이메이보다 더하죠.


작가 후기를 보면 2007년에 나온 책인데, 그 뒷 권이 더 있나 모르겠습니다. 아직 원서를 보는 것보다는 번역본을 보는 쪽이 편하다보니 음양사도 원서 찾아볼 생각보다는 그냥 번역본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게다가 이런 책은 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팍팍 들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음양사도 모으고는 있는데 책장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서가 뒤집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ㅂ= 책장 더 늘리는 것은 무리고, 역시 안 보는 책을 처분하는 것이 해결법이네요. 그래도 음양사는 계속 서가에 모셔 놓을겁니다. 종종 꺼내 보니 말이죠.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야광배』,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2, 12000원

아주아주 오랜 만에 음양사가 나왔습니다.(상권 교보 링크)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 일본어 실력이 아주 좋진 않아서 읽는데 100%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번역서가 있는 경우엔 웬만하면 번역서를 봅니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찾는 책이나 블루레이, DVD, 만화는 소수 취향의 물건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소수 구매층만 있는 이쪽 취미바닥에서는 가능한 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음, 그러니까, "돈 벌고 있고 구입할 능력이 되는 이상 이런 건 가능하면 구입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끄응.;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데 왜 돈을 쓰냐고 할 수도 있고, 네가 구입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는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의 구입을 할 뿐입니다.(먼산)

그래서 한 번 보고 바로 방출할 것을 알더라도 손안의책이나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은 의무감을 가지고(!) 구입합니다. 시공사에 대해서는 그런 부채감(?)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저 두 출판사의 책은 제 취향의 범위 안이면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구입하려고 합니다. 『음양사』도 그렇고, 『미야베 월드 제2막』도 그렇고,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나 북스피어의 밴 다인 시리즈도 그렇습니다. 으으. 근데 밴 다인 시리즈 다음권 언제쯤 나오나요.;ㅁ;

본론으로 돌아가.;;;


음양사 번역 자체는 그 전에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글루스 김소연님의 이글루를 링크해 놓고 계속 들여다보는데, 음양사 번역은 작년인지 재작년에 끝났다고 본 것 같습니다. 책이 밀린 것 같네요. 책 띠지에도 아예 6년 만에 나오는 음양사라고 했으니 그만큼 오래 기다렸습니다. 바로 직전 편이 『음양사 별전- 나마나리 아가씨』였던가요. 그 뒤에 이 책이 나왔으니까요. 이게 여덟 번째 책입니다.

이번 책은 외형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 6년 사이에 물가가 올랐으니 어쩔 수 없었을테지만 이번에는 하드커버가 아니라 다른 책들과의 일체감이 떨어집니다. 대신 아예 판형을 바꿨더군요. 살짝 와이드 판형입니다. 책 높이를 직접 비교해보지는 않았는데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네요.(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서 추가하겠습니다.)
가로가 길어져서 정사각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직사각형이라, 하드커버에 오히려 가로가 좁은 느낌이었던 앞서의 책들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런 판형도 괜찮네요. 잡고 보기엔 무난합니다. 다만 표지 종이(커버)가 좀 얇은 종이인가 싶은게, 손에 땀이 날 때 쥐고 있었더니 표지 종이가 우그러 들었습니다. 하하;; 가로가 길어졌다는 것 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 책들과 닮았습니다. 생각난 김에 나중에 집에 있는 유일한 원서-혹 떼는 세이메이랑 다캬야샤 아가씨, 이전의 번역서를 같이 놓고 사진 찍어 보겠습니다.

사진 정보 추가.


대강 찍어본 사진입니다.
맨 아래가 이번에 나온 다키야샤 아가씨 상-하권, 그 위가 일곱 번째 번역서인 『음양사 별전-나마나리 아가씨』, 맨 위가 원서인 『혹떼기 세이메이』. 새로 나온 책이 제일 크고 예전 것은 다른 책보다 세로로 길다는 느낌이 들며, 원서는 정사각은 아니지만 가로로 긴 느낌입니다.'ㅂ'


작가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오랜만의 장편입니다. 직전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나마나리 아가씨도 장편이었지만 이건 그보다도 더 깁니다. 권당 1만 2천원인데 두 권으로 나뉘어 있어 투덜거렸더니만, 내용 자체가 많더군요. 원서는 분권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이정도면 나눌만 합니다...?;
장편이 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나봅니다. 글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덜컹거립니다. 사건이 단락단락 끊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1-6권까지에서처럼 단편 단편 이야기가 완결되고 그게 얽히고 섥혀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중요 등장인물 누구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중반부쯤 등장하는데, 그 존재가 상당히 중요한 트릭이기 때문에 추리소설로 놓고 보자면 친절하지 않은, 작가는 다 알고 있지만 독자에게 전부 패를 보여주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하기야 원래 그렇죠. 세이메이도 자기는 다 알고 있으면서 알려 달라고 하면 안 가르쳐 주잖아요. 그것도 자기만 알고 있는 이런 저런 사실들을 조합해서 그린 그림이니, 세이메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독자나, 히로마사나 알려주지 않는다고 툴툴 대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바티칸 기적 조사관』에 뒤이어 봐서 그런지 읽는 사람을 위한 실마리가 제대로 놓여 있지 않은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음양사』의 맛이니까요. 여기서 제일 무서운 건 도만, 그 다음이 야스노리, 그 다음이 세이메이라고 생각하는 바... 최종 결과에서는 역시 세이메이가 하는 대로 대체적으로 흘러가는군요.

그나저나, 그 당시 그 나이면 노처녀 소리 들을만 한데,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이런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건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이니 그렇지 않다고 해도 불평할 수는 없겠지요. 그냥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다키야샤 아가씨 상-하』,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2, 각 1만 2천원.

덧붙임.
『음양사』 신간이 들어오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시아출판사 판이 밀렸다는 건 조금 슬프지만.;ㅅ; 대신 좋은 분께 선물로 드렸으니 괜찮을 겁니다. 재미있게 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옛날 책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뜨는 분위기라 켕기는 건 덜했습니다. 하하하;
읽을 책이 없다며 서가를 뒤지다가 오래전에 사다 놓은 원서를 보았습니다. 2008년에 구입한 책이네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때 처음으로 사노님 이글루(해당글 링크)에 들어가서 보고는 원서를 제대로 읽지 못함에도 교보에 주문해 받아봤습니다. 그 때는 지금만큼 일본어 소설을 못 읽었거든요.-ㅂ-;

여튼 생각난 김에 꺼내 읽자고 읽기 시작한게 사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책이 얇고 내용이 많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재미있어서 속도가 휙휙 나갔습니다.
소설 음양사도 패턴이 있고, 그렇다보니 대강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는데다 이 책의 주제는 혹떼기니까요.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한국전래동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혹부리영감」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동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걸쳐 있습니다. 동유럽권 전래동화인 「두 사람의 도로시」 같은 이야기도 비슷한 전개를 보이는데,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두 사람이 있어서 착한 쪽은 복을 받고 나쁜 쪽은 벌은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혹부리 영감은 성격 좋은 쪽과 성격 나쁜쪽으로 나뉘는데, 성격이 좋아 도깨비와 잘 어울려 놀았던 할아버지는 혹을 뗐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어떻게 해볼까 싶어 갔던 성격 나쁜 할아버지는 제대로 어울려 놀지 못해서 혹 하나를 더 받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도 그렇게 풀립니다.


결론은 말입니다, 재주는 히로마사가 넘고 돈은 세이메이가 벌었습니다. 나중에 히로마사가 그러는군요. 피리는 내가 불어서 해결하고, 자네는 의뢰도 처리하고, 혹 떼는 끈도 챙겼고. 이게 뭐얌!


그러면서도 둘이 붙어 있는 것이 참...-ㅁ-...
작가인 유메마쿠라 바쿠가 이 두 사람을 두고 헤이안 시대의 홈즈와 왓슨이라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군요. 아니, 그렇게 염두에 두고 썼을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히로마사는 검도 꽤 다루지 않던가..? (뱀잡기에서 한 번 등장함) 그럼 BBC 셜... (거기까지)

그리고 슈텐동자. 보는 내내 이미지는 홀릭 19권의 그 동자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게다가 기본 사양이 백설공주랑 동일하군요. 검은 머리칼, 하얀 피부, 붉은 입술.-ㅁ-/ 아, 참 귀여워요.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주신 사노님께 감사드립니다. 홋홋홋홋홋~ 배경 계절도 딱 이맘때고 삽화 분위기도 좋았어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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