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은 좋습니다. 그것도 평소 주량을 넘어선 상태라면야 더더욱.



단호히 말하지만-그리고 언제 단호하게 말하지 않은 적이 있냐고 하면 입닥치겠지만-전 제 주량을 모릅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정도로 오래된 어느 때에 술 마시고 정말로 죽을 뻔한 이후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취하기는 하나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까지만 마시고 단 한 번도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지금까지의 직장동료들은 제가 술을 못마신다고 알고 있으며 몇몇은 제 위가 좋지 않아 술을 못 마신다고 알고 있으며, 몇몇만 제가 맥주 조금 마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회식자리에서도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을 남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다 남겼죠.


가장 많이 마신 적은 친구랑 4천cc을 나눠마셨던 때? 2000cc피처로 두 번 주문했는데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마셨습니다. 그 외에는 집에서 가끔 마시는 정도지만 전 330cc 맥주 한 캔으로도 충분히 취합니다. 취한 동안은 말이 많아지고 살짝 들떠 있는 상태이며 발갛게 달아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제가 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더군요. 오늘 같이 500cc 두 잔에 다른 술까지 섞어 마시면 평소보다 취기가 오래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 고로 지금은 약간 취중 포스팅입니다.)


술버릇은 확실히 알고 있는데 졸립니다. 자진 않지만 몸이 무겁게 느껴지니 일찌감치 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들어가는 사이에 대체적으로 술은 깨지만 여전히 졸리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잡니다. 오늘도 그럴 것 같네요. 4시 이후로 졸음이 제 눈가에 매달려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ㅁ=


오늘 술자리에서는 특이한 술이 두 병 나왔습니다. 하나는 글렌리벳 12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기억 못하는 10년산이었습니다. 글렌리벳이야 술맛. 근데 이 녹색의, 글렌리벳과 닮은 길죽한 병에 담긴 싱글몰트 위스키가 꽤 재미있더군요. 이전에 까날장 모임에서 맛봤던 50도가 넘는 싱글몰트 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이탄향이 확 올라오더랍니다. 맡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빨간약을 주장하더라고요. 술 잘드시는 다른분은 다시 향을 맡아보더니 약쑥향 같다고도 하시고요. 꽤 독특한 향인데 살짝 잔에 따라 맛보니 호오오오오. 생각보다 마실만 합니다. 그 사이 술이 늘었나. 홀짝 홀짝 다 마시고는 남아 있던 맥주를 입에 머금는데..... 데......



원빈을 보고 나니 옆에 앉아 있는 남자친구가 오징어로 보인다고 하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위스키를 마시고 다시 맥주로 돌아가니 맥스 생맥주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의 맛으로 변하더군요. 잠시 안주로 입안을 달래고 나서야 제 혀는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신묘한 경험이었습니다.

..

근데 왜, 지금, 그 술이 땡기는 걸까요.-ㅠ-; 설마하니 아직도 술이 안깬건가.



덧붙임.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라프로악.'ㅠ'

먹부림이 아니라 술부림인 것은 절대적으로 술 사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평소 알콜 섭취량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날 마신 알콜 총량은 제 1년 분일 거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평소에는 한 달에 맥주 한 캔 마실까 말까 수준이라고요! 그래도 이런 술들이 나오는데 안 마실 수는 없습니다. 하하하하하...



시작. 레몬 썬 것과 얼음과 위스키. 닛카위스키쪽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처음부터 센술이었습니다. 이 술은 술병 사진을 못 찍었네요.




문어마리네이드. 레몬즙과 유자소금과 후추와 햇양파로 절였습니다.-ㅠ- 문어가 야들야들 부드러운 것이 맛있더라고요. 흐흐흐.




냄비가 통째로 나온 오뎅. 어묵 외에 소힘줄 등등도 들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힘줄은 덜 풀렸습니다. 질기더라고요. 그래도 말랑말랑한 어묵은 좋습니다. 후후후.




첫 술이 들어간 다음에 나온 건 삼별초님이 들고 오셨던가, 유자술. 이건 10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마시기 굉장히 좋았습니다.




색이 살짝 노랑색이 돌지요. 유자향이 나는데다 맛도 달달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았습니다. 이건 다음 일본 여행 때 들고 올 생각입니다.-ㅠ-




오비히로에서 판다는 말랑말랑한 캔디. 그러니까 생캔디라고 부르는 종류의 우유캐러멜입니다. 아예 소프트캔디라고 붙어 있네요.




맛이야 당근 우유맛입니다. 분유맛인데 페코보다는 덜 달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ㅠ-




왼쪽은 입에 대지 않았고, 오른쪽은 이전에 마셔보고 두손 들었던 모에술입니다. 오른쪽은 이전 모임 때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키나와의 아와모리입니다. 그것도 꽤 유명한 양조장에서 만들어서 맛이 '모에술에서 기대하는 그런 달달한 맛'이 아닙니다. 그냥 아와모리. 라벨만 모에한 거죠.
오른쪽은 아키하바라에서 사오셨다는데 시럽을 듬뿍 넣은 맛이라 해서 아예 입에 안 댔습니다. 하하하;




이건 란스님이 들고 오셨다고 기억하는데, 아마 더이상 생산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라벨에도 보이지만 57.6도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마신 그 어떤 술 보다 독합니다.ㄱ-; 발렌타인 30년산도 이것보다는 아래..? 보드카는 마셔본 적이 없으니까요. 까뮈는 도수를 잘 모르지만 이것보다는 낮을 것 같고.
솔직한 감상을 말하면 이거, 소독약 향이 납니다. 들고 오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술을 접한 경험이 일천하여 이런 표현밖에 못하겠습니다. 석탄산인가, 옛날 병원에 들어가면 물씬 풍겼던 그 독특한 소독약의 향취가 마시면서와 끝마무리까지 확 풍깁니다. 근데 또 마시면 뒷맛은 깔끔하단 말이죠. 뭔가 잡아 끈다거나 끈적하다거나 불쾌한 느낌이 없습니다. 얼음을 넣어 조금씩 홀짝여서 홀랑 다 마셨는데, 분량으로 따지면 1온스도 안되겠지만 상당히 강렬한 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날 마신 술 중에서 마시기 편한 유자술이랑 마시기 제일 부담스러웠던 이 술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ㅠ-
(의외로, 안주 없이도 홀짝 거릴 수 있는 술이더랍니다.)




이건 아마 H님이 들고 오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접 만드셨다던가.. 하여간 위스키에 복숭아인가를 섞었다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쪽이 단향이 나는게 앞서 마신 위스키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습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이니, 제 평소 술 마시는 정도에서는 이것도 '술맛'입니다. 단향이 도는 술맛이냐, 스트레이트하게 한 방 먹이며 들어가는 술맛이냐의 차이 정도..-ㅠ-;




배달의 왕자님인가, 거기서 나왔다는 발사믹 소스 쇠고기. 장조림 맛이 난다는데 전 안 먹었습니다. 이런 좋은 술을 마시는데 입을 정결하게 하여..(그만-_-)




그리고 이날의 메인인 타코야키. 조만간 G가 기계를 구입할 모양이니 가끔 염장샷으로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문어로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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