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101권까지, 아빠는 요리사 102권까지 사고는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더랍니다. 그런데 이런...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돌다보니 맛의 달인 102권에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리하여 벼르고 있다가 102권을 사왔습니다. 사온 보람이 있었지요. 재미있는 레시피도 있었고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전개되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건 넘어가고.

하여간 102권에서 커피의 맛을 가장 맛있게 뽑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워터드립이 등장했습니다. 더치커피라는 걸 만들어 내는 방법인데 기억에 의하면 제가 이걸 맛본 것이 2002년도의 일입니다.-ㅂ-; 일본 여행 갔을 때 신주쿠 서브나도에서 먹었더랬지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카페가 사라져서 더치커피는 더이상 마실 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원주에서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게 2003년인가 4년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이야 마시기 어렵지 않지만 별로 손이 안가더군요. 홍대 근처에서 두 번인가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두 번 모두 실패해서 그런가 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번 대결에서 카이바라는 과학실험기구처럼 생긴 더치커피메이커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했습니다. 하지만 지로는 그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집에서도 커피메이커 없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한 번 실험해보았습니다.


먼저 병을 준비합니다. 쓰고 싶었던 병은 카페 뮤제오에서 판매했던 1리터짜리 밀폐 유리병인데 품절 상태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집에 있는 500ml의 물병을 썼습니다. 재질은 플라스틱. 서울우유의 우유병을 이용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신 밀폐형이 아닐테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ㅁ-;
지로는 물 1리터에 커피 60g을 넣었습니다. 저는 500ml 물병을 쓰니 커피는 30g 넣습니다.



병에 커피를 갈아 담고 물을 부어 잘 흔듭니다. 그리고 이 상태로 냉장고에 24시간 둡니다. 저는 24시간을 살짝 넘겼는데 딱 그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는 커피를 가라앉히고 윗물만 따라 마신다고 했는데 하다보니 커피와 물이 제대로 섞이지 않았는지 커피 가루가 둥둥 떠 있습니다. 할 수 없지요. 내키진 않지만 커피필터를 준비해 걸렀습니다.



거르는데 시간이 걸리니 부어 놓고 기다렸다가 다시 붓고, 물이 좀 빠진다 싶으면 또 부었습니다.



포트에 떨어진 커피의 색이 진하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기우였군요. 생각보다 진합니다. 게다가 자연스레 아이스 커피가 됩니다. 원래 차가우니 얼음을 넣어도 쉽게 얼음이 녹지 않아 진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맛은 ..... 어..............................................
커피원두의 맛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먼산)
뜨겁게 마시면 그냥 다 커피 맛일텐데 이렇게 마셔보니 순간 커피의 온갖 맛이 혀에 와닿습니다. 어허허. 이렇게 커피의 맛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뜨겁게 마시는 것보다 제겐 이쪽이 더 맛을 알기 쉽더군요.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은 이렇게 마셔보니 재료였던 코스트코 커클랜드 뉴기니 커피가 그리 맛있는 커피가 아니라는 것이 확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쓴맛이 두드러지고 이런 저런 잡미라고 해야하나요, 그런 맛들이 튀어나옵니다. 하기야 차게 마셔서 그럴 수도 있고 물에 넣고 24시간 방치했기에 커피의 다른 맛도 우러났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뜨겁게 마실 때와 상당히 달랐습니다. 

집에서 마시기 아주 간편하니까 종종 이렇게 마실 생각입니다. 다음번에 원두를 새로 구입하게 되면 그 때도 한 번 시험해봐야겠네요. 어떤 맛을 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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