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어제 다투고 난 뒤로 계속 우울모드입니다. 이모저모 일이 겹쳐 있는 상태에 다툼까지 일어나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상태가 꽤 안 좋아서 지금 7월 내의 모든 약속을 캔슬할까라는 지경에도 이르렀습니다. 하기야 7월 5일, 7월 12일, 7월 18-19일에 7월 26일이나 27일까지, 7월 내의 모든 주말에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요즘 마음이 들떠서 주말마다 나가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말마다 약속이 있으면 몸이 힘들지요. 그래서 다 취소하고 싶다는 심정인겁니다. 하지만 취소할 수 없는 약속들이란 게 문제죠.

어머니와의 다툼은 7월 마지막 주말에 있는 외박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제 외박의 역사부터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하소연성 글인겁니다. 하하..)



대학교 때는 4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기숙사에서 지냈으므로, 기숙사를 집밖으로 친다면 3년 동안 내내 외박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칠리는 없고, 기숙사도 집은 집인겁니다. 그럼 대학교 4년 동안 기숙사나 집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잔 것-외박은 딱 2번이었습니다. 한 번은 대학교 1학년 때의 학회 MT, 한 번은 3학년 때쯤인가,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잤던 때의 일입니다. MT의 기억은 최악으로 남아 그 뒤 단 한 번도 MT에 참여한 일이 없었으며, 친구네 집에서 보낸 하룻밤도 집이 더 편하다라는 생각만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한 참이 지난 지금까지, 워크샵으로 인한 단합 대회 등을 제외한 외박은 딱 한 번 했습니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다른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잤던 일이지요. 어머니가 허락해주신게 기적같았던 것만 기억에 남고 다른 것은 희미합니다.
이쯤에서 어머니의 외박관을 소개하자면, "여자는 잠자리를 가려야 한다."랍니다. 인정합니다. 저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라 귀가 시간이 밤 12시를 넘긴 적은 거의 없고, 친구들과 노는 날 몇 번을 제외하고는 11시를 넘겨 들어간 적도 거의 없으며, 원래 취침시간이 10시 반인만큼 그 전에 가능한 귀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대해서도 굉장히 보수적이라 남의 집에서는 잠을 잘 못잡니다. 친척집도 불편해서 무엇보다 집이 좋다라고 투덜대곤 합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간은 친척집에서도 잔 적이 없습니다.(대학 졸업 이후로는 전무)

2년인가 3년 전쯤 자취하고 있는 B네 집에서 크리스마스 올나잇 파티를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주말을 끼고 놀았다고 기억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는지, 크리스마스와 그 전날이었는지, 하여간 하룻밤을 B네 집에서 자고 놀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께 외박에 대해 넌지시 물었더니 단칼에 안된다 하시는군요. 저도 친구네 집이지만 남의 집이 불편하기도 하고, 집도 그리 멀지 않으니 괜찮겠다 싶어서 첫 날 저녁 때 버스 끊기지 않을 시간에 맞춰 귀가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B네 집에 갔습니다.

어제의 다툼은 역시 외박건입니다. 단 한 번도 외박에 대해 강한 의견을 낸 적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가고 싶었습니다. 토요일에 있던 약속이 그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그 주 주말이 비니까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파자마 파티 비슷하게, 취향 맞고 취미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노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그러나 역시 어머니는 단칼에 안된다고 잘라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다툰겁니다. 어차피 제가 어머니를 이길 수 있을리도 없고, 이런경우 논리보다 원칙이 우선합니다. 그런 고로 원칙에 따라 제 외박은 무산되었고 둘 중 하루만 갈 수 있게 되었군요.




이렇게 되니 만사 귀찮고 열받아서 7월 첫주에 잡힌 약속도 취소하고 싶어진건데-이건 엊저녁, 어머니와의 다툼 이후에 잡혔습니다-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끼리 한 번 얼굴 보자는 것이고 이번에 안보면 언젠가는 꼭 봐야하는 거라 어쩔 수 없습니다. G랑 같이 놀려던 계획이 날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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