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독서신이 오셨는지 자기 전까지 해서 주룩 다 읽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시간 동안에 책 한 권을 더 보았으니, 그 책에 대한 감상은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지요.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열림원에서 나온 책에는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있긴 하지만 도서관 방문했을 때 자리에 있어야..-ㅁ-;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앞부분은 옴진리교의 옛신자들과 신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고 뒷부분에는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씨와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하야오씨와의 대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그렇습니다. 2004년에 출간된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에서도 만났군요. 시기상으로는 『약속된 장소에서』가 먼저고(90년대 후반) 『하루키, 하야오~』는 그 뒤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책에서는 가와이 하야오씨에 대해 심리학자라고만 하고 있는데 저 책에서는 '문화청 장관'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하루키, 하야오~』를 맨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이 하야오가 저 하야오인 줄 알았습니다. 딱히 주석을 달지 않아도 알아들으실 분들 많으실걸로 알고 넘어갑니다.(...)


여튼 대담 부분의 인상은 꽤 강했습니다. 알아듣기 어렵다는(그만큼 제 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앞부분을 다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으니 일단 앞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에 비해 옴진리교 신자들에 대한 인터뷰는 적습니다. 모든 신자들을 인터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접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린 사건 외 여러 테러 사건 이후 옴진리교는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인터뷰 속에 등장한 이런 저런 교리를 보면 그다지 공감이 가진 않는데, 이런 것에 홀딱 빠진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차라리 인도에 가서 진짜 구루 아래서 수행하는 쪽을 추천(?)합니다만. 아니면 머리깎고 출가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정도고요. 수행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기독교를 추천하기는 미묘하죠. 뭐, 『우천염천』에도 나왔던 그리스 산골짝 수도원이라면 모를까.
이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들은 사린가스 등의 테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대체적으로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확신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답하더군요. 사고가 완전히 일어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참 ..;
나사가 빠져 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데, 인터뷰어들은 '이 세상'에서는 살기 쉽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대담에도 나오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도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혹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마음 쉴 수 있었던 곳은 옴진리교라는 종교였지요. 그리고 그런 선택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이 세상'에 발 붙일 곳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교세가 커진 뒤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특히 옴진리교 내부에서 출세하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녀거나 해야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는 사회와 다를게 뭔가요.(먼산)

한국은 어떨까 하면... 대개 저런 사람들은 교회에서 끌어 안는 것 같더군요. 확신은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래요. 불교나 기타 종교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 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권을 보고 궁금했던 옴진리교 내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 궁금증이 다 풀린 건 아니고요. 하지만 다 찾아보기에는 일부러 알 필요가 있는 지식도 아닌 것 같고. 아마 옴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는 마쓰모토 사린 사건이나 관련 사고들을 더 찾아보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몬주 사건(-_-)이 커지면 그 때 다시 들여다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하하하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OTL



무라카미 하루키. 『약속된 장소에서 - 언더그라운드2』,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0



덧붙임.
교주 이름이 아사하라 쇼코라고 해서 1권 읽는 내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본명은 따로 있고 남자입니다.; 하기야 여자였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청년이거나... 겠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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