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는 집에 남겨 두고 있는 몇 안되는 온다 리쿠 책입니다. 앞서 몇 번 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온다 리쿠 책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네버랜드』와 『목요조곡』뿐입니다. 둘 다 먹을 것이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공통점은 그뿐만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안에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친목(...)을 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서는 물론 갈등도 발생합니다. 두 소설의 갈등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떤 점에서는 일맥 상통하지요. 『네버랜드』는 기간이 『목요조곡』보다는 길지만 대체적으로 닷새에서 엿새 가량의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고 닫힌 공간에서, 알고는 있지만 잘은 몰랐던 아이들이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는 없지만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네크로폴리스』도 한정된 기간, 닫힌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소재가 무엇이냐가 꽤 다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집에 있는 이 두 책은 원서로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북오프에서 『네버랜드』는 가격이 꽤 높고 『목요조곡』은 아예 없더라고요. 어쩔까 했는데 첫비행님이 빌려주신다 하셔서 덥석 받아들었습니다. 4월에 빌려서 이제야 읽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 ... ..... 는게 아니라 지금 상태가 보고서 회피중이라는 것.; 지금 보고서는 25%의 진도를 보입니다. 그 사이 『네버랜드』는 75%의 진척을 보이고요.;

원서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번역서보다 원서쪽이 훨씬 건조합니다. 읽는 속도가 느려 그런지, 책의 내용에 반응하는 것도 훨씬 깊고요. 책 읽다 말고 실실 피식 웃고 있다거나 침중한 얼굴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딱 출퇴근시간뿐인데 지하철 안에서 그러고 있자니 조금 민망하게도 느껴지네요.
원서로 보다가 폭소할뻔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주로 오사무가 등장하는 부분인데, 그 외에 칸지가 요시쿠니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도 원서로 보니 더 느낌이 와닿습니다. 한국어로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데, 넷의 말투가 서로 다릅니다.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말투가 규슈, 정확히는 하카타 사투리라는 걸 알고는 충격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는 매끈한 말투를 쓰는데다 이렇게 입이 걸지도 않았다고요.;ㅂ; 뭐, 오사무를 제외하면 셋다 엄친아(이케맨)지만 특히 미츠히로는 전형적인 소설 속 왕자님인데 말입니다.ㄱ-; 모범생에 공부도 잘하지 외모도 잘났지. 운동을 못하는 것도 절대 아니고 말입니다. 오사무와 테니스 경기하는 것을 보면 더 그렇지요. 물론 성격도 나쁘고,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2) 소설 속 나쁜 남자입니다. 이런 남자와는 만나면 안됩...(거기까지)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이 미츠히로 파트였습니다. 오사무의 사건, 요시쿠니의 사건, 칸지의 사건을 넘어서 미츠히로가 고백하는 장면이지요. 천천히 씹어 가며 읽다보니 아침에 읽기에는 참 부적절한 장면인데 말입니다. 거기에 꼼짝없이 붙들려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세 사람의 심정이 저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아니, 저는 이미 번역서로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 충격이 덜했겠지요. 이제 남은 건 그 다음날 미츠히로가 한 번 더 얻어 맏는 장면입니다. 그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원서로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묘한 언어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나'나 '너'같은 1인칭, 2인칭 대명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데 일본어에서는 그 말투에 따라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는 이름을 부르는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요. 특히 미츠히로의 회상에서, 담임선생님이 미츠히로를 부를 때 한자어가 아니라 히라가나로, みつひろ라고 표기합니다. 그것도 묘하고...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사투리를 포함해 말투 전반이 충격이었으니까요.-ㅁ-;

미츠히로의 과거 때문에 『네버랜드』는 트라우마가 될만한데, 남학교 기숙사의 로망-예를 들면 녹림관.ㄱ--때문인지 계속 보게 됩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워낙 잘났으니 말이죠. 가장 중심인 요시쿠니도 본인이 그렇게 생각해서 문제지, 다른 사람들 시선에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엄친아입니다. 칸지 같은 녀석이 들러붙는 것을 보면 더 그렇죠. 게다가 전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선남선녀라든지, 천생연분이라든지로 표현했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읽기 시작하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요시쿠니의 한자어가 美國, 오사무의 한자어가 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칸지의 한자어도 寬司로 흔히 보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떨지 모르지만; 미츠히로光浩는 평범한 편입니다. 하하;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보고서가 먼저 끝날지 『네버랜드』 읽는 것이 먼저 끝날지 궁금하네요.-ㅁ-;
음식이 소재인 책은 보이기만 하면 먼저 집어들어 훑어 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무조건 그런 류의 에세이는 집고 보는데, 얼마전에 온다 리쿠의 책이 한 권 나온 걸 보았습니다. 신간인데다 아일랜드와 영국 여행기에 술 이야기라고 해서 구입해서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도서관에 들어왔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엊그제 G가 친구에게 선물받았다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2년 첫 책은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일기』로군요. 일본 무크지 몇 권을 제외하면 그렇습니다.-ㅁ-/

온다 리쿠의 수필은 처음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무난하게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평이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기대가 컸던데다 온다 리쿠의 글맛도 그리 좋지 않더군요. 이런 쪽의 수필은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워낙 다양한 책과 다양한 소설과 오래된 소설들이 차례대로 글 속에 스치고 지나가니,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비교 대상이 된 책은 이케다 아키코의 영국 시골 기행(원서)이었는데 저는 시골 기행쪽이 더 쏠쏠하더군요. 온다 리쿠의 책은 공포로 점철되어 저마저도 그 공포에 물들 것 같더랍니다.;
읽고 나면 상당히 술이 땡긴다는 것도 특징이군요. 음, 책의 편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점-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들과 같은 판형으로 나왔는데 그보다는 조금 빡빡하게 만들고 손에 딱 들어올 정도의 작은 페이퍼북-그러니까 이전에 나온 『1001초 살인사건』의 크기로 나왔다면 여행기로 보기도 편하고 가볍게 볼만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점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책 분량이 그리 많아보이진 않았거든요.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는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온다 리쿠의 책이 술과 기행이 주제라면 이쪽은 일상 생활과 추억 속의 음식이 소재입니다. 단편 단편 짧게 이어지는데 아마도 잡지나 무크 등에 연재되던 칼럼이 아닐까 싶네요. 읽고 있다보면 입맛을 다시며 뭔가 만들어 먹고 싶어지니 배고플 때는 보시지 않는게 좋겠지요. 괴로우실 겁니다.(먼산)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문체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습니다. 모든 소설을 본인의 문체로 소화시키는 듯한 그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나 둘다 이 분이 다 번역했으니 그냥 저냥 읽습니다. 그래도 몇몇 단어들이나 몇몇 구절은 표기가 걸리는 부분이 있더군요. 케세라세라~.

읽고 나서 깨달았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온다 리쿠나 둘다 성격이 아주 독특합니다. 온다 리쿠는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몇 년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실물을 보았거든요. 설마하니 그런 공포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본인이 이 수필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 하지만 성격이 아주 독특합니다. 성격도 그렇고 생활 습관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怪人.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그래도 있는 걸 보면 기본 성격은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성격도 안 좋았다면 이런 친구를 옆에 둘리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름 있는 작가들의 수필과 여행기니 부담 없이 읽을만 합니다. 다만 기대는 하지 마시고 가볍게 보세요.


온다 리쿠. 『공포의 보수일기』,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11, 12000원.
에쿠니 가오리. 『부드러운 양상추』,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11, 12000원

1. 갑자기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이 땡겨서 꺼내들었습니다. 아껴가며 읽다보니 왜 땡겼는지 알만하네요. 다섯 명이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금치 키슈니, 포토푀니, 클램차우더니 하는 풀코스 만찬(...)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음식 조절하고 있을 때는 먹는 것과 관련된 책이 땡기는 법입니다.

2. 목요조곡이란 제목이 책 전체 내용을 설명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도키코의 목요일 예찬론에 저도 동감했습니다. 수요일은 주의 중반이다라며 한숨 돌리는 날이고 목요일은 이제 주말이 머지 않았다는 즐거움이 시작되는 날이지요. 금요일은 이미 주말 같은 생각에 들떠서 업무도 손에 안 잡히고. 이러면 안되죠. 어린이 여러분은 따라하지 마세요.(...)
근데 목요일에 갖는 모임-목요회라는 것이 귀에 익어 검색해보았습니다. 역시 원조는 따로 있었네요. 나쓰메 소세키랍니다. 후학들을 키우기 위해 만든 목요일 모임-목요회가 그 시작이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랑 출판업계 사람이라는 이와나미는 알겠습니다.

3. 그러고 보니 저도 목요회 비슷한 것이 하나 있지요. 홍대에 있는 공방은 목요일마다 가기 때문에 나름 목요회 비슷한 거라 생각합니다. (토요일에 갈 때도 있지만)
이런 모임 하나 있으면 정기적으로 밖에 나갈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자극받는 기회가 됩니다. 지금은 F모국에 나가 있는 B랑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주말마다 재봉틀 모여서 뭔가 만드는 모임 말입니다. 두 번인가 하고 포기..OTL 문제는 당연히 재봉틀 들고 다니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 재봉틀 꺼낸 것도 언제적 일인지 기억이 안나네요.(먼산)

4. 그러고 보니(2) 올 초에 만들여서 연말에 써보겠다고, 혹은 더 묵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재료수급을 잊고 있던 덕에 완전히 밀렸습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새 재료를 발견했는데 자카파 럼이라고. 일단 구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말린 과일을 담그면 내가 과일을 먹는지 술이 나를 먹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될 듯합니다.(어?) 그냥 코스트코에서 바카디 말고 다른 럼을 사다 담글까요. 하지만 그 한 병이 좀 많긴 한데.'ㅅ' 그렇다고 브랜디에 담그면 그것도 만만치 않게 무섭고. 하하하하하.

5. 지난번에 사온 천으로는 매트 하나만 달랑 만들고 말았는데, 그라데이션 천들은 뭐에 쓸지 고민입니다. 천에 홀딱 반해 사오긴 했지만 용도가 마땅치 않아..; 그냥 적당히 퀼팅 매트를 만들까, 어떻게 쓸까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매트로 만들고도 딱 한 번 사진 찍고 말았지.ㄱ- 집에 두지 말고 들고 와서 써야겠네요.


6.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목요회는 아니더라도 토요회 비슷하게, 토요일마다 어디(아마도 홍대) 나가서 시간 보내는 일을 해볼까 합니다. 그래야 마비노기로부터 멀어지고 조금이나마 무릎의 평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제 무릎(통증)의 최대 적은 컴퓨터입니다. 집에서 마비노기 하기 위해 거실에 앉으면 스트레칭 하는 것도 아니고, 책상 다리 대신 V형으로 다리를 펴고 앉아야 합니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무릎 통증이 시작되는 것이, 다리를 들어 올려주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여야 합니다. 헐.ㅠ_ㅠ 역시 체중감량이 필요해.ㅠ_ㅠ

0.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편도가 부었더군요. 껄껄껄. 아침에 약 하나 먹고 나와서는 점심 약도 먹어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지요. 감기약이 주변에 없거든요. 사러 나갈까 하다가 이 날씨에 돌아다니는 것이 싫어서-온풍기를 벗어나기 싫어서-그냥 저녁 때 자기 전에 한 번 더 먹자며 달래고 있습니다.

주말이 코앞이니 오늘은 감기퇴치용채소수프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러 가야겠네요. 물론 채소수프에 곤약도 넣을 생각이고 여차하면 어묵이 들어갈지도 모르며, 얼려 놓은 닭고기 국물을 넣을까 하고 있으니 잡탕이죠.; 덧붙이자면 장보다 내키면 오뚜기 카레를 사다가 잘 끓고 있는 채소수프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체(하)소수프의 탄생?;

확실히 들어갈 재료는
- 양파
- 당근
- 셀러리

망설이는 재료는
- 곤약
- 카레
- 고구마
- 어묵


과연 몇 가지나 들어갈까요.-ㅁ-


1. 간만에 신간 목록을 들여다보았더니 모르는 새 왕창 쏟아져 있었습니다. 아놔.; 이달은 원서만 한 권 더 구입하고 말려고 했는데! 봐야할 신간이 이렇게 많으면 어째!

- 온다 리쿠,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라 리쿠 신간입니다. 유령과 산 사람이 공존하는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데 호기심이 생겼다가 출판사 서평에 아동 유괴 및 살해, 식인, 존속 살인이 나온다는 부분이 있어 마음을 접었습니다. 존속 살인이야 그렇다 쳐도(...) 앞의 세 가지는 정신이 버틸 수 없어요. 연작 소설이고 첫 호러 소설이랍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고 감상으로 옆구리 찔러주세요.

-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표지에도 저렇게 제목이 나와 있습니다. 명탐견이라. 이전에 탐정견들이 등장하는 소설도 봤고, 탐정묘가 등장하는 쇼타로 시리즈도 봤지만 미미여사도 이런 책을 냈을줄이야.
마사는  『퍼펙트 블루』에 등장하는 탐정견입니다. 경찰견으로 오래 일하다가 나이를 먹어 은퇴해, 탐정사무소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직업병(...)은 어디 못가죠. 마사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대체적으로 따뜻한 이야기일테니 봐도 뒷탈은 없겠지만, 일단 구입 순위는 뒤로 미룹니다.;

- 가노 도모코, 『손 안의 작은 새』
표지가 안티. 표지 때문에 시선이 안갔는데 내용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작가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는데 『무지개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를 쓴 작가로군요. 두 권 모두 재미있게 보았으니 이번 책도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여자 바텐더가 꾸려가는 바에, 손님들이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상 속 추리를 이어간다니까 궁금합니다. 이쪽은 구입 목록 상위.

- 미야베 미유키, 『하루살이 상-하』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입니다. 전편인 『얼간이』와 마찬가지로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콤비가 활약한다네요. 하지만 줄거리 소개를 보니 이거 전작하고 바로 이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ㄱ- 읽을까 말까 고민됩니다.

- 프레데리크 에브라르, 루이 벨,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제목이 낚시인 것 아닌가 했는데 아닌가봅니다. Tant qu’il y aura des chats - dans une famille : roman. 프랑스어는 한지 한참 되어서 대강 알아듣는 단어만 보면 되는데 고양이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들어가 있네요.-ㅁ- 그렇다면 안심하고 봐도..?
간단히 요약하면 고양이를 통해 발견한 일상의 행복을 노래한 책. 고양이가 등장한다니 괜히 끌려서 말입니다.

- 우메다 미카, 『서점원의 사랑』
서점이 배경이라니 괜히 동해서..-ㅁ-; 하지만 서점 배경 소설 종결자(?)는 『명탐정 홈즈걸』시리즈라고 감히 주자합니다. 로맨스 소설이라니 망설여지는데 도서관에서 본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을라나요.


여기에 블루레이 디스크 네 장. 훗.-_-; 한동안 살 책 걱정은 없겠네요.

어렸을 적에는...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리셋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MP가 바닥에 떨어져도 나리타 미나코의 『알렉산드라이트』나 『사이퍼』, 『내추럴』을 보고 있으면 MP가 회복되고 다시 기운을 얻어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한데 작년부터는-정확히는 P3를 마친 직후부터는 리셋버튼을 눌러도 재시작이 안되고 MP의 회복도 굉장히 더딥니다. 외려 MP의 충전속도보다 소모 속도가 훨씬 더 빠릅니다.

1. 오늘 운동 겸 걸으면서 이모저모 생각했는데 MP의 회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식이조절-체형의 회복입니다. 딱히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는 말을 빼들지 않아도, 지금 가장 우선해야하는 것이 몸의 회복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체력과 체형, 둘다 5년 전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부단히 노력해야지요.-_-;


2. 식이조절을 시작하면 지름신이 오십니다. 팔랑귀가 어디서 얼핏 들은 이야기인데, 사람이 쓸 수 있는 제어력은 한계가 있어서 어느 한 쪽에 강한 제어력을 걸면 다른 쪽에는 힘이 약하게 실릴 수 밖에 없답니다. 제어력의 총량을 늘리면 되긴 하지만 최근에는 1과 관련해서 제어력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 식이 조절을 하다보니 다른 쪽의 지름 반동이 늘었습니다. 어제 올린 지름목록중에서 얼마나 질렀는지는 ... ... .... 때가 되면 말씀 드리지요. 하하하하하.


3. 올해부터 유니세프 기부금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등록되는 모양입니다. 15일에 간소화 서비스가 열린다니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그리되면 어머니께 간소화 서비스 내역서를 보여드리는 건 피해야겠습니다.
음, 뭐랄까, 옛날 어르신들은 종종 그러시지요.

"나 먹고 살 것도 없고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나 도와야지 왜 남을 도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변 가까운 사람들은 알아서 먹고 삽니다. 하지만 그 알아서 먹고 사는 것도 안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한 번 썼지만 1%로,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으로서, 해야할 최소한의 도리가 이것이라 생각하는 것일뿐입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 어떻게 행동하는 가도 천차만별이겠지요. 부모님께서 그걸 온당치 못하게 여기신다면 소저, 왼손이 모르게 행동하겠습니다.
이번에 간소화 서비스 내역 확인해보고 들어가 있으면, 내년부터는 연말정산 내역을 따로 보내지 말아달라 해야겠네요. 이번엔 제가 우편 봉투를 받았지만 어머니가 받으시면 좀 무섭긔...-_-;

아, 잊지말고 서비스 열리는대로 아침 일찍부터 간소화서비스 내역 출력해야겠습니다. 시간 지나면 분명 폭주할겁니다.


4. 집에 쌓아 놓고 안보던 온다 리쿠 책들을 이번 기회에 치워야겠습니다. 다른 책들이랑 묶어서 처분하려 하는데.. 끄응... 이제나 저제나 책 처분하는 것은 골치 아픕니다. 교보문고 중고센터를 쓸지 말지 아직도 결정 못했거든요. 거기에 쌓아 두었던 홍차 캔도 처분하고, 쌓아 두었던 케이크 그릇도 처분하고. P5에서 챙겨온 허니 몽블랑 그릇이랑 크렘 브륄레 그릇은 좀 아깝지만 말입니다. 집에 두고는 안 쓰고 있거든요.-ㅅ-

여기에 이어서..
평소 G의 방이 복작복작하니 물건이 많다고 불평했는데, 제 방의 수납 공간을 생각해보고는 두 손 들었습니다. 제 방 수납공간이 훨씬 많더군요. 특히 저는 베란다를 서재 겸 창고(...)로 쓰고 있기 때문에 서랍도 더 많고 둘 곳도 많습니다. 그런고로 저도 베란다 바닥 청소를 위해 짐 정리를 좀 해야겠네요. 주말에 날잡고 뒤집어 엎어야겠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책들이 거실로 빠질까요.-ㅂ-;



여튼 이 글의 결론은, '조금 더 빠릿하게 움직입시다!'
짤막 감상 및 잡담입니다.-ㅁ-
마지막으로 책 리뷰를 쓴 것이 15일. 이것도 이주만이네요.
읽으면서 바로바로 써야지 해놓고는 홀랑 잊었으니, 책 리뷰는 다른 글감에 묻힌 겁니다. 하하.



카도노 코헤이,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김수현,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두드림, 2008, 13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부부탐정>, <패딩턴발 4시 50분>, 황금가지, 2008, 9000원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박수지, 노블마인, 2008, 10000원
가와후치 게이이치,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 한성례, 바이북스, 2007, 9000원
타무라 히로시, <홈리스 중학생>, 양수현, 씨네21, 2008, 9800원
니시오 이신, <잘린머리 사이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6, 11000원
쓰하라 야스미, <아시야가의 전설>, 권영주, 비채, 2009, 100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3-4>, 곽형준, 2009, 6000원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김해용, 황매, 2009, 11000원


어, 책이 많네요. 밀려서 그런 것이니 어쩐답니까. 흑.(목록 체크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을 거라 생각 안했는데.)


재미없었던 책부터 먼저 체크합니다. <홈리스 중학생>은 소설쪽에 꽂혀 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실화입니다. 그러니 수필이나 르포르타주로 분류 변경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뭔가 맥이 빠진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 해산을 외치면서 순식간에 홈리스가 된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점차 자리를 잡고 요시모토 흥업에 들어가 만담(?) 콤비를 이뤄 꽤 유명해진 개그맨이라는데 저는 모릅니다.; 그야 일본 연예계에서는 쟈니즈나 가수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ㅁ-;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미묘합니다.

보다가 접은 책이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입니다. 2권은 안나오고 1, 3권만 나와 있는데 1권은 챙겨 보았습니다. 이전에 리뷰 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1권만 했을 겁니다. 3권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확인하고는 빌려다보았는데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제가 감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 유래처럼, 에드거 앨런 포의 감성을 일본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만 한 가득하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포의 이야기가 심리와 공포가 중점이라면 에도가와는 일본적으로 한 번 걸러서 그런지 제게는 혐오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포의 영향이 물씬 풍깁니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혐오 또는 기피할만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지만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안 보시는 것이 낫겠지만 제게는 에도가와 보다 쓰하라 쪽이 나았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인 나와 '백작'의 관계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이, 흐뭇함을 불러 일으켜서 기피하는 마음을 눌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단락 단락 끊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들 앞에는 일본의 전통적인 전설이나 설화에 대한 재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표제작인 아시야 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데다 맨 마지막의 역자 후기를 보면 제목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지는군요.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 고로 제게는 아시야 가의 전설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3 입니다.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는 그냥 따뜻한 이야기. 업무 만능주의에 일만을 생각하며 달리던 레지던트 고로가 우연히 유령을 만나 조금씩 감화를 받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성격이 확 바뀐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냥 무난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3권은 안 살 겁니다. 표지나 내용이나 다 백합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안락의자 탐정과 조사원의 이미지는 잘 잡았는데 그 해결책-풀이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이번 권은 1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입맛엔 잘 맞지 않네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진리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 그분. 다시 말하면 요 며칠 사이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보석 같은 책을 여럿 찾았으니 이제는 괜찮겠지요.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운 이야기입니다. 포와로가 등장하고요.
부부탐정은 연작 단편 모음인데 그 당시 유명한 추리소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이 몇 없어서 아쉽습니다. 번역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나마 알아챈 것은 어렸을 때 읽은 명탐정 추리 트릭이나 범죄 트릭 같은 해적판 모음에서 이름만 들었던 탐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보다는 뒷부분이 더 재미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먼저 문제를 풀려고 벌이는 신경전도 괜찮고요.
패딩턴발~은 미스 마플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빌렸습니다. 아니, 뭐,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은 아니고 어떤 꼬맹이가 꽤 제 취향이어서 마음을 울렸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 색의 조합이...;; 루시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는 빤히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루시 같은 타입도 좋습니다. 집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멋진 누님이 집을 돌봐주신다면 좋지요. 하지만 이 분은 가격이 비싸고 한 번에 2주 남짓 밖에 고용할 수 없으니 오래 고용하려면 결혼하는 수 밖에 없는데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렵습니다. 아쉽네요. 메이드 엠마, 가정부 와타누키, 집사 알프레드에 가정부 루시까지 두면 완벽할텐데.

나뭇잎 사이로는 연극 같은 분위기도 줍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데, 그 동안의 여러 미스테리가 파해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지요. 제 취향은 둘째치고서라도 온다 리쿠다운 소재에 온다 리쿠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온다 리쿠는 이런 대결신에서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더 쿨한 이미지로군요. 하기야 온다 리쿠의 소설 책 중에서 남자들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것은 세키네 가 사람들을 빼면 네크로만...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의 준, 네버랜드의 학생들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여자만 남아요.

미미여사의 퍼펙트 블루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번역입니다. 이름을 자주 들어본 역자이기도 하고 이전에 다른 번역도 읽어보긴 했는데 이번에는 초반에서부터 확 열이 치솟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짧은 책 감상을 쓰려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목록을 뽑아 쓰고 있는데, 그 사이에 읽은 책 중에서 번역 때문에 저를 화나게 만든 책 한 권이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그래도 이름을 들어본 역자였고 남자였는데 번역이 취향에 안 맞아서 버럭 화나게 만든 그 책이, 분명 일본 소설일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없더군요. 교보에서 구입한 책 목록을 뒤지다가 뒤늦게 퍼펙트 블루도 읽었다는 걸 떠올린 겁니다. 책 내용보다 번역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거네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번역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일 걸렸던 것은 '짱'과 '상'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는 번역 소설에서 ~짱이나 ~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특히 미미여사의 책에서라면 더욱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니시오 이신의 소설에서는 이짱이나 이군이라는 호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전체 소설의 분위기, 대체할 수 있는 호칭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번역 문제를 빼놓는다면 퍼펙트 블루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재가 야구입니다. 그러니 민메이레이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고요. 소재가 야구이지만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레이냥. 보고 싶다면 이야기 하시게. 다음에 볼 때 책 들고 가도 되니까.

인류 쇠퇴는 1권보다는 2권이, 3권이, 4권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쥘 베른과도 유사한 상상력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4권 띠지에 있는 닭들의 질주는, 띠지만 보고 소름돋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살신성계는 열심히 본받아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실피실 웃게 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니시오 이신.
이글루스 밸리에서 자주 보이지만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해서 손대는 것을 망설였던 책입니다. 책이 굉장히 화려한데다, 표지를 벗긴 속표지도 화려해서 손이 잘 안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본지는 꽤 오래되었지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 권 들고 오고, 그리고 또 한 권을 빌려 온 다음엔 전권을 다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괜찮네요.
근데 이리 저리 살펴보면 주인공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ㅁ-; 최강의 헛소리꾼에 심지어는 미군마짱의 주인공보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는걸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무념무상의 이상한 애 정도인데..; 제가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서 그런걸까요.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으니 한 번에 몰아본다 한 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안 적은 책은 없겠지요?
다음 리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르귄 여사의 대결입니다.(음?)

1. 제목을 두 글자로 고쳐쓰면 잡상.-ㅂ-

2. 나츠메우인장 1-6, 온 1-3, 닥터 스쿠르 6-12는 구입 예정. 근데 이것 다 합치면 얼마나 나올까요.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까지 들어가면 대략 난감. 아, 문학소녀 화집도 구입해야하는데. 문학소녀 소설도 구입 예정이었긴 하지만 이건 나우시카에 밀렸습니다.;;;

어제 북새통에 가서 아빠는 요리사 100권을 사왔습니다. 드디어 100권을 넘었군요. 혹시 맛의 달인이 100권을 넘기 전에 아빠는 요리사가 먼저 100권 돌파를 할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맛의 달인은 지금 101권까지 나왔습니다. 102권도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아빠는 요리사가 맛의 달인을 추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ㅂ'

3. 어제 공방에 갔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던 김에 온다 리쿠도 같이 언급이 되었습니다. 올해 도서전 주빈국 이야기를 하다가 온다 리쿠 방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같이 있던 분 중 한 분이 온다 리쿠 팬이라고 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는데 이분이 유리가면을 안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오오! 그건 안될말! (...) 초콜릿 코스모스와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과 목요조곡의 묘한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유리가면은 필견입니다! 온다 리쿠의 이해를 위한 서적에는 꼭 유리가면을 넣어야겠지요.

4. 그러고 보니 코끼리와 귀울음도 아직 리뷰 안 썼는데.;;;

5. 갑자기 길거리에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어 그릇으로 퍼담아 계산하는 뻥튀기가 먹고 싶어집니다. 종류가 다양하니 취향대로 골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좋잖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거의 못봤는데. 상수역 근처 어드메에 있다고 들어서 찾아가 볼까 합니다. 주말의 일용할 간식은 뻥튀기가 되겠네요.(라고 쓰려고 했더니 G에게 조금 야단을 맞아서..-ㅂ-; 가격 봐서 결정해야지요. 흑;)

6. 코에 바람이 들어간건지 밤공기를 마시고 싶어집니다. 아니, 제게 있어서 밤은 딱 8시부터 9시까지입니다. 9시가 넘으면 무조건 집에 들어가야 하고요. 아침형 인간이라 채널이 그리 맞춰진 걸 어쩝니까. 하여간 홍대나 종로쪽을 돌아다니면서 노점 구경도 하고 싶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싶어져서요. 금요일에 그렇게 돌아다녀볼까요..

온다 리쿠, <목요조곡>, 김경인 역, 북스토리, 2008, 11000원
잰 캐런, <미트포드 이야기 1-2>, 김세미 역, 문예출판사, 2008, 각권 11000원
사카키 구니히코, <백만분의 일의 연인>, 김재현 역, 멜론, 2008, 9800원



더 늦게 내버려뒀다가는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책 감상기. 그래서 서둘러 올립니다.-ㅂ-;


가장 짧게 쓸 수 있는 것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 그러니 이것부터 갑니다.
그러니까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그냥 보세요. 아무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보시는 겁니다. 단, 보시기 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건 차를 끓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언제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드립퍼와 서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스렌지는 채소수프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 가져와 식탁에 내려 놓은 다음에는 채소 수프의 상태를 살피고 홀짝홀짝. 그리고 잠시 뒤에는 커피물을 올리고는 물이 끓기를 기다려 커피를 내린 다음 또 홀짝홀짝. 위의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덮어 두어야 하며 다시 손에 들었다가는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배경 자체가 그렇습니다;-읽다보면 커피나 차가 꼭 필요하게 되니 미리 준비를 해두시라는 겁니다. 반전은 뭐 ... 음 ... 그냥 그랬지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온다 리쿠 책 중에서는 뒷맛이 가장 낫습니다. 일단 구입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은 번역 때문에 책을 말아 먹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책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번역가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을 쓴다고 해도 어조, 말투 등에 따라 그 분위기는 굉장히 달라집니다. 문어체라고 느끼지 않는 겁니다. 그럴진대, 책에다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갖다 놓으면 ..(먼산) ~~했다, ~~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내용이 꽤 괜찮았던 만큼 번역이 더 아쉬웠던 책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전에 프라이즈에서 잠시 들었던 이야기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전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번역만 아니면 추천할텐데 말입니다. 번역은 신경 안 쓰고 재미있는 책이면 가리지 않고 본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알라딘 블로그 서평단 맛보기 책으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내용 소개를 보고 읽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1-2권이 함께 와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평부터 해보죠. 일단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듭니다. 책 판형은 조그마한게 들고 다니기 좋지만, 디자인 점수를 매기자면 팍 깎을 겁니다. 한 5-6년 전의 책 표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책 가장자리 여백이 활자나 자간, 행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편집도 마음에 안든다는 겁니다. 거기에 저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양장본으로 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용상 걸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회 목사(신부)라는 점, 그래서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 교회 배경 지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성경 몇 절이 튀어나올 정도가 아닌지라 보면서도 주석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단 몇 군데의 주석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감도 있었고요.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때문에-이게 번역 때문인지 원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읽다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워낙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도 많고 중구 난방으로 일이 터져서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는 등장인물이 훨씬 적을텐데도 왜이리 등장인물 이름이 헷갈리는 겁니까. 하기야 여기서는 앞에서 나온 사람이 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하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국민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좀 걸립니다. 뭐랄까.................... 미국의 수준이 이렇게 낮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요약하자면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고 편집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중구 난방이고 산만해서 정신 없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모순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공 신부님이 정말 귀엽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야 미트포드라고 하는 미국의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이야기인건데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빨간머리 앤의 에이번리 집들을 드문 드문 배치하지 않고 동(한국 행정지역으로) 하나에 몽창 몰아 넣어서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의 이야기 하길 좋아하고 재잘대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밝고 명랑하니 앤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지만 에이번리는 공간이 넓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일은 없잖아요.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인가(혹은 시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이 걸리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보시면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도쿄 기담집>은 <그림으로 읽는 책>을 보다보니까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김지혁씨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다음 글에 올라갑니다.'ㅂ'

일단 반추의 계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주, 오랫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출 여유는 충분히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마다 속속 꺼내 들어 팔 위에 올렸는데요, 4권을 반납하고는 7권을 빌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책은 많이 빌리는 것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걸 들고 집까지 운반해야하는 체력상의 부담을 생각하자면 7권이나 빌리는 것은 미친짓이었지요. 거기에 책을 뽑다 보니 '아, 이것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부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은 것이 도쿄 기담집, 모방범 3, 버터플라이 1-2, 블랙베리 와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입니다.

되새김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책만 모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겠네요.

모방범은 3권의 뒤집어지는 장면이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마지막 패를 던져 눈 속임을 함과 동시에 가면을 벗고 날뛰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의 차이는 그런 모습 뒤에 어떤 마무리를 하느냐인데요,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뒷맛이 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여사를 더 좋아합니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점은 온다 리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이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인데 비슷한 부류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아사다 지로도 역시 뒷맛이 나쁜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약간 어둡지만 밝게도 느껴집니다. 같은 어스름이지만 아사다 지로쪽은 음침하다는 느낌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하고 뒤에서 뭐가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는 한참 전에 읽었다가 다시 찾은 책입니다. 로맨스 소설이지요. 복수를 위해 얼굴 성형을 하고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한 어느 여자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허술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입니다. 아니, 주인공은 로맨스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분류를 그렇게 놓기도 애매한데요.

블랙베리 와인은 빌려와서 한 번 다 읽고 지금 또 읽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내년 목표 중 하나가 식물 기르기인만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보는 것도 있지요. 실제본이었으면 당장에 뜯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보고 있자면 작물재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자금을 좀 마련하고 볼 필요도 있겠네요.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제가 가진 책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역시 다아시경 멋져요! 근데 랜달 개릿으로 e-hon에서 검색했더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한 권만 뜨지 뭡니까. e-hon에서 검색 안되는 책이 꽤 있다는 건 알지만 추리소설들 중 잡히지 않는 것이 꽤 있나봅니다. 일본어로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서 보려 했는데 말이죠...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ㅁ^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온다 리쿠, <유지니아>, 비채, 2007


유지니아를 다 읽고 나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책 뒷날개.
근간 목록을 훑어보고는 오한이 들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다른 시리즈물을 비롯,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까지 목록에 확 올라있는데 스나크 사냥의 후기를 읽을 때보다 한층 더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올 여름은 정말 총알 장전에 장전을 거듭하게 만들더니 내년 초까지도 안심은 무리일겁니다. 게다가 비채에서 낸다고 하는 블랙앤화이트 시리즈가 거의 추리소설계라 취향에 상당히 맞을 것으로 예상되니 그렇습니다. 목록만 봐서는 취향인데 막상 읽고 나서는 손안의책에서 나온 광골의 꿈 시리즈처럼 고이 처분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지라.
(근간에 오른 시리즈가 만만치 않던데, 비채도 어딘가의 임프린트나 자회사일까요?)

첫 장을 읽는 순간 하도 섞어 읽어서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는 슬슬 혈압이 올라가면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같은 라인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시리즈가 아니라 비슷한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떠올랐던 것이나 <삼월~>이 떠올랐던 것이나 둘다 형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읽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아실겁니다. 지금 보니 <호텔 정원>과도 닮았군요.
앞서 읽었던 <불안한 동화>와는 내용적인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옛날에 일어났던 어느 살인사건에 대해 쫓아가는 것은 불안한 동화와 닮아 있지만 이 이야기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뒤통수를 때리는 것도 닮았지만 그 아픔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안한 동화>는 때린 즉시 아팠지만 <유지니아>는 맞은 뒤에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굉장히 아프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신 <유지니아>가 2005년작, <불안한 동화>는 초기작이라고 하니 불안한 동화보다 훨씬 진화했다고 할까요? 진상은 없습니다.

이 미적지근한 결말을 보고 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아니, 사실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앞서 깔려 있던 여러 복선들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아, 이래서 여기가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다 엔딩의 모호함으로 인해 고이 접어두고는 서가에 꽂아 두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에 대해서는 역자가 따로 언급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눈치채실겁니다. 배경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정확해서 실제 무대가 되었던 집이 지금 찾아가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책이 두껍지만 굉장히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중간 중간 끊어 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끊어 읽으면서 되새김질을 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읽고 나서 보니 연대표를 작성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서 다시 읽을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불안한 동화와는 좀 다른 의미로-두 번 손 대고 싶지 않거든요. 제 취향에는 좀더 깔끔하고 쌈박한 것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엊그제 구입한 화차는 소장하고 싶다면서 구입한 것은 변덕 때문인건지, 소설가 취향 차이 때문인 건지.

최근에 대량으로 구입한 미야베-온다 라인 중에서는 이 책을 제일 마지막으로 읽었으니 설렁설렁 평가를 해보지요.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가 온다 리쿠보다는 한 수 위입니다. 하지만 온다 리쿠의 몇몇 소설은 계속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럴 예정입니다. 계속 소장하려고 하는 것은 <네버랜드>(대출중), <빛의 제국>(대출중), <여섯 번째 사요코>(대출중),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밤의 피크닉>,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보류, 삼월라인 책들도 보류입니다. <흑과 다의 환상>, <보리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민들레 공책>이나 <라이온 하트>도 취향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방출, 혹은 장기 대출보낼 생각입니다. <유지니아>도 장기 대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 컬렉션에서 빠진 책은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도서실의 바다>, <구형의 계절> 세 권입니다. 하지만 이 세 권을 채우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있는 책도 버거운걸요. 같은 작가 안에서도 취향이 꽤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작가 안에서의 편식이라, 무라카미 하루키도 수필집만 보고 있으니 그게 그거죠.;; 미야베 미유키도 판타지 소설 계는 손을 안대고 있고.

자아. 슬슬 총알 재충전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조만간 표적들이 뜰 것 같으니 총알을 모아둬야 쏘기라도 하죠. 빚맞든 말든 모아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돈 생각을 한다면 원서를 사보는게 훨씬 싸지만 그래도 한국어가 좋아요.;


온다 리쿠, <불안한 동화>,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어제 다 읽은 유지니아 리뷰를 쓰다가보니 불안한 동화 리뷰도 안 올렸더군요. 서둘러 먼저 쓰던 글은 멈춰두고 불안한 동화부터 쓰기 시작합니다. 하하하하하;


불안한 동화 역시 뒤통수 후려치기의 귀재 온다 리쿠 다운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먼산)
너무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위험이 있으니 일단 가려두자면 <굽이치는 강가에서>랑 닮았습니다.
살짝 보이나요? -_-a

이것도 성대한 떡밥과 거대한 낚시 찌를 가져다 놓고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엉킨 실을 마당에 놓고 여기저기 삐져 나와 있는 실들을 뽑아 풀어나가다 보면 이건 여기서 뚝, 저건 저기서 뚝 끊깁니다. 그러다 막판에 이거다 싶어서 줄줄 잡아당겼더니 그나마 잘 풀어지는 듯하더니 막판에 또 뚝. 그 안에서 나온 진상이란건 참으로 진상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그 ** 참 진상이네"라는 의미로의 진상. 막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
뭐,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책의 상당수가 그런 느낌을 줬지요.

20 여 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이제야 조사한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이 작가답거니와 다 조사해서 진실에 근접했다, 이제 수수께끼는 다 풀렸다라고 외칠 즈음 나타난 이야기는 또 뒤통수를 칩니다. 음, 그러고 보니 긴다이치 하지메가 온다 리쿠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나름 재미있겠네요. 하지메는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보다는 온다 리쿠의 세계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에는 브라운 신부님 같은 분이 더 잘어울려요. 긴다이치 코우스케는 미야베 미유키 계라고 생각하지만요.


중구난방, 횡설 수설.
추리소설은 소재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내용폭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각만으로 잡아 나가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됩니다. 안 좋아요오..;


온다 리쿠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는 앞서 언급한 그 소설, 그리고 엔드 게임과도 약간은 닮아 있습니다. 그래도 엔드 게임이 훨씬 제 취향에 가깝습니다. 그런 고로 집 서가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책이지요.


온다 리쿠, <엔드게임>, 국일미디어, 권영주, 2007


빛의 제국-도코노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랍니다. 온다 리쿠가 이 책 이후에 다른 책은 더 쓰지 않아서 일단 빛의 제국 시리즈는 이 3권이 전부입니다.

도코노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것은 1권 빛의 제국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길을 찾는 두 사람의 이야기지요. 가장 가볍고 밝은 분위기인데다 빛의 제국을 관통(?)하는 도코노의 분위기를 가장 잘 맛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민들레 공책은 온다 리쿠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되었으니 넘어가지요. 그리고 이 엔드게임은, 빛의 제국에 등장했던 앞 이야기를 단 칼에 날려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역자인 권영주씨도 후기에 그렇게 썼더군요. 무기질적인 이야기라고요. 네, 딱 그런 느낌입니다. 무기질적인, 무채색같은, 기계도시 같은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의외로 마음에 듭니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앞서 나온 단편 오셀로 게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이야기가 맺어지는데 맨 마지막의 반전이 참...; 온다 리쿠도 반전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편도 그렇습니다. 반전이 있을 타입의 이야기라 그렇게 생각하고 봤는데 이런 식의 반전이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뭐, 워낙 주인공들에게 반해 있어서 쓴웃음 정도로 끝나고 말았지요.

도코노 일족과의 연계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일족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된다 할까요. 이전의 두루미 선생님이나 앞서 등장했던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지요.


이 책도 현재 대출중입니다. 대출이 끝나고 돌아오면 또 대출 나가겠지요.; 최근에 하도 온다 리쿠 책을 많이 사서 아마 한 번쯤은 더 단체 대출을 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하;
지난 달은 DVD로 허리가 휘었고, 그래서 이달은 좀 자제를 하리라 생각했는데 모 법의 발효로 인해 다시 허리가 휘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극도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었다는게 다행일까요. 사고쳐서 이 달 적금 못들어 간 것 생각하면 적자지만, 그 적금 빼고 용돈만 두고 본다면야 아직까지는 흑자입니다. 아직까지는에 밑줄 좍.-_-;

온다 리쿠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고 투덜대고 있었는데 그 사이 미야베 미유키 초기작 등장입니다. 이런...
일단 온다 리쿠는 전 권 컬렉션을 이미 포기한 상태라(<굽이치는 강가에서> 미구입) 다른 책들도 골라가며 사야겠습니다. 특히 최근에 구입한 두 권은 읽고 나서 입맛 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대강의 내용을 보고 괜찮다 싶은 것 위주로 고르렵니다. 전 시리즈를 다 모으려면 통장만 휘는게 아니라 서가도 휩니다.

그래도 일단 목록은 이렇습니다.

- 온다리쿠의 엔드게임, 유지니아, 불안한 동화, 구형의 계절, 도서실의 바다. 이중 엔드게임과 유지니아는 괜찮지만 불안한 동화와 구형의 계절은 아직 구입 미확정입니다. 도서실의 바다는 단편집으로 추측되는데 아직 상세한 정보가 뜨지 않았습니다. 2주 이내 출고 도서로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고로 보고서 결정해야죠. 어차피 배송비 걱정없겠다, 한 번에 구입하는게 아니라 야밤쿠폰과 퇴근쿠폰을 적절히 써서 편의점 배송을 받을 겁니다.;

-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스나크 사냥. 무거운 느낌의 사회 추리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현재 이벤트 진행중인데다 책 자체 쿠폰이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이든 먼저 구입할 책 한 권만 결정되면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를 덤으로 준답니다. 훗훗.



e-book쪽 검색을 하면 훨씬 싸게 구할 수 있을 건데, 거기에 서가에 대한 보관 부담도 없을텐데 매체가 없는 관계로 패스. 아직은 e-book보다 종이책이 좋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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