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 정확히는 몇 주 전의 일입니다. 평소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거의 가질 않는데, 이날은 선물로 반숙 카스테라를 살 생각에 잠시 들렸지요. 다른 곳에는 볼일이 없으니 포숑 매장도 그냥 지나치고 시선만 여기저기 두고 걷는데, 한순간 시선을 확 잡아 끈 것이 있었습니다. 반짝 반짝 빛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밤이었습니다. 100g당 가격이 900원 언저리라 망설였는데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 드리니 그정도 한다해서 사올걸 그랬다 후회했었지요.

그리고 지난 주말에 운동 겸 나갔다가 신세계 본점에 갔습니다. 햇밤도 한참 전에 나왔을 테니, 조금 사갈까 싶어서 말입니다. 물론 머릿속에 있는 것은 그 때 롯데에서 본 밤이었고, 신세계에서 본 것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배신당하고...;
신세계에 있었던 것은 그냥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밤입니다. 그런데다 가격은 100g당 900원 언저리. 마음이 전혀 안가죠. 게다가 투명 플라스틱 팩에 담긴 밤이 있었는데, 딸기 담아 놓는 그런 팩에 들어 있는 밤은 1만 1천원 정도. 게다가 통을 들어보니 안에 모래 비슷해 보이는 알갱이가 떨어져 있습니다. 모래 같아 보이지만 모래도 톱밥도 아닌, 밤벌레의 배설물입니다. 익히 보아 알고 있으니 손이 안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롯데로 갑니다. 롯데 지하 식품매장을 돌아다니니 다시 그 알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봤던 건 일반 밤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육종 개량을 통해 나온 밤-옥광입니다. 겉껍질이 얇고 크기가 크다던가요. 그리고 제가 본 가격표는 일반 밤의 가격이었고 옥광은 100g당 1100원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걸 보았으니 다른 것은 눈에 안 들어옵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맛만 보자 싶어서 몇 알만 골라 담았습니다. 벌레 먹지 않고, 가장 동글동글하고 예쁜 것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사온 것이 저 밤입니다. 100g 당 1200원으로 계산되었군요. 하하하하하.; 하지만 몇 개 사지 않았기 때문에 총 금액은 3384원입니다. 비싸지만 길거리에서 군밤 사먹을 때 한 봉지당 3천원씩 드는 것을 생각하면 금전감각이 잠시 마비됩니다.(...) 그러니 비싸지 않아요.




진짜 반짝반짝 윤기가 납니다. 물론 습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원래 모습 자체가 저렇게 매끈합니다. 밤송이에서 막 꺼낸 밤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밤 많이 주웠는데 지금은...(먼산) 언제 시간되면 밤따기 체험 농원이라도 가볼까요.



큰 것으로 골라 태공과의 비교샷 ... 이라고 해봤자 별로 크기 비교는 안되겠네요. 일반 밤보다 확실히 큽니다. 물론 저것도 제가 사온 밤 중에서 가장 동그랗고 예쁜 것을 골라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느지막한 시간에 사온 거라 차마 그날 삶지는 못했고, 그 다음날 낮에 삶아봤습니다.




13-15알 사이였겠네요. 삶아서 몇 개는 까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상당히 달고 맛있습니다. 뭐, 밤도 과일 못지 않게 맛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있고 오락가락하지만 제가 고른 옥광은 똑 고르게 맛있었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있는 밤입니다.-ㅠ- 게다가 속살도 노랗고요. 보통 밤은 가끔 약간 녹색빛이나 진한 빛을 띠는 것도 나오잖아요. 흑흑. 지금 쓰면서도 자가염장 제대로 당하고 있습니다.T-T


올해 밤이 흉년이라 가격이 상당히 올랐답니다. 그런데 엊그제 코스트코에 갔더니 1.5kg인가에 7천원 정도 하더군요. 밤 두 망에 그 정도 가격이면 굉장히 싸지요. 그래서 오늘 장보러 가는 김에 들러서 살까 말까 하고 있습니다. 아마 보면 덥석 집어 올 것 같은데, 밤은 사다 놓으면 그만큼 그대~로 몸무게가 불어나니 문제입니다.(먼산)


그래도 가을이니까, 맛있게 먹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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